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정체가 무엇이냐 – 기아 셀토스 시승기

조회수 2019. 9. 16. 17: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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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소형 SUV 시장은 그야말로 과열 상태다. 소형 SUV 세그먼트는 현재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주요 제조사 5개사(현대, 기아, 쌍용, 쉐보레, 르노삼성)가 모두 뛰어 든 유일무이한 세그먼트이고 현재까지 가장 다양한 차종들이 등장하며 열띤 경쟁을 벌이며, 상품성에 대한 개선도 상당히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소형 SUV시장의 매서운 성장세로 인해 기존의 승용차 시장까지 잠식해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소형SUV 시장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기 위해 또 다른 신모델을 추가 투입했다. 바로 신모델 베뉴와 셀토스다. 그 중에서도 기아 셀토스는 ‘하이-클래스 소형SUV’를 주장하며 나타난, 새로운 소형SUV다. 또한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인도의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기아자동차의 전략 모델이이기도 하다. 또한 셀토스의 등장으로 인해, 이제 기아자동차는 스스로 소형SUV라 내세우고 있는 차종만 무려 네 가지(쏘울, 니로, 스토닉, 셀토스)가 되었다. 기아 셀토스를 직접 시승하며 그 가치와 매력에 대해 알아 본다. 시승한 셀토스는 노블레스 1.6 가솔린 터보 모델이다. VAT 포함 차량 기본가격은 2,444만원.


셀토스의 외관 디자인은 지난 3월에 열린 서울모터쇼에서 선보인 ‘SP 시그니처(Signature)’컨셉트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기존의 기아자동차가 추구해 왔던 디자인에서 상당히 벗어난 스타일의 전면부와 더불어 화려하고 다양한 디테일이 더해졌다.

하지만 그 외에 더 중요한 점이 있다 바로 ‘크기’다. 셀토스의 길이는 4,375mm, 폭은 1,800mm, 높이는 1,615mm에 달한다. 이는 스포티지에 비해 약 110mm 짧고, 55mm 좁으며, 20mm 낮다. 즉, 스포티지와 크기 차이가 그렇게 큰 폭으로 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준중형급인 스포티지에 근접하는 사이즈 덕에 그 어떤 소형 SUV보다도 당당한 풍채가 나타난다.


외관의 디테일 면에서도 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연출하기 위한 노력들이 숨어 있다. 전면부의 경우,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그릴이 일체화된, 새로운 스타일을 적용했다. 이 뿐만 아니라 라디에이터 그릴 자체를 매우 입체적으로 디자인하였으며, LED 헤드램프와 더불어 면발광형의 LED 주간상시등 및 방향지시등을 도입하여 전체적으로 더 화려한 느낌을 주도록 했다.


측면에서는 단정한 윈도우 라인과 매끈한 옆구리를 가졌던 현행 기아자동차의 SUV과는 달리, 전체적으로 볼륨감을 양껏 강조하고 역동적인 감각을 연출하는 데 힘쓴 느낌이 도드라진다. 전후 휀더는 한층 도드라지는 조형이 나타나고 도어패널 하단부의 디자인, 그리고 윈도우 라인 등은 뒤로 갈수록 상승하는 선을 사용해 역동성을 표현하고 있다. 휠의 경우, 사양에 따라 별도의 레드 컬러 휠캡이 포함되는데, 작지만 차를 더 화려하게 꾸며주는 효과를 낸다.


뒷모습도 앞모습과 마찬가지로 화려하고 장식적인 느낌이 강하다. 좌우로 길게 뻗은 테일램프의 자인부터 시작해서 대부분의 요소를 수평향으로 디자인하여 차의 폭을 넓어 보이게 한다. 이 덕분에 차의 크기를 시각적으로 더 커 보이게 해 준다. 범퍼 하단에는 테일파이프를 연상시키는 장식이 붙어있는데, 이는 단순한 장식을 뿐, 실제 테일파이프는 범퍼 뒤에 숨어 있다. 가장 아래쪽에는 SUV 스타일의 스키드플레이트까지 삽입하여 멋을 부렸다.


실내는 곳곳에 잔뜩 멋을 부린 외관과는 사뭇 다른 깔끔함이 눈에 들어 온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외관에 비하면 덜 화려한 느낌일 뿐, 종래의 소형 SUV와는 또 다른 감각의 화려함이 나타난다. 적어도 현재 국내 시장에 출시되어 있는 소형 SUV들 중 셀토스처럼 화려하게 꾸며진 차는 드물다. 대시보드는 가죽의 질감을 살린 장식을 적용하는가 하면, 곳곳에 블랙 하이글로스 패널을 적용하였으며, 조수석측에는 메탈릭 페인팅된 손잡이까지 적용했다. 심지어 스피커 망은 대단히 입체적인 조형을 넣은 것은 물론, 쏘울에서나 볼 수 있었던 사운드 무드램프까지 적용했다.

셀토스의 스티어링 휠은 기존에 기아차가 사용해 왔던 스포티한 스타일의 3스포크 타입으로, 적당한 수준의 그립감을 제공한다. 계기반은 기아차답게 심플한 2서클 레이아웃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단순한 폰트 디자인 덕분에 가독성이 우수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경우, 10인치급 고해상도 터치스크린을 사용하고 있으며, 사용 편의성이 나쁘지 않다. 주행모드 조절은 기존의 버튼식이 아닌 다이얼식으로 바뀌어 조작이 더욱 편리해졌다. 이 외에도 헤드업 디스플레이까지 적용되어 있다.


