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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가 없는 전기차, 연료전지차

변성용 입력 2019.03.15 09:56 수정 2019.04.11 14:3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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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이해를 위한 기본 물리 제7편
제1~6편은 이전 시리즈 참조

안녕하세요. 전기차 이해를 위한 기본 물리, 그 일곱 번째 시간입니다.

보통 전기차라고 하면 커다란 배터리가 달려 있는 차를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전기차는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구동장치, 그러니까 모터의 회전으로 달려나가는 모든 차를 부르는 이름입니다. 전기만 공급된다면 그게 꼭 배터리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는 셈이지요. 오늘은 바로 이렇게 충전식 배터리를 제외한 전기차 중 가장 말많은 방식, 연료전지차의 원리를 들여다보려 합니다.

현대 넥쏘도 전기차다. 대용량 배터리 대신 연료전지 스택을 썼을 뿐이다

배터리든 퓨얼셀이든 모두 '전지'입니다

연료 전지의 설명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전지(電池)'라는 게 무엇인지 슬쩍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전지는 화학 반응이 일어날 때 발생하는 전기를 꺼내 쓸 수 있는 물건을 모두 아우르는 이름입니다. 보통은 금속이 화학반응을 통해서 이온화될 때 뱉어내는 전자를 끌어다 쓰는 식인데, 오늘날에는 사용하는 화학 물질의 산화 반응과 환원 반응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전지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일상적으로 쓰는 '망간' 기반의 건전지나 알칼리 전지,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 지금도 내연기관 자동차용 배터리로 널리 사용되는 납축전지 등 종류는 머리 터지게  많습니다.

배터리는 그 화학반응이 비가역적(非可逆)이냐 아니냐에 따라 1차전지 (primary cell)과 2차전지(secondary cell)로 나뉜다고 교과서에 나와 있습니다. 우와, 말 참 어렵게 하네요. 이걸 쉽게 풀어서 설명하자면, 전기를 뱉으면서 일어난 배터리 속 화학변화를 다시 되돌릴 수 없는(그러므로 '비가역적'인) 게 1차전지이고, 다시 전기(정확히는 전하)를 줘서 원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게 2차전지입니다. 더 쉽게 설명하라구요?  한 번 쓰면 버리는 배터리는 1차전지이고 또 충전해서 쓸 수 있는 배터리는 2차전지라는 것이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이들이 왜 1차와 2차로 나눠 불리우는지에 대한 설명이 되지를 않습니다. 1차 전지, 그러니까 건전지는 제조가 완료된 시점에서 별도의 충전을 거치지 않고도 전기를 가득 담고 있는 상태로 나옵니다.  (물론 이걸 다 쓰면 버려야 하죠) 하지만 2차전지, 즉 충전지는 제조 상태에서 전기를 딱히 담고 있지 않습니다. 외부 전원이 없다면, 충전지는 건전지로부터 전기를 받은 다음에야 작동이 가능하게 됩니다. 그러니 건전지를 1차전지, 충전지를 2차전지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우리주변에 매우 흔하게 사용중인 망간 건전지나 알칼리 전지는 1차전지, 리튬이온 전지나 납축전지는 2차전지에 해당합니다. 보통 전기차라면 충전이 되는 2차 전지를 잔뜩 싣고 다니는게 당연할 겁니다. 그러나 연료전지차, 영어로는 FCV(Fuel Cell Vehicle)에 탑재되는 전지는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이건 전기를 만드는 화학반응에 '연료'를 사용하거든요.

전지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1800년 화학자 볼타가 만든 세계 최초의 전지는 아연판과 구리판을 황산수용액에 담궈 아연에서 튀어나온 전하(전기)를 꺼내는 방식이었다

볼타의 전지 발명 이후 수십 년간 많은 재료를 사용한 전지가 만들어졌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비슷합니다. 한쪽의 금속이 전하를 내주고 이온화 된 뒤, 이동이 가능한 전해질을 통해 반대쪽 금속과 반응하는 겁니다. 전지는 그 발달 과정에서 여러가지가 출현했습니다만, 현대의 우리가 가장 많이 쓰고 있는 것은 2차전지, 그 중에서도 납축전지와 리튬이온 전지입니다.

