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름 값 대결, 기아 스포티지 vs. 쌍용 코란도

모터트렌드 입력 2019.05.19 10:2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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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준중형 SUV 두 대를 맞붙였다. 그런데 승부는 생각보다 시시하게 끝났다

코란도와 스포티지 대결. 누군가는 소형과 중형 SUV 사이에 끼어 별 볼일 없어진 준중형 SUV의 싸움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두 차는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대표 SUV들이다. 코란도는 국내 최장수 단일 모델로 역사만 40년이 넘었다. 쌍용차는 물론 국내 자동차 산업에서 봐도 의미가 깊은 차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코란도는 2011년(코란도 C)이 돼서야 모노코크 섀시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얼마 전 세대교체를 거쳤다. 도심형으로 성격을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은 셈이다.

스포티지는 1993년 데뷔했다. 역사도 길지만, 그보다는 당시엔 보기 힘든 도심형 콤팩트 SUV였다는 점이 더 큰 특징이다. ‘세계 최초’ 타이틀은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콘셉트만큼은 상당히 앞섰다고 할 수 있다. 토요타 라브4와 혼다 CR-V가 벤치마킹을 했을 정도니 말이-다. 현행 스포티지는 2015년 데뷔한 4세대. 작년 여름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상품성을 개선했다.

시승차는 코란도가 1.6ℓ 디젤, 스포티지는 2.0ℓ 디젤이다(모두 앞바퀴굴림). 배기량보단 가격을 고려해 선정한 결과다. 성능 차이보단 가격이 더 크게 작용하는 세그먼트라서다. 차체 크기는 두 차가 거의 비슷하다. 스포티지가 45mm 길고, 15mm 넓지만 휠베이스는 코란도가 5mm 길다. 출력 차이는 적지 않다. 코란도의 최고출력은 136마력, 최대토크는 33.0kg·m인 반면 스포티지는 186마력, 41.0kg·m다.

주행 품질 및 핸들링

코란도는 일취월장했다. 이전 세대인 코란도 C와는 비교할 필요도 없고, 쌍용차 최대의 베스트셀러이자 꾸준히 상품성을 다듬어온 티볼리와도 격을 달리한다. 내가 평가하는 주행 품질과 핸들링에서도 이런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게 기분 좋을 지경이다.

주행품질 향상은 정말 칭찬할 만하다. 일단 조용하고 매끈하다. 디젤 엔진의 소음과 진동 차단 부분에서 코란도는 세계 정상급이다. 실내로 전달되는 소음과 진동을 차단하는 NVH 설계도 우수하지만, 엔진도 조용하고 매끄럽다. 승차감도 경쾌하면서 적당히 부드러워 차분히 달릴 때면 기분이 맑아지는 설정이다.

하지만 핸들링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고속도로 크루징에서는 너무 편했어. 그런데 서울 시내에 들어오니 이야기가 달라지더라고.” 이진우 편집장의 말은 코란도의 이런 면을 함축한다. 부드럽고 느긋하게 움직이는 서스펜션과 지름이 큰 운전대, 그리고 빠르지 않은 스티어링 기구가 고속도로에서는 편안하게 다가오지만 방향 전환이 많은 시내에서는 굼뜨게 느껴지는 것이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승차감은 좋지만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을 만나면 차 앞머리가 붕 떠오르는 스카이 훅 현상을 일으킨다. 오프로드 성향의 모델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특성으로, 정교한 응답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좋든 싫든 코란도는 운전대를 잡으면 실제 크기보다 더 큰 차처럼 느껴진다.

가장 아쉬운 점은 일관성이 떨어지는 조향 감각이다. ‘록 투 록’이 3회전이나 되는 것으로 보아 코란도의 운전대 반응은 느긋한 것이 정상이다. 실제 운전 감각도 그렇다. 그런데 운전대를 조금만 돌리는 상황에선 매우 민첩한 차인 것처럼 앞머리를 빠르게 꺾는다. 그래서 슬라럼은 꽤 잘 해낸다. 그런데 급차선 변경처럼 좀 더 빠르고 큰 각도를 요구하면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앞바퀴가 미끄러진다. 주행안정장치는 이렇게 발생한 언더스티어를 해결하기 위해 개입하는데, 그 과정이 또 너무 거칠다.

