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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클래스의 품격, 카가야마 트레이닝 프로그램

조회수 2019. 6. 5. 10: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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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오 카가야마 선수는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터사이클 선수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카가야마’ 라는 이름의 헬멧으로 더 잘 알려진 선수이기도 하죠.

1974년생으로 15살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레이스를 시작해서 전일본 로드레이스를 거쳐 브리티시 슈퍼바이크(BSB) 다수 우승, 월드 슈퍼바이크(WSBK) 다수 우승, 스즈카 8시간 내구레이스 우승, 세계 최고 클래스인 MOTOGP 클래스 출전까지, 세계적인 로드레이스에 대부분 참전함은 물론 서양인이 대다수인 세계무대에서 동양인으로 굉장히 높은 성적을 기록한 전설적인 선수 입니다.

더욱 대단한 것은 만 45세라는 나이에 요시무라 스즈키라는 스즈키 메이커 팩토리 팀(대표팀)의 에이스 선수로 현역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카가야마 선수는 스즈키 메이커와 30년을 함께한 진짜 스즈키맨이기에 스즈키 머신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ARRC, 전일본로드레이싱 등에서 젊은 선수들을 키운 다양한 지도자 경력까지 있습니다. 로드레이스에서 월드클래스 경력에 현역으로 팩토리 팀 활동을 하고 있는 선수에게 직접 트레이닝을 받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것들을 배우려고 준비했습니다.

도착한 날은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일본에서도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 건 오랜만이라는 이야기에 내일을 걱정했지만, 공항으로 마중을 나와 준 카가야마 선수는 걱정하지 말라며 내일은 DRY(맑음), 자신을 믿으라며 환하게 웃어 보였습니다. 덕분에 긴장했던 마음이 한시름 놓였습니다.

트레이닝 시작

아침 일찍 출발하는 일정이라 새벽 같이 일어나서 시간보다 일찍 호텔로비에 도착했지만 역시 카가야마 선수는 더 일찍 나와서 밴을 점검하고 있었습니다. 날씨는 어제와 다르게 매우 맑음! 노면은 아직 마르지 않았지만 빗길 주행은 아닌 것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서킷으로 출발했습니다. 츠쿠바 서킷은 도쿄에서 북쪽으로 약 80km 정도 떨어진 서킷으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스의 총 길이는 2km 정도로 짧은 편이지만 도쿄에서의 접근성 때문에 날마다 많은 대회 및 주행 이벤트들로 스케줄이 꽉 채워진 일본의 대표 서킷 중 하나 입니다.


주행회 진행 방식은 한국의 트랙데이와 비슷하지만 시작 시간이 매우 빨랐고 오후 4시면 모든 일정이 마감되는 것이 조금 달랐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대부분 기혼자나 가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나게 타고 해지기 전에 집으로 복귀해서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라는 ‘배려’ 였습니다. 특히나 도쿄 근처에 있기에 이렇게 해야 서킷을 즐기는 라이더들이 가정에 눈치를 덜 보고 더 자주 서킷을 찾을 수 있다고 하니 나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 트레이닝 교보재는 팀 카가야마 소속의 GSX-R600 스탠다드 레귤레이션 사양입니다. 올해 KRRC SS600 에 출전하는 제 바이크와 거의 비슷한 사양이라 큰 위화감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긴장된 마음으로 슈트와 장비를 착용하고 바이크에 올라서 스텝과 핸들, 레버 위치 등을 맞춥니다. 처음 타보는 서킷이라 나머지는 기본 세팅으로 준비를 마칩니다.

첫 번째 코스인, 서킷의 레이아웃은 미리 동영상으로 파악했지만 실제 노면의 상태와 기울기 등을 몸으로 익히는 게 최우선이므로 웜업으로 타이어를 데우면서 빠르게 속도와 뱅크를 높여 갑니다. 앞에서 카가야먀 선수가 제 페이스에 맞춰 기본적인 라인과 각 포인트를 찍어주며 달려주고 5랩 째가 넘어서 조 금 적응이 되었다 싶을 때 제 뒤로 빠지면서 저의 주행스타일을 보며 부족한 부분을 체크합니다. 아직 노면이 완전히 마르지 않았고 첫 타임이라 욕심 부리지 않고 천천히 페이스를 올린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집중에서 25분을 주행했습니다.

