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착하고 풍요로운 SUV, 벤츠 GLE 300 d

조회수 2019. 10. 2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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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승차감. 카라멜처럼 다부지면서 달콤한 벤츠 GLE 300 d를 만났다

신형 GLE 300 d는 라이벌 BMW X5 30d와 비교해 기본 가격이 800만원 정도 저렴하다. 대신에 기본 장비가 꽤 많이 빠졌다. 시승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벤츠의 자랑, 반자율주행 기능을 즐길 수 없다는 점이었다. 차간 거리 조절까지 지원하는 액티브 어시스트 디스트로닉이 기본 장비 리스트에서 빠져서다. 물론 210만원을 더해 옵션을 추가하면 된다. 눈에 아른거리는 옵션을 다 넣으려다 보면, 결국 윗급 모델 가격이 되겠지만.




겉모습은 물수제비하기 좋은 조약돌 같다. 신형 CLS에서 봤던 그 느낌 그대로 표면에 도드라지는 라인 없이 맨들맨들하다. 최근 벤츠가 미는 디자인 언어이기도 하고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자동차가 다양한 파츠로 구성된 인상보단 하나의 덩어리로 보이는 감각이다. 이 거대한 차가 부드러워 보이기만 했다면 귀여운 북극곰 같았겠지만, 벤츠가 그렇게 내버려뒀을 리 없다.



길이(4930mm)에는 지난 세대보다 10mm 늘었지만, 오버행이 짧아져서 자세가 다부지다. 덕분에 휠베이스(2995mm)는 이전보다 80mm나 길어졌다. 팔각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라인은 시각적으로 위쪽을 향한 긴장감을 높인다. 얇고 긴 테일램프 역시 GLE를 둔해 보이지 않도록 돕는다.

우아한 라인과 볼륨을 야무지게 다듬어서 듬직하면서도 우아한 인상이다. GLE 특유의 C필러·D필러 라인은 유지했다. 차체 앞쪽 하단에 꽉 문 언더가드와 차체 상단 루프레일은 오프로더를 연상시키지만 승하차를 배려한 사이드스텝은 도심 속 GLE를 상상하게 한다.



인테리어는 신형 GLS와 같은 스타일로 꾸몄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네모난 송풍구다. 기다란 디스플레이 양쪽에 자리잡은 아가미 같은 디자인 요소도 눈에 띈다. 좌우 모양새는 같지만 왼쪽은 송풍구고 오른쪽은 그 모양을 그대로 옮긴 장식이다. 큼직한 송풍구 여러 개가 넓은 실내를 금세 식히고 덥힌다.




하나의 패널 위에 늘어선 12.3인치 디스플레이 두 개는 벤츠 E·S-클래스에서 자주 봐왔던 터라 익숙하지만 그래픽 디자인은 실로 놀랍다. 그래픽이 화려하고 해상도가 굉장히 높지만, 눈이 크게 피로하지 않다. 직관성도 좋다. 쨍한 햇빛에도 디스플레이는 선명하다고 자랑하듯 디스플레이 상단에 햇빛 가리개를 두르지도 않았다. 센터터널 터치스크롤러 좌우에는 나무뿌리 같은 손잡이가 있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일반 USB 단자가 한 개도 없고 USB C타입 단자만 여러 개 마련했다. 시대를 앞서간 충전포트 탓에 유선 충전을 포기하고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를 열심히 사용했는데, 입구가 좁아서 넣고 꺼낼 때마다 불편했다.




“안녕, 벤츠?”라 부르면 벤츠의 최신 인포테이먼트 시스템 MBUX가 활성화된다. 명령어로 부른 후 필요한 기능을 요청하면 된다. 실내 온도 및 조명 조절, 라디오 및 음악 재생, 전화 걸기 및 받기, 문자 전송, 날씨 검색 등의 기능을 운전자 목소리만으로 조작할 수 있다. 운전 중 손가락으로 설정하기 어려운 기능들, 이를테면 내비게이션 설정이나 문자 전송 기능을 위험하지 않게 사용할 수 있다. 쓸모도 많고 꽤 매끄럽게 작동한다.

시동을 걸자, 디젤 엔진을 품었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드러낸다. ‘달달’거리는 소리가 거칠 거나 크진 않지만 잔잔하게 계속 울린다. 직렬 4기통 디젤엔진이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51.0kg.m를 발휘하고, 9단 자동변속기가 힘을 다스린다. 난초처럼 고운 라인으로 변신한 컬럼식 변속레버를 D에 놓고 출발했다. 곧 비가 내려 와이퍼를 작동시키려 하는데, 그만 변속레버를 중립으로 옮기고 말았다. 보통의 경우에 와이퍼를 조작하는 자리에 변속레버가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오르간타입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터보 지연현상 탓에 잠깐 멈칫하다 달려 나간다. 그러나 일단 속도가 붙으면 가볍고 매끄럽게 움직인다. 주행 모드를 컴포트에 두고 코너를 세차게 돌면 롤이 커서 뒷좌석 승객이 멀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스포츠로 모드를 옮기면 거동이 확 달라진다. 불필요한 무게 이동이 줄면서도 안락한 승차감은 그대로니 스포츠 모드로 자꾸만 손이 간다. 스티어링휠 무게감은 컴포트 모드에서도 무거운 편이지만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승차감은 최고다. 단단한 카라멜처럼, 큰 충격을 적절히 걸러내면서도 다부지게 거동을 제어하는 덕분에 승차감이 더없이 달콤하다. 노면 충격은 두꺼운 벽을 너머에서 사그라지고 시트로는 완곡한 피드백만 전달된다. 에어매틱 패키지에는 액티브 댐핑 시스템이 포함됐다. 노면 상황, 주행 속도, 하중 이동에 따라 서스펜션을 지능적으로 조절한다. ‘에어’가 들어갔으니 차고조절도 된다는 사실. 차고조절은 상승과 하강 두 가지로 설정할 수 있다. 시트포지션이 높지만 시야가 썩 좋지는 않다.



앞유리가 뒤로 누운 편이라 위아래 시야가 좁고, 커다란 사이드미러는 위아래로는 넓지만 좌우로는 충분히 넓지 않아 답답한 경우도 있었다. 가속페달과 브레이크페달 무게감과 피드백은 특별히 신경 쓰이지 않을 만큼 적당해서 피로감이 적었다. 시승차에 부메스터 옵션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기본형 오디오 음질도 충분히 좋았다. 트렁크 공간은 반듯하고 널찍하다. 이 공간에 시트 2개를 더하는 7인승 옵션도 선택할 수 있다.




GLE 300 d는 운전하기 편했다. 공간은 두말할 것 없이 넓었다. 그렇지만 GLE 450을 두고 300 d를 살 이유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시승하는 동안 연비는 11~12km/L을 오갔다. 고급차에 없으면 못내 아쉬운 멀티빔 LED 헤드라이트, 360도 어라운드 뷰, 파노라믹 글래스루프,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20인치 알로이 휠, ADAS 기능 옵션을 모두 추가하면 가격이 1억1000만원이 넘는다. GLE 450은 1억 1050만원이다.




FOR 고급스러운 승차감. 말귀 잘 알아듣는 MBUX

AGAINST 차고 ‘상승’ 상태에서 기우뚱거리는 롤. 450이 자꾸만 생각나는 마음

김송은

사진 이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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