화려하고 생기가 넘치는 코란도에 비해 스포티지는 차분했다. 코란도가 SUV의 감각을 갖고 있다면 반대로 스포티지는 높은 세단처럼 안정적이었다. ‘록 투 록’은 2.6회전으로 코란도보다 짧지만 운전대 초기 반응은 의외로 더 차분했다. 그리고 그 감각이 끝까지 유지됐다.

바로 이런 ‘한결같음’이 스포티지의 강점이었다. 승차감도 속도 영역에 크게 좌우되지 않고 자신만의 감각을 유지하는 평정심이 느껴졌다. 이런 세팅은 운전자에게 이해가 쉽고 믿음직하다는 신뢰감을 준다.

그리고 스포티지는 조종 한계에 다가설수록 숨겨진 실력을 넌지시 보여주는 내공도 발휘했다. 슬라럼 테스트에서 앞바퀴는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한결같은 템포를 보여줬다. 속도를 높이면 조금씩 처지기 시작했지만 뒷바퀴가 적절히 각도를 줄이면서 언더스티어를 상쇄하는 덕분에 불안감은 전혀 없었다. 급차선 변경 테스트에서도 주행안정장치가 민첩하고 섬세하게 개입했다. 요즘 현대·기아 자동차의 주행안정장치는 완성도가 대단히 높다.

하지만 스포티지에게도 단점이 있었다. 바로 진동이다. 소음은 어느 정도 잡아냈지만 차체 바닥을 통해 시트로 전달되는 진동은 차단하지 못했다. 사실 스포티지에 들어가는 R 엔진은 진동과 소음이 매우 큰 엔진이다. 신형 디젤 엔진이 나올 때가 지난 것 같은데, 상황이 녹록지 않은 모양이다.

쌍용 코란도

주행 성능과 테스트 결과

가속 성능에서는 예상대로 차이가 컸다. 그러나 시속 40km 부근까지는 코란도가 의외로 잘 따라왔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스포티지의 더딘 초기 반응이었고, 두 번째는 시가지 속도 영역에 맞게 조절한 코란도의 기어비 덕분이었다.

하지만 속도가 올라갈수록 두 모델의 차이는 벌어졌다. 스포티지는 2단 끝 또는 3단 시작 부근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했지만 코란도는 4단으로 갈아탄 후 한참을 달려야 도달했다. 코란도는 엔진을 열심히 돌리고, 기어를 바쁘게 바꾸며 출력과 배기량의 핸디캡을 만회하려 했지만 잦은 변속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기아 스포티지

그리고 스포티지는 4500rpm 전후까지 시원하게 회전수를 올리는 반면 코란도는 4000rpm을 넘기지 않고 기어를 바꿨다. 기어 개수나 기어비 차이보다도 일찍 변속하는 세팅이 문제였던 것이다. 3000rpm 이하에서 토크를 최대한 발휘하도록 설정한 까닭에 고회전 영역의 활용성이 떨어지게 된 것 같다. 코란도는 3500rpm 이상에서 진동이 갑자기 커지고 흡기음도 거칠어졌다. 실용 영역에서 빛났던 코란도의 엔진. 그러나 산전수전 다 겪은 스포티지의 R 엔진을 이길 순 없었다.

제동 테스트 기록은 막상막하였다. 그러나 감각은 천지 차이였다. 스포티지는 날카로운 초기 반응과 무거운 R 엔진 때문에 ‘노즈 다이브’ 현상을 크게 일으켰다. 하지만 끈끈한 뒤 서스펜션과 정교하게 압력을 조절하는 ABS가 상황을 수습하고 곧 안정을 되찾는다. 반면 코란도는 일관성을 보였다. 그러나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급제동 시 무너지는 움직임을 잘 다스리지 못했다. 이것만 해결한다면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코란도의 섀시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

