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도 뜨거운 심장, 엔진]쌍용 XDi270 엔진

조회수 2019. 1. 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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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엔진은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는 차가움이고, 나머지 하나는 뜨거움이다. 이렇게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갖는 이유는 금속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으로부터 시작된 엔진의 역사 이래 인류는 항상 금속으로 엔진을 만들어 왔다. 최근에는 재료역학의 발달로 인해 금속 외의 다른 합성 재료를 사용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지구상의 모든 엔진의 주류는 금속이다. 강철과 알루미늄 등의 금속은 엔진이 잠에서 깨어난 시점부터 가동 시간 내내 발생하는 고열과 마찰 등의 모든 부담을 감당할 수 있으며, 대량생산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자동차의 심장, 엔진의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본 기사에서 다룰 수많은 자동차의 엔진들 중 그 마흔 다섯 번째 이야기는 쌍용자동차 엔진 개발사에 있어서 중요한 엔진 중 하나다. 이 엔진은 당대의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손꼽히는 고성능을 가진 디젤 엔진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엔진의 이름은 XDi270 엔진이다.


쌍용자동차 독자개발 엔진의 시작

쌍용자동차 XDi270 엔진은 쌍용자동차가 1999년경 개발에 착수, 4년여의 시간과 1,700여억원을 투자하여 완성한 디젤 터보 엔진이다. 이 엔진은 메르세데스-벤츠의 도움 없이 쌍용자동차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최초의 엔진이기도 하다. 이 엔진의 개발로 인해 창사 이래 자체 엔진이 없어서 갖은 고난에 시달렸던 쌍용자동차는 드디어 자신만의 엔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쌍용자동차는 XDi270 엔진을 이 엔진을 자사 최초의 독자개발 엔진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쌍용에 공급했던 OM602 엔진을 기반으로 개발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주장은 XDi270 엔진의 실린더 블록이 과거 플런저(Plunger)를 사용하던 시절의 구조물, 다시 말해 커먼레일(Common Rail)을 사용하는 디젤 엔진에서는 불필요한 구조물들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OM602 엔진의 구조설계와 같다는 점 등에 근거한다.


그 뿐만 아니라 쌍용자동차는 엔진 개발의 초기부터 메르세데스-벤츠의 전직 엔진개발 엔지니어를 참여시켰으며, 개발 과정에서도 메르세데스-벤츠의 엔진개발 프로세스와 검증 기법을 적용했다. 따라서 기술적인 토대는 메르세데스-벤츠의 것에서 온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쌍용자동차 XDi270 엔진은 총배기량 2.7리터(2,696cc)의 직렬 5기통 디젤 터보 엔진이다. 이 엔진은 델파이(Delphi)의 3세대 커먼레일 시스템을 도입한 엔진으로, 1,600바(bar)dml 초고압 분사시스템과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32비트 ECU를 채용하는 등의 기술혁신을 보여주었다. 또한 매연을 줄이기 위한 대책까지 적용함으로써 당시 이전의 디젤엔진에 비해 이산화탄소(CO2)는 20%, 일산화탄소(CO)는 40%, 탄화수소(HC) 50%, 그리고 미세먼지(PM)는 60%의 배기가스를 저감하여 유로III 규제와 코리아 2004 규제를 만족하는 친환경성을 달성했다.


 

XDi270 엔진은 당시 쌍용 SUV 라인업의 기함, 렉스턴의 부분변경 모델인 ‘뉴 렉스턴’에 처음 탑재되며 시장에 선보였다. 초도 사양의 XDi270 엔진은 170마력/4,000rpm의 최고출력과 34.7㎏·m/1,800~3,200rpm의 최대토크로 자동차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는 당대의 디젤 엔진으로서는 최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엔진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145마력의 A엔진을 사용한 기아 쏘렌토와 150마력의 J엔진을 사용한 현대 테라칸에 비해 최고출력은 20마력 이상 앞섰고, 최대토크도 더 높았다. 그리고 뉴렉스턴의 등장으로 인해 국내의 대형급 SUV 시장에 출력경쟁의 불이 지펴지기 시작했다. 이 엔진을 탑재한 뉴렉스턴은 0-100km/h 가속은 13.2초만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는 당시 동급 SUV들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가속력이었다.


2005년, 쌍용자동차는 이미 동급 최강의 성능을 자랑한 이 엔진을 다시금 손보며 성능을 향상시켰다. 주로 변경한 부분은 커먼레일 시스템과 크랭크샤프트 강화 등이 있다. 커먼레일 시스템의 경우, 분사 압력과 연소타이밍 등을 보다 정밀하게 재조정하여 효율을 높였고 크랭크샤프트 직경을 늘려 N.V.H(Noise, Vibration, Harshness) 측면의 개선을 시도했다. 이를 통해 176마력/4,000rpm의 최고출력과 35.7㎏·m/2,000~3,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했다. 이는 뉴 렉스턴의 등장 이래 경쟁 차종의 엔진 출력이 상승한 것을 의식한 것으로, 여전히 최고의 성능을 자랑했다. 이 엔진은 무쏘의 후속 차종으로 등장한 SUV 카이런(Kyron)과 쌍용차 최초의 MPV 모델 로디우스(Rodius) 등에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쌍용자동차 XDi270 엔진의 성능이 절정에 달한 시기는 2006년 등장한 렉스턴 II 시절이었다. 렉스턴 II의 심장으로 사용된 XDi270 XVT 엔진은 기존의 웨이스트게이트식 터보차저(WasteGate Turbocharger, WGT)대신 가변 지오메트리 터보차저(Variable Geometry Turbocharger, VGT)를 탑재하여 성능을 대폭 끌어 올렸다. 이 당시 렉스턴 II에 탑재된 XDi270 XVT 엔진은 191마력/4,000rpm에 달하는 최고출력과 41.0kg.m/1,600rpm에 달하는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2000년대 중후반 국내 SUV 출력 경쟁의 마침표를 찍는다.


 

2007년 10월에는 XDi270 XVT 엔진에 세라믹 CDPF(Ceramic Diesel Particulate Filter, 디젤 입자상물질 필터)를 추가했다. 이를 통해 유로 IV 환경 규제를 만족하는 사양으로 등장한 렉스턴 II 유로는 동급에서 최초로 저공해 자동차 인증을 획득하여 5년 동안 91만원 가량의 환경개선 부담금을 면제받을 수 있었다. 또한, CDPF 추가 뿐만 아니라 커먼레일 시스템의 연소 효율을 재조정하여 연비 면에서도 향상을 이루어 냈다. 이 사양의 엔진은 이후 등장한 슈퍼 렉스턴까지 사용되었다. 쌍용자동차의 첫 독자개발 엔진이면서도 당대 디젤 엔진 중 최고의 성능을 자랑했던 XDi270 엔진은 2012년도부터 시행된 유로 V 사양을 충족하지 못함에 따라, 2011년을 끝으로 단종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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