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쏘나타 했다! 신형 쏘나타 시승기

조회수 2019. 3. 22. 14: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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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 중 부모님, 친지, 친구를 뒤져 쏘나타를 안 타 본 사람이 과연 있을까? 쏘나타는 전 국민에게 사랑받은 우리나라의 대표 자동차다.


1985년 1세대 쏘나타가 세상에 태어나고 어느덧 34년. 그 사이 Y1, Y2, Y3, EF, NF, YF 그리고 LF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쏘나타가 여러 세대에 걸쳐 진화를 거듭했다. 쏘나타란 이름으로(1세대 ‘소나타’ 포함) 팔려나간 차를 모두 합하면 850만 대가 넘으니 실로 대단하다.


이제 쏘나타가 ‘대한민국 대표 세단’이란 사실은 좋든, 싫든, 자칭이든, 타칭이든 엄연한 사실. 음식점도 30년이 넘으면 사실 여부를 떠나 ‘원조’를 내세우기 시작하는데, 쏘나타 정도면 ‘대표’ 딱지를 달아도 아니라고 못하겠다. 이런 쏘나타가 오늘 8세대로 거듭났다.



'센슈어스 스포티니스'의 첫 결실


며칠 전 사전계약과 함께 신형 쏘나타의 정식 사진이 공개됐다. 데뷔가 코앞으로 다가오며 위장막 없이 도로를 활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높은 관심만큼 엄청나게 많은 의견들이 오갔다. 주변에서도 첫인상을 물어왔지만 즉답을 피했다. 자고로 자동차는 실물로 봐야 한다지 않던가.


출시 현장에서 직접 만난 쏘나타는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진보다 훨~씬 나았다.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을 양산차로 재현한 첫 모델이고, 그 결과가 꽤 신선하고 설득력 있어서다. 사진으로 봤던 굴곡은 보다 과감했고, 실제 도로를 달리는 모습에서 보다 당당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만 봤을 때 가장 궁금했던 곳은 바로 ‘히든라이팅 램프’. 벨트라인에서 보닛을 타고 내려온 크롬 선이 주간주행등으로 이어지는 부분이다. 소재의 반짝임이 빛의 반짝임으로 넘어가는 그라데이션을 어떻게 구현했을지 확인하고 싶었다.


알고 보면 원리는 간단하다. LED 확산판을 깔고 크롬 선을 덮은 뒤, 레이저로 밀도를 조절하며 미세하게 구멍을 뚫으면 ‘스르륵’ 빛이 들어온다. 결과는 대만족. 쏘나타의 유산을 빛으로 승화시켜 신형 쏘나타의 대표 특징으로 만들었다.


캐스케이딩 그릴도 형태는 그대로인데, 표현 방식에 변화를 줬다. 기존 캐스케이딩 그릴이 테두리에 크롬을 둘러 그래픽적으로 존재를 드러냈다면, 신형 쏘나타는 빚어진 모양을 통해 덩어리로 표현했다.


앞 범퍼 하단, 두꺼운 크롬 선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캐스케이딩 그릴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리는 선을 묶어 정리해주는 한편, 양옆으로 뻗어나가 앞바퀴 주변 공기흐름을 가다듬기 위한 흡기구를 감싼다. 또, 앞서 언급한 히든라이팅 램프에 맞춰 얼굴 위아래 균형을 이룬다. 화려한 눈 화장에 립스틱을 빠뜨릴 수는 없지 않나.


신형 쏘나타 디자인의 근원은 지난해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선보였던 르필루즈 컨셉트카다. 센슈어스 스포티니스, 즉 ‘관능적인 역동성’을 표방하며 미래 현대차의 모습을 미리 보여준 이정표 같은 차였다. 쏘나타에는 이 르필루즈의 흔적이 진하게 묻어있다.


특히 옆모습에서 ‘관능’과 ‘역동성’이 잘 전해진다. 모난 부분 없이 둥글에 돌아나가는 옆 유리와 풍만하면서 매끈한 차체가 참 관능적이다. 앞 펜더에서 강하게 시작해 점점 가늘어지며 뒤 펜더에 볼륨감을 강조한 다음, 다시 굵게 마무리하는 캐릭터라인은 역동성을 가미한다. 트렁크 모서리까지 바투로 뻗어내려온 뒷유리도 쿠페처럼 멋지다.


차체 하단을 감싼 사이드 스커트도 르필루즈만큼 과감하다. 평범한 4도어 패밀리 세단에서 이렇게 날카로운 사이드스커트가 있었나 싶을 정도. 차체 아래로 흐르는 공기를 다스리며 아스팔트에 착 붙어 달릴 것만 같다.


현행 그랜저가 처음 나왔을 때, 리어램프가 닷지 차저와 똑같다며 볼멘소리를 들었다. 이번 쏘나타는 혼다 시빅과 비슷하단 얘기가 오르내리는 중. 르필루즈라는 근원이 있으니, 따라 했다고 할 수는 없으나 닮은 건 사실이다.