글_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운전석과 실내 공간

“어제 스포티지를 몰고 갔잖아. 집에 도착해서 엔진을 끄고 도어를 여니까 스포티지가 내게 말했어. ‘전화기가 충전 패드에 있습니다’라고. 세심한 배려에 마음을 홀랑 빼앗겼지 뭐야. 무언가를 놓고 내렸을 때 챙겨주는 차는 처음이야.” 내가 옆자리에 앉자마자 이진우 편집장이 신이 난 듯 말했다. 그 말 한마디로 스포티지는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코란도는 크기에 비해 공간을 넓게 잘 뽑았어요. 두 차의 앞자리 레그룸 수치는 비슷한데 코란도가 더 널찍해 보여요.” 고정식 에디터가 큰 소리로 말했지만 이미 스포티지에 마음을 빼앗긴 이진우 편집장은 동요하지 않았다. “코란도는 대시보드에 가로선을 많이 사용해 실내가 광활해 보여요. 착시효과를 제대로 살렸어요.” 김선관 에디터의 이 말에 이진우 편집장이 한마디 했다. “코란도는 스포티지처럼 챙겨주지 않잖아. 맞다, 무선충전 패드도 없지?”

코란도는 딜라이트 트림(2543만원)부터 디지털 계기반과 10.25인치 모니터, 인피니티 무드램프를 포함한 블레이즈 콕핏 패키지(180만원)를 옵션으로 넣을 수 있다(가장 아랫급의 2216만원짜리 샤이니는 블레이즈 콕핏 패키지를 넣을 수 없다. 아날로그 계기반과 구형 모니터가 달린다). 코란도의 디지털 계기반은 화면을 여러 종류로 바꿀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우디 버추얼 콕핏처럼 내비게이션 지도를 띄울 수 있다. 애플 카플레이의 내비게이션 지도를 띄우진 못하지만 음악 정보는 보여준다. 큼직한 센터페시아 모니터에서는 차의 각종 기능을 터치로 실행할 수 있다.

세련된 디지털 계기반과 모니터로 첨단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코란도에 비해 스포티지의 실내는 투박하고 초라하다. 아날로그 계기반은 가운데 작은 디스플레이에 주행 정보만 띄우고, 손바닥만 한 모니터는 내비게이션의 지도를 시원하게 보여주지 못한다. “스포티지는 너무 많은 버튼이 한데 몰려 있어서 무척 복잡해 보여요. 실내도 전반적으로 구식이고요. 반면 코란도의 실내는 좀 더 세련된 느낌이에요.” 고정식 에디터가 스포티지의 센터페시아 버튼을 누르며 얼굴을 찌푸렸다. “나온 지 오래된 만큼 구식인 건 어쩔 수 없어 보여. 나도 처음엔 코란도의 화려한 장비와 실내에 마음이 기울었어. 하지만 정작 시트에 앉아보고 이것저것 만져보니 마음이 바뀌었지. 스포티지는 코란도보다 시트도 편하고, 전반적으로 소재가 좋아.”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스포티지의 시트와 소재를 칭찬했다.

시승차로 온 두 차 모두 가장 윗급 모델이라 각종 편의장비를 그득하게 챙겼다. 앞자리에 열선과 통풍, 전동 시트를 달았고 열선 스티어링휠을 품었으며,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도 갖췄다. 두 차 모두 크루즈컨트롤로 고속도로를 달릴 때 과속카메라 앞에서 스스로 속도를 제어하는 기능(코란도는 90만원짜리 딥컨트롤 패키지 Ⅱ에, 스포티지는 133만원짜리 UVO 내비게이션 팩에 이 기능이 포함된다)도 챙겼다. “그런데 왜 출시된 지 두 달도 안 된 코란도에는 무선충전 패드가 없는 거야?” 내 말에 김선관 기자가 맞장구를 쳤다. “코란도의 옵션은 화려해요. 라디오 녹음 기능도 있고, 공회전 방지장치의 작동 누적시간을 계기반에 친절히 표시하죠. 하지만 막상 중요한 게 빠졌어요. 공조장치와 변속레버 사이에 있는 공간에 무전충전 패드가 달려 있을 것 같지만 그냥 거치대에 불과하고, USB 포트도 하나뿐이에요.” 우린 모두 코란도의 실내가 좀 더 세련됐다는 데 동의했지만, 쓸모 있는 편의장비나 시트는 스포티지가 낫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뒷자리는 스포티지의 완벽한 승리다. 코란도 뒷자리는 시트가 단단한 데다 엉덩이 쿠션이 짧아 앉았을 때 불편했지만 스포티지는 푸근하게 몸을 감쌌다. 게다가 코란도 센터콘솔 뒤에는 USB 포트 대신 220V 콘센트가 달려 있었다. 요즘 누가 220V 코드로 충전을 한다고. 참고로 스포티지 뒷자리에는 USB 포트와 시가잭이 있다.

