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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퍼끼리 맞닿는 주차, 지독한 주차난 해소에 묘수 될까

임유신 입력 2019.05.24 11:45 수정 2019.05.24 11:4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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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퍼 대 범퍼 주차, 도입 검토할 이유 있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좁은 공간에 범퍼끼리 맞닿게 주차한다. 우리나라는 차를 아끼는 풍조가 강해서 이런 방식은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크다. 그래도 주차난 해소를 위해 도입을 검토해봐야 한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차 댈 곳 없을 때는 정말 자리 하나가 아쉽다. 복잡하고 자리가 없을수록 차를 바로 대야 못 쓰는 자리 없이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차는 주차선을 물거나 삐딱하게 세워서 옆자리에 차를 대기 힘들게 한다. 도로변 평행주차라면 차 사이 간격을 조금만 더 붙여 대면 한두 대 더 댈 수 있는데, 어정쩡하게 거리를 벌려놔서 공간은 비는데 차는 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땅 넓고 주차할 곳 많다면 이런 상황이 문제가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주차공간이 많이 부족하다. 자리 하나가 아쉬운 상황이 수시로 생긴다.

주차면 늘어나는 속도보다 차 증가 속도가 훨씬 빨라서 주차 문제를 영영 해결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렇다 해도 주차 공간 늘리는 일을 포기할 수는 없다. 새로 짓는 건물이나 시설은 주차공간 확보가 그나마 낫지만, 오래된 곳은 어떻게 손을 쓰기가 힘들다. 어떻게든 쥐어 짜내서 한대라도 더 대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범퍼는 기본적으로 충격 흡수 역할을 하는 소모성 부품이다. 

자기 집 담을 헐거나 대문을 넓혀 집 안에 주차장을 만드는 방법도 각 지자체가 장려하는 사업이다. 아예 주택가 담을 다 헐어서 골목별로 주차장을 만드는 사업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오래된 아파트는 주차 구획을 다시 그리거나 화단이나 놀이터를 주차장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학교 운동장을 야간에만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주차난 해소에 도움이 된다. 이 밖에도 자투리 공간이나 나대지를 주차장으로 활용한다거나, 거주지 주차장을 비어 있는 시간에 타인에게 공유하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한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평행주차할 때 차를 범퍼가 닿을 정도로 붙여서 댄다. 차 길이 정도 공간이면 앞뒤 차 범퍼를 살짝 들이받으며 주차한다. 좁은 공간도 활용하고 앞뒤 차에 부딪힐까 봐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많이 부서지지 않은 이상, 가벼운 접촉은 당연하다는 듯 넘어간다. 범퍼는 소모성 부품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살짝 긁히는 정도는 문제 삼지 않는다. 자동차 범퍼의 역할은 차체 앞뒤 충격 흡수다. 부딪히는 용도로 만들어 놨으니 주차할 때 범퍼 닿는 일은 범퍼가 제 역할을 해내는 경우라고 생각한다. 범퍼에 대한 인식도 그렇고 주차 공간이 워낙 부족하기도 해서 이런 주차 방식을 서로 간에 허용한다.

주차난 심각한 우리나라도 이 방법을 도입하면 어떨까? 평행주차 공간에 차 댈 공간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고, 앞뒤 차에 부딪혀도 되니 공간이 좁아도 조금이나마 마음 편하게 댈 수 있다. 앞뒤 간격이 좁으면 앞뒤 차에 부딪히지 않고 대려면 차를 여러 번 앞뒤로 왔다 갔다 해야 한다. 앞뒤 범퍼에 부딪혀도 되면 움직이는 횟수를 줄여 주차 시간도 단축하고 연료 낭비도 줄일 수 있다.

국내는 쏘나타 같은 큰 차를 선호해서 공간이 비좁으면 그만큼 주차하기 힘들다.

