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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CTS-V & CTS, 강인함 위의 포효

유일한 입력 2019.03.21 03:30 수정 2019.03.21 06:0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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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보면 고성능 세단이 등장한 지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흘렀다. 유럽 그 중에서도 프랑스에서 태어난 고성능 세단은 어느 새 인접한 국가로 자리를 옮겨 대세가 되더니, 이제 오랜 전통과 이름을 갖고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는 거의 필수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카테고리가 되었다. 그 종류도 과거의 소형 또는 중형 세단을 넘어 대형 세단까지 망라하고 출력 역시 나날이 강해져 간다.

 

스포츠카는 환영받지 못해도 고성능 세단은 환영받는다. 스포츠카는 로망은 실현할 수 있지만 운전자 외의 탑승객을 배려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그 탑승 인원에 제약을 받기도 한다.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공간 역시 옹색한 면을 보인다. 고성능 세단은 그 반대다. 순수한 스포츠카만큼의 성능을 갖추지는 못해도 세단의 실용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역동적인 주행을 즐길 수 있다.

 

 

그 동안 끊임없는 기술 발전으로 인해 스포츠카와의 성능 차이도 이제는 직접적으로 대결할 정도로 올라왔다. 사실은 그것이 중요한데, 이제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성능 세단과 일반 세단의 차체와 메커니즘이 거의 동일해졌다. 물론 엔진과 변속기, 서스펜션 등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다가 고성능을 받쳐내기 위한 별도의 보강이 적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크게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캐딜락에서 만들어 낸 두 대의 세단이 있다. 프리미엄 중형 세단 시장을 위해 만들어 낸 CTS와 이를 기반으로 V8 엔진을 더해 고성능을 만들어 낸 CTS-V. 3세대가 등장한 지도 시간이 꽤 흐른데다가 올해 4월에 열리는 뉴욕모터쇼를 앞두고 후속 모델인 CT5가 이미 새로운 자태를 드러냈지만, 이대로 이들을 보내기에는 너무나 아깝기도 하다. 무엇보다 CTS와 CT5는 플랫폼이 동일하기 때문에 CT5의 성능을 짐작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무대도 갖추었다. 서울에서 두 시간을 넘도록 달려 도착한 인제스피디움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하고 코너가 많아 공략이 상당히 어려운 곳으로 꼽힌다. 자동차에 막대한 부하가 걸리는 곳이기에 진정한 성능을 테스트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이번에는 다른 자동차들과 합을 맞춰야 할 필요도 없고, 순수하게 운전자의 실력으로 공략을 해 볼 수 있으니 오랜만에 손에서도 긴장감이 감돈다.

 

    Exterior

 



캐딜락의 디자인 컨셉인 아트 & 사이언스는 미래지향적인 면을 보이면서도 그 형태가 쉽게 질리지 않는 신비로움을 보인다. 처음 이 디자인이 등장했던 1세대 모델을 떠올려보면 그 변화가 상당히 크고 각을 세우던 때와 달리 지금은 많이 부드러워진 것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직으로 서 있는 LED 주간주행등 그리고 거기서 이어지는 헤드램프는 강인한 힘을 낸다. 사실 그러한 기조는 가로 선을 사용하기 시작한 CT5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제 더 이상 주변에 월계관을 두르지 않는 캐딜락의 엠블럼과 그 형태를 그대로 닮은 프론트 그릴은 다른 브랜드하고 비교해도 독창적이고 그만큼 개성이 살아난다. 거기서 시선을 측면으로 이동하면 부풀은 펜더와 프론트 범퍼에서 출발해 헤드램프를 지나 테일램프까지 이어지는 라인이 보인다. 쿠페 형태로 다듬어지는 최근의 디자인 추세를 따르지 않고 여전히 트렁크를 당당히 드러내는 것이 세단으로써의 자신감을 말하는 것 같다.

 

 

후면은 2세대 모델에서 사용했던 수직 형태의 테일램프를 좀 더 진화시켜 사용하고 있다. 캐딜락만의 개성을 만들어내는 것도 좋지만, 시인성도 좋다. 트렁크 리드에는 아주 얇은 형태의 립 스포일러가 적용되었고 리어 범퍼 하단에는 머플러와 후진등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잘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CTS-V는 여기에 역동성이 조금 더 더해진다. 그래픽은 비슷하지만 좀 더 크기가 커진 에어 인테이크가 전면 범퍼에 적용되고 카본 파츠가 더해진다. 보닛에도 열 배출을 위한 에어벤트가 들어가고 트렁크에는 대형 카본 스포일러를 달았다. 17인치 휠을 적용한 일반 모델에 비해 지름이 더 큰 19인치 휠과 좀 더 우수한 성능의 타이어를 적용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언뜻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역동성을 디테일을 통해 살리고 있다.