트렁크 역시 스포티지의 승리다. 편집부에서 유일하게 아이가 있는 박호준 에디터는 두 차의 트렁크를 비교하자마자 스포티지의 손을 들었다. “코란도는 트렁크 입구 높이가 너무 높아서 유모차를 싣기에 불편해 보여요. 트렁크 공간도 스포티지에 비해 넉넉하지 않고요.” “코란도는 밤에 봐야 해. 글러브박스 위와 도어 트림에 깊이감이 있는 라이트가 켜지는데 은근 신기하고 분위기도 좋아져. 이게 인피니티 무드램프라지? 아무튼 코란도는 ‘낮져밤이’ 스타일이야.” 이진우 편집장의 말에 우린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글_서인수

기아 스포티지

연비

13.9km/ℓ. 이 숫자는 <모터트렌드> 사무실에서 시승 장소까지 2.0ℓ 엔진의 스포티지가 이동하면서 기록한 평균연비다. 그럼 1.6ℓ 엔진의 코란도는? 12.6km/ℓ였다. 보통 엔진 배기량이 크면 연비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대결은 정반대의 상황이 나왔다. 주행 조건을 똑같이 맞춘 상황에서 뽑은 결과는 아니지만, 그래도 성향을 가늠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거리는 평소처럼 약 70km로 도심 30%, 고속도로 70%의 비율이었다.

“이럴 수 있는 건가요?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두 차의 제원과 계기반에 뜬 연비를 번갈아 살피던 박호준 에디터가 입을 열었다. “엔진 배기량도 그렇지만 공인연비, 공차중량 모두 코란도가 우세한데 스포티지가 이기다니요? 정말 두 차가 비슷한 속도로 온 것 맞아요?” 박호준 에디터는 코란도와 스포티지의 운전대를 잡은 이진우 편집장과 나를 의심했다. 코란도의 공인연비(시내, 고속도로, 복합)는 13.2, 15.5, 14.1km/ℓ, 스포티지는 12.9, 15.1, 13.8km/ℓ다. 미세하지만 코란도가 앞선다. 공차중량 역시 코란도가 75kg이나 가볍다(코란도의 공차중량은 1640kg, 스포티지는 1715kg이다). 심지어 타이어조차 코란도가 유리하다. 코란도는 넥센 엔프리즈 RH7(235/50 R19), 스포티지는 금호 크루젠 프리미엄(245/45 R19)을 신는다. 코란도의 타이어 단면 폭은 235mm인 반면 스포티지는 245mm다. 접지면이 클수록 마찰력이 커지기 때문에 연비 측면에선 당연히 불리하다.

쌍용 코란도

“코란도 입장에선 굉장히 뼈아플 것 같은데, 변속기를 보면 또 그렇지도 않아.”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입을 열었다. “코란도는 6단 자동변속기를, 스포티지는 8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하거든(스포티지는 2018년 부분변경을 통해 변속기를 6단에서 8단 자동으로 바꿨다). 기어가 더 많으니까 연비 면에서 유리할 수밖에. 올 때 보니까 시속 100km에서의 엔진 회전수도 스포티지가 더 낮더라고.” 시속 100km에서의 엔진 회전수는 코란도가 1800rpm, 스포티지는 1500rpm이었다.

<모터트렌드> 유튜브 채널에서 ‘MT 키워드’를 진행하는 수다쟁이 고정식 에디터는 코란도의 애매한 세팅에 불만을 토로했다. “항속 주행을 하면 빠르게 톱기어를 물어 엔진 회전수를 낮춰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아. 시속 80km에 다다라서야 6단을 물어. 반면 스포티지의 8단 자동변속기는 어떻게든 엔진 회전수를 낮추려고 하더라고.” 다들 그 상황을 이해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들은 ‘설명요정’ 류민 에디터도 한마디 거들었다. “스포티지의 8단 자동변속기는 변속이 매끄럽고 전달 효율도 참 좋아. 록업 클러치가 빨리 작동해 발진 가속에선 밀도가 높고 기어를 적극적으로 갈아타서 엔진 회전수도 낮게 유지해. 요새 현대·기아 자동차가 변속기를 꽤 잘 만든다니까.”

