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ELECTRIC BOOGIE FEVER, 현대 쏘나타 하이브리드

조회수 2019. 11. 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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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의 심심한 주행이 싫다면 하이브리드와 함께할지어다. 밤새도록 전기와 함께, 격렬하게 달리면서 기름도 적게 먹을 것이니!



현대차가 새로운 쏘나타(DN8)의 시대를 열었을 때 필자가 기대했던 것은 그 날렵한 몸매에 걸맞은 주행 성능이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분명히 이야기하건데, 지금까지의 쏘나타는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 동안 다운사이징과 터보차저가 결합해 출력을 확보하고 있는 자동차를 많이 탑승했기에 오랜만에 만난 낮은 출력의 자연흡기 엔진이 어색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연비만을 생각해 엔진 회전을 극단적으로 제어하는 느낌이 드는 변속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다른 점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고, 주행 성능을 확보한 자동차라기보다는 최신 기능을 많이 적용한 디지털 디바이스 같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하이브리드 모델이 등장한다고 했을 때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사실 시승을 진행할 예정도 없었다.

그러나 우연을 거듭해 만나고 만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기존 2.0ℓ 엔진에서 느꼈던 실망감을 깨끗하게 지워버렸다. 비로소 차체와 어울리는 엔진, 그리고 전기모터를 만났다는 느낌이다.




모터 하나로 이렇게 달라지다니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최고출력 152ps를 발휘하는 스마트스트림 G 2.0 GDi 엔진과 38kW(약 52ps)의 전기모터를 조합한다. 엔진만 놓고 보면 일반 모델의 160ps보다 낮지만, 전기모터가 출력과 토크를 보조해주므로 합산 출력은 195ps에 달하며 전기모터만으로 발생하는 토크도 만만치 않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일반 쏘나타를 뛰어넘는 가속 능력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차체를 최대한 부드럽게 출발시키려고 하다가 깜짝 놀라곤 한다. 전기모터가 먼저 개입하는 경우가 많아 저단에서 순간적으로 많은 토크가 걸리기 때문에, 차체가 움찔거리면서 잠깐 튀어나가는 것 같은 경우가 생긴다.

다행히 시승하는 동안 이런 경우는 두 세번 정도만 겪었는데, 오너라면 가속 페달을 밟는 깊이에 익숙해지면서 출발 감각을 익히는 게 좋을 것 같다. 차라리 과감하게, 약간 깊게 밟아주면 오히려 부드럽게 나가기 때문이다.



그 부드러움을 제어하는 것이 이번에 현대차가 새로 개발했다는 ASC(능동 변속제어) 기술이다.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서 동력 전달을 담당하는 모터를 토크 컨버터처럼 사용하는 기술인데, 초당 500회씩 엔진과 변속기의 회전 속도를 감지해 정밀하게 컨트롤한다.

현대차에 따르면 변속 시간이 빨라진 것은 물론 변속기 내부의 마찰도 최소화해 내구성도 높이는 기술이라고 하는데, 자세한 사항까지는 알 수 없으나 변속의 즐거움이 생긴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6단 자동변속기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속과 변속에서의 답답함을 느끼기는 힘들다. 엔진 회전도 높이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높일 수 있고, 주행 중 수동 변속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스티어링 휠에 붙어 있는 패들시프트를 가볍게 당기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가속 페달을 조금 깊게 밟는 것만으로도 출력의 부족함을 느끼기 힘든 데다가 엔진 회전도 그리 높이지 않으면서 다른 차들을 추월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

기왕 가속의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했으니 본격적으로 코너링 성능도 논해볼 차례다. 쏘나타에 적용한 3세대 플랫폼은 저중심 설계와 최적화된 지오메트리를 가졌다고 하는데, 급회전 교차로를 몇 번이나 돌아보면서 이전 모델보다 높은 안정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코너링도 그렇지만 고속 영역을 넘어 초고속 영역에 진입해도 이전처럼 스티어링 휠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동차의 안정성에 기댈 수 있다.