 

    Interior

 



실내는 디지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진화한 형태이다. 디지털 계기판은 예전부터 사용해 오던 것이지만 중간에 그래픽이 한 번 바뀌었는데, 이로 인해 시인성이 조금 더 좋아졌다. 구글 등을 중심으로 IT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나라답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여기에 피아노 블랙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보여주고 있는데, 센터페시아에 버튼이 적어서인지 고급스러움 보다는 사이버적인 이미지가 좀 더 강하다.

 

스티어링은 버튼 자체는 구식처럼 보이지만, 조작하기는 상당히 쉽다. 지름이 그리 크지 않으므로 두 손에 잡고 회전시키기도 좋은데, 그 뒤에 패들시프트가 있어서 엔진 회전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가죽도 그립감이 좋지만 CTS-V 모델이 되면 가죽 대신 스웨이드 마이크로파이버를 사용해 손에 감기는 맛이 달라진다. 기어 노브는 단순하면서도 조작하기 쉽게 되어 있다. ATS-V에서 지적했던 기어부츠가 걸리는 느낌도 CTS에서는 없다.

 

 

일전에는 여유 있게 느꼈던 좌석인데, 최근에는 실내가 넓은 차들이 많아져 약간 쇠퇴한 감이 있다. 그래도 미국차 답지 않게 시트의 착좌감이 예상 외로 좋은데다가 상체 지지성도 확보하고 있다. CTS-V가 되면 여기에 레카로의 버킷 시트가 더해져 신체를 시트에 단단히 고정시킨다. 헤드룸의 여유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데, 최근에 차량의 높이를 낮추면서 헤드룸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아 이제는 약점이라고 하기 힘들 것 같다.

 

    Powertrain & Impression

 



CTS에는 최고출력 276마력을 발휘하는 2.0L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 CTS-V에는 최고출력 648마력을 발휘하는 6.2L V8 수퍼차저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다. 일반 모델은 등급에 따라 후륜구동과 4륜구동을 사용하는데, 이번에는 후륜구동 모델을 탑승했다. CTS-V는 후륜구동만 있다.

 

맨 먼저 CTS에 올랐다. 서킷에 오르지만 타이어는 일반도로를 주행하는 모델과 동일하다. 그 외에도 모든 부분이 순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에 본격적인 공략에는 부족할 수도 있다. 그래도 헬멧을 쓴 채로 벨트를 매고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맞추니 약간 긴장감이 돈다. 세단으로 서킷을 주행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겠지만, 이번에는 CTS-V를 탑승하기에 앞서 기본 모델의 완성도를 확인한다는 목적이 더 크다.

 

 

굳이 패들시프트를 사용하지 않아도 가속 페달을 밟는 깊이만큼 엔진 회전을 높이 잡아주기 때문에 그만큼 스티어링 조작에 더 집중할 수 있다. 그리고 뜻밖의 놀라운 것은 서킷을 공략하기 적합한 타이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각 코너를 돌아나가는 데 있어 의외로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속력을 본격적으로 높이면 여지없이 미끄러지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적당한 긴장감을 즐기며 코너를 공략해 나갈 수 있다.

 

본래 서킷에 있는 연석을 사용하지 않으려 했으나, 어택 모드가 되자마자 어느 새 연석을 이용해 코너를 돌아나가고 있었다. 이 과정 중에서 차체가 힘을 버티지 못하고 소리를 내거나 서스펜션이 비틀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상하게도 캐딜락 CTS에서는 그런 것이 없다. 플랫폼 자체도 상당히 단단한데, 이를 받치고 있는 하체도 놀랍도록 유연함과 단단함을 오가며 힘을 받아내고 또 적절하게 운전자에게 느낌을 전달한다. 심지어 MRC가 없는 모델임에도 그렇다.

