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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페이스리프트 모하비, 왜 이렇게 잘 팔릴까?

전승용 입력 2019.09.18 13:42 수정 2019.09.18 13:4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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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비 더 마스터가 생존력 입증한 몇 가지 이유

[전승용의 팩트체크] 새로 나온 모하비의 인기가 대단하네요. 워낙 탄탄한 마니아층이 있는 데다가, 국산 SUV 중 ‘가장 비싼 프레임 바디의 후륜구동 V6’ 모델이다 보니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은 듯합니다. ‘철이’님이 맹활약을 펼치며 모하비의 생명력을 이어준 것도 큰 도움이 됐고요.

높은 관심만큼 평가도 극에서 극을 달립니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나온 지 11년이 지난 ‘사골 모델’이라는 비아냥부터 풀체인지와 다름없는 변화라는 극찬까지 다양합니다. 그만큼 모하비는 국산 SUV의 상징적인 모델로, 최근 불고 있는 대형 SUV 인기 속에서도 존재감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풀체인지 주기를 5년으로 줄여버린 기아차가 무려 11년 전에 나온 모하비를 살렸다는 것은 꽤 놀라운 일입니다. 그것도 완전 변경이 아니라 부분 변경 모델로 바꿨다는 것은 더더욱 놀랍습니다.

모하비가 살아남은 이유는 단순합니다. 잘 팔리거든요. 단종된 베라크루즈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2009년 월평균 994대였던 베라크루즈 판매량은 2015년 월 297대로 떨어지며 결국 단종됐습니다. 반면, 모하비는 2009년 월 535대에서 2015년 1081대로 늘어나며 2016년 유로6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생명을 이어나갔습니다.

이달 초 나온 2번째 페이스리프트인 ‘모하비 더 마스터’ 역시 높은 계약 대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아차에 따르면 사전계약 10일(영업일 기준) 만에 7000대가 넘는 계약이 이뤄졌다고 하네요. 어느 정도의 허수가 섞여 있다 해도 놀라운 숫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일부에서는 모하비와 베라크루즈는 ‘쏘나타=K5’처럼 디자인만 다른 형제 모델인데, 현대차가 기아차보다 적게 팔리는 게 신기하다며 의문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둘은 전혀 다른 차입니다.

기본적으로 차체와 구동 방식이 다릅니다. 모하비는 프레임 바디의 후륜구동 모델인 반면, 베라크루즈는 모노코크 바디의 전륜구동 모델입니다. 여기서부터 차이가 나니 파워트레인도 달라집니다. 모하비에는 후륜구동형 6단 변속기(현재는 8단 변속기)가 들어갔고, 베라크루즈에는 전륜구동형 6단 변속기가 들어갔습니다. 변속기가 다르니 허용 토크도 달라 모하비는 260마력에 56.0kg.m, 베라크루즈는 255마력에 48.0kg.m의 성능으로 나왔습니다. 제품의 특징만 봐도 최고급 국산 대형 SUV에는 베라크루즈보다 모하비가 더 어울렸던 것이죠.

활용도에서도 모하비의 생존 이유는 명확합니다. 기아차에서는 프레임 바디의 모하비를 계속 살려 나가야 했습니다. 기아차(현대차 포함)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후륜구동 방식의 프레임 바디 모델이다 보니 앞으로 만들어야 하는(또는 만들 예정인) 픽업트럭에 활용해야 합니다.

모노코크 바디의 픽업트럭을 준비 중인 현대차와 달리 기아차는 프레임 바디로 만든다는 계획으로 전해졌습니다. 구체적으로는 2022년쯤 포드 레인저와 경쟁할만한 4인승 픽업 모델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행인 점은 지난해 9월 진행된 한-미 FTA 협상에서 픽업트럭에 붙는 25%의 관세를 2040년까지 유예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 공장에서도 픽업트럭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나름 노조 문제가 해결된 것이죠. 물론, 여전히 미국에서 생산될 가능성이 높기는 합니다.

판매량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모하비는 군용차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각종 특수 장치가 적용되고 다양한 험로에서 작전을 수행하려면 튼튼한 프레임 바디가 필요합니다. 기아차에 따르면 군용 모하비도 기존 모델에서 별도의 차체 변형 없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상징적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모하비는 정의선 부회장이 기아차 사장으로 있을 때 주도적으로 만든 것으로, 정 부회장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차라고 합니다. 현재도 개인적인 용무를 볼 때는 모하비를 탈 정도로 아낀다고 합니다. 특히, 지금은 현대차그룹이‘정의선 체제’로 변하는 시기로, 모하비는 이런 상징성을 잘 나타내는 모델이라 생각됩니다.

업계에 따르면 ‘모하비 더 마스터’ 개발은 텔루라이드 출시 전부터 시작됐다고 합니다. 단종 우려와 달리 기아차에서는 오래전부터 두 번째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모하비를 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죠.

그렇다면 왜 풀체인지가 아니라 페이스리프트일까요. 단순합니다. 딱 페이스리프트할 정도로만 잘 팔리기 때문입니다.

모하비 판매량이 많다고 해도 국내에서는 월 1500대를 넘기기 힘듭니다. 출시 초기에는 훌쩍 뛰어넘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점점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해외에서도 잘 팔리는 것도 아닙니다. 미국과 중국에서 ‘보레고’라는 이름으로 판매됐지만, 그리 좋은 성적은 거두지 못했습니다. 미국에 출시된 첫해인 2009년에는 1만대를 넘겼고 다음 해인 2010년에도 1만대 가까이 팔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10년 말부터 판매량이 급감했고, 결국 2011년에 단종됐습니다. 미국에서 진행된 긴급 회피 테스트에서 최하점을 받은 이후에 폭락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일부에서는 모하비가 이번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끝으로 단종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모하비의 프레임 바디는 픽업트럭을 만드는데 사용하고, 텔루라이드로 대체한다고요. 충분히 가능성 높은 이야기 입니다. 모하비를 텔루라이드로 대체한다면, 텔루라이드를 국내에서 생산할 여지가 생깁니다. 반대로 픽업트럭 생산을 미국으로 넘기는 명분도 생기고요.

사실, 모하비급 SUV는 배출가스 기준을 맞추기도 어렵습니다. V6 디젤 라인업이 많으면 모를까, 곧 나올 GV80마저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상황입니다. 굳이 모하비를 위해 까다로운 기준을 맞추면서 V6 디젤 엔진을 유지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모하비 기반의 픽업트럭이 나오더라도 주요 시장인 미국에는 가솔린 엔진만 달면 되니까요.

그래서 이번 모하비는 시한부(?) 페이스리프트로 나온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풀체인지에 필요한 R&D 비용은 아끼면서 앞으로 나올 픽업트럭에 대한 개발 및 텔루라이드의 국내 도입·생산을 준비할 수 있을 테니까요. 물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렇게 페이스리프트를 해도 잘 팔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겠죠.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승용

전승용 칼럼니스트 : 모터스포츠 영상 PD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담갔으나, 반강제적인 기자 전업 후 <탑라이더>와 <모터그래프> 창간 멤버로 활동하며 몸까지 푹 들어가 버렸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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