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판타스틱 듀오, 페라리 포르토피노 & 두카티 파니갈레

조회수 2019. 11. 21. 09:00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빨강. 영어로는 RED. 사전을 찾아보니 정열, 흥분, 광기를 표현한다고 한다. 불과 피가 빨갛기에 우리는 본능적으로 빨간색에 끌릴지도 모른다. 빨간 물감을 차가운 금속 차체에 입히면 우리의 꿈이 된다. 빨간 스피드 머신 두 대가 모였다. 단지 선선한 바람과 하늘에 닿아 달리고 싶었다. 4바퀴의 꿈과 2바퀴의 꿈으로… 누가 더 즐거운가를 가리는 게임 속으로 간다.



MISS RED, 페라리 포르토피노

글 | 안진욱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나의 선택은 페라리다. 레드는 페라리고 페라리가 레드다. 페라리 중에서도 포르토피노다. 변신하는 미녀는 누구에게나 매력적이니까. 정확히 1년 만에 본다. 오랜만에 봐도 예쁘다. 1년 후에 봐도 분명 예쁠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FR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

볼륨 모델이 8기통 미드십이어서 그렇지 페라리는 원래 FR 마스터다. 그 디자인 역량을 포르토피노에서 잘 보여준다. 프런트 오버행은 짧고 롱노즈 숏데크 타입이라 측면 라인이 일품이다. 뚜껑이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루프 라인도 어색하지 않다. 루프 개폐에 상관 없이 높은 미적지수를 유지한다. 어려운 일인데 페라리는 훌륭히 해냈다.

얼굴은 미소 짓고 엉덩이는 빵빵하다. 트렁크 리드 양 끝에 총알 2발을, 리어 범퍼 하단에 4발을 박고 건드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바짝 날이 서 있는 디퓨저는 세로핀 뿐만 아니라 가로핀까지 달렸는데 멋도 멋이지만 공기역학 과목 수석 브랜드로서의 위엄이 느껴진다.

감상은 이쯤하고 캐빈룸으로 들어간다. 개인적으로 포르토피노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리어 시트다. 인간을 태울 순 없지만 소지품이나 자켓을 던져 놓기에 딱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미드십 슈퍼카를 타본다면 이 공간이 간절해질 것이다.

컵홀더도 있고 애플카플레이도 된다. 드라이빙에 그것도 오픈에어링에 음료와 음악은 빠질 수 없다. 두카티는 이미 이 두 가지를 포기했다. 거기에 헬멧과 각종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 벌써부터 안쓰럽다.

반면 룸미러에 비친 내 모습, 예술이다. 선글라스에 페라리 배지가 담겨있다. 이제 떠나자. 기름은 가득 채워져 있다. 다 쓸 때까지 어디론가 그냥 떠나보자. 엔진스타트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우고 오른쪽 패들을 한번 튕기면 출발할 수 있다. 뚜껑도 열었다. 먼저 두카티를 보내고 따라가기로 한다.

초반부터 두카티가 열심히 달린다. 이에 질세라 나도 가속 페달을 무자비하게 밟는다. 최고출력 600마력, 최대토크 77.8kg·m의 힘을 리어 액슬로만 전달하지만 트랙션을 확보하며 안정감 있게 튀어나간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3.5초, 최고시속 320km이라는 수치는 진실했다.

정말 빠르다. 터보차지만 토크밴드를 뒤쪽으로 리니어하게 잘 빼놔 자연흡기 엔진을 다루는 것 같다. 배기 사운드는 함께 달리는 두카티보다는 음량은 작지만 음색은 뒤처지지 않는다. 그가 1만4500rpm까지 돌려버리면 주눅이 들긴 하지만 터보 엔진 배기 사운드 중에서는 가히 최고라 할 수 있다.

중저음에서 고음으로 전환되는데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이 바짝 서버린다. 선선한 바람이 경직된 머리카락을 다시 풀어준다. 실내로 바람이 심하게 들이닥치지 않아 마음에 든다. 때문에 오픈을 하고 적극적으로 달릴 수 있다.

두카티와 초반에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는 힘들다. 가벼운 몸뚱이에 200마력이 넘으니 빠르긴 정말 빠르다. 허나 목적지도 없을뿐더러 이 기획은 누가 빠르나를 겨루는 게 아니다. 그냥 더 즐긴 이가 이기는 게임이다.

두카티는 신경 끄고 포르토피노에만 집중해야지. 교통법규를 지키는 범위 내에서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겨본다. 회전질감이 환상적이다. 스티어링 휠에 달린 rpm 시그널 램프가 깜빡거릴 때까지 거친 느낌은 1도 없다. 실린더와 피스톤 사이에 꿀을 발라놨다.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다운시프트에도 적극적이다. 때문에 운전자를 흥분하게 만든다. 운전자가 엔진회전수를 높게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 들더라도 다운시프트를 하면 더 높은 엔진회전수로 보정해버린다. 레드존 부근에서 다음 기어로 옮길 때면 뒤에서 다이나마이트가 터진다.

