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국산 전기 스쿠터의 미래를 보다. 와코 EV-E6

조회수 2019. 4. 2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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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에도 많은 전기 바이크가 등장하고 있다. 2019년 현재 전기이륜차 보조금 지원 대상을 받는 소형 및 경형 전기 스쿠터는 총 10대. 이 밖에도 다양한 전기 바이크가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와코 EV-E6는 수준 높은 배터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산 전기스쿠터의 발전 가능성까지 자신감 있게 드러냈다.

지난 3월 중순, 낮에도 하늘은 매일 어두웠고 연일 스마트폰에선 미세먼지 경보가 울렸다.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엔 미세먼지 농도가 항상 떠 있었다. 문득 바이크를 타며 마시게 될 미세먼지를 생각하니 공포감이 들었다. 이제 정말 전기 이동 수단을 타야 할 때가 온 게 아닐까 생각한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 뿐만 아니라 평소에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타는 자동차와 바이크는 배기가스뿐 아니라 타이어 분진, 브레이크 분진 등 다양한 미세먼지를 생성한다. 

누군가는 이동 수단이 발생시키는 미세먼지는 적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해외의 많은 나라는 도심의 내연기관 이동 수단 출입을 제한하고 대중교통을 전기로 바꾸고 있으며 실제로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전기차 보조금, 전기 이륜차 보조금 등을 지원하며 내연기관 이동 수단을 줄이고자 한다. 

현재 국내에는 많은 중국산 전기 스쿠터가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이륜차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고 상품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그에 따른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 중국산 전기스쿠터를 수입해 터무니없는 소비자가격을 책정하고 정부 보조금을 챙긴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내 전기스쿠터 시장에 제대로 된 전기스쿠터가 등장했다.

익숙해서 좋다

EV-E6의 외관은 익숙한 클래식 스쿠터 스타일이다. 전체적인 크기도 125cc 클래식 스쿠터들과 비슷하고 프런트와 리어엔 12인치 휠을 사용한다. 배기 머플러가 없다는 점을 빼면 내연기관 스쿠터와의 차이점을 크게 느낄 수 없다. 디자인이 독창적이진 않지만 전기 스쿠터라고 미래적이고 유치하게 꾸미지 않아서 좋다.

(좌) 기존의 연료 주입구는 USB 포트로 활용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 (우) 기어와 회생제동 시스템이 포함된 전기모터

사실 EV-E6가 친근한 이유는 내연기관 스쿠터 기반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판매되는 스쿠터의 차체를 사용했기 때문에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었다. 이는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할 수 있던 이유기도 하다. 기존의 연료 주입구였던 자리는 USB 충전 포트가 되었다. 유닛 스윙암에는 엔진 대신 전기모터가 붙었다. 계기반은 풀 LCD 방식이다. 속도계와 배터리 잔량, 주행 가능 거리를 표시한다.

배터리 잔량과 속도계를 표시하는 계기반
(좌) 짐을 올려두기 좋은 평평한 발판 / (우) 트 렁크엔 배터리 2개 혹은 배터리 1개와 충전기를 보관할 수 있다
(좌) 반시계 방향으로 키를 돌리면 시트가 열린다

평평하고 넓은 발판은 타고 내리기 쉽고 박스 같은 짐을 올려두기도 편하다. 배터리는 시트 아래 둔다. 키를 왼쪽으로 돌리면 시트가 열린다. 트렁크 공간엔 2개의 배터리를 보관하거나 배터리 하나와 충전기를 보관할 수 있다. 커넥터를 살짝 돌려 차량과 배터리를 체결하는 방식으로 간단하지만 확실하게 결합되어 선이 빠지거나 합선되는 일에 대한 걱정이 없다. 선 하나만 딱 빼내면 배터리를 뺄 수 있고 배터리 무게 자체도 한 손으로 들기에 크게 무리 없는 무게다.


바이크에 직접 충전기를 꽂을 수 있다. 충전 포트는 시트 아래 있다

배터리를 두 개 넣으면 주행거리는 두 배가 된다. 트렁크 공간을 모두 배터리가 차지해 소지품을 보관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발판 앞에 수납공간을 마련해 두었지만 헬멧을 걸 수 있는 고리 하나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다. 다행히 디자인과 잘 어울리는 전용 탑케이스가 옵션으로 준비되어 있다.

국산 배터리의 힘

와코는 국산화율 70%에 달하는 국내 제작사다. 반도체 관련 시스템과 장비, 정밀 감속장치, 일체형 모터 등을 바탕으로 2005년 EV 사업부를 시작했다. 와코에서 개발한 배터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2,000 사이클, 70% 잔량을 보존한다. 매일 사용한다고 해도 약 5년 5개월 동안 70%의 성능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배터리 완전 소모 시 완충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3시간 30분 정도다. 배터리 충전기 역시 국산 제품이다. 발열과 소음이 적다. 실제로 실내에서 충전했을 때의 체감은 컴퓨터 발열 팬의 소음보다 조금 더 큰 정도로 일상생활에 방해되지 않았다. 또한 36%의 경사면 등판 능력을 갖추었다.


