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도 될까? 예비 아빠의 BMW 4시리즈 그란쿠페 시승기

조회수 2019. 9. 24. 08: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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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 지금 사도 될까? 덜렁 샀다가 나중에 신형 굴러다니는 거 보고 후회 안 하려나 ?" 요즘 BMW 4시리즈 그란쿠페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11월에 아빠가 되는 기자는 이번 420i 시승행사 초청을 받고 '옳거니 내가 가야겠다' 생각했다. 평소 타던 미니 로드스터를 대체할 패밀리카를 찾고 있던 터였기 때문이다. 애기 아빠가 되니 덩치 큰 SUV를 살 것인가? 아니면 공간은 좀 포기해도 총각처럼 보일 지도 모르는 멋진 디자인에, 주행감각까지 챙긴 쌔끈한 차를 살 것인가? 그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해 왔다.


4시리즈 그란쿠페는 과연 모두가 행복한 선택이 될 것인가?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허락보다 용서가 빠르지 않냐는 남편 구매자 모드로 시승에 임했다.


4천만 원대 4시리즈 그란쿠페 사(4)라고 유혹하는 가격


BMW는 최근 4천만원 후반대 '420i 그란쿠페 스페셜 에디션'을 내놨다. 보통 '스페셜'이 붙으면 얼굴에 연지곤지를 더 하고 가격도 덩달아 스페셜하게 더 붙지만, 이번에는 '없어도 그만인 옵션'을 빼고 꼭 필요한 것만 담아 6천만원에 육박하던 가격을 확 낮췄다. 4,960만 원.


여기에 딜러 할인을 받으면 4천만원 초중반에도 살 수 있게 되면서 가성비 최고의 BMW로 급부상 했다. BMW 매장에 가면 '이건 어때요' 하면서 4시리즈 사진을 보여준다. 그 디자인에 이 가격으로 동공을 흔들다니.


겉모습과 디자인


겉모습은 익숙하다. 잘 생긴 건 맞는데 볼 때마다 엔돌핀이 뿜뿜하는 단계는 지났다. 맛있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었을 때 느낌과 비슷하다. 맛 있는건 알겠는데 더 먹고 싶지는 않은 그런 느낌.


그래도 낮은 차체, 긴 보닛에 짧은 트렁크, 속도감 있는 지붕 라인에서 나오는 옆모습은 언제 봐도 행복하다. 현대 아반떼의 길이가 4,620mm 인데 그것보다 단 2cm 긴 4,640mm인 짧은 차체로 이런 비례를 만들어 냈다. 여기가 바로 디자인 맛집!


겨울에 멋 내려면 추위에 좀 떨어야 하듯, 이런 멋진 비례가 가능한 것은 감수한 게 많기 때문이다. 아반떼와 같은 대중적인 차들은 가능한 넓은 소비자 층을 만족 시키려 한다. 저렴하게, 공간 넓게, 편의장비 많이, 그러면서도 디자인 예쁘게, 누가 타도 편한 차가 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4시리즈 같은 이미지 리딩 모델은 누가 타도 '어깨뽕'을 더해주는 차가 돼야 한다. 볼륨감, 든든한 하체, 멋진 외모가 지상 최대의 과제이기 때문에 실내 공간을 희생하고 멋을 챙긴다.


속모습과 공간


4시리즈 그란쿠페 역시 실내가 넓지 않다. 176cm에 79kg로 우리나라 남성 평균 사이즈인 기자가 운전석에 앉고, 기골이 장대한 <카홀릭> 김학수 기자를 옆에 태우니 마치 미니를 탄 분위기다. 남자랑 부대끼는 이 상황 어찌해야 하나.


185cm가 넘는 그가 운전대를 잡았을 때, 바로 뒷좌석은 엑센트보다 좁아진다. 기대감을 안고 탄 뒷좌석은 내 무릎과 1열 등받이 사이에 주먹이 겨우 하나 들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엉덩이를 좀 앞으로 빼고 앉으면 공간이 몸에 딱 맞는다. 카시트 장착하고 집사람이 애랑 같이 타면? 모두가 행복한 공간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이 상황에서는 2열에서 신발 벗는 게 힘들었다. 운전자의 키가 큰 탓에 시트를 뒤로 민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넓은 공간은 아니다. 등받이는 아반떼보다 약간 더 서 있다. 아내처럼 집안에서 힘 있는 존재를 뒤에 태우고 먼 거리를 갈 때에는 반드시 적절한 시점에 휴게소에서 커피 한 잔이라도 사 줘야 한다. 그나마 2열 송풍구가 있는 것은 다행이다. 이 정도 가격의 차에 송풍구가 없어서는 안 된다.


