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본질을 품은 스웨디시 스페셜

조회수 2019. 3. 17. 22: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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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그럴듯하게 만든 긴 이름을 사람들은 두 글자로 줄여 부르기도 한다. 왜건. 볼보 왜건이다. 40, 60, 90으로 라인업을 이루는 볼보의 왜건 중, 가운데 위치하는 V60을 만났다.

이 녀석의 이름은 변화무쌍이었다. 740 ‘에스테이트’를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한때는 ‘XC70’이었다. 지금은 V60 크로스컨트리다. 그 이름이 변화할 때마다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보면 된다. 지금 가장 잘나가는 브랜드 중 하나가 볼보지만,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볼보는 무척 힘든 시절을 지내야 했던 사연 많은 브랜드다.

S와 XC에 치여 제자리를 못 잡는 것 같은, 그래서 조금 애처로워 보이는 크로스컨트리는 그러나 볼보의 본질을 담고 있다. 배지를 앞세워 무게 잡는 차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필요한 기능들을 두루 담은, 지극히 실용적인 차다. 북유럽의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사고방식이 만든 차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북유럽의 험한 날씨, 여름 휴가가 5개월에 달한다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워라벨을 가진 스웨덴이었기에 만들 수 있던 차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스웨디시 스페셜이다.

얇고 길다. 옆에서 보면 그렇다. XC90과 비교해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XC90이 살집이 있는 미국사람 체형이라면, V60은 날씬하고 키가 큰 스웨덴 사람 체형이다. XC 90은 정사각형에 가깝고, V60은 가로가 더 긴 직사각형에 가깝다. 크게 차이 나는 체형이지만, 두 차의 최저지상고는 210mm로 같다. 험한 오프로드에서는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높이는 V60이 훨씬 낮다. 그래서 얇아 보인다.

한국에서 볼보는 주식으로 치면 연일 상한가다. 투입하는 차종마다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공급 부족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 2020년부터는 볼보를 타다가 중상을 입거나 사망사고를 당하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약속이 고객들을 줄 서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5년 10년 뒤의 장밋빛 약속을 하는 메이커들은 많지만, 당장 일 년 이년 후의 일을 이처럼 구체적이고 당당하게 장담하는 약속을 하는 메이커는 없다. 고객들이 설득당하는 이유다.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를 뜨겁게 친다. 박수를 치지만, 걱정은 된다. 그런 사고 없게 하겠다고 장담했는데, 그런 사고 전혀 없을 수는 없을 텐데. 어쩌려고……. 두고 볼 일이다.

충북 제천과 강원도 원주 일대를 달리며 V60을 탔다. T5 AWD와 T5 AWD 프로 두 개 트림을 번갈아 탔다. 나파가죽, 바워스 앤드 윌킨스 오디오, 19인치 타이어, 4존 에어컨디션이 적용된 뒷좌석 등등이 윗급인 ‘프로’ 트림에 적용된 고급 사양이다. 안전 및 편의 장비, 시티 세이프티, 파일럿 어시스트2 등은 두 트림에 모두 동일하게 적용됐다. 안전에는 차별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상품구성이다. 윗 트림이 조금 더 편하고 고급이지만 더 안전한 건 아니다.

특이한 건, 뒷 서스펜션에 리프 스프링을 사용하고 있는 것. S90에도 같은 서스펜션이 사용된다. S90과 같은 SPA 플랫폼을 사용한다.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 구조가 같다. 리프 스프링은 차축을 따라 좌우 방향으로 배치됐다. 일종의 보조 스프링 역할을 하는 것. 특히 왜건에서는 뒷부분의 큰 하중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529ℓ를 기본으로, 뒷좌석을 접으면 1,441ℓ까지 확장되는 트렁크에 많은 짐을 실을 때를 대비해야 하는 것. 리프 스프링의 보조 역할이 큰 몫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직렬 4기통 2.0 터보 T5 엔진은 254마력의 힘을 낸다. 0-100km/h 가속 시간은 메이커 발표 기준 6.8초다. 마력당 무게비는 7.24kg. 드라이버 외에 1명이 더 타고 시승 도중 계측기를 이용해 실제로 측정해본 0-100km/h 가속 시간은 7.15, 7.69초였다. 7초대에 시속 100km를 주파하는 성능이다.

