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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짝퉁차는 없다, 달라진 중국과 상하이오토쇼의 위상

임유신 입력 2019.04.18 13:45 수정 2019.04.18 13:4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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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오토쇼, 중국 자동차산업의 위상 표현법
중국은 전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이다. 기술력 떨어지는 후발주자에 짝퉁차나 만들던 시대는 지났다. 치밀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리더다. 상하이오토쇼를 보면 알 수 있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지금은 철 지난 약자인데 ‘될놈될 안될안’이라는 말이 있다.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된다’는 뜻이다. 잘 풀리는 사람은 하는 일마다 성공하고, 아닌 사람은 그렇지 않을 때 종종 쓴다. 금수저, 노력, 운 등 해석하고 의미를 찾는 데 여러 이유를 갖다 붙이는데,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잘 되는 사람은 왠지 무엇을 하든 잘 되는 듯 보인다. 경제가 어려운 데다가 레드 오션이라 성공할 가망이라고는 털끝만치도 없는 시장에 뛰어들어도, 잘 되는 사람은 성공한다.

자동차도 잘 될 차는 불경기를 비롯해 악조건이 찾아와도 잘 팔린다. 심지어 신형으로 나온 차가 망작으로 평가받아도 시장에서는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업체의 노력과 시장 예측을 비롯해 쌓아 올린 전통 등 다양한 요소가 뒷받침됐지만 보는 사람에게는 왠지 운이 좋아서 잘 되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것도 사실이다.

자동차업계에도 시대가 흐르면서 쇠퇴하는 것들이 나타나고 새로운 세력이 등장한다. 내연기관, 특히 디젤차는 사라져야 할 존재로 낙인찍혔고,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의 대안으로 급속하게 세력을 확장 중이다. 실물뿐만 아니라 개념에서도, 소유는 점차 희박해지고 빌려 쓰는 공유가 널리 퍼지고 있다. 모터쇼도 예전만 못한 자동차연관 산업 중 하나다. 화려하기 그지없고 자동차업계의 가장 큰 축제로 군림하던 모터쇼가 언제부터인가 힘을 잃기 시작했다.

100년 넘게 이어온 모터쇼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고, 세계 5대 모터쇼로 꼽히는 거대 모터쇼도 흥미를 잃은 지 오래다. 모터쇼의 주체인 자동차회사들의 불참 선언이 놀랄 일이 아닌 상황에 이르렀고, 심지어는 전자쇼가 자동차회사들의 주 무대로 변했다. 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전 세계 자동차산업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될놈될 안될안’이 명확해지는 상황으로 흘러간다.

극단적인 모터쇼 무용론이 나오는 마당에 주목받는 모터쇼도 있다. 상하이오토쇼는 1985년부터 시작했고 푸둥 인근에서 2년에 한 번 열린다. 베이징모터쇼와 함께 중국 2대 모터쇼로 꼽힌다. 역사는 40년(올해 18회)이 채 되지 않지만 빠르게 성장해서 세계 주요 모터쇼로 부상했다. 세계 5대 모터쇼는 프랑크푸르트, 디트로이트, 파리, 도쿄, 제네바 5곳을 지칭한다. 도쿄모터쇼가 세력이 약해지면서 이제는 5대 모터쇼로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나머지 모터쇼도 내리막길을 걷는다. 상하이오토쇼는 도쿄모터쇼가 빠진 자리를 밀고 들어갔다. 관심이나 규모로 따진다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다른 모터쇼와 어깨를 견줄 정도다.

