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뜯어먹고 살 기세, 기아 K7 프리미어

조회수 2019. 10. 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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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K7 신차공개 행사 참석에 앞서 이전 K7(YG)과의 첫 대면을 떠올려봤다. 2016년 정식 공개 이전에 자유로 북쪽 어딘가 주차장에서 위장막 벗긴 모습을 우연히 봤는데 시쳇말로 이 세상 텐션이 아니었다. 부분변경 K7에 그만한 신선함을 기대할 순 없다(삼각떼도 아니고). 하지만 이전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디자인 변경의 효과를 극대화한 실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한발 앞서 중국형 K3 그릴이 화제에 오르지 않았다면 새 K7도 적잖이 신선한 충격을 줬으리라 생각한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이전보다 상하좌우로 커졌다. 헤드램프는 얇아졌고(이를 위해 프로젝션 램프를 빼고, LED 램프를 기본 장비로 넣었다) 그릴보다 위로 치켜뜬 형태가 아니다. 덕분에 그릴이 더 커 보인다. 이틀 차이로 국내 출시한 BMW 7시리즈나 마세라티 얼굴과 닮은 구석이다. 하지만 헤드램프 안쪽에서 그릴을 따라 아래로 떨어지는 주간주행등 Z 라인이 K7만의 또렷한 인상을 남긴다. 이전에는 헤드램프 바깥쪽에서 Z자로 꺾어져 올라갔는데, 그 반대가 됐다. 쏘나타처럼 크롬 장식 일부가 점등하는 방식은 아니고 헤드램프 끝부분이 그릴을 따라 아래로 이어진다. 3구였던 헤드램프 눈알을 4구로 늘린 것도 더 정교해 보이고 더 큰 차를 보는 것 같다.

방향지시등은 범퍼로 이동했는데, 범퍼 밑단에서 날개처럼 펼쳐져 위로 꺾어 올라가는 크롬 장식과 입체적으로 어우러진다. 크롬 장식이 바깥쪽 흡기구까지 감싸는 형태였다면 더 웅장하게 보였을 듯하다. 혹시 그랜저와 유사한 느낌을 피하기 위해 그러지 못하지는 않았을까? 기아차 외장디자인2팀 김한용 팀장 설명을 들으니 날개 끝이 위쪽으로 휘어진 여객기 이미지를 참고한 모양이다. 이 형상은 테일램프 양쪽 Z 라인을 연결한 빨간 줄로도 반복된다.

그러고 보니 테일램프도 이전 모습과 위아래가 뒤집혔다. Z 라인을 연결한 줄은 점선으로 끊었다. 이 부분도 양쪽이 연결된 테일램프를 디자인 헤리티지로 내세운 그랜저와 차별화하려는 안간힘 아닐까? 어찌 됐든 그랜저뿐 아니라 다른 차들과 구분되는 K7만의 특색이 되기는 했다. 중앙으로 갈수록 짧아지는 점선은 속도감을 더한다. 테일램프 아래와 배기구 사이에 긴 크롬 선을 넣어 차폭을 강조한 것도 눈에 띈다. 하지만 효과가 크지는 않다. 이전 모델과 마찬가지로 앞모습과 비교해 뒤가 좁고 들떠 보인다.

다행히 운전석 주변 실내는 (실제 크기는 그대로지만) 더 넓어 보이는 효과를 얻었다. 새 K7은 외관뿐 아니라 실내도 크게 바꿨다. 대시보드, 센터페시아, 센터콘솔이 모두 새롭고 고급스럽다. 특히 동급 최초 전자식 시프트레버와 12.3인치로 넓어진 AVN 화면 덕분에 차급마저 높아진 듯하다. 시트 측면 지지부에 적용하던 퀼팅 패턴을 도어 팔걸이까지 확대한 부분도 효과가 좋다. 이외에도 슬림하고 견고한 인상의 송풍구, 개수를 줄이고 고급스러운 조작감을 실현한 건반 타입 스위치, 금속질감 다이얼(변속레버와 일렬로 놓인 주행모드 다이얼이 몹시 탐스럽다) 등 보고 만질 때 만족감이 높아졌다. 손자국과 먼지 신경 쓰이는 유광 검정 마감은 아쉽다.

쏘나타에서 화제 된 최신기술 몇 가지도 업데이트했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계기판에 후측방 영상이 뜬다. 계기판이 12.3인치 풀사이즈 LCD인 경우뿐 아니라 4.2인치 기본 액정이라도 영상을 볼 수 있다. 빌트인 캠, 내비게이션 자동 무선업데이트 기능도 추가했다. 다만 헤드 콘솔 통합 자동요금징수시스템(하이패스), 원격 주차 및 출차, 디지털 키 등 쏘나타에는 있지만 K7에서는 볼 수 없는 장비도 있다. 부분변경의 한계로 볼 수 있다.

그래도 ADAS 기술은 대폭 보강했다. 차로유지 보조, 후방주차 충돌방지보조, 외부공기유입방지 제어(터널 진입 전 자동으로 창문을 닫고 내기순환 모드로 바꾼다)를 동급 최초로 갖췄다. K7이 최초로 선보이는 기능도 있다. 집안에서 원격시동 등 차를 제어하는 홈투카에 이어, 차에서 집안 IOT 기기를 제어하는 카투홈까지 탑재했다. 가령 귀가 전, 차에서 미리 집 에어컨을 켜둘 수 있다.

