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놀라운 페이스로 나아가다, 재규어 I 페이스

모터 트렌드 입력 2019.01.23 13:29 수정 2019.01.24 10:3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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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의 첫 전기 SUV는 미래로 나아가는 재규어의 속도를 앞당기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지금 격변의 자동차 시대에 살고 있다. 20년 전까지 자동차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었다. 휘발유차냐, 디젤차냐. 하지만 지금은 전통적인 내연기관차부터 하이브리드, 전기, PHEV, 그리고 수소연료전지차까지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얹은 차가 공존한다. 10년 전만 해도 자율주행 기술이나 전기차는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렸지만 이젠 이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니, 전기차 세상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팔린 순수 전기차는 3만219대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팔린 전기차 대수 5만5395대의 절반을 뛰어넘는 수치다. 성장 속도가 가히 폭발적이다. 이 추세라면 올해 누적 판매대수 10만대도 가뿐히 넘지 않을까?

잘생겼다_재규어다운 우아한 디자인이 고스란하다. 프런트 그릴을 살린 건 정말 잘한 일이다.

재규어 I 페이스가 국내에 출시됐다. 재규어의 첫 전기 SUV이자 국내에 출시된 두 번째 프리미엄 전기 SUV다. 하지만 겉모습에서 전기차라는 걸 단박에 알아챌 단서를 쉽게 찾을 순 없다. 테슬라 모델이나 현대차 EV 모델에는 없는 프런트 그릴도 그대로 달렸다. “프런트 그릴을 없애지 않은 건 두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하나는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보다 효율적으로 냉각하기 위해서고, 또 다른 하나는 고속으로 달릴 때 프런트 그릴로 들어간 공기가 자연스럽게 뒤로 빠지도록 유도해 공기역학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프런트 그릴 안쪽에 액티브 베인(Active Vane)을 달았는데, 배터리와 전기모터가 달아올랐을 땐 이 액티브 베인이 열리면서 바깥 공기를 들이마십니다.” 재규어 상품기획 담당자의 말이다.

I 페이스는 ‘전기차가 꼭 미래적인 디자인일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전통적인 자동차 디자인을 그대로 담았다. 이상하거나 어색하거나 낯선 부분은 하나도 없다. 내연기관 엔진을 얹은 재규어 SUV보다 키가 조금 작고 앞뒤 오버행이 짧을 뿐이다. “보닛 안에 엔진과 관련 부품을 넣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앞뒤 오버행을 극도로 짧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휠베이스도 넉넉해졌죠. I 페이스는 길이가 4700mm인데 휠베이스는 2990mm에 달합니다. 비슷한 크기의 SUV 가운데 가장 긴 휠베이스를 자랑하죠.”

얼굴은 여느 재규어 SUV처럼 매끈하지만 뒷모습은 각을 세웠다. 그렇다고 날카로운 각은 아니다. 모서리를 부드럽게 다듬어 뾰족한 느낌을 덜어내고, 선을 우아하게 연결했다. 그 아래 각진 테일램프가 매력적인 뒷모습에 방점을 찍는다. 이산화탄소나 질소산화물 같은 물질을 배출할 일이 ‘1’도 없어 엉덩이 아래에는 머플러도 달지 않았다. 대신 상어 지느러미처럼 포인트를 준 검은색 장식을 달아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전기차 엉덩이에서 벗어났다. 옆에서 보면 날렵하게 떨어지는 보닛 라인과 엉덩이를 한껏 치켜세우고 각을 살린 뒤쪽 라인이 균형 있게 어우러진다. 일자로 쓱 그리지 않고 물결처럼 곡선을 살려 이어지도록 한 라인은 재규어의 캐릭터 라인 그대로다. 평소엔 숨어 있다가 스마트키의 열림 버튼을 누르면 튀어나오는 도어 덕에 옆 라인이 한층 매끈해 보인다.

미래로의 초대_두 개의 스크린으로 정리한 센터페시아 덕에 실내는 미래적인 분위기가 가득하다. 독특한 센터스택 왼쪽에 버튼으로 누르는 기어레버가 달렸다.

“오감을 자극하는 감성적이고 분위기 있는 실내를 디자인하려고 했습니다.” 재규어 디자인 디렉터 이안 칼럼의 말처럼 실내는 우아하고,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다. 가죽시트는 적당히 탄탄하다. 엉덩이가 반쯤 파묻히는 거실 소파처럼 한없이 푸근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엉덩이가 저릴 만큼 단단하지도 않다. 적당히 긴장감을 주는 탄성이다. 시트 포지션이 여느 SUV처럼 높지 않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게 좋다. 실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두 개로 정리한 센터페시아다. 위에선 오디오 조작부터 브레이크 압력 조절까지 차와 관련된 각종 기능을 설정할 수 있고, 아래에선 실내와 시트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아래의 디스플레이 양옆에 온도를 깨알같이 조절할 수 있는 둥근 다이얼을 달았는데, 다이얼 둘레에 오돌토돌한 패턴을 적용한 알루미늄을 붙여 돌릴 때 손에 느껴지는 감촉이 좋다. 국내에서 팔리는 I 페이스는 SE와 HSE, 그리고 초기 모델에만 붙는 퍼스트 에디션이 있다. 이 가운데 윗급 모델인 HSE와 퍼스트 에디션은 앞자리에 열선과 통풍은 물론 세 가지 메모리 기능을 갖춘 시트를 달았다.