올해 규모만 봐도 상하이오토쇼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할 수 있다. 36만 평방미터 12개 전시관에 20개국 1000여개 브랜드가 참여한다. 다른 모터쇼들이 삐걱 거리며 업체들이 이탈하는 반면, 상하이오토쇼는 불참하는 업체가 거의 없다 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모터쇼의 규모와 질적 수준을 가늠하는 요소는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전시 차종 수와 전 세계에 최초로 공개하는 월드 프리미어를 보면 알 수 있다. 올해 참가 차종은 1400종이 넘고 월드 프리미어만 110대가 넘는다. 이번 회만이 아니라 매회 100여대가 넘는 월드 프리미어가 모터쇼를 장식한다. 상하이오토쇼에 앞서 열린 제네바모터쇼에 나온 월드 프리미어가 70여종이었으니 상하이오토쇼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이제는 상하이오토쇼를 지칭할 때 ‘세계 최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모터쇼가 침체기로 접어든 때 홀로 잘 나가며 자동차업계에 ‘될놈될’ 사례를 추가했다. 상하이오토쇼가 세계 최대로 등극한 데는 중국 자동차시장이 뒷받침됐다. 모터쇼는 기반인 자동차가 잘 안 되면 흥할 수 없다. 중국은 전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이다. 최근 들어 성장이 둔화하면서 예전 같지 않다는 소리가 나오지만, 여전히 세계 최대 규모를 유지한다.

2018년 중국 자동차시장은 28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는데, 그 상황에서도 판매량은 2800만대에 달했다(2017년에는 2900만대). 2위 미국이 1100만대 정도니 중국 시장이 얼마나 엄청난 규모인지 짐작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니 전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중국 시장을 무시할 수 없다. 상하이오토쇼에 자동차업체들이 빠지지 않고 참가하고 월드 프리미어를 경쟁적으로 내놓는 이유다.

중국 자동차시장은 급속한 산업 발달로 인해 부작용이 없지 않았다. 부실한 자동차회사가 난립하고 함량 미달 자동차가 쏟아져 나왔다. 특히 그대로 베꼈다 해도 될 정도로 유사한 짝퉁 자동차는 중국 자동차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짝퉁 자동차가 모터쇼에도 버젓이 나올 정도로 일상적인 모습이 되기도 했다. 이런 부정적인 모습은 자동차산업이 발달하면서 점차 개선되고 있다. 아직 자동차 선진국을 따라가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빠르게 따라잡는 중이다. 아직은 중국산 자동차는 내수에서만 먹히는 차로 여긴다. 하지만 완성도가 높아지면 선진 자동차 브랜드를 위협하는 존재가 될 게 분명하다.

중국 자동차산업이 둔화세로 돌아섰지만 질적인 업그레이드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흔히 친환경차라고 부르는 전기차를 비롯한 신에너지 자동차시장은 큰 폭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신에너지 자동차 생산과 판매는 125만대를 돌파해, 2017년과 비교해서 60% 넘게 성장했다. 중국 정부도 신에너지를 비롯해 스마트 자동차 등 발전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특히 전기차는 급성장을 거듭한다. 2013년 1만5000대 정도에 불과했던 전기차 판매량은 2018년 75만대에 달했다. 내수에 의존한다는 비판이 따르기는 하지만,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중국 자동차시장은 20여년 동안 고성장을 거쳤고 최근 조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한다. 조정기를 거쳐 자동차산업이 재편되면 미래 자동차 분야에서 앞서나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중국 자동차시장은 기술력 떨어지는 후발주자에 짝퉁차나 만들고 내수에만 의존해 성장한다는 시각으로 비쳤다. 그런데 중국이 자동차산업 육성을 노력한 부분도 따져봐야 한다. 중국은 내수 시장 확대, 소비 환경 개선, 시장 수요 구조 개선, 기업 구조조정, 고유 브랜드 육성, 부품산업 육성 등 치밀한 계획을 짜서 자동차산업을 육성해왔다. 미래 자동차 산업을 향한 정책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상하이오토쇼는 발전하는 중국 자동차산업의 또 다른 표현이다. 단순히 중국 자동차시장이 커서 모터쇼도 흥한 케이스로 보기에는 담긴 의미가 크고 복잡하다. 이미 성숙해서 한계에 부딪히고 시들해져 가는 자동차 선진국과 달리 중국은 한창 성장하는 중이다. 모터쇼도 크고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싹수가 노랬다면 애초부터 ‘안될안’이 됐을 터다. ‘될놈될’은 맞지만 운이 아닌, 치밀한 준비로 이룬 ‘될놈될’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탑기어> 한국판 편집장)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evo> 등을 거쳤다. 현재 글로벌 NO.1 자동차 전문지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 편집장으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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