2열 송풍구 아래에 시거잭은 있으나 USB 포트는 없다. USB 포트 처럼 생긴 뭔가가 있길래 자세히 봤더니 3단계로 조절하는 2열 열선 버튼이다. 열선은 420i 스페셜 에디션에는 없다. 있으면 좋겠지만, 아주 높은 확률로 4시리즈 그란 쿠페 구매자의 배우자(혹은 가족)는 2열보다 1열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BMW가 실내공간 활용성에 대한 생각을 안드로메다로 보낸 것은 아니었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480L, 여기에 4:2:4로 접히는 2열 시트를 모두 접을 경우, 1,300리터 까지 확장된다. 낮은 뒷유리를 생각해서 화물을 잘 집어 넣으면 여러가지를 실을 수 있다.


트렁크 게이트가 뒷유리와 함께 열리는 것은 트렁크 접근성을 크게 높여준다. 게이트가 SUV보다 입을 더 크게 벌리고 위로 활짝 열리니 뭐든 싣는 게 너무 쉽다. SUV의 장점을 압도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트렁크 기본 용량이 좀 더 커야 디럭스 유모차와 갖은 짐들이 한 번에 들어 갈 것 같긴 하다. 어쨌든 넓게 열리는 트렁크는 애기 아빠로서는 정말 최고의 장점. 범퍼 아래에 발차기 시늉으로 열 수도 있다.


1열 공간


운전석으로 가 보자. 이제는 올드한 디자인이다. 연식이 변경되면서 LCD 계기반이 새로 적용된 점은 좋다. 시인성은 물론, 정보 표시 방법도 좋아졌다. 먼저 산 사람들은 상당히 배가 아플 수 있겠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빠트리지 않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iDrive에는네비게이션이 내장돼 있다. 가로 형태 디스플레이에 각종 정보를 띄워주는데, BMW의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iDrive 만큼은 올드해 보이지 않는다.


다 좋은데 스피커가 문제다. 5천만원 가까이 되는 차라고 음질까지 기대했다가는 실망한다. 오디오는 꼭 마음을 비우고 작동시켜야 하며, 고퀄 음악을 즐기고 싶다면 필히 스피커를 다른 제품으로 교체할 것.


실내에는 LED 실내등, 운전석-동승석 전동시트, USB 포트 2개, 무선충전패드가 전 모델에 적용된다. 높은 가성비를 자랑한 또 다른 BMW인 1시리즈와 X1은 LED 실내등, 무선충전패드 같은 건 빼버려서 아쉬웠는데, 4시리즈는 다 채웠으니 디자인이 한 세대 지난 것만 빼면 모양 빠진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주행감각


4시리즈가 디자인 덕분에 당신의 마음을 50% 이상 훔쳤다면 땡큐지만, '이 진부한 디자인 외에 뭐가 좀 더 있어야 지갑을 열겠노라' 생각이 들었다면? 주행 감각이 나머지를 채워줘야 한다.

최신형 BMW의 코드명은 G로 시작한다. 이전에는 F로 시작했으나 BMW가 전 모델을 싹 갈아 엎으면서 G로 시작하게 됐다. 한 번 바뀌기 시작하면 전 라인업이 순차적으로 다 바뀌면서 완전히 세대교체가 되고, 디자인 스타일링 변화 및 전반적인 상품성과 성능 업그레이드가 진행된다.


4시리즈는 코드명이 F36으로 이전 세대다. 신형 3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차이가 많이 날까? 아니다. 세팅의 성향과 취향의 문제일 뿐, 4시리즈가 못 살 차가 되지는 않는다. 신형 3시리즈가 기존보다 단단해지며 스포티했던 BMW로 돌아갔다는 평을 듣지만, 이 차가 나오기 전 BMW는 너무 부드러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전 모델에 걸쳐 운동성능은 유지하면서도 부드럽고 편안하게, 그래서 누구나 거부감 없이 탈 수 잇는 BMW가 되려 했다.


4시리즈는 그 시기의 차다. 겉모습은 그 어떤 세단도 따돌릴 것처럼 생겼지만 주행감각은 부드러운 후륜구동 그 자체다. 이번에 연달아 탄 420d, 420i 역시 모찌 위에 올라탄 듯한 부드러운 주행 감각을 선사했다. 3시리즈보다 40mm나 낮은 차체는 좌우 쏠림을 최대한 억제한다.