우리나라 평행주차 규격은 일반 차는 6m 이상(경형은 4.5m 이상)이다. 보도와 차도 구분이 없는 주거지역은 5m 이상이다. 최소 규격이어서 꼭 5m에 맞추지는 않아도 된다. 맞추지 않는 게 오히려 낫다. 문제는 5m에 딱 맞추면 차를 대기 힘들어진다. 실제로 5m에 맞춘 곳들이 있어서 너무 비좁다는 논란이 생긴다. 차 크기가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어디는 길고 어디는 짧은 규격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자동차도 대체로 큰 편이다. 쏘나타나 그랜저 같은 중형이나 준대형차가 가장 많이 팔린다. 쏘나타는 4.9m, 그랜저는 4.93m다. 5m 공간이면 중형급 이상은 대지 말라는 소리다. 한등급 아래 준중형급 아반떼도 4.62m이니 앞뒤 40여cm 여유만으로는 한 번에 대기 쉽지 않다.

요즘은 이런 디자인이 많이 줄었지만, 과거에는 아예 부딪히라고 만든 듯한 범퍼가 많았다. 

5m가 비좁기는 하지만 국내 차 크기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숫자로만 본다면, 30m 길이에 6m 규격은 5대, 5m 규격은 6대를 댈 수 있다. 주차장이 길다면 추가로 댈 수 있는 대수는 늘어난다. 범퍼끼리 맞닿아도 된다고 하면 5m도 수용 못 할 규격은 아니다. 오히려 주차면 확보에 도움이 된다.

차 앞쪽이 평평해지고 그릴이 커지는 추세다.

사실 범퍼끼리 맞닿는 주차는 우리 자동차문화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차를 아끼는 풍조가 강해서 조그만 손상도 용납하지 않는다. 흠집조차 보이지 않는 경미한 접촉사고가 나도 범퍼를 통째로 갈아버리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이런 사례가 많아서 최근에는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불필요한 교체를 막고 있다. 범퍼끼리 닿는 주차를 허용하면 범퍼 접촉으로 인한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크다.

요즘 차는 과거와 달리 범퍼에 센서가 많이 들어간다. 보행자 충돌 시 보호를 위해 전면을 평평하게 디자인한다. 범퍼 자리를 그릴이 통과하도록 하는 디자인도 유행이다. 범퍼 대 범퍼를 시도하기 어려운 차들이 늘어난다.

요즘 차는 앞뒤 범퍼에 센서가 많이 달려 나온다. 

어려운 점은 따르지만 범퍼끼리 맞닿는 주차는 시행해볼 만하다. 아무 곳에나 허용하지 말고 특정 구간을 정해서 원하는 사람만 그곳에 대도록 할 수도 있다. 그 구간에서는 주차 중 범퍼에 작은 손상이 가도 문제 삼지 않도록 법규로 정한다. 대신 고의 또는 부주의로 인한 심한 손상에 대해서는 일반 접촉사고와 마찬가지로 처리해 부당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한다.

주차 환경은 계속해서 변한다. 평행주차는 간격을 줄이는 방법을 고려하는데, 직각주차는 오히려 좌우 규격이 그동안 너무 좁았다고 늘리는 추세다. 좌우로 내릴 공간은 필요하기 때문에 좌우로는 좁힐 수가 없다. 그런데 이 또한 달라질 전망이다. 원격으로 차를 움직이는 기능을 선보이는 차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때문이다. 좌우가 좁아도 차에서 내린 후 원격으로 밀어 넣으면 되니 좌우 공간에 여유를 많이 두지 않아도 된다.

주차 공간을 찾아내기 위한 아이디어는 계속해서 나온다. 한정된 땅덩어리에 차는 계속 늘어나니 주차 공간 확보는 끝이 나지 않는 과제다. 불법이 아니고 상식에 벗어나지 않는 한 어떠한 방법이든 시도해봐야 한다. 범퍼끼리 맞닿는 주차도 그중 하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탑기어> 한국판 편집장)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evo> 등을 거쳤다. 현재 글로벌 NO.1 자동차 전문지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 편집장으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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