고속주행 영역으로 넘어가면 무게감 있는 가속 반응을 보인다. 날쌔게 달려나가는 게 아니라, 점잖게 무게 잡고 달리는 느낌이다. 왜건 다운 반응이다. 때에 따라 사람과 짐을 많이 싣고 달려야 하는 차가 스포츠카처럼 날쌔게 달리면 위험한 일이다. 충분히 제어할 수 있을 만큼의 반응인데, 이게 아무 생각 없이 운전을 하다 보면 고속주행에서 조금 무겁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8단 자동변속기는 부드러운 변속 반응을 만들어낸다. 아랫단에서 넘겨주는 바통을 부드럽게 이어받아 시프트업을 이어간다. 다이내믹 모드에서 힘찬 엔진 반응을 보여줄 때도 변속 반응은 거칠지 않았다. 다이내믹 모드에선 엔진 사운드가 제법 힘차게 들린다. 킥다운 버튼을 마저 밟아 가속을 이어갈 때 힘차게 터지는 엔진 사운드가 귀를 즐겁게 한다. 시멘트 도로에선 어쩔 수 없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시멘트 도로의 잡소리가 어지럽게 흩어진다.

시티 세이프티와 파일럿 어시스트Ⅱ는 결정적인 순간에 빛을 발한다. 운전자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순간을 빛의 속도로 알아채고 조치를 취하는 것. 조향에 개입하고, 감속하고 급제동을 걸기도 한다. 기자단 단체 시승으로 여러 대가 함께 달리던 중 앞의 앞차가 길을 잘못 들어서는 순간 급히 제동을 걸었고, 그 뒤차가 함께 급제동했다. 그다음이 내차. 내가 제동을 걸기 전에 차가 먼저 경고음을 내면 제동을 시작했다. 파일럿 어시스트의 진가를 실제로 느껴보는 순간이었다. 단 한 번만이라도 긴급제동 시스템이 작동한다면, 그래서 사고를 피한다면, 그 값어치는 충분히 다 한 셈이다.

도로 이탈 완화, 반대차선 접근 충돌 회피 기능, 사각지대 어시스트 등의 기능은 예방 안전장치로서 충실하게 역할을 한다. 또한, ADAS에 의한 반자율 운전 기능도 훌륭하게 수행해냈다. 도로 중앙을 유지하고 앞차와의 차간거리를 조절하며 주변 차들의 흐름에 맞춰 정해진 속도 이내에서 잘 달렸다. 에코 모드에서는 오토 스탑 기능이 활성화된다. 차의 움직임에 따라 엔진도 어김없이 멈추고 살아나기를 반복한다.

V60 크로스컨트리의 공인복합 연비는 10.1km/L. 판매가격은 T5 AWD가 5,280만 원, T5 AWD 프로가 5,890만 원이다. 스웨덴이나 영국, 독일 등지의 가격과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가격이라는 게 볼보코리아의 자랑이다. 6,000만 원이 채 안 되는 가격은 분명 매력이 넘친다. 넓은 공간과 탄탄한 성능을 가진, 게다가 유로엔캡 별 다섯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안전도를 인정받은 스웨덴산 왜건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대시보드의 날카로운 예각은 볼 때마다 불편하다. 볼보의 신형 모델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부분이다. 신형 모델들이 하나같이 이처럼 날 선 예각의 인테리어를 적용하고 있으니, 당분간 고쳐지기는 힘들 전망. 인테리어, 특히 대시보드는 가장 보수적으로 디자인해야 하는 곳인데, 안전을 앞세우는 볼보답지 않다.
스티어링 휠에 음성명령 버튼이 있는데, 작동하지 않는다. 껍데기만 있는 것. 작동하지 않는 버튼이라면 아예 없애는 게 낫다. 유럽, 중국에선 사용할 수 있는 버튼을 사용하지 못하는 한국 소비자의 상대적 박탈감도 생각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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