유행처럼 들리는 자율감각쾌락반응(ASMR)도 접목했다. K7 광고모델 유지태가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라면 먹어가면서 녹음했을 법한 자연의 소리를 들려준다. 생기 넘치는 숲, 비 오는 하루, 잔잔한 파도, 따뜻한 벽난로, 노천카페, 눈 덮인 길가 등 여섯 가지 중 선택할 수 있다. 이게 뭔 쓸데없는 기능인가 트집잡는 이도 있겠지만 벤츠 S-클래스에 실린 에너자이징 컴포트 컨트롤의 간략 버전으로 보면 어떨까. 이런 소리를 제대로 들으려면 차 안이 조용해야 한다. 정숙성은 자신 있다는 뜻이다. 새 K7은 앞유리와 앞좌석 도어에 이중접합 차음유리가 기본, 2.5 최상위 트림부터 뒷좌석 도어에도 적용한다. 19인치 휠에는 타이어 공명음을 줄이는 기능을 추가했고, 뒷바퀴 쪽 멤버를 보강했다. 새로운 흡차음 장치와 튜닝 기술도 동원했다.

자동차전용도로 위주로 85km를 운전, 85km를 동승해보니 정말 조용하다. 정속 주행은 물론이고 엔진을 1분에 6400회까지 돌리면서 가속할 때도 거슬리는 소음 없이 매끄럽게만 나간다. 부족하지 않은 힘을 내는 V6 3.0L 엔진 가속이 밋밋하게 여겨질 정도다. 신경 쓸만한 진동도 없다. 스티어링휠이나 시트를 타고 전달되는 떨림이 없으니 피로감이 적고 편안하다. 바람 소리, 노면 소음 모두 잘 차단해서 가끔은 타이어가 노면에 닿지 않고 살짝 떠서 달리는 게 아닌가 싶다. 특히 동승석에서 느끼는 부드럽고 폭신한 승차감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사실 뒷자리에 먼저 앉아봤지만 요철을 넘을 때 승차감이 기대에 못 미쳐서 얼른 앞자리로 옮겼다. 뒷좌석에 통풍 시트가 없는 점도 이유기는 했지만. 그랜저보다 긴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하는 K7은 대단히 넓은 뒷좌석 공간을 제공한다. 하지만 마감 재질과 장비, 승차감을 보면 뒷좌석을 우선시하는 차로 보긴 어렵다. 상석은 동반석이다. 운전할 때보다도 옆자리에서 만족감이 높았다.

새 K7은 서스펜션에 새로운 보디 밸브를 쓰고 뒷바퀴 쪽에 유압 리바운드 스토퍼를 달았다. V6 3.0 모델은 웬일로 전동식 파워스티어링을 R-MDPS(랙 구동형)로 바꿔 방향을 틀 때 재빠르고 굳건한 감각도 더했다. 렉서스보다는 BMW에 가까운 든든한 승차감과 민첩한 핸들링을 실현하려는 의도다. 브랜드 이미지나 겉모습을 생각하면 그게 맞다.

하지만 실제 주행감각에서는 기대만큼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조향 조작과 방향전환에 이질감이 있고, 하체가 코너나 고속주행 중 만나는 노면 기복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묵직하게 잡아주는 안정감이 부족하다. 주행모드를 바꾸면 계기판 그래픽이 화려한 애니메이션과 함께 모습을 바꾸지만 빠르게 달릴 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모드는 찾을 수 없었다. 혹시 K7이 지향하는 바는 여전히 ‘승차감 좋은 대한민국 대표 준대형’(기아차 홈페이지 발췌)이 아닐까? 이제 잔뜩 흥분한 스팅어가 있으니 K7에는 그게 옳은 방향일수 있다. 하지만 그랜저 부분변경이 나오면 또 어떻게 될지….

엔진 라인업은 이전과 조금 달라졌다. V6 3.3 가솔린이 사라지고 V6 3.0이 최강, 최고급 자리를 꿰찼다. I4 2.4는 2.5로 바뀌었고, 그랜저와 달리 디젤 2.2는 사라지지 않았다. 하이브리드도 뜸 들이지 않고 바로 판다. 여기에 일반인용 3.0 LPi까지 다섯 가지 엔진이 동시 출격했다.



‘스마트스트림’ 배지를 단 2.5L 가솔린 엔진은 연료분사방식까지 새롭다. 이전 2.4L 유닛은 직분사(GDI) 방식. 이제는 직분사와 간접분사(MPI)를 함께 쓴다. 저속에서는 저소음·고효율과 같은 MPI 장점을 얻고, 고속에서는 출력 높은 GDI 장점을 취하는 욕심쟁이다. 이전 K7 2.4보다 8마력, 0.7kg·m 강해졌고, 8단(이전 6단) 자동변속기와 결합해 17/18/19인치 휠 1L당 연비가 11.2/11.1/10.7km에서 11.9/11.6/11.1km로 좋아졌다.



시승한 V6 3.0은 ‘람다II 개선’ 엔진으로 최고출력(266마력), 최대토크(31.4kg·m), 연비와 같은 성능 수치가 그대로지만 강화된 환경규제에 맞게 배기 유해성분을 현격히 줄였다고 한다. 시승 연비는 1L에 9.0km를 기록, 19인치 타이어 기준 연비인 9.8km에는 이르지 못했다.


민병권  사진 이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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