코란도 1.6ℓ 디젤 엔진의 최고출력은 136마력이다. 일상적인 시내 주행에서는 힘 부족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문제는 추월할 때나 경사로를 오를 때다. 엔진만 시끄럽게 울어댈 뿐, 속도는 시원하게 올리지 못했다(티볼리에도 들어가는 엔진으로, 10마력을 올렸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안타깝지만 코란도는 연비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음에도 스포티지를 넘어서지 못했다.

글_김선관

구매와 소유 비용

그것 참 혼란스러웠다. 김선관 에디터는 “어떻게 이럴 수 있죠?”라며 이리저리 눈을 굴렸고 주찬휘 어시스턴트는 혹시 무언가 잘못된 게 아닌지 연신 가격표를 뒤적였다. 문제는 2.0ℓ 스포티지와 1.6ℓ 코란도의 가격 차이에서 시작됐다. 스포티지가 더 큰 엔진인데도 코란도보다 저렴했기 때문이다. 시승차는 똑같이 앞바퀴굴림 방식이었다. 그때 척척박사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입을 열었다. “사실 엔진은 배기량이 달라도 원가 차이가 크지 않아. 그런데 변속기는 이야기가 다르지. 이건 스포티지가 싸다고 볼 수밖에 없겠어.”  <모터트렌드>의 ‘나무위키’라고 불리는 고정식 에디터가 말을 받았다. “스포티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50만대 이상 팔렸어요. 기아차에서 가장 잘 팔리는 모델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네요. 박리다매 전략인 걸까요?” 시끄러운 와중에도 침착하게 스마트폰으로 견적을 내고 있던 서인수 에디터가 ‘팩폭’으로 코란도의 뼈를 때렸다. “알뜰살뜰하게 옵션을 넣은 코란도가 마음껏 옵션을 추가한 스포티지보다 비싸.”

이대로라면 코란도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질 판이다. 그래서 시승차를 기준으로 코란도가 스포티지보다 나은 점을 찾아봤다. 참고로 두 차 모두 가장 상위 트림(코란도 판타스틱, 스포티지 인텔리전트)에 추가 옵션이 들어가 있었다. 우선 코란도는 스포티지에 없는 운전석 무릎 에어백이 있다. 또한 미러링이 가능한 10.25인치 디지털 계기반과 보고 있으면 빠져들 것 같은 인피니티 무드 램프도 있다. 이 밖에도 코란도는 탑승객이 내리려고 할 때 뒤에서 다른 차나 바이크가 접근하면 경보를 울리는 탑승객 하차보조 장치를 가지고 있다.

소유 비용은 코란도가 살짝 앞선다. 보험료는 비슷하고, 소모품 비용에서 코란도가 약 6만원 저렴하다. 표에는 없지만 자동차세 역시 코란도가 1년에 22만원 정도 적다. 기아차엔 없는(현대차엔 있다) 보증연장 프로그램을 쌍용차는 최대 7년/15만km(110만원)까지 제공한다. 코란도가 구매 비용에서 까먹은 점수를 소유 비용에서 야금야금 만회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코란도를 완전히 외면했다. 연비 부분에서 스포티지가 코란도를 이겼다는 소식이 날아든 것이다. 공인연비를 뒤집은 결과였다. 보통 작은 엔진은 출력이 떨어지는 대신 연비가 좋다. 1.6ℓ 엔진의 코란도가 2.0ℓ 엔진의 스포티지보다 연비가 나쁘다는 건, 돌이키기 어려운 결정타였다. 높은 출력을 발휘하며 연료까지 덜 먹는 차를 마다할 사람은 없다. 혹시나 싶어 프로모션을 알아봤지만 스포티지의 승리를 확정 지을 뿐이었다. 스포티지는 50만원 현금 할인에 생산월별 최대 100만원 추가 할인(4월 기준)을 제공하는 반면 코란도는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할인 혜택이 없다.