우아한 실내_실내는 가죽을 넉넉히 둘렀다. 시트는 너무 무르지도, 너무 단단하지도 않게 적당히 몸을 잡아준다. 지붕엔 앞에서 뒤까지 넉넉히 하늘을 볼 수 있는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를 달았는데 열 수 없을 뿐 아니라 덮을 수도 없다.

디스플레이 아래에는 왼쪽으로 버튼으로 된 기어레버가, 오른쪽으로 주행모드를 설정할 수 있는 버튼과 차고를 높이거나 낮출 수 있는 버튼이 놓였다. 가운데가 뻥 뚫려 있는데 휴대전화를 두기에 딱 맞다(다만 무선 충전 패드가 없는 게 아쉽다). I 페이스는 2000년대 초반 볼보 모델처럼 가운데가 비어 있는 센터스택을 달았다. 그래서 옆에서 봤을 때 안이 보이는 게 근사하다. 센터스택 안쪽에는 운전석과 조수석 쪽에 각각 하나씩 USB 포트도 달았다. 센터스택 뒤에 놓인 센터콘솔은 500㎖ 우유팩 네 개를 꿀꺽 삼키고도 남을 만큼 넉넉하다. 컵홀더는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다. 센터콘솔 안쪽에도 두 개의 USB 포트를 넣었다.

시동 버튼은 위쪽에 달린 디스플레이 아래에 자리한다. 버튼을 누르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대신 까맣기만 하던 계기반에 둥근 게이지가 들어온다. 속도와 충전 상태, 주행거리 등을 보여주는 둥근 게이지 왼쪽에는 I 페이스의 옆모습이, 오른쪽에는 내비게이션 화면이 뜬다. 혹시 계기반 구성을 바꿀 수 있나 운전대와 디스플레이 기능을 모조리 살폈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바닥 좀 보소_12개의 셀로 이뤄진 36개의 배터리 모듈을 바닥에 깔았다. 용량은 90kWh, 무게는 603kg에 이른다.

I 페이스의 움직임은 매끈했다. 그리고 묵직했다. E 페이스나 F 페이스의 경쾌한 움직임과는 조금 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I 페이스는 바닥에 90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촘촘히 깔았다. 각각 12개의 셀로 이뤄진 36개의 배터리 모듈을 깔고 있는데 무게만 603kg에 달한다. 이토록 묵직한 배터리가 바닥을 지지하는 덕에 무게중심이 여느 내연기관 SUV보다 낮다.

I 페이스의 동력을 담당하는 건 앞뒤 액슬에 달린 영구자석 동기식 전기모터다. 두 개의 모터가 배터리에서 전기에너지를 받아 각각 35.5kg·m의 토크를 낸다. 최고출력을 마력으로 환산하면 400마력이다. 0→시속 100km 가속을 4.8초 만에 해치우는 실력이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면 ‘이이이잉’ 하는 전기모터 소리가 작게 실내로 들이친다. 그러면서 속도를 나타내는 숫자가 빠르게 올라간다. 화끈하지만 불안한 주행감각은 아니다. 특히 코너를 돌아나가는 폼이 일품이다. 뒤에 달린 인티그럴 링크 서스펜션이 양쪽 뒷바퀴를 노면에 착 붙이는 덕에 움찔하거나 뒤뚱거리는 기색 없이 매끈하게 코너를 돌아나간다. 쭉 뻗은 고속도로를 오염 물질 하나 내뿜지 않고 화끈하게 내달릴 수 있다니! 뭔가 우월한 기분마저 든다. 내가 진짜 지구를 걱정하는 얼리어댑터가 된 기분이다.

대부분의 전기차가 그렇듯 I 페이스도 깨알같이 배터리를 절약하기 위해 에너지 회생 제동 시스템을 갖췄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부터 활성화되는데 이 정도를 두 단계로 설정할 수 있다. 위쪽 디스플레이에 있는 ‘내 EV’에서 ‘높음’을 고르면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회수하기 위해 제동장치가 깊게 개입한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자마자 훅 하고 브레이크가 걸리는 느낌이다. ‘낮음’에서는 일반 내연기관차와 비슷하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도 서서히 속도가 줄어든다. ‘낮음’과 ‘높음’ 둘뿐이라는 게 조금 아쉽다.

