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시승회 - 서킷에서 경험한 클리오와 트위지

조회수 2019. 8. 2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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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단지 A에서 B로 이동하기 위한 수단이라고만 한다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차를 좋아하고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역설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차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갖는 이유는 그저 이동수단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동이라는 말에는 ‘어떻게’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더 안락하고 편안하게, 더 경제적으로, 더 많은 화물과 인원을 편리하게, 더 재미있게 이동하기 위한 수단으로 우리는 각각 다른 차를 선택한다.

운전자마다 차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바탕에는 라이프스타일이 있다. 온 가족을 위한 차와 나만을 위한 차를 고르는 기준, 편안하고 편리한 차와 운전이 재미있는 차를 고르는 기준이 같을 수 없다. 모든 기준을 보통 이상으로 충족하는 차라면 스테디셀러가 될 가능성이 높겠지만, 한편으로는 무난하고 재미없는 차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서라도 단 한 가지 원하는 조건을 충족한다면 그 차를 고르는 운전자도 있기에 좋은 자동차를 고르는 데는 정답이 없다.

르노삼성이 서울-태백스피드웨이-양양 일대에서 장거리시승회를 진행했다. 르노삼성의 전 차종을 시승할 수 있는 이벤트로, 8월 한 달 동안 각 매체들을 대상으로 4회에 걸쳐 진행되는 대형 이벤트다. 서울을 출발해 태백스피드웨이까지의 도로 시승, 태백스피드웨이에서의 서킷 시승 프로그램, 태백스피드웨이에서 양양 서피비치까지의 도로 시승이 1박2일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라이드매거진은 LPG 엔진 탑재모델인 QM6 LPe와 SM6 LPe를 일반 도로구간에서, 디젤 소형차 클리오와 전기차 트위지를 태백스피드웨이 서킷에서 시승했다. QM6 LPe와 SM6 LPe는 최근 정부의 LPG 차량 지원정책과 맞물려 르노삼성의 판매실적을 끌어올리는 효자모델로, LPG 차량의 경제성 뿐 아니라 우수한 주행성능으로 주목받는 모델이다. 이미 시승을 진행했던 모델이지만, 서울을 출발해 강원도를 왕복하는 장거리 주행에서도 역시나 주행성능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가솔린 모델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 없는 넉넉한 출력과 뛰어난 정숙성으로 편안하고 여유 있는 주행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시승행사의 메인이벤트는 역시 서킷 주행이다. 르노삼성은 메인무대인 태백스피드웨이에 오를 주인공으로 클리오를, 슬라럼 주행을 위한 조연으로 트위지를 선택했다. 그동안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주연급의 주목을 받았던 모델은 아니지만, 서킷에서 만난 클리오와 트위지는 일상과는 다른 색다른 매력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르노 트위지 - 상상 이상의 안정감, 기대 이상의 재미

르노 트위지는 도심형 초소형 차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모터사이클 수준의 적은 공간에 주차할 수 있고, 좁은 골목도 쉽게 누빌 수 있다. 무엇보다 운전이 쉽다. 도심에서 소화물 배달이나 근거리 이동을 위해 스쿠터가 유용한 이동수단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두 바퀴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트위지는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트위지의 크기는 경차와 비교해도 훨씬 작다. 차체 길이는 2,338mm로 국산 경차와 비교하면 1m 이상 짧지만, 차체 앞뒤 끝에 위치한 바퀴덕분에 휠베이스는 상대적으로 길다. 폭은 1080mm에 불과하니 앞뒤로 길고 양옆으로는 좁아 스쿠터가 아니면 누비기 어려운 골목길이라도 손쉽게 드나들 수 있다.

그러나 트위지의 네 바퀴는 스쿠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안정감을 자랑한다. “급한 코너링에서는 차체가 기울어지거나 바퀴가 들리지 않을까?” 르노삼성이 슬라럼 코스를 준비한 것은 분명 트위지를 극한으로 흔들고 돌리고 달리고 멈춰 세우면서 마음껏 테스트해보라는 뜻이나 다름없다.

트위지 슬라럼 코스는 출발 직후 파일런을 번갈아가며 통과하는 급커브와 좁은 S자 굴곡구간, 원돌기 후 고속 커브구간 및 급제동구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출발하자마자 반복되는 커브에서 저속 핸들링과 브레이크의 감각을 테스트해볼 수 있고, 파일런을 중심에 두고 원을 그리며 최대한 적은 반경으로 회전해야 한다.