두껍께 끝난 캐릭터라인은 리어램프를 타고 뒤로 돌아 올라 트렁크 모서리를 바싹 꼬집어 올린다. 보기에만 멋진 형상이 아니라, 본격적인 날개 역할까지 해낼 기세다. 리어램프 상단에 달린 작은 돌기들이 설득력을 더한다.


비슷한 돌기는 의외의 곳에서 또 발견할 수 있다. 잔뜩 웅크려 범퍼 아래를 보면 디퓨저 역할을 하는 날개들이 있다. 일상적인 눈 높이에서는 결코 발견하기 쉽지 않은 부분. 실제로 얼마나 공기역학 성능에 도움을 주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런 구석까지 신경 썼다는 사실에서 달라진 쏘나타가 기특하다.



쏘나타 실내가 이 정도?


상전벽해급 변화는 실내에도 이어진다. 낮게 깔린 대시보드와 가늘게 들어간 송풍구가 탁 트인 실내를 연출하고, 10.25인치 와이드 센터 디스플레이마저 시원함을 더한다. 최신 현대차들과는 비슷한듯하면서도 많은 부분을 개선했다.


계기반은 풀 LCD 방식을 적용했다. 12.3인치 LCD는 해상도와 가독성, 그래픽이 훌륭하다. 다양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고 세련되게 뿌려준다. 엔진회전계 바늘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점이 특이하다. 주행모드를 바꿀 때마다 화려한 애니메이션을 뿌려주는 점은 좋으나, 정작 표시되는 정보는 차이가 없어 아쉽다.


운전대는 4스포크 방식을 적용했다. 한때, 운동성능을 강조하기 위해 너도나도 3스포크 방식을 널리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4스포크 운전대도 두루 쓰이는 추세다. 쏘나타 역시 이런 유행의 변화를 재빨리 받아들인 셈이다.


공조장치 조작부 현대차에서는 처음 보는 구성이다. 일단 디스플레이 속에 터치 방식으로 집어넣지 않아서 여전히 다행. 고광택 검정 플라스틱을 바탕으로 작은 버튼을 박아 넣어 얼핏 가전제품스럽다. 이는 토요타가 애용하는 방식. 다이얼과 버튼, 토글스위치를 적절히 혼합해 직관적으로 쓰기 편하다.


방향지시등과 와이퍼 조작 레버도 새롭게 디자인했다. 보석처럼 다듬은 모양과 고광택 플라스틱이 어울려 고급스럽다. 룸미러는 거울 주변 베젤이 얇아져 최신 차답고, 하이패스 단말기도 오버헤드콘솔로 자리를 옮겨 한결 쓰기 편하다. 룸미러 뒤로는 빌트인 캠이 자리해 더 이상 애프터마켓용 블랙박스를 장착할 필요가 없어졌다.


뒷자리 공간은 어땠을까? 기존 쏘나타보다 35mm 늘어난 휠베이스(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사이의 길이)는 보다 넉넉한 무릎 공간을 확보하는데 분명 도움을 주었을 터. 173cm인 기자가 운전석 시트를 조절했을 때, 똑바로 앉으면 주먹 2개 반이 충분히 들어갔다. 무릎 공간이 좁으리라곤 애초부터 걱정하지 않았다.


문제는 머리 공간이다. 지붕 선을 날렵하게 다듬다 손해를 봤는지, 생각보다 넉넉하지 않다. 내 키 정도라면 문제없지만, 180cm가 넘는다면 정수리가 슬쩍슬쩍 천장에 닿을 수도 있겠다. ‘멋진 쏘나타’도 좋지만, ‘넓은 쏘나타’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가치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밖에 전체적인 소재 선택과 마무리는 흠잡을 곳이 없다. 적당한 면적을 말랑말랑한 우레탄 소재로 덮었고, 가죽 시트의 박음질도 일매지다. 2열 송풍구 주변에 두른 크롬 마무리도 별것 아니지만 의외로 못하는 브랜드가 많아 칭찬할만하다.


H-트랙(H-TRAC, 현대차의 사륜구동 시스템)이 들어갈 리 없는데도 2열 바닥 가운데 턱이 조금 높은 점은 살짝 아쉽지만, 새로운 플랫폼을 적용한 탓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아직 USB 타입-C를 적용하지 않은 점, 2열 시트 등받이를 접을 수 없는 점은 향후 연식변경 시 개선 바란다.



딱 쏘나타...


디자인을 살폈으니 이제 달려볼 차례. 빡빡한 일정에 쫓기며, 서둘러 도로에 나섰다. 이전 현대차보다 두꺼워진 운전대 림은 감아쥐는 맛이 좋다. ‘진즉 좀 이렇게 만들어주지’ 문득 과거 YF쏘나타 운전대가 손으로 쥐는 부분을 플라스틱, 나머지 부분을 가죽으로 만들었던 게 떠올라 웃음이 났다.


운전자세나 시야는 전혀 위화감이 없다. 화사한 실내 디자인 덕분에 기분상 밖이 더 잘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플래그 타입 사이드미러와 A필러 사이에는 작은 쪽창을 달아 조금이라도 넓은 시야를 제공하고자 했다.