HSE와 퍼스트 에디션 모델은 액티브 에어 서스펜션과 어댑티브 다이내믹스를 챙겼다. 액티브 에어 서스펜션은 시속 105km 이상으로 달릴 때 차체를 자동으로 10mm 낮춰 공기저항을 줄이고, 어댑티브 다이내믹스는 센서가 차체 움직임을 초당 최대 500번 모니터링해 댐핑 압력을 조절한다. 이렇게 아래에서 두 장비가 열일을 하는 덕에 승차감이 좀 더 안락하고, 움직임도 민첩하다. 그렇다고 울퉁불퉁한 요철이 아예 느껴지지 않는 건 아니다. 더욱이 시승차는 윈터타이어를 신어 다리 이음매나 홈이 파인 곳을 지날 땐 자잘한 진동이 엉덩이를 자극했다. 인티그럴 링크 서스펜션 탓에 뒤도 계속 출렁이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재규어의 다른 SUV보단 좀 더 진중한 모습이다.

배터리는 50kW나 100kW의 DC 콤보 방식 급속 충전기는 물론 7kW AC 가정용 충전기로도 충전이 가능하다. 80%까지 충전하는 데 드는 시간은 50kW 급속 충전기로 90분, 100kW 급속 충전기로는 40분이며, 7kW 가정용 충전기로는 10시간이 걸린다. 가득 충전했을 때 주행거리는 333km다. 쉐보레 볼트나 코나 EV보단 짧지만 경기도 광주에서 서울 강남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내 기준으로는 월~금요일까지 충전 없이 출퇴근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충전을 마칠 때까진 ‘록’이 걸려 있어 충전 케이블을 뺄 수 없으니 혹시라도 밤새 꽂아뒀다가 도난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I 페이스는 각종 안전기술도 가득 챙겼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은 앞차의 움직임에 따라 스스로 멈췄다 달리는 큐어시스트 기능을 품었고, 고속 비상 브레이크 시스템은 충돌할 것 같은 상황에서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아 멈춘다. 탑승객 하차 모니터링은 뒷자리에 탄 사람이 내리려고 할 때 만약 뒤쪽에서 차나 바이크가 오고 있다면 도어 안쪽에 달린 경고등을 켠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바꾸면 운전대를 돌려 차선 안으로 넣어주는 차선 유지 어시스트도 있다. 이 같은 장비 덕에 20초 남짓 동안 자율주행도 경험할 수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을 켠 다음 큐어시스트가 활성화되면 계기반 왼쪽에 초록색 운전대 모양 아이콘이 뜬다. 자율주행이 가능하단 아이콘이다. 20초 넘게 운전대를 잡지 않으면 경고음이 울린다. 그래도 잡지 않으면 15초 후에 스티어링 어시스트가 해제된다.

다양한 안전 장비 가운데 눈에 띄는 건 AVAS(Audible Vehicle Alert System)다. 엔진 소리가 나지 않아 보행자가 차를 인식하지 못할까 봐 시속 20km 미만으로 달릴 땐 프런트 그릴 뒤쪽에 달린 스피커에서 경고음이 울린다. 그렇다고 시끄러운 클랙슨 소리가 울리는 건 아니다. 우주선에서 영감을 받아 사운드를 개발했다고 하는데 피아노 건반 하나를 누르고 있을 때 여운이 남는 것처럼 낮게 퍼지는 소리가 귀를 거슬리지 않고 우아하게 경고한다.

오프로드도 거뜬합니다_I 페이스는 재규어의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SPC)을 물려받아 미끄러운 곳에서도 거뜬하다. 배터리팩을 완전히 밀봉해 최대 50cm 깊이의 물속도 거뜬히 통과할 수 있다.

짜릿하고 화끈한 달리기를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죄책감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건 I 페이스의 가장 큰 장점이다. 더욱이 I 페이스는 선뜻 다가가기가 망설여질 만큼 이질적인 외모도 아니다. 오히려 겉모습에서는 내연기관차와 크게 다를 게 없다. 지난해 롤스로이스가 국내에서 132대를 팔았다. 처음으로 연간 판매대수 100대를 넘었다며 자랑하는 보도자료를 보냈다. 롤스로이스를 사려는 사람들이 기웃거릴 만한 전기차는 지금까지 테슬라뿐이었다. 이제 그들에게도 선택지가 늘었다.


재규어 I 페이스 EV400 SE/ HSE/ 퍼스트 에디션

기본 가격 1억1040만원~1억2800만원

레이아웃 앞뒤 모터, AWD, 5인승, 5도어, SUV

모터 영구자석 동기식 전기모터, 400마력(합산), 71.0kg·m(합산)

변속기 1단 자동

배터리 용량 90kWh

충전 규격 DC 콤보

공차중량 2285kg

휠베이스 2990mm

길이×너비×높이 4700×1895×1560mm

CO₂ 배출량 0g/km

주행가능거리 333km


CREDIT

EDITOR_서인수   PHOTO_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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