패들시프트를 건드리려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기어에 물린다. 레이싱 게임 수준으로 변속 속도가 빠르고 고의로 변속 충격도 주기에 박진감이 넘친다. 평소에 오토 모드를 사용한다면 여유 있게 움직인다. 특히 저속에서 변속 충격을 억제하고 울컥거리지 않아 아주 칭찬한다.

두카티가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오픈에어링을 즐기기 위해 산길로 들어간다. 피톤치드를 들이마시며 상쾌하게 달려본다. 시트포지션이 미드십 슈퍼카 수준으로 낮아 코너에서도 용기를 불러 일으킨다. 기본 코너링 성향은 언더스티어다. 페라리의 배려다.

그럼에도 라인을 벗어나는 범위가 크지 않아 액셀링만으로 충분히 예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한다면 마네티노 스위치로 주행안정화장치를 해제하면 된다. 밸런스가 좋아 나 같은 초보자들도 쉽게 카운터스티어를 살짝 쳐 자세를 바로 잡을 수 있다.

마음 편하게 달리려면 준수한 브레이크 시스템이 필요하다. 브레이크 성능은 출력과 섀시를 다스리기에 충분하다. 페달의 답력은 가볍고 초기 응답성이 빠르다. 노즈다이브 혹은 브레이크스티어 현상도 잘 억제되어 있다.

게다가 코너를 돌아나갈 때 브레이킹이 들어가도 차체가 안쪽으로 말리지 않는다.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도 지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이지만 냉간 시에도 소음이 크지 않아 만족스럽다.

값비싼 오픈에어링에 무아지경으로 빠졌고 어느새 컵홀더에 꽂아 놨던 커피를 다 마셔버렸다. 산길의 작은 휴게소에 차를 세운다. 두카티가 있다. 땀에 흠뻑 젖은 채로 파워에이드 들이키는 모습이 가관이다. 주위 시선이 쏟아진다. 나 말고 포르토피노에. 정말 기분 좋다.

바람을 즐길 수 있는 페라리는 우리가 돈을 왜 벌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짧은 인생 멋있게 사는 법은 간단하다. 거실 테이블에 페라리 키가 놓여져 있으면 그만이다. 에너지 충전을 했는지 두카티가 다시 출발한다. 포르토피노도 아직 기름이 남았다. 하루를 근사하게 꾸미러 나 또한 다시 출발한다.

RED CANNONBALL RUN, 두카티 파니갈레 V4 S

글 | 유일한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이탈리아의 붉은 종마.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은 페라리가 아니라 두카티였다. 시트에 앉는 것이 아니라 올라타서 제어한다는 그 느낌, 그리고 머리와 상체 일부가 아니라 온 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속도를 느끼는 쾌감은 모터사이클만이 갖고 있는 특권이니 말이다.

헬멧을 쓰니까 머리는 바람을 못 받아들이는 것 같지만, 요새 나오는 헬멧은 달리다 보면 바람이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두카티라면 어떤 모델을 골라도 만족을 주겠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상대인 만큼 만만치 않은, 야생마 같은 놈인 파니갈레 V4 S를 골랐다. 두카티 최초의 양산형 V4 엔진을 탑재하고(데스모세디치 RR은 논외) 200마력이 넘는 강력한 출력을 발휘하는 모델이다.

결전의 날, 두카티 특유의 붉은색을 두르고 있는 파니갈레와 마주하고 있으니 온몸에 긴장까지 흐른다. 전신에서 팽팽하게 당겨져 있는 근육 라인을 보고 있으니 더욱 더 그렇다.

가벼운 마음으로 탈 수 있는 조랑말은 절대로 아니다. 마치 경주마에 타는 것처럼, 의자와 탱크에 신체를 최대한 밀착시켜야 한다. 어느새 불어난 뱃살을 등에 붙이니 명치가 조금 눌리는 것 같은 불편함이 먼저 다가오지만, 이렇게 해야만 팔에 힘이 안 들어가고 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그리고 두 다리로 차체를 단단하게 조여야 한다. 그래야만 이리저리 날뛰는 야생마를 달래가며 달릴 수 있다. 어설프게 올랐다간 반드시 몸살에 걸릴 것이다.

시동을 거는 순간 천지를 울리는 폭음이 주변을 감싼다. 거친 숨을 몰아서 쉬는 느낌이기에 손에 힘이 좀 더 들어가지만, 일단 출발해 보면 다루기는 꽤 편하다. 과거와는 달리 낮은 숨결에서도 느껴지는 막강한 토크가 있으니 조금은 느리게 시내를 통과해도 부담이 없다.