배터리의 무게는 12.9kg으로 성인 남성이 들고 이동하는데 큰 무리가 없으며 배터리 충전기도 함께 수납할 수 있다

저가형 스쿠터들은 리어 휠에 전기모터를 포함하는 휠 인모터 방식인데 반해 EV-E6는 고성능의 모터를 리어휠과 기어로 연결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휠 인 모터 방식은 싸고 구조가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모터 회전수와 1:1로 회전할 수밖에 없고 회전 질량이 커서 고속주행이 힘들며 모든 충격을 모터 먼저 받기 때문에 내구성도 약한 것이 단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와코는 자체 개발한 모터 유닛을 사용하며 이것이 EV-E6의 핵심 기술이다.

무난한 주행 실력

키를 돌리면 LCD 계기반이 켜지며 키 세리머니를 한다. 약 10초간 ODO가 표시된 이후에 배터리 잔량과 주행 가능 거리가 표시된다. 정보가 크고 깔끔해 시인성이 좋다. 시동을 걸면 파킹 모드로 스로틀을 조작해도 작동하지 않는다. 오른쪽 스위치 박스의 셀 버튼을 누르면 주행모드에 들어간다. 일반적인 전기 스쿠터와 달리 기어가 있어 저항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스로틀을 열면 초반부터 최대 토크가 나오는 전기 모터의 특징을 갖고 있다. 강한 토크로 시속 30km까지의 가속은 동급의 엔진 스쿠터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이후에 힘이 조금 빠지긴 하지만 60km/h까지 꾸준히 달려 나간다. 언덕에서 약간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 점은 세팅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

(좌) 클래식한 인상의 헤드라이트 / (우) 프런트 페어링은 올드 클래식 스쿠터를 떠오르게 한다

전후 디스크 브레이크 채용으로 브레이크 성능은 탁월하다. 브레이크를 잡으면 마치 엔진 브레이크가 걸리듯 구동축에서 저항감이 느껴진다. 계기반의 느낌표 표시가 들어오는 것은 동력이 차단되었다는 알림이다. 서스펜션은 가벼운 차량 무게에 비해 단단한 편이다. 일반적인 노면에서는 괜찮지만 불규칙한 노면을 지날 때 승차감이 통통 튄다. 승용 버전인 만큼 조금 더 부드러운 세팅으로 변경되면 좋을 것 같다.


실용성 테스트

EV-E6의 배터리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도로에서 출퇴근하며 주행 거리를 측정했다. 배터리 성능은 무게, 주행습관 등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단 테스트 조건을 밝히고자 한다. 우선 시승을 진행 한 EV-E6는 출시 예정인 승용 버전을 위한 테스트 차량으로 출력 세팅은 최고속 80km/h를 낼 수 있도록 설정되었다. 이 조건으로 평지에서 68km/h까지 무난히 가속했고 최고 속도는 78km/h였다. 주행은 최대한 차량의 흐름에 조금 앞서는 정도로 달렸다. 출발은 풀스로틀로 전개해 가속했다.

이러한 조건에서 배터리 하나를 사용해 달린 총 주행거리는 32.6km. 제조사 측에서 발표한 거리보다는 짧았지만 추운 날씨에 주행 구간 중 언덕이 많았고 급출발 급제동 및 차량의 속도가 빠른 도로 특성에 맞춰 주행한 것을 고려해야 되는 수치다. 가속과 주행 속도를 늦추면 주행거리는 늘어날 수 있다. 현재 회생제동의 개입이 최소로 세팅되어 있는데 이 회생제동의 단계를 높이면 특히 언덕이 많은 환경에서 주행거리가 늘어난다는 제조사의 설명이다. 실제 승용 모델의 양산 버전에서는 3단계로 다르게 세팅된 주행 모드가 제공되고 각 모드별로 주행 가능 거리가 크게 달라진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정식 양산 버전이 출시되면 주행거리 테스트는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


(좌) 원 터치 개폐 방식의 탠덤 스텝 / (우) 시트가 널찍해 편안하다

가능성을 보다

완성도에 있어 아쉬운 부분과 개선이 필요한 점을 발견했지만 그만큼 가능성을 엿봤다. 일단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 등 전반적인 시스템이 안정화되었다. 전기 스쿠터의 핵심 기술이 배터리에 있는 만큼 중요도가 높다. 기존에 있던 스쿠터의 차체를 이용해 생산 단가를 낮춰 가격을 낮춘 것도 좋은 전략이다.

EV-E6의 가격은 289만 원, 정부 보조금이 219만 원으로 책정되었으니 소비자 가격은 70만 원이다. 거기에 내연 기관 바이크를 폐차할 시에 20만 원의 추가 지원금을 받아 50만 원에 구매할 수 있다. 와코 EV-E6를 시작으로 검증된 배터리 성능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품질 좋고 다양한 국산 전기 스쿠터를 개발해주길 기대해 본다.

  조건희 기자  사진  양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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