독일의 기술자들이 현대기아차로 넘어온 이후 현대차의 차체, 그리고 서스펜션 제작 기술은 그야말로 크게 발전했다. 이제는 과속방지턱을 부드럽게 넘어다니고, 코너에서도 서스펜션이 자연스럽게 눌리면서 부드러운 주행을 만들어낸다. 그것을 제네시스 G70을 통해 느낀 후 쏘나타에서도 그대로 느끼고 있는데, 형인 그랜저를 넘어설 수도 있는 승차감과 안정감을 만들어 낸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

이 정도라면 앞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는 쏘나타의 고성능 모델의 움직임도 기대해볼 만하겠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분명히 좋은 프레임인 것은 맞는데 한편으로는 딱 그 출력만 버텨낼 수 있는 프레임과 서스펜션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차량의 용도와 가격을 생각하면 납득 못 할 것은 아니지만, 좀 더 고성능이라도 품어줄 것만 같은 안정적인 느낌의 프레임을 만들어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욕심도 있다.

뭐 그 점은 앞으로 등장할 터보차저 엔진에게 맡겨 두도록 하자. 하이브리드임에도 불구하고 운전의 즐거움이 살아있다는 것은 그만큼 엔진과 전기모터간의 동력 전환이 자연스럽고 출력 교대가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게다가 고속 주행 중에도 모터가 수시로 개입하는데, 그 결과 얻을 수 있는 것은 높은 연비다.

제원 상 복합 연비는 18.8km/ℓ, 주행 중 트립 컴퓨터에 기록된 연비는 16.8km/ℓ였다. 시승 중에는 거칠게 다룬다는 점을 고려하면 준수한 연비가 나오고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브레이크의 이질감도 이제 거의 없어졌다.


특별하지 않습니다

잠시 내려서 그 자태를 다시 한 번 감상해 본다. 거대한 캐스케이딩 그릴과 ‘르 필 루즈 콘셉트’에서 영감을 받은 낮으면서도 날렵한 형태의 디자인, 그리고 테일램프와 일체화를 이룬 리어 스포일러 등 거의 대부분의 영역이 일반 쏘나타와 차이가 없다.

굳이 차이를 꼽자면 약간 모양이 다른 휠과 트렁크에 수줍게 자리잡은 하이브리드 엠블럼, 그리고 지붕 전체를 덮고 있는 솔라패널 뿐이다. 그거 적용해서 얼마나 더 달릴 수 있겠냐고 할 수 있지만, 잘 사용하면 1년에 최대 1300km를 확보할 수 있다 하니 운전자에 따라 적극적으로 사용할 법도 하다.



실내 역시 계기판의 그래픽을 제외하면 일반 모델과 차이가 없다. 그래픽 자체도 선명하고 방향지시등을 작동할 때마다 측후면을 영상으로 보여주므로 눈을 돌릴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단 하나 아쉬운 것은 평상시에는 아무리 모드를 조정해도 엔진 회전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이기에 이해할 수 있을 법도 하지만, 우측 방향지시등을 켜는 순간 엔진 회전이 숫자로 나타나니 약간 모순이 생긴다. 일반 모델보다 주행의 즐거움이 오히려 더 크기에 더욱 아쉽다.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를 공개하며 디지털 키와 빌트인 캠 기능 등으로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를 강조하고 나섰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디지털 디바이스에 익숙한 신세대들에게 자동차를 어필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올바른 방향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디지털과 달리 중력과 함께 현실 세계를 달리는 자동차는 물리 법칙을 벗어날 수 없기에, 그만큼의 능력과 주행 감각은 갖고 있어야 한다. 그 동안 쏘나타에 부족했던 조각 하나가 전기모터 추가로 인해 완벽한 퍼즐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글 | 유일한
사진 | 이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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