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낄 때 아끼고 지를 때 지른다! 쏘나타 하이브리드

조회수 2019. 9. 2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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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조금 더 걷더라도, 계단을 오르내리는 불편함이 생길지라도 지하주차장을 선호한다. 오랜 시간 땡볕에 주차해둔 차를 보노라면 내 피부가 자외선에 과다 노출돼 폭삭 늙는 것처럼 안쓰러워서다. 물론 잔뜩 달아오른 실내가 채 식기 전에 올라타야만 하는 상황도 싫다. 숨이 턱턱 막히는 실내공기를 생각하면 일단 차에 접근하기 전부터 짜증이 솟구친다.

그런데 만약 그렇게 햇빛에 방치된 사이 차가 돈을 벌고 있다면, 아니 태양광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고 있다면 불쾌한 기분이 조금 누그러지지 않을까? 어쩌면 일부러 햇빛 잘 드는 곳만 골라 다니며 주차를 할 수도 있겠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국산차 최초(토요타 프리우스 등에는 전부터 있었다)로 적용된 솔라루프 이야기다. 지붕의 솔라 패널은 주차했을 때뿐 아니라 주행 중에도 배터리를 충전한다. 다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솔라루프는 방전 예방도 돕는다

패널에서 얻은 전기만으로 가까운 출퇴근 정도는 거뜬히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 그 정도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하루 6시간씩 햇빛을 잘 받으면 1년에 1300km를 더 갈 수 있다는데, 솔라루프 옵션 가격이 128만원이라 본전 뽑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가정용 패널처럼 정부 보조금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특히 효율을 중시하는 자동차는 무게를 더하는 부가장비를 덜어내는 편이 낫다. 지붕을 탄소섬유 등 경량 소재로 만들지는 못할지언정 무게중심에 도움 되지 않는 전지판을 머리에 이고 다녀야 하다니…. 그런데, 아무짝에 쓸모없는(?) 파노라믹 글래스루프(118만원) 대신이라고 생각하면 꽤 괜찮아 보이기도 한다.

물론 솔라루프로 파노라마 선루프 같은 개방감이나 환기 성능을 얻을 수는 없다. 천장 마감은 선루프 없는 모델과 동일하다. 그래도 겉보기에 지붕 부분이 까맣기는 마찬가지다. 입체적인 패턴이 있는 솔라루프 쪽이 더 미래지향적이고 고급스럽게 보인다. 일반 쏘나타 사이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도드라지게 하는 몇 안 되는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이브리드는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도 쏘나타 2.0과 다르다. ‘리플랙션 패턴을 리듬감 있게 표현한 크로스홀 캐스캐이딩 그릴’이라지만, 말해주지 않으면 뭐가 다른지 알기 어렵다. 그릴 안쪽에는 일반 쏘나타에서 원가절감을 위해 배제한 액티브 에어 플랩을 적용해 공력성능을 높였다. 아래쪽이 이어지고 위쪽이 끊어진 테일라이트 디자인을 보완하듯 덧붙인 까만 리어 스포일러도 하이브리드만의 장식 요소다.

터빈을 연상시키는 하이브리드 전용 알로이 휠도 적용했다. 공기역학성능 향상을 노린 휠 치고 화려한 디자인이 인상적이지만, 요란하기만 할 뿐 쏘나타 보디에 어울리지 않는다. 휠 크기(17인치)가 작게 느껴지는 부분도 어쩔 수 없다. YF, LF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범퍼, 램프 디자인을 달리하며 외관디자인을 차별화했던 것과 비교하면 ‘개성은 있지만 멋있다고 말하기는 주저하게 되는’ 일반 쏘나타 모습을 고수한 신형 하이브리드 디자인은 아쉽다.



