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화려한 차 아닌 좋은 차, 폭스바겐 티구안

조회수 2019. 11. 2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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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3만9,000원. 수많은 대안이 머릿속에 어지러이 펼쳐졌다. 준중형 SUV로서 결코 만만한 가격표는 아니니까. 그러나 티구안은 이미 잘 나간다. 전 세계 500만 대 누적 판매고는 물론, 우리나라에선 올해 1차 물량 2,500대가 일주일 만에 매진됐다. 대체 흥행 비결이 뭘까? 고깝지 않은 시선으로 티구안을 만났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강동희 기자

티구안 프리미엄은 프레스티지 모델보다 수수하다. 헤드램프 모양이 다르지만, 프리미엄도 LED 방식이다
티구안 프리미엄(왼쪽)과 프레스티지(오른쪽). 프레스티지는 장식이 훨씬 화려하다

화장 지운 티구안

처음 마주하고는 깜짝 놀랐다. 너무 수수해서다. 시승차는 국내 티구안 중 아래급인 2.0 TDI 프리미엄. 마치 그동안 봐왔던 공식 사진이 ‘풀 메이크업’이라면 시승차는 ‘민낯’이다. 한결 순박한 눈매, 크롬 장식 걷어낸 그릴, 평범한 은빛 휠이 어우러져 아래급 느낌이 팍팍 난다.

헤드램프 높이가 다른 SUV보다 낮은 이유는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티구안 공기 저항 계수는 0.31Cd에 그친다
놀랍도록 날카롭게 성형한 철판

그래도 화장을 지우니, 도리어 티구안 매력이 도드라진다. 부품과 부품이 만나서 그리는 ‘파팅 라인’이 얇을뿐더러 간격이 매우 균일하다. ‘병적인 완벽주의’는 철판에 맺히는 빛 반사로 방점을 찍는다. 보통 문짝과 문짝 사이, 또는 문짝과 펜더 사이 철판을 접어 넣을 때 생기는 굴곡 때문에 빛이 일그러지기 마련이지만, 티구안은 처음부터 한 덩어리로 깎은 듯 빛 맺힘이 균일하다. 단지 보기만 했는데도 믿음이 쌓인다.

화려한 장식은 없지만 만듦새가 뛰어난 실내
자세히 보아도 빈틈이 없다

만져 봐도 마찬가지다. 묵직한 문짝이 헐거운 감각 없이 절도 있게 열린다. 실내는 더 심하다. 부품과 부품 사이 머리카락 하나 찔러 넣기 힘들 만큼 딱 맞게 달라붙었다. 유격이 뭔지 모르는 듯 꽉 들어찬 실내는 송풍구마저도 견고하다. 나무 무늬 장식, 가죽 장식 하나 없는 단순한 실내가 덕분에 값져 보인다.

시트 쿠션은 탄탄한 편이다. 공간은 준중형 SUV로서 충분하다. 뒷좌석은 이전보다 무릎 공간이 29㎜ 늘었다

견고함은 어디든 스몄다. 시트마저 탄탄하다. 1열은 그렇다 치더라도 2열까지 사무실 의자 앉은 듯 쿠션이 탄탄하다. 성인 남성 표준 체격 기자가 2열에 앉았을 때 머리 공간과 무릎 공간 모두 넉넉하게 남지만, 탄탄한 쿠션 때문에 괜히 긴장이 감돈다. 다분히 유럽차답다.

뒷좌석 테이블, 앞뒤 180㎜ 슬라이딩 기능, 문짝 수납 공간 안쪽 마감(왼쪽부터 순서대로)
40:20:40으로 나뉘어 접히는 트렁크. 뒷좌석을 모두 폈을 때 615L며, 모두 접으면 1,655L다(왼쪽). 스페어타이어가 달렸다(오른쪽)

편의 장치는 다소 부족하다. 우리나라 차라면 당연히 있을 운전대 열선도, 통풍 시트도 없다. 그런데 의외의 부분에서 후하다. 뒷좌석 온도 조절을 따로 할 수 있고, 운전석엔 세 개 자세를 기억하는 메모리 시트가 달렸다. 2열 전용 테이블과 180㎜ 앞뒤로 움직이는 2열 시트 역시 마찬가지. 2열 시트는 40:20:40으로 세 개로 나뉘어 접힌다. 화려한 장비는 적어도 실용적인 기능을 품었다.

