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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칸..당신을 조금 더 자유롭게

김상영 입력 2019.01.14 14:4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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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간사하다. 렉스턴 스포츠가 새로 나왔을 때만 해도 부족함이 크지 않았는데, 짐칸을 늘린 렉스턴 스포츠 칸이 나오니 미안하게도 렉스턴 스포츠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짧은 데크가 꼬리 잘린 도마뱀 같았다. 불과 지난달에 고심 끝에 렉스턴 스포츠를 ‘2018 올해의 차’로 선정했는데, 올해의 차가 정말 ‘올해’만을 위한 차가 된 것 같았다.


렉스턴 스포츠 칸은 미국의 정통 픽업트럭이 떠오를 만큼 비율이 좋았다. 더 당당하고 남성적으로 보였다. 그래, 이 정도의 위압감을 있어야지. 주차가 조금 걱정이지만 올해는 ‘문콕방지법’으로 주차칸도 늘린다고 하니, 흰색 네모칸에 빡빡헤게 넣는 수고만 동반되면 괜찮을 것도 같다. 이 정도의 수고와 맞바꿀 수 있는 것은 훨씬 더 다채롭고, 광활하니깐.


렉스턴 스포츠 칸은 길이가 310mm 늘어난 5405mm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가 5180mm니 렉스턴 스포츠 칸이 얼마나 큰 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늘어난 전장은 주로 데크를 넓히는데 사용됐다. 데크의 세로는 1610mm, 가로는 1570mm, 높이는 570mm다. 렉스턴 스포츠에 비해 용량은 24.8% 늘었다. 최대 적재 용량은 400kg에서 500kg으로 늘었고, 리프 스프링을 쓰는 모델은 700kg까지 짐을 실을 수 있다.


데크가 길어지고, 적재 용량도 늘면서 자연스럽게 뒷바퀴의 위치도 변했다. 뒷바퀴는 110mm 뒤로 옮겨졌다. 더 안정적인 주행을 위함이고, 물론 보기에도 좋다. 실내 공간의 여유도 조금 생겼다. 꼿꼿하게 등을 세우고 가지 않아도 된다.


적재 용량이 크게 늘면서 서스펜션의 구조도 달라졌다. 아무리 쌍용차라고 해도, 기존의 것을 그냥 달기에는 무리라고 결론 내린 것 같다. 500kg를 견딜 수 있는 5링크 서스펜션의 구조는 예전과 동일하지만, 스프링을 비롯한 서스펜션을 구성하고 있는 부품을 새롭게 했다. 700kg을 견디는 모델은 쌍용차 최초로 리프 스프링이 적용됐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트럭의 ‘판 스프링’이다. 쌍용차는 '파워 리프 스프링'이라고 부른다. 포터를 비롯한 1톤 트럭, 대형 상용차들이 채택하는 방식이고, 정통파 미국 픽업트럭도 리프 스프링을 쓴다. 어떤 구조를 사용하느냐보다 누가 만들었는지, 어떻게 만들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렉스턴 스포츠 칸의 5링크 서스펜션과 리프 스프링 서스펜션은 본질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달랐다.


흔히 서스펜션을 무릎에 비유한다. 우리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때 본능적으로 무릎을 굽힌다. 무릎이 접히면서 여러 연골과 인대가 충격을 흡수하고, 두꺼운 넙다리뼈와 정강이뼈 등이 서로 부딪히지 않게 한다. 5링크 서스펜션은 무릎이 다섯개라고 생각하면 된다.


5링크 서스펜션이 달린 모델은 G4 렉스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잘 관리된 노면 위에서는 투박함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요철을 지날 때나, 포트홀을 지날 때도 ‘프레임 바디가 원래 이렇지’하며 수긍할 정도였다. 디젤 엔진은 예상보다 조용하고, 변속도 부드러워서 실내의 고요를 해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오전에 먼저 경험했던 리프 스프링이 더 마음에 걸렸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쌍용차가 정말 신경을 많이 썼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더케이 호텔을 빠져나와 천천히 양재동 한복판을 달릴 때도 거슬리는 부분은 크지 않았다. 속도를 높이며 고속도로와 한적한 국도를 달릴 때 리프 서스펜션이 조금 못 마땅하게 느껴졌다.


리프 스프링은 얇고 긴 철판을 겹겹이 쌓은 스프링이다. 오래전 마차에서도 이런 구조를 볼 수 있다. 구조가 단순하고, 비용도 적게 들어서 여전히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참고로 볼보의 것은 완전히 다르다. 리프 스프링이란 카테고리만 같을 뿐, 소재, 구조 모두 다르다. 심지어 볼보의 것은 코일 스프링보다 비싸다.


렉스턴 스포츠 칸의 리프 스프링은 승용차보다 상용차의 것과 더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700kg의 짐이 만드는 하중은 생각보다 크다. 그래서 짐을 가득 넣었을 때의 주행감각을 더 먼저 고려한 듯 하다. 방지턱을 넘거나, 도로 이음새, 포트홀을 지날 때 다소 신경질적이다. 거친 느낌과 덜컹덜컹하는 소리가 실내로 전달된다. 또 횡방향 하중이동이나, 충격에도 취약했다.


하지만 400kg이 500kg에서 700kg으로 늘게 된다면 이런 거슬림은 아무것도 아닌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문형 냉장고가 150kg 정도니,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이 차로 단번에 이사까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프로드 모터사이클을 두대나 실을 수 있고, ATV나 제트스키도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또 데크를 가득 채우고, 험난한 오프로드를 쉽사리 달릴 수 있으니 더 매력적이다.


나는 몇달 동안 먹을 식량과 1인용 텐트, 캠핑도구를 싣고 전국을 유랑하는 상상을 했다. 뻥 뚫린 데크 위에서 달과 별을 보며 잠드는 밤이라니,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었다. 그것만으로도 렉스턴 스포츠 칸은 충분할 것 같았다.


김상영기자 sy.kim@motorgraph.com <자동차 전문 매체 모터그래프(http://www.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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