 

 

서킷을 돌아나간 후 직선에서 풀 스로틀을 내지르면, 브레이킹 포인트에 도달하기 전 190km/h를 기록한다. 차체 무게가 있는데다가 275마력이라고 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이 정도의 능력을 보여주니, 만약 즐길 줄 아는 운전자라면 일반 모델에 타이어를 바꾸는 정도만으로도 역동적인 주행을 진행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브레이크 역시 순정임에도 불구하고 어택을 하는 동안 페이드 또는 베이퍼록이 발생하지 않았다.

 

인제 스피디움은 1세션 당 최대로 주행하면 7-8바퀴 가량을 돌 수 있다. 그 과정 중에서 브레이크에서 베이퍼록이 발생하거나 오일이 끓는 등 문제를 일으키는 차들도 많은데, CTS는 모든 과정을 의연히 해 내고 어느 것 하나 이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단 하나, 타이어다. 브레이크는 분명히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데 타이어가 밀리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후반부에는 페이스를 늦췄다.

 

 

의외의 놀라움을 느낀 후 이번에는 대기하고 있는 CTS-V에 올랐다. 이 모델은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타이어에 브렘보의 브레이크를 적용해 걱정이 덜하다. 게다가 648마력은 서킷이 아니면 제대로 시험해 보기조차 힘든 출력이다. 고저차가 심한 인제 스피디움의 언덕길을 힘차게 오르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처음에는 코너를 돌다가 위기에 봉착하는 일이 있었다. 일반 CTS 모델의 감각으로 코너를 공략했다가 탈출 속도가 너무 빨라 곧바로 이어진 다음 코너에 대응할 수 없었던 것이다. 차체가 옆으로 밀리는 와중에도 전자장비가 기민하게 개입해 어느 새 자세를 잡아준다. 차체를 미끄러트려 가면서 도는 것은 힘들어도, 프로 드라이버가 아닌 이상은 이렇게 전자장비가 개입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코스를 공략해 본다. 일반 모델에서도 들리지 않는 차체의 소리는 V 모델에서는 더더욱 들리지 않는다. 버킷 시트에 앉아있는데다가 안전벨트가 상체를 시트에 단단히 고정시키고 있으니 별도의 4점식 벨트가 거의 필요 없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주행 속도에 맞춰 브레이크를 밟고 정직하게 스티어링을 조작하고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는 것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신기하게 빨라진다.

 

직선이 등장하자마자 풀 스로틀을 진행한다. 브레이크를 밟기 전 기록한 최고속도는 235km/h. 그것만으로도 놀랍지만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는 것만으로도 그 속도를 단숨에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급한 내리막에서 일부러 150m가 아니라 100m 표지판을 남겨두고 브레이크를 걸었는데, 코너를 돌기 위해 필요한 속력인 100km/h까지 줄어들고 나서도 브레이크를 더 걸 수 있는 여유 길이가 남았다.

 

 

최신의 자동차라고 해도 놀라운 성능인데, 현재 운전하고 있는 CTS-V가 처음 등장한 것이 2015년 이다. 그 동안 경쟁사의 고성능 세단들도 진화했는데, 그럼에도 직접적으로 비교해 보면 CTS-V를 이기는 것이 쉽지가 않은 게 현실이다. 터보차저가 대세가 되고 있는 시대에 터보차저와 달리 즉각적으로 힘을 끌어낼 수 있는 수퍼차저가 적용된 엔진도 보기 쉽지 않지만, 그런 엔진을 탑재하고 있으면서도 성능을 감안했을 때 의외로 시끄럽지 않은 것도 매력이다.

 

반나절 동안 캐딜락 CTS와 CTS-V를 번갈아 탑승하면서 느낀 것은 역시 ‘좋은 플랫폼 위에 좋은 고성능 세단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일반 모델조차 서킷을 공략하기 좋을 만큼의 기반을 갖고 있기에 V8 엔진에 600마력이 넘는 고성능을 소화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굳이 고성능 모델을 고르지 않고 일반 모델을 선택하더라도, 기반이 있기에 그만큼 운전을 즐길 수 있는, 안전함을 느끼는 모델이 되는 것이다.

 

 

그 기반과 안정성 그리고 내구성에 놀라면서, 캐딜락이 가진 잠재능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되니 캐딜락이 무서워지기까지 했다. 만약 캐딜락이 진심을 다해서 자동차를 만든다면 어느 정도까지 만들 수 있을까가 궁금해진다. 그만큼 CTS의 능력을 끝까지 확인할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 되었고 조금은 먼 거리에 있는 서킷까지 오기를 잘 했다. 돌아가는 길은 조금 막히겠지만, 편안하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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