방향지시등을 켜자 LCD 계기반을 통해 후측방 상황을 보여준다. 현행 K9을 통해 처음 선보였던 기능인데 이제 쏘나타에서도 누릴 수 있다. 다음은 아반떼 차례인가? 처음에는 습관적으로 사이드미러를 확인하지만, 적응하고 나면 계기반만 보고 움직이는 쪽이 더 편하다.


오늘 준비된 시승차는 모두 ‘스마트스트림 G2.0’이다. 현대기아차가 차세대 엔진으로 밀고 있는 스마트스트림 엔진의 가솔린 2리터 버전으로 160마력, 20kgm를 낸다. 18인치 휠을 신은 시승차의 공차 중량은 1,470kg. 자기 키에서 100을 뺀 것보다 몸무게가 훨씬 많이 나가는 성인 남자 3명이 함께 탔다.


그래서일까? 치고 나가는 맛은…… 솔직히 맛이랄 게 없다. 맛이 나쁜 게 아니고, 무미건조하다. ‘펀치력’이라고 부를만한 가속은 경험할 수 없었고, 항상 부드럽게 속도를 높였다. 힘이 부족한 탓도 없지 않지만, 애초 설정이 여유로운 이유도 있다. RPM을 높이면 엔진 회전 질감은 그다지 매끄럽지 않다.


쏘나타를 타고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실 분은 많지 않을 터. 더구나 스마트스트림은 본래 효율에 초점을 맞춘 엔진이다. 기존 성능을 최대한 양보하지 않으면서 기름 덜먹고, 환경오염 덜 시키겠다는 엔진이니 힘의 증가는 눈에 띌 리 없다. 좀 더 매콤한 쏘나타를 원하시는 분들은 하반기에 추가될 1.6 터보를 기대해보자.


변속기는 기존과 같은 6단 자동을 짝지었다. 아반떼와 K3에 들어갔던 스마트스트림 G1.6 엔진이 무단변속기와 궁합을 맞췄고, 상당히 호평받은 바 있다. 쏘나타도 스마트스트림 G2.0 엔진이 실렸으니 무단변속기로 바뀌었을까 궁금했는데, 변화가 없었다.


아직 현대기아차 무단변속기의 대응 토크가 2.0 엔진을 받아내기 충분치 않았거나, 테스트 과정에서 기대만큼 원하는 궁합을 찾지 못했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원가가 걸림돌이었을 수도 있다. 아직 현대차에서 변속기를 손대지 않은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승차감은 조금은 단단한 듯 동동동 요철을 건너지만, 전반적으로 분명 편안함에 초점을 맞춘 설정이다. 과속방지턱 꿀꺽 삼키는 능력은 마냥 출렁대는 하체를 갖췄던 옛날부터 잘했던 부분이고, 오늘날의 쏘나타는 그 와중에 고속으로 장거리를 달려도 피곤하지 않도록 적당한 단단함까지 갖췄다.


잠깐 경험한 쏘나타의 고속주행 안정감도 차급을 고려해 나무랄 부분이 없었다. 속도를 높여도 심리적 불안감이 갑자기 커지는 일은 없었다. 노면 소음과 풍절음도 시승 중 거슬리지 않았다.


종합해보면, 신형 쏘나타의 주행 질감은 기존 LF 쏘나타와 큰 차이를 찾지 못했다. 시승을 함께한 류청희 칼럼니스트는 “분명 개선은 있지만 변화의 폭이 과거 LF가 보여줬던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했다. 어디 한 부분 크게 부족하지도, 대단히 인상적이지도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두루두루 무난하게 쓰기에 적합한 성격이고, 그게 바로 쏘나타가 추구하는 바 아니었을까?



작심하고 만들었군


요즘 세단 시장이 어렵다. ‘SUV 전성시대’가 되면서 세단은 관심 밖이 됐다. 상품성을 떠나 세단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어 예전 같은 판매량을 올리기 쉽지 않다. LF 쏘나타의 판매량이 신통치 못 했던 것도 같은 이유다.


그렇다고 지켜만 볼 수도 없는 일. 신형 8세대 쏘나타에는 현대차의 깊은 고민이 담겨있다. 그래서 작심하고 만들었다는 느낌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다. 안팎으로 확! 멋있어진 디자인이 첫째요, 디지털 키, 빌트인 캠을 아우르는 자칭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로서의 개선이 둘째 이유다. 3세대 플랫폼과 스마트스트림 엔진 적용으로 인한 성능, 연비 향상도 셋째로 꼽을 수 있다.


현대차가 이런저런 이슈로 많은 지탄을 받는 게 사실이다. 같은 소비자 입장에서 화나는 일도 많았다. 반면, 대한민국 중산층에게 이 정도 차를 국산차로 끌 수 있게 만들어 준 공로도 인정하고 싶다. 이윤추구를 위한 기업 활동의 결과물로만 치부하자니, 참 잘 만들었다.


아, 끝으로 칭찬 하나만 추가하며 글을 마친다. 이번 쏘나타는 ‘올 뉴’니 ‘더 뉴’니 하는 전혀 ‘뉴’하지 않은 접두사를 붙이지 않았다. 쏘나타는 쏘나타다. 그래서 깔끔하고 더 새롭다.



이광환 carguy@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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