어느 서킷이든지 초반에 오는 소위 ‘멘붕’ 상태를 느끼며 서킷 지도를 보고 여기저기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복기하고 개선점을 찾습니다. 애매한 부분은 카가야마 선수에게 질문하여 올바른 이미지를 잡습니다. 일단 가장 중요한 탈출 CP의 수정, 그것을 위한 진입스피드의 상승, 그리고 그 컨트롤을 위한 프런트 브레이크 조작의 세밀함. 큰 틀은 이 3단계였습니다.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선수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그 정도와 세세함의 차이가 모여 큰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기본적인 틀과 과제를 바탕으로 코스를 다시 한 번 이미지 메이킹 하고 두 번째 세션을 들어가려는 찰나,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제발 쏟아지지 말라 기도하며 다시 코스인, 초반 3랩 정도 빗방울이 헬멧을 두드리다 이내 멈춥니다. 하지만 노면을 살짝 적셨기에 무리하지 않고 노면 상황을 보며 서킷 적응을 해나갑니다. 그렇게 두 번째 타임이 끝나고 들어왔는데 빗방울 때문에 아쉬워하는 표정을 읽었는지 카가야마 선수가 바로 이어지는 EXPER A조에 같이 들어가겠냐고 합니다. A조는 과거 2T 레이스 머신들과 선수들의 조이지만 흐름이 비슷할 것 같다며 들어가도 된다고 합니다. 처음 타는 서킷이라 일단 많은 시간을 타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감사합니다!”하고 인사하고 주유 후 바로 다시 코스인 합니다. 이번엔 카가야마 선수가 앞에서 좀 더 고속으로 끌어주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월드클래스의 진가가 나옵니다. 제 페이스에 맞춰주고 있지만 코너 별로 참고하라며 페이스를 높일 때가 있는데 그때의 뱅킹, 속도, 탈출각, 가속 등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신세계였습니다. 제가 부담스러워하거나 두려워하는 부분에서도 더 높은 한계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며 페이스를 올렸습니다.


카가야마 선수

그렇게 거의 연속 50분을 타고 들어와 녹초가 되었지만 조금은 나아진 느낌에 기분은 아주 좋았습니다. 물을 마시며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시작합니다. 그때 나오미치 선수가 와서 좀 더 높은 페이스의 코스 공략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우라모토 나오미치 선수는 26세로 일본 JGP2 챔피언을 한 후 현재 세계 최선진국인 스페인 리그(CEV, ESBK) 1000클래스에서 동양인 유일 상위권을 랭크하고 있는 일본 스즈키 팀의 차기 에이스 선수 입니다. 나오미치 선수에게 집중 이론교육을 받고 점심을 먹은 뒤 마지막 타임 준비를 합니다. 원래는 25분이었지만 바로 이어지는 A조까지 합쳐서 연속 50분 주행을 했습니다. 체력적으로는 조금 힘들지만 최대한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마음으로 어금니를 꽉 깨물고 들어갑니다. 이번에는 나오미치 선수가 앞에서 선도하여 끌어줍니다. 젊고 기량도 패기도 넘칠 때라 그런지 카가야마 선수와는 또 다른 파워풀한 주행의 느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카가야마 선수는 저의 페이스를 맞추기 위해 교육모드로 달리셔서 그렇겠지만 나오미치 선수의 주행은 확실히 좀 더 패기가 있는 스타일이었습니다. 하이레벨 이지만 서로 다른 성향의 주행을 보니 이것 또한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페이스가 올라가자 불거진 문제가 한 가지 있었는데 바로 추월이었습니다. 제가 조금 페이스가 빠르다고 해도 대부분 선수 출신 선배님들이라 무리하지 않으면 추월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오미치 선수가 빠르게 추월해 나갈 때 같이 추월해나가지 못해서 거리가 멀어지는 상황이 점점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무리해서 추월했다가 충돌할 수도 있고 또는 서로에게 민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레이스도 아니고 게다가 외국인 이미지도 있어서 급한 마음을 억누르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추월을 시도 했습니다. 그렇게 25분을 타고 잠시 피트인 해서 물 한잔 마시고 마지막으로 카가야마 선수 선도로 코스인. 사실 이때 이미 힘이 거의 빠져서 녹초 상태였지만 조금이라도 더 배우기 위해 힘들 짜내어 주행했습니다. 페이스가 많이 올라서 기록에도 욕심을 내보았지만 중간에 주행하는 바이크들을 추월하는 게 쉽지 않아 포기했습니다. 클린 랩 1랩만 돌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오늘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기에 각 코너와 그 사이의 효율적인 통과에 집중했습니다. 마지막에 카가야마 선수가 뒤에서 봐주는데 잘하려고 하다가 두어 번 코스 아웃도 하고 나중에는 힘이 빠져서 또 코스 아웃하고… 그래도 체커 나올 때까지 힘껏 달렸습니다.


많은 것을 얻고 돌아가다

다음날 10시쯤 로비에 모여 요코하마에 있는 카가야먀 선수 워크샵을 방문했습니다. 크기가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워크샵 안에 엔진클린 룸과, 다이나모, 절삭가공, 도색, 랩핑까지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정갈하게 갖추어진 모습을 보니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엄청난 튜닝의 카타나와 팩토리 사양의 R1000R 등 여러대가 워크벤치에 있었고 지금까지 카가야마팀에서 함께 스즈카 내구레이스에 출전했던 케빈슈완츠, 노리유키 하가, 샤린 등 전설적인 선수들의 사진과 사인, 장비 등도 보였습니다. 워크샵 내부는 촬영할 수가 없어서 눈으로만 볼 수 있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그렇게 꿈같은 2박3일이 끝났습니다. 되돌아보니 아쉬움이 들었지만 이번만 기회가 아니기에 더 많이 제대로 준비해서 다음에 더 좋은 공부를 할 수 있게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스즈키 코리아, 엘프 오일, LS2헬멧, 와우모터스, RS타이치, 빅사이트, 스튜디오31, 원디자인, 커스텀게러지 등 스폰서 분들과 수고 많으셨던 팀원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인사 드립니다.

글/사진 조현(레이서, 스즈키 SLR타이치 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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