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전기차를 만드는 이유는?

조회수 2019. 2. 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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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국내에 전기차를 판매하는 차량 제조사가 급격히 늘었다. 또 아직 전기차를 만들지 않는 회사 까지도, 올해 중으로 전기차를 출시할 것이라고 선언하는 등 도로에 전기차가 넘칠 날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이전에도 골프 카트나, 단거리용 소형 전기차를 만드는 곳은 있었다. 하지만 적은 수였고, 극히 짧은 거리만 다닐 수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수는 몇 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주행거리도 기존 내연차량을 대체할 만큼 늘었다. 전기차를 만들지 않을 것 같던 회사도 전기차 제조에 뛰어들었다. 덕분에 거리에서 순수 전기차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전기차가 이리도 늘어난걸까?

사람들은 전기차 시대로 변한 것이라고 말한다. 고성능의 모터와,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리튬-이온 고밀도 대용량 배터리(60kWh)가 보급되어서일까? 순수 전기차에서 배터리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30-50%로 무척 고가의 부품이다. 게다가 새롭게 개발하는 차량이지만, 규모의 경제가 완성된 다른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수백만 대씩 대량으로 팔 수 없다.

초기 전기차를 내놓았던 차량 제조사들은 꽤 많은 손해를 보면서 전기차를 팔았다. 순수 전기차인 피아트 500e는 한 대 판매할 때마다 14,000달러의 손해를 입는다. GM의 1세대 쉐보레 볼트(Volt) PHEV는 1대 판매할 때 마다 49,000달러의 손해를 입는다. 쉐보레 볼트(Bolt) EV때는 조금 줄어들어, 한 대 판매할 때 약 9,000 달러의 손해라고 알려져 있다.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기업이 이렇게까지 손해를 보면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이유가 뭘까.

 

말 안듣는 제조사는 과징금 채찍으로, 친환경차 의무 판매 규제

정말로 전기차가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CO2 규제 때문이다. 말로 안통하면 과징금을 징수하는 방법이 제일이다. 중국은 차량판매량의 10%를 친환경차로 판매하도록 강제했다. 벌금은 없지만 판매량을 지키지 못할 경우, 다른 차량제조사로부터 크레딧을 구매해야 하니 차라리 과징금이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규제에 해당하지 않는 제조사는 페라리나 맥라렌, 람보르기니 같은 극도로 소규모의 차량을 파는 제조사뿐이다. 미국은 1990년부터 캘리포니아주에 무공해차량(Zero Emission) 의무판매 제도가 있고, 다른 제조사에서 부족분을 구매해야 하는 크레딧 방식이다. 크래딧은 개당 5,000달러이고, 부족분을 내버려두면 주 정부에서 벌금이 부과된다. 전기차가 없는 토요타는 2017년 기준 3만 5천개가 넘는 무지막지한 크레딧을 구매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천억 가까이 되는 돈이다. 무공해차량 의무판매제도는 10개 이상의 다른 주정부로도 정착되었다.

EU는 2013년부터 한 해동안 판매된 차량의 평균 CO2 배출량에 따라 벌금을 부과한다. 2015년까지는 130g/km을, 2020년까지는 95g/km을 지켜야 한다. 2021년부터는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에 벌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체의 예상에 따르면 볼보, 토요타, 르노 닛산 얼라이언스, 랜드로버 4개 제조사만 벌금을 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이제는 내연기관의 판매마저 금지된다. 독일의 경우 2030년, 영국, 프랑스의 경우 2040년부터 내연기관만 장착된 차량은 판매할 수 없다. 파리 협정 때문이다. 이 협정은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의 후속 이행 서약이다. 파리 협정은 2050년까지 순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따라서 이를 지키기 위해,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과감히 내연기관의 퇴출을 결정한 것이다.

 

3개월 된 신차, 40% 할인 판매의 이면

국내에도 중국처럼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를 도입하기 위해 국회에서 검토중이다. 일정 비율이상 판매하지 못할 경우 과징금을 내야 한다. 제조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수도권은 현재 수도권대기환경청의 특별법에 의해 저공해자동차 보급비율이 의무판매제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해당하는 제조사와 수입사는 연평균 3천대 이상 판매하거나 총중량 3.5톤 이상 승합, 화물차를 연평균 300대 이상 판매하는 업체이다. 2018년 기준으로는 3년 평균 판매량의 10%를 친환경차로 판매해야 한다.

무조건 친환경차여서 보급대수를 채우진 않는다. 저공해자동차의 수준(1, 2, 3종)에 따라, 또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할수록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 수도권환경청의 특별법에 아직 과징금을 부과하진 않는다. 대신 저공해 자동차를 기준보다 초과해서 판매할 경우 다음 해에 초과량의 120%를 보급대수로 인정해준다. 만일 지키지 못할 경우에는, 미달된 보급대수의 120%를 다음 해 추가로 보급해야 한다. 최근 어떤 수입사의 경우, 특별법을 지키기 위해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형 저공해차량 3,048대를 30-40%가까이 할인해서 판매했다. 비슷한 연유로 다른 수입사도 출시후 몇 개월지 지나지 않은 신형 저공해차량 2천여 대를 최대 30%에 가깝게 할인해서 판매했다.