과속방지턱을 맞이하는 순간과 떠나보내는 순간은 서스펜션을 함부로 놀리지 않는다. 바퀴가 상하운동의 최대점에 달하는 찰나에는 마지막까지 부드러움을 놓지 않았다. 살짝만 움직여도 움찔 반응하는 정교한 스티어링 감각 역시 여전하다.


420d


먼저 탄 420d는 184마력,40.8kg.m짜리 디젤 엔진을 얹었다. 경유 먹는 차임에도 부드러운 주행감각을 선사했고, 출발 시 혹은 60km/h 이하 중저속 구간에서 급가속 할 때를 빼고는 시종일관 소음 진동을 최소화 했다. 기자는 미니 로드스터 외에도 약 두 달 가량 지인의 X1을 빌려 타고 있는데, 4시리즈는 숫자가 3이나 더해져서 그런지 1라인업인 X1 보다는 확실히 실내가 정숙했다.


중저속 가속 감각은 시원하다. 40.8kg,m 토크를 등에 업고 관성을 잘 타면 늘 내리막을 달리는 듯한 경쾌한 주행 질감을 경험하게 된다. 다만, 급가속 상황에서는 생김새와 다르게 논다. 4,000rpm을 넘어서면 바퀴에 접착제가 붙은 마냥 좀처럼 치고 나가지 않는다. 뭔가 밑에서 잡아당기는 듯한 끈적한 느낌인데, 2차선 추월 상황에서는 마주 오는 차를 좀 겁내야 한다. 직선으로 뻥 뚫린 확실한 길이 아니면 주저하다가 추월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420i


420i은 오히려 고속주행에서 유리하다. 최고출력은 190마력으로 디젤보다 단 6마력 높지만, 4천 rpm이상, 시속 100km를 넘나드는 구간에서 더 높은 영역으로 밀어주는 힘이 느껴진다. 단, 추월 상황에서는 1.7톤에 가까운 차체가 쉽게 앞차를 제치지는 못한다. 분명한 한계는 있다.


420i의 가장 큰 장점은 가솔린만이 줄 수 있는 부드러운 회전질감과 정숙성이다. X1을 타고 시승 장소로 가서 420d를 먼저 타고 난 후 420i를 타게 되니 기름값좀 더 써도 가솔린에 충분히 투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지났을 때, 디젤의 소음과 진동은 경제성을 넘어설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4시리즈 그란쿠페 사도 될까?


가솔린 420i 스페셜 에디션은 4,960만 원인 반면 디젤 420d 럭셔리 라인은 5,950만 원, 420i 럭셔리 라인은 5,800만원이다. 거의 천만 원 차이다. 이 막강한 가격 차이 안에는 2열 열선 등 일부 옵션과 크롬을 완전히 덜어낸 범퍼 디자인이 포함돼 있다. 크롬 장식이 있는 럭셔리 라인과 없는 스페셜 에디션을 나란히 세워두면, 420i가 살짝 모양 빠지는 감이 없지는 않다. 기본기 등 핵심적인 것은 다 똑같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가성비가 훨씬 뛰어난 스페셜 에디션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왼쪽 : 4시리즈 럭셔리 라인 / 오른쪽 4시리즈 스페셜 에디션

4시리즈, 후회하지 않을까? 사실 기자도 답을 못 내렸다. 그래도 최소한 이 시승기를 쓰는 지금까지는, 훗날 저렴한 가격에 BMW 잘 샀다는 말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기자가 미니 로드스터를 만나기 전 12년간 탔던 미니 클럽맨 2세대였다. 안타깝게도 사고로 폐차하게 됐지만 문 열 때 마다, 운전할 때 마다 BMW의 주행질감과 감성품질에 늘 만족했다.


이 차는 기자 같은 초보아빠들에게는 감수해야 할 게 많은 차이지만 아이가 뒷자리에 혼자 탈 수 있는 나이라면 지갑이 더 쉽게 열릴 가능성이 높다. 4시리즈의 한 세대 지나간 디자인, 도로 위 굴러다니는 신형 3시리즈, 다른 차에서 누릴 수 있는 후한 ADAS관련 기능 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면 이 차에 투자 하지 않아도 된다. 단, 유념할 것은 C세그먼트급 BMW 4도어 쿠페는 지금이 가장 가성비가 뛰어난 시점이라는 사실.


신동빈 everybody-comeon@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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