작은 차체와 짧은 휠베이스에서 예상할 수 있듯 민첩하다. 좁고 길고 껑충 높은 차체가 언 듯 불안해보이지만, 모터와 배터리가 차체 바닥에 위치해 무게중심이 무척 낮고, 운전석을 둘러싼 구조물은 거의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무척 가볍기 때문이다. 언 듯 오토바이처럼 좌우로 기울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기우다. 급격하게 꺾이는 코너에서도 네 바퀴는 땅에 단단히 붙어있다. 타이어의 한계를 넘어 옆으로 밀리면 밀렸지 바퀴가 공중으로 들리며 전복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기와 달리 기대이상으로 높은 안정감이 느껴진다.

단, 저속의 짧은 코너에서 보여주던 민첩함이 속도가 붙으면서는 살짝 둔해지는 느낌이다. 속도를 내며 원 돌기 구간에 진입해 코너링을 시작하니 예상보다 회전반경이 크다. 폭이 좁은 타이어 때문일까? 언더스티어 성향이 강하다. 모터사이클처럼 회전반경 안쪽으로 차체를 기울일 수 없으니 브레이크를 충분히 밟아 속도를 줄이면 다시 민첩함이 살아난다. 낮은 속도와 빠른 속도 사이에서 다소 핸들링 감각의 갭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벼운 무게와 전기모터의 충분한 토크 덕분에 가속감은 시원시원하다. 넓은 간격으로 배치된 파일런 사이를 선회와 가속을 반복하며 통과하는 느낌이 재미있다. 자동차와 모터사이클과 전혀 다른 트위지 특유의 핸들링 감각이 있다고 해두자. 고속 코너구간을 탈출할 무렵에는 제원 상 최대속도에 근접하게 된다. 트위지로 50km/h이상을 낼 때의 체감속도는 100km/h 이상이다. ‘아주 빠르다’는 느낌으로 달리다가 정지구간에서 급제동을 시도했다. “끼이이이이이익” 하며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지고, 매캐한 타이어 탄내가 올라온다. ABS가 작동하는 느낌은 없었고, 타이어가 노면에 끌리며 살짝 미끄러지는 느낌이 났지만 안정적으로 완전히 멈췄다. 스쿠터라면 조금만 앞바퀴가 흔들려도 미끄러져 넘어지거나, 훨씬 더 긴 거리를 미끄러진 뒤 멈췄을 것이다.

슬라럼 주행을 마친 후 트위지로 태백스피드웨이 코스를 달렸다. 비록 트위지로 자동차 전용도로 진입은 불가능하지만, 고속도로를 달린다면 이런 느낌일까? 체감속도는 아주 빠르지만 실제 계기반에 표시되는 최고속도는 74-75km/h에 머무른다. 첫 번째 헤어핀 코너에서 최대한 안쪽으로 붙어 코너링을 시도했다. 45km/h 정도의 속도로 코너 정점을 통과했는데, 클리오라면 65km/h 이상의 속도로 통과했을 구간이다. 역시 트위지가 소형 전기차라는 한계가 느껴진다.

하지만 짐카나, 서킷에서 경험해본 트위지는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스포티하고 안정적이다. 트위지의 콘셉트는 도심을 ‘편하게, 부담 없이’ 누빌 수 있는 탈 것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안전하고, 다루기는 쉽다. 아직까지 널리 보급되지는 않았지만, 한 번이라도 르노 트위지와 함께 도심을 누벼본 이라면 그 즐거운 감각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서킷에서 만난 클리오, 작고 탄탄한 차체에 감춘 스포티함

클리오는 소형 해치백의 교과서라 불리던 르노5의 계보를 잇는 모델로, 유럽 B세그먼트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이기도 하다. 여기에 프랑스 차 특유의 정교한 서스펜션 세팅과 민첩한 핸들링, 충분히 검증된 1.5리터 4기통 디젤 dCi 엔진과 게트락의 6단 DCT가 맞물려 성능과 효율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국내 시장에서 클리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유럽에서 검증된 소형 해치백이라는 데는 누구나 의견을 같이하지만, 내년 유럽에서 5세대 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며, 국내에서 해치백의 인기가 덜하고 엔트리 카로 SUV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점도 선 듯 클리오를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럼에도 르노삼성이 이번 시승회에서 클리오를 주연으로 내세운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클리오가 다른 자동차 제조사와 르노삼성을 차별화하는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모델이라 판단했기 때문 아닐까? 클리오는 르노 브랜드로 판매되는, 프랑스에서 개발·생산된 차다. 삼성이 아닌 르노 브랜드를 전면으로 내세우고자 하는 브랜드전략과 맞물려 ‘가장 르노다운 차’가 클리오라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르노는 클리오를 서킷에 세웠다. 일반 도로 시승이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던 클리오의 매력을 발견하기 바라면서 운전석에 올랐다.