 

온실가스 뿜뿜 미국차, 예외조항 없으면 국내 못팔아

머슬카와 픽업트럭의 천국인 미국은 대배기량 엔진을 많이 쓴다. 그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많다. 미국은 교토의정서 채택 논의 당시, 중간에 거부하는 바람에 한때 협약이 물거품이 될 뻔 했다. 파리 협정 역시 탈퇴했다. 미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5년 146g/km, 2020년 113g/km, 2025년 89g/km까지 감축하기로 했다. 국내 기준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대 배기량 가솔린차들 위주인 미국차들을 국내에 팔기 위해 한미 FTA 조항에 에코이노베이션 기술과 크레디트 제도를 삽입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은 자국 차량을 국내서 판매하고 있다.

에코이노베이션 기술이라는 것은 실제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는 측정되지 않지만, 자동차의 성능, 안정성 개선과 관계있는 기술을 말한다. 기존에는 기업의 제품 개발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만일 에코이노베이션 기술로 인정받을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공회전제한장치(ISG), 고효율 LED 헤드라이트, 엔진룸 단열/열관리 기술, 발전기 효율 향상, 에어컨 효율 개선 / 냉매 누기 감소, 폐열회수장치, 태양전지판, 능동제어 공기저항 저감, 능동 변속기/엔진 조기예열, 차량실내 온도 상승 억제가 있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4g/km까지 저감해서 인정받을 수 있다.

 

온실가스의 고향

CO2 배출량 규제는 UN 기후변화 협약에서 구체적인 이행을 약속한 교토의정서와 파리 협정을 그 근간으로 한다. 교토의정서에는 이산화탄소(CO₂), 아산화질소(N₂O), 메테인(NH₄),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₆), 수소불화탄소(HFC)를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로 분류했다. 자동차 내연기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연소 과정과 석유화학 제품공정에서 이산화탄소와 아산화질소, 메테인이 발생한다. 과거 불소로 불렀던 플루오린(F)의 화합물들은 오존을 대신해 반도체 세척 공정에서 사용하거나, 초고압 전기스위치의 절연용 가스 충진재, 에어컨이나 냉장고의 냉매를 만드는데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다.

 

아직은 비싼 전기차의 가격, 보조금 없이는 어려워

우리나라 역시 교토의정서, 파리 협정에 따라 이행해야 하는 국가다. 국내에서는 아직 자동차 제조사들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국내 대기환경 보전법 시행령은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5년까지 140g/km, 2020년까지 km당 97g 미만으로 감축하는 것이 목표로 되어있다. 그러다보니 친환경차 보급은 더욱 공격적이 될 전망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작년 PHEV인 GLC 350e 4MATIC을 국내 출시한 바 있다. 올해 초에는 EQ 브랜드의 세 번째 모델인 EQC를 선보였다. 신형 산타페와 비슷한 크기의 순수 전기 SUV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올해 중 출시예정이라고 한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60kWh 배터리를 장착한 쏘울 부스터 EV와 아이오닉 일렉트릭 40kWh 모델을 출시한다. 미니는 미니 일렉트릭을, 포르쉐는 전기차 타이칸, 폭스바겐은 전기차 I.D를, 아우디는 e-트론을 출시할 예정이다. 전기차는 이제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왔다. 하지만 배터리가 차량 가격의 40-50%를 차지하는 만큼 여전히 정부 구매보조금 없이는 구입하기 힘들다. 환경부는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1인당 친환경 차량 보조금 금액을 줄였다. 2017년과 2018년 예약개시 수 분만에 완판되었던 쉐보레 볼트 EV도 올해는 별다른 소식이 없다.

각 차량제조사들은 전기차의 부품과 기술개발에 들어갔다. 폭스바겐, 현대기아차는 배터리를 비롯한 중요 부품들을 직접 제조하여, 제조단가를 낮추고 수익을 늘릴 계획이다. 곧 2021년은 다가올 것이고 그 전에 가격을 낮춰 이산화탄소 평균배출량을 확 떨어뜨리지 않으면 과징금 폭탄이 기다린다. 언제나 말을 잘 듣는 명마에겐 당근이 좋은 수단이겠지만,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제로에 도달하려면 채찍질이 절실하다. 결국 지금 상황에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라는 이 거대한 흐름을 거부할 수 없다. 단순히 수익 문제 정도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에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기술개발과 생산설비 추가, 인프라 구축 등을 부담하더라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오면서 기존 시장의 지배자였던 노키아나 모토로라가 순식간에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지거나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버리고 샤오미나 화웨이 같은 신흥 주자들이 시장을 장악한 사례를 보더라도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는 너무나 명확하다. 스마트폰이 IT 시장의 흐름을 극명하게 바꿔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되어버렸듯 5년후 10년 후에 자동차 시장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장이 되어버릴 가능성도 있다. 바로 그것이 기업들이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까지 전기차를 만드는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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