납축전지는 전극으로 납과 이산화납을 황산액에 담근 구조로, 이들은 전기를 내보내면서 황산납으로 변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여기에 전기를 흘리면 황산납이 각각 납과 이산화납으로 돌아가는 화학 반응이 일어납니다. 우리가 충전이라고 부르는 일은 이렇게 전기를 넣어 원래의 상태로 전극을 환원시키는 작업입니다. 인류는 이 배터리를 근 백년 가량 씁니다. 이거보다 나은 게 없었거든요. 

하지만 과학은 이보다 나은  성능을 가진 2차전지의 소재를 끊임없이 찾아 나선 끝에 결국 답을 찾습니다. 그게 산화 니켈과 카드뮴을 전극으로 사용한 일명 ‘니카드’ 전지였습니다. 니카드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2차전지 시장은, 20세기 말 수소합금을 사용한 니켈수소 전지를 거쳐 리튬이온 전지로 이어지며 오늘날의 전기차와 스마트폰 문명의 기틀을 다지게 됩니다. 건전지와 납축전지의 세상에 머물러 있었다면 우리의 삶은 지금과는 좀 많이 다를 거 같습니다. 건전지를 넣는 스마트폰이라... 상상이 되십니까?

연료전지의 탄생, '아폴로 프로젝트'

연료전지는 1차전지와 2차전지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전기를 넣어 다시 충전할 수는 없지만, 연료를 '충전'하면 계속해서 장시간 전기를 꺼내 쓸 수 있습니다. 덕분에 연료전지는 일찌감치 특수목적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우주개발 같은 분야죠.  연료전지는 1960년대의 달탐사 계획,  '아폴로 프로젝트'의 부산물로 탄생했습니다.

우주인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자원은 크게 네 가지로, 산소와 물, 열과 전기입니다. 이걸 우주선에 양껏 싣고 가면 좋겠습지만 그러기는 불가능합니다. 우주선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그램 단위로 사투를 벌이던 상황에서 이들 필수자원은 어떻게든 가장 적은 부피와 무게로 해결되어야 했습니다. 수소연료전지는 이런 요구사항을 최소한의 재료만으로 해결할 방법을 궁리한 끝에 태어났습니다. 

아폴로 우주선에 탑재된 연료전지. 하나가 문제를 일으킬 경우를 대비해 백업용으로 두개가 탑재되었다. 아래에 산소탱크의 윗부분이 보인다
동체 측면이 손상된 아폴로13호 기계선의 모습

수소연료전지는 달 탐험 내내 생명유지장치의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만, 아폴로 13호에서는 예외였습니다. 산소탱크를 가열하는 히터코일이 합선, 폭발한 우주선이 천신만고 끝에 지구로 돌아오는 데 성공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러나 물과 전기, 난방이 끊어진 우주인의 귀환과정이 순탄했을 리가 없습니다. 이들의 고생담은 영화 '아폴로13'에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사진은 지구로 돌아가는 사령선이 분리되며 찍은 아폴로13호 기계선의 모습입니다. 동체 측면이 폭발로 손상된 것이 또렷하게 보입니다.)