최고출력 150마력(3,500~4,000rpm), 최대토크 34.7㎏·m(1,750~3,000rpm) 성능을 내는 2.0L 터보 디젤 엔진

2만8,000nm/deg

150마력. 최고출력 수치를 보고는 김빠졌다. 150마력이라니, 과거 2세대 스포티지 후기형(151마력)이 딱 그 정도 출력을 냈었다. 물론 폭스바겐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해외에선 같은 배기량으로 190마력 또는 240마력까지 끌어내는 티구안 디젤이 있다. 단지 우리나라에 150마력 모델만 들여올 뿐이다.

다행히 실제 실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페달을 밟자 예상보다 가볍게 나아간다. 1,750rpm부터 일찍이 34.7㎏·m 최대토크가 터져 나와 3,000rpm까지 이어지는 까닭. 특히 변속기가 똑똑하다.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품어 두툼한 디젤 엔진 토크를 손실 없이 앞바퀴까지 전한다. 변속 속도도 거침없다. 가속 페달에 조금만 힘을 주면, 바로 저단 기어를 바꿔 물어 가속을 준비한다. 엔진과 변속기 손발이 척척 맞는다.



재빠른 변속은 빠른 가속으로 이어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9.3초 만에 가속한다. 고속에서 다소 부족한 출력 단점도 지운다. 클러치를 직접 맞물리는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엔진 힘을 온전히 활용한다. 100㎞/h 속도를 넘어서도 꾸준히 가속을 이어가며, 최고 202㎞/h까지 달릴 수 있다.

빠른 속도에서는 힘보다는 차라리 차체 균형이 더 인상 깊다. 독일차답게 팽팽하게 조율한 서스펜션은 갑작스러운 충격에도 허둥대지 않고 재빨리 자세를 추슬러 안정감을 유지한다. 속도감이 무뎌질 정도다. 그럼에도 차분하다. 팽팽한 서스펜션 충격을 견고한 차체가 묵묵히 버텨낸다. 덕분에 마치 무거운 대형 SUV처럼 촐랑이는 움직임이 적다.


파노라믹 루프 없는 시승차는 강성 수치가 2만8,000nm/deg에 달한다(왼쪽). 150마력 디젤 모델은 앞바퀴 굴림 모델이 최대 2,200㎏, 사륜구동 모델이 최대 2,500㎏을 견인할 수 있다(오른쪽)

폭스바겐 특유의 탄탄한 골격에서 비롯한 주행감이다. 특히 시승차는 더더욱 그랬다. 이전 세대 티구안이 2만1,000nm/deg 차체 강성으로 호평받았는데, 신차는 MQB 차세대 플랫폼을 바탕 삼아 2만5,000nm/deg로 거듭났다. 그리고 파노라믹 루프 없는 시승차는 그 강성 수치가 2만8,000nm/deg로 또 훌쩍 뛴다. 고성능 수퍼카를 넘보는 수준. 탄탄한 골격은 견인 무게도 최대 2,200㎏까지 버텨낸다(앞바퀴 굴림 기준).

물론 이런 티구안도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다. 공회전 때 디젤 진동은 효과적으로 억제했으나 소음은 다소 들려오는 편이다. 다행히 정차 시 시동을 끄는 스타트 & 스톱 기능이 적극적으로 작동해, 공회전 소음을 느낄 새는 많지 않다.



기본에 충실하다

시승차가 하위 등급이어서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티구안은 모든 모델에 기본으로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이 들어간다. 단순한 도로에서 잠깐이나마 반자율주행을 누릴 수 있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중앙을 쫓는 ‘레인 어시스트’는 당연히 들어가며, 정체 시 운전을 돕는 ‘트래픽잼 어시스트’와 사고 후 알아서 차를 시속 10㎞까지 감속하는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 등이 모두 들어간다.

총 200㎞가량을 달려 기록한 연비는 L당 14.3㎞ 수준. 공인 연비 L당 14.5㎞를 조금 밑돌았다. 주행 환경이 다소 가혹했던 탓이다. 그래도 1,691㎏ 덩치 SUV로서는 무척 높은 효율이다. 효율 좋은 디젤 엔진,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 그리고 가벼운 앞바퀴 굴림 구동계가 맞물린 결과다.



폭스바겐 티구안은 뿌리가 튼튼한 자동차다. 차급을 한참 넘어서는 튼튼한 골격을 바탕으로 빈틈없는 만듦새로 마무리 지었다. 기본 바탕에 쏟아부은 노력만큼은 프리미엄 브랜드 버금간다. 다만, 보다 많은 사람이 ‘좋은 바탕’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 다소 수수하게 꾸몄을 뿐이다. 전 세계를 넘나드는 티구안의 꾸준한 인기 비결, 그 답은 역시 탄탄한 기본기가 아닐까.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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