‘혼돈의 카오스’로 시작한 구매와 소유 비용 대결. 하지만 끝은 명료했다. 스포티지가 이겼다. 누군가는 ‘1.6ℓ 모델끼리 비교했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가 굳이 스포티지 1.6ℓ 모델을 언급하지 않은 건 코란도를 위한 배려다. 같은 1.6ℓ 모델끼리 비교하면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코란도를 이미 구매했거나 구매할 예정이라면, 스포티지는 멀리하는 것이 좋다. 복통이 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글_박호준

최종 결론

6:1. 승부는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스포티지의 승리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번에는 가격을 고려해 시승차를 맞췄다. 그래서 우린 이로 인한 가속 성능 차이는 될 수 있으면 배제하기로 했다. 나름 형평성을 맞추다 보니 오히려 구매와 소유 비용에서 스포티지가 불리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코란도가 우세를 보이는 점은 별로 없었다. 연비마저도 스포티지가 더 좋았다. 물론 연비가 승부처는 아니었다. 결정을 좌우할 만큼 차이가 크진 않았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코란도는 섬세하지 못했다. 눈으로 보기엔 좋았지만 정작 필요한 편의장비를 잘 챙기지 못했고, 패키징도 엉성한 구석이 많았다. 아무리 젊은 층이 주로 찾는 준중형 SUV라지만, 뒷좌석에 대한 배려나 짐 공간 구성에 대한 공부도 부족한 편이었다.

무엇보다 가격 정책이 가장 큰 문제였다. 1.6ℓ 디젤 코란도가 비슷한 장비 구성에 출력은 물론 연비까지 더 뛰어난 2.0ℓ 디젤 스포티지보다 비싸다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가성비’를 앞세운 티볼리로 큰 성공을 거둔 쌍용차가 대체 왜 그랬을까? 시장 분위기를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물론 코란도만 보면 눈부신 발전을 이룬 것이 분명하다. 전체적인 균형이나 상품성이 기존 모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됐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건, 코란도가 가진 문제 대부분이 해결이 그리 어려운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쌍용차는 필요한 개선이 있다면 시기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곧장 단행한다. 조직이 가볍고 유연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코란도는 이제 막 세대교체를 거쳤다. 티볼리가 그랬듯, 곧 약점을 하나하나 지워나갈 것이다.

글_류민

기아 스포티지

● 이진우_코란도의 일취월장이 기쁘고 반갑다. 하지만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꾸준하게 발전한 스포티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참 아쉽다.

● 나윤석_코란도라는 이름은 브랜드 최고의 자산이다. 이번 코란도는 그런 이름을 물려받은 야심작이다. 준자율주행의 수준도 높고 전반적인 상품성도 뛰어나다. 티볼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스포티지가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와 높은 완성도, 다양한 편의 장비와 우수한 주행 안정성으로 오리지널 크로스오버 SUV임을 증명했다.

● 서인수_세련된 실내와 디지털 계기반, 잘 다스린 NVH만 빼면 코란도가 스포티지보다 나은 구석을 찾을 수 없다. 더 불안하고, 더 힘이 없고, 더 불편하며 더 비싸고 심지어 연비도 좋지 않은 코란도를 왜 사야 하나?

● 고정식_스포티지는 기아차 라인업 중 글로벌 판매가 가장 많은 모델이다. 지난해만 해도 50만대가 넘게 팔려나갔다. 주행성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럽에서도 많이 팔린다. 국산 모델 중 유일하게 유럽에서 4년 연속 10만대 이상 판매된 모델이다. 그 저력은 어디 사라지지 않는다.

● 김선관_스포티지는 편의장비 부족과 투박한 느낌을 주행 품질과 쓰임새로 만회한다. 코란도는 크기를 키운 티볼리라면 스포티지는 그냥 스포티지다. “티볼리 부풀린 거 같아.” 코란도를 샀는데 이런 얘기를 들으면 정말 화가 날 거 같다.

● 박호준_타보기 전이나 타본 후에도 내 선택은 같다. 타면 탈수록 스포티지가 왜 잘 팔리는지 알 수 있다. 구매와 유지 비용이라도 코란도가 우세했으면 마음이 조금 흔들렸을지도 모르겠다.


쌍용 코란도

● 류민 _개인적 취향만 따지면 나도 스포티지다. 하지만 준중형 SUV가 타깃으로 하는 소비자의 성향을 감안하면 코란도가 더 좋은 차일 수도 있다. 게다가 코란도는 젊은 층에게 호평을 받았던 티볼리의 디자인을 가져왔다. 어쩌면 중형 이하 SUV 시장에선 R&H(Ride & Handling)나 패키징의 완성도 같은 건 구매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시대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CREDIT

EDITOR : 류민    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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