수소만 되는 건 아니다

연료전지에서 산소와 반응시키는 연료로는  다양한 물질이 사용 가능합니다. 이온화시킬 수만 있다면 주스나 심지어 혈액(?)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바이오 연료는 효율이 끔찍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실용화는 영영 불가능할 것입니다. 현재 상용화가 될 정도로 효율이 좋은 연료는 수소(H2), 메탄올(CH3OH), 하이드라진(N2H4) 정도입니다.(이런, 아래첨자 입력이 안 되네요) 단 메탄올은 아직 메탄올 크로스오버라는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있으며, 하이드라진은 맹독성에 부식성까지 강한 위험물질이라 민간에서 연료로 취급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습니다. 이들의 화학반응을 들여다 보면, 결국 수소 를 이온화 시켜 전하를 꺼내는 방식입니다. 효율만 따지면 그냥 수소를 쓰는게 가 제일 낫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둘이 수소와 동일 선상에서 검토되는 것은 보관과 이동이 수소보다 훨씬 용이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수소의 저장과 이동문제가 기술적으로 해결되면서 본격적으로 수소연료전지가 치고 나오기 시작한 것이죠.

수소연료전지는 이렇게 동작합니다.

산소와 수소는 안정된 물질입니다. 둘을 섞는다고 바로 반응하지 않습니다. 저 과정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수소분자에서 전하를 떼어내어 양이온화 시킨 뒤 음이온화된 산소원자와 결합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연료전지의 반응이 끝나면  전기와 열 그리고 물(정확히는 열때문에 수증기) 이 나오는 것이죠.

수소와 산소를 결합시키면 물과 열, 그리고 전기가 나온다. 결합에는 80~100도 정도의 온도를 필요로 하므로 시작 시점에서는 예열이 필요하다

수소연료전지도 세부적으로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으며,  전해질로 무엇을 쓰느냐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현재 가장 효율이 좋은 것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SOFC)로, 말 그대로 전해질이 고체인 방식입니다만, 이건 자동차에 올리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작동온도가 1,000도나 되는 고온이다 보니 예열에 시간이 엄청 걸립니다. 이런 열을 다루기 위해 크고 무거워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고요. 하지만 효율이 좋은데다 고온의 폐열을 난방이나 온수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장시간 고정시설로 운용되는  발전시설로는 어울립니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연료전지는 고체 고분자형 연료전지 (PEFC)입니다. 수소와 공기 사이에 반응을 일으키기 위한 촉매층에 전해질의 역할을 하는 이온교환막을 끼워 넣은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연료로 들어온 수소는 먼저 촉매에 의해 수소 이온과 전자로 분해되며, 전자는 전극으로, 수소 이온은 이온교환막을 통과하게 됩니다. 여기서 수소 이온은 촉매의 작용에 의해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여 물이 됩니다. 이 과정은 하나의 셀(Cell) 안에서 일어나는데, 셀 한 개가 발생하는 전압은 약 0.7V 정도 됩니다. 이러한 셀 여러 개를 직렬로 연결해서 차를 움직일 수 있는 수준의 높은 전력을 만듭니다.

고체고분자형 연료전지의 모습. 다수의 셀(cell)이 겹처져 있는 것이 보인다

PEFC 방식이 자동차에 쓰기 좋은 가장 큰 이유는 작동 온도가 섭씨 80~100도로 다른 연료전지에 비해 낮다는 점입니다.  물이 끓는 정도의 온도는 예열도 빠르고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도 않습니다. 단점이라면 반응을 일으키는 촉매로 비싼 백금을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량의 백금이 필요한 점은 수소연료전지차의 실용화에 가장 큰 장벽이 되어 왔지만, 현재는 연구 개발을 통해 자동차 한 대당 사용하는 백금의 양을 크게 줄였습니다.  덕분에 수소연료전지차가 대량 생산을 생각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백금을 아예 대체할 수 있는 저렴한 재료를 촉매로 사용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며,  성공한다면 수소연료전지차의 가격하락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 참, 연료전지를 탑재한 차에도  2차전지는 달려 있습니다. 연료전지는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이 없습니다. 예열을 위한 에너지 , 연료전지의 작동 중 발생한 잉여 전력의 저장, 그리고 회생제동장치를 통해 회수된 에너지의 저장을 위해서라도 충전지는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모든 연료전지차에는 비교적 소형의 리튬이온전지가 장착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8부에서 계속)

 변성용(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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