앞좌석은 동급에서 적당한 수준의 구성이다. 등받이의 길이가 다소 짧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신체를 충분히 잘 지지해주며, 착좌감도 무난한 수준이다. 다만 마감재로 사용된 가죽이 다소 뻣뻣하게 느껴진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앞좌석은 사양에 따라 열선과 통풍 기능이 내장되며, 운전석 한정으로 8방향의 전동조절 기능과 전동식 허리받침이 적용된다.


뒷좌석은 셀토스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 중 하나다. 전방위적으로 공간이 여유롭게 확보되어 성인에게도 준수한 수준의 거주성을 제공한다. 또한 다소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등받이 각도까지 조절할 수도 있어, 거주성에 대한 만족감은 더 커진다. 뒷좌석의 거주성만큼은 쌍용 티볼리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될 정도다. 또한 뒷좌석에는 동급에서는 찾기 어려운, 에어벤트까지 설치되어 있다.


트렁크 공간 역시 셀토스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기본 용량만 498리터로, 쌍용 티볼리 보다 크다. 물론, 티볼리의 연장형 모델인 티볼리 에어보다는 작다. 트렁크룸 내는 돌출부를 최소화한 설계로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며, 트렁크 바닥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사용 편의성도 높였다.


엔진은 코나에 사용한 1.6리터 T-GDI 엔진을 사용한다. 이 엔진은 177마력/5,500rpm의 최고출력과 27.0kg.m/1,500~4,500rpm의 최대토크를 낸다. 변속기는 자동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사용하며, 구동방식은 전륜구동을 기본으로 하고 상시사륜구동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다. 시승차는 사륜구동을 사용하는 차량이다.


셀토스는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SUV다. 하지만 역시 체급의 한계가 있어서인지 정숙성은 디젤 SUV에 비헤 아주 월등하지는 않은 편이다. 파워트레인에서 유입되는 소음과 타이어에서 올라오는 소음을 잘 억제하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 물론, 동급에서는 충분한 수준의 정숙성이며, 크게 문제 삼을 만한 부분은 없다고 봐도 좋다.

승차감의 경우, 처음에는 같은 설계 기반을 공유하고 있는 현대 코나와 얼핏 비슷한 느낌을 받지만 주행을 진행하면 할수록 확실히 성향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단단한 느낌을 살짝 도드라지게 강조하면서도 일상적인 운행에서 크게 불쾌감을 안겨주지 않을 만한 수준으로 조율했다. 요철의 크기에 따라 차체가 이따금씩 신경질적으로 반응할 때도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안정감을 중시하는 성향의 설정에 가깝다고 본다.


가속성능은 코나의 파워트레인을 유용한 만큼, 충분히 우수한 성능을 즐길 수 있다. 스포츠카 같은 추진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묵직하게 분출되는 저속토크와 함께 다양한 상황에서도 언제든 경쾌하고 기운 차게 전진한다. 스로틀의 응답성은 그리 기민한 편은 아니지만 급가속이 필요한 경우 나름대로 원하는 시간에 맞춰 주는 재주는 있다. 일반적인 소형 SUV의 기준에서는 아주 약간 넘치는 정도의 동력성능이라고 생각된다.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작동도 기존에 비해 상당히 매끄럽고 자연스러워진 덕에 가속이 더욱 즐거워진다.


코너링에서는 탄탄한 기본기를 보여주었던 현대 코나의 밑바탕을 공유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여기에 상술한 단단한 질감의 하체가 합쳐져 의외로 제법 큰 덩치에 비해 발놀림이 경쾌하게 느껴진다. 조종성과 기동성능 모두 일상용 크로스오버의 영역 내에서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질감을 만들어 냈다. 특히 C-MDPS 시스템의 경우, 기존에 경험해 왔던 시스템에 비해 더욱 제어가 정교해진 느낌이 든다. 피드백도 기존에 비해 다소 충실해졌고 그 덕에 이질감도 다소 줄어 든 느낌이다. 전체적인 질감에 있어서는 동사의 쏘울 부스터보다도 기본기가 더 탄탄해진 느낌이다.


가솔린 터보 엔진과 상시사륜구동을 사용한 셀토스의 연비는 어떨까? 시승한 기아 셀토스 1.6 T-GDI 4WD 모델의 공인연비는 18인치 기준 복합 10.9km/l 도심 10.0km/l, 고속도로 12.2km/l다. 시승을 진행하면서 기록한 구간별 평균연비는 이와는 조금 달랐다. 도심에서는 혼잡한 경우에는 8.6km/l,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9.1km/l를 기록했다. 반면 고속도로에서는 공인연비를 상회하는 14.8km/l를 기록했다.


기아자동차 셀토스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스토닉이나 코나 등과는 동일한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는 모델이라는 생각이 든다. 통칭 ‘B세그먼트 SUV’의 기준을 넘는 크기와 실내 공간은 젊은 싱글이나 부부는 물론, 자녀까지 둔 가족을 위한 자동차로도 충분히 통용될 수 있게 하며, 화려한 스타일로 종래의 소형 SUV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도 얻었다. 그런데 오히려 이러한 점들은 셀토스의 정체성을 상당히 모호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기존 ‘소형 SUV와 준중형 SUV의 사이’에 위치하는 이 애매한 포지셔닝과 패키징 그리고 가격설정은 셀토스에게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차의 ‘크기’에 집착해 작은 차를 유달리 기피해 왔고 끝내 소형도, 중형도 아닌, ‘준중형차’라는 세그먼트가 만들어지게 했던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을 생각하면, 셀토스는 실패 보다는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 그리고 이는 지난 8월말, 기아자동차가 셀토스의 증산을 결정하면서 현실이 되었다. 셀토스는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소형SUV 시장의 ‘세그먼트 버스터’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꾸준히 인기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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