실내도 별다르지 않지만(외관처럼 못생기지는 않아서) 디자인에 불만은 없다. 공조장치 버튼이 작고 시인성이 떨어져 사용이 불편한 건 하이브리드도 여전하다. 운전자 혼자 타고 다닐 때 냉난방을 집중시켜 효율적으로 운영해주는 ‘드라이버 온리’ 버튼이 유일한 차이점이다. 물론 보이지 않는 부분에 앞도어 이중 접합 차음 유리, 보행자 경고음이 있기는 하다.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에너지흐름도 등 하이브리드 전용 그래픽 정보가 나온다. 솔라 패널 작동 여부나 발전량도 표시해준다.



주행용 고전압 배터리를 뒷좌석 아래에 배치했는데 티 나거나 불편한 부분은 없다(배터리 냉각용 통풍구는 시트 중앙 아래쪽에 있다). 트렁크 공간(510L)도 일반 쏘나타와 비슷하다. 바닥판 아래 스페어타이어를대신한 수납공간까지 그대로 살렸고 뒷좌석 구멍으로 긴 짐을 관통시킬 수 있다. 물론 뒷좌석 등받이를 접을 수 없고 트렁크 덮개 안쪽에 손잡이가 없는 것 또한 그대로다.  어디를 잡고 닫아야 할지 애매하다.



파워트레인은 앳킨슨사이클로 작동하는 누우 2.0 엔진에 전기모터와 6단 자동변속기를 아울렀다. 구형과 별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인젝터를 350바로 개선하고 주행 모터를 활용한 능동변속제어(ASC) 기능으로 변속시간을 단축하는 등 업그레이드를 마쳤다. 주행모드는 컴포트나 노멀 없이 에코가 기본이다. 이외에 스포츠·스마트·커스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시승차는 에코·스포츠 모드 관계없이 주행 중 가속 페달을 조금 더 밟을 때 움찔움찔 거리는 증상이 있어 변속기 제어나 파워트레인 튜닝이 덜된 듯 느껴졌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전체적인 완성도는 아주 높다. 이전 세대보다 완성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진 이유가 있다.



이전 쏘나타는 하이브리드를 고려하지 않고 설계한 플랫폼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끼워 넣어 태생적 한계를 가졌다. 신형 쏘나타에 적용한 플랫폼은 애초에 친환경차 출시를 감안해 설계했다. 덕분에 트렁크에 실을 수밖에 없었던 배터리를 뒷좌석 아래로 옮길 수 있었다. 골격부터 치밀하게 설계했으니 수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뒤쪽에 무게 추를 실은 듯한 개운치 않은 움직임이나 거친 승차감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가·감속이 매끄럽지 않아 이질감이 느껴지는 빈도도 현저히 줄었다. 오히려 빈약한 엔진 힘 탓에 자주 헐떡거리는 2.0 모델과 비교하면 하이브리드가 한결 기운차다. 전기모터가 보조하는 힘을 바탕으로 더 매끄럽고 세련된 움직임을 드러낸다.



교차로에서 신호대기하다가 출발하면서 뒤차의 채근을 듣지 않을 만큼 속도를 붙이다 보면 바퀴가 채 몇 번 돌기도 전에 엔진이 켜진다. 하지만 엔진 입장에서는 무거운 차를 꿈틀 밀어 앞으로 나아가는 움직임을 만들어준 전기모터가 몹시 고마울 터다. 분명 엔진이 주력이고 전기모터가 보조 역할이지만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자주 보인다. 덕분에 연료 소모와 배출가스를 효과적으로 줄인다. 시속 80km 이상으로 전용도로를 달릴 때도 엔진 끄고 전기 모터로만 달릴 때가 적지 않다. 굳이 연비운전을 하지 않더라도 시내와 교외를 가리지 않고 1L에 20km에 달하는 연비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일반 쏘나타보다 더 잘나가고 더 세련되고 기름까지 덜 먹는다. 마치 프리미엄 버전 쏘나타 같다. 웃돈을 주고 살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민병권 사진 이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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