클리오는 고성능 스포츠카가 아니다. 제원이 보여주는 클리오의 성능은 대단하지 않다. 최대출력 90마력의 디젤엔진, 최대토크는 22.4kg.m다. 무난한 소형차의 성능이다.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로켓처럼 튀어나가는 차가 아니다. 게트락 6단 DCT는 저속구간의 촘촘한 기어배치로 제법 경쾌한 가속성능을 보여주지만 고속구간에서는 상대적으로 조금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일반 도로에서의 경험이다.

서킷이라고 다를까? 태백스피드웨이 서킷은 비교적 최근 재개장했고, 다소 거친 노면은 일반 도로와 유사한 특징을 보여준다. 그러나 U자에 가까운 헤어핀 구간을 포함해 다양한 코너를 마음껏 가로지르며 달릴 수 있고, 속도제한 없이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다. 도로에서 상상했던 자동차 성능의 한계가 서킷 주행에서는 너무나 손쉽게 무너진다.

인스트럭터의 동승 하에 주행을 시작했다. 피트를 나와 스트레이트 구간이 끝나고 곧바로 헤어핀 코너가 등장한다. 클리오의 성능 한계가 어느 정도일지 감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 약간 여유를 두고 브레이크를 밟아 감속하고, 최대한 코너의 안쪽 라인에 붙어 달렸다. “더 빠르게 진입하세요.” 코너의 정점이 가까워지며 차가 바깥으로 밀려나가는 느낌에 무심코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일 뻔 했다. 하지만 인스트럭터는 반대로 더 빠르게 달릴 것을 주문한다. 일반 도로에서는 차선을 유지하며 달려야 하지만, 이곳 서킷에서는 더 빠른 속도로 코너에 진입해 바깥으로 더 많이 밀려난다고 해도 아직 충분히 여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일반 도로였다면 조금 빠르지 않을까 싶은 느낌으로 다음 코너에 진입한다. 아뿔싸, 이번엔 오버스피드다. 서킷 바깥으로 밀려나며 연석을 밟았다. 어쩔 수 없이 코너에 진입한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살짝 밟았다. 자세가 무너지며 살짝 휘청이는 느낌이 있었지만 금방 안정감을 회복한다. 프랑스 자동차는 특유의 서스펜션 감각이 있다고 말한다. 말캉한 듯 하면서도 탄탄하다. 노면의 잔 진동과 충격은 부드럽게 흡수하는데, 격렬한 코너링에서는 견고하게 지탱해준다. 기울어지며 무너질까 하는 순간 버텨내는 하체의 느낌은 클리오가 천상 프랑스차라고 주장한다.

긴 가속구간에서는 분명 살짝 굼뜬 느낌이 난다. 정확히 몇 km의 최고속도를 기록했는지 계기반을 보지 못했지만, 160이라는 숫자가 스친 기억이 있다. 조금 더 높은 출력의 가솔린 엔진이었다면 더욱 즐거웠을까? 아쉬움이 조금 남지만 일상에서는 충분하고도 남을 성능이다. 유럽에서 출시된 고성능 버전인 클리오 RS라면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을까? 현 시점에서 클리오 고성능버전의 국내 출시가 무리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아 다음을 기대하게 된다.

문득 서울에서 태백으로 오는 동안 시승했던 QM6를 떠올렸다. 여유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다소 느슨하고 편안했던 운전 감각. 그러나 클리오는 그 대칭점에 있다. 전자장비가 사람을 보조하며 스스로 움직이는 차가 등장하는 지금, 운전자의 손끝 발끝에 반응해 움직이는 날 것에 가까운 운전감각이 남아있는 차. 르노 클리오는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차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동차를 타면서 여전히 운전의 즐거움을 생각하며 감각의 세계를 추구하는 운전자에게 클리오는 선택을 기다리는 최고의 자동차 중 하나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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