1단 기어밖에 쓸 수 없지만, 가볍게 오른손을 돌리고 풀기만 하면 된다. 그래도 되도록이면 빨리 벗어나는 편이 좋다. 숨을 되도록 낮게 고르고 있어도 너무나 눈에 띄니 말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탈리아 종마와 마주하는 순간. 이 때부터는 넓은 하늘과 땅 아래 둘밖에 없다. 두 개의 호흡기를 끼고 있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우렁찬 음색을 내뱉으며 먼저 뛰어나가는 녀석. 이 몸도, 그리고 질주 본능을 억제하며 여기까지 온 야생마도 절대 질 수 없다.

왼발에 약간 힘을 주어 가볍게 기어를 바꾸고 오른손을 좀 더 깊게 돌려 깊은 숨을 들이키게 한다. 출발한 뒤에는 왼손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렇게 편하게 다가올 수가 없다.

최고출력이 217마력에 달한다느니, 170kg을 겨우 넘는 가벼운 무게로 우위에 설 수 있다느니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그저 단 한 번의 조작으로 앞서던 페라리를 잡아내고 그것도 부족하다는 듯이 더 크게 울부짖는다.

1만4500rpm에서 레드존을 가리키는 이 야생마의 심장을 끝까지 뜀박질하게 만들기에는 오히려 올라 탄 기수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통감한다. 1만rpm을 겨우 넘겼을 뿐인데 마음은 벌써 기어를 바꾸어 심장 박동을 조금이라도 낮추고 싶어한다.

가볍게 곁눈질로 맥박과 호흡을 확인한 후 그저 왼발을 한 번 까딱하기만 하면, 더욱 속력을 높여 질주한다. 어느 정도는 역량이 필요하긴 하나, 최신 기술로 제작된 전자 고삐를 쥐고 있기에 거친 야생마임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다룰 수 있다.

만약 세상의 끝이 없다면, 이대로 계속 바람을 가르며 달려나갈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다 흠칫 놀라고 만다. 빠르게 달리는 말 위에서 그런 생각까지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니!

온몸으로 흐르는 바람, 그리고 눈 앞에서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풍경, 포효가 어우러지며 장관이 만들어진다. 둘이서 어디까지라도 경쟁적으로 달려나갈 수 있을 것 같은 그 때, 기수에게 큰 위기가 닥쳐온다.

뜀박질하기 시작한 야생마의 심장에서 내뿜는 열기가 종아리를 넘어 허벅지까지 올라온다. 어느새 이탈리아의 뜨거운 열정이 하반신을 완전히 감싼다. 잠시 달래줄 곳을 찾아 방황하다가 작은 휴게소를 찾아 세운다.

헬멧과 장갑을 벗고 나니 그제서야 파니갈레의 자태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삼각형으로 다듬은 두 개의 눈 위에 예리하게 자리잡은 눈썹, 잘 다듬어진 잔 근육을 숨길 수 없는 피부, 아름다운 자태를 그대로 감상할 수 있는 싱글 스윙암 등 모든 곳이 예술과 성능의 만남이다.

여기에 예부터 이어지는 자태에 더해지는 현대적인 장식, 그리고 LED 라인으로 대표되는 아름다움이 빛을 발한다. 철저하게 한 사람만을 허락하는 안장은 미끄러짐을 경험하기 힘들다.

어느새 짧은 휴식이 끝나고 다시 달리고 싶은 시간이다. 이번에는 저 날카로운 산길을 돌아나가 볼 생각이다. 기수의 생각대로 고분고분하게 누워주지 않기에 다루기 힘들지만, 그저 정직하게 몸과 다리에 약간 힘을 주고 달리는 힘에 따라 자연스럽게 누우면 또 다른 재미가 생긴다.

‘나는 만만치 않은 놈이야’라고 외치며 코너에서 잘 안 돌아나가려고 하지만, 지그시 심장에 박동을 더 걸어주며 몸을 기울이면 은연중에 미끈하게 탈출해 버린다.

글 | 안진욱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페라리 포르토피노

길이×너비×높이 ​4586×1938×1318mm
휠베이스 ​​2670mm
엔진형식 ​​V8 터보, 가솔린
배기량 ​​​​​3855cc
최고출력 ​​600ps
최대토크 ​​77.5kg·m
변속기 ​​​​​7단 DCT
구동방식 ​​RWD
복합연비 8.1km/ℓ
가격 -


두카티 파니갈레 V4 S

길이×너비×높이 ​-
휠베이스 ​​1464mm
엔진형식 ​​V4, 가솔린
배기량 1103cc
최고출력 ​​​​217ps
최대토크 ​​12.6kg·m
변속기 ​​​​6단 수동
구동방식 ​​RWD
복합연비 14.5km/ℓ
가격 ​​​4430만원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