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모터그래프

[시승기]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준비된 '5툴 플레이어'

신화섭 입력 2019.12.10. 11:49 수정 2019.12.11. 22: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국내 자동차 시장은 흔히 ‘왜건의 무덤’이라 불린다. 세련된 세단도, 실용적인 SUV도 아닌 애매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의 첫 인상도 그러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한 V60 CC는 여러 장점을 두루 갖춘 ‘올라운더 플레이어’였다.

차량 제원은 실제 외견과 사뭇 다르다. V60 CC는 세단인 S60보다 전장과 휠베이스는 각각 25mm, 3mm씩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직접 본 차량의 이미지는 한층 볼륨감 넘치는 근육질의 체형이다.

전면은 토르의 망치 모양 주간주행등과 아이언 마크가 삽입된 크로스컨트리 메시 그릴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후면에는 상하로 길게 뻗은 L자형 테일램프가 적용됐다.

이 차의 매력은 뒤쪽 대각선 방향에서 바라봤을 때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다. 짧은 프런트 오버행과 뒤로 쭉 뻗은 루프 라인, 넉넉한 휠베이스에서 나타나는 안정감 있는 차체 비율 등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운전석에 앉자 생각보다 낮은 시트 포지션에 놀랐다. 심지어는 시트를 더 낮게 조절할 수 있다. 이 차가 세단의 승차감을 강조하는 크로스컨트리 모델인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시트, 대시보드, 도어트림, 대시보드 등 실내 대부분 고급스러운 가죽으로 마감됐다. 여기에 프레임리스 룸미러가 매력적인 디자인과 넓은 시야를 동시에 만족시킨다.

하지만 의외의 불만점도 있다. 바로 콘솔박스와 USB 포트다. V60 CC는 콘솔 박스 안에 USB 포트가 있다. 충전이나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등을 이용하기 위해 휴대폰을 USB 포트와 연결해야 하는데, 휴대폰을 둘 곳이 마땅치 않다. 요즘 시대 작은 축에 속하는 5.8인치 스마트폰도 케이블이 꺾여야 콘솔 박스 내 겨우 들어간다. 덮개 사이 틈도 없기 때문에 컵홀더에 휴대폰을 두려면, 덮개를 열어두거나 케이블 손상을 감수해야만 한다.

차량 계기판에는 누적 주행거리, 이번 주행거리, 100km당 연비, 1L당 주행거리 등 다양한 정보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잘 쓰지 않는 100km당 연비 등 선택지가 너무 방대해 복잡한 느낌도 있다.

특유의 넓은 실내공간은 만족스럽다. SUV보다 전고가 낮지만 넓은 휠베이스 덕에 넉넉한 2열 및 트렁크 공간을 갖췄다. 2열 시트를 모두 접어 광활한 적재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V60 CC는 최고출력 254마력(ps), 최대토크 35.7kgㆍm의 2.0L 직렬4기통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으로, S60과 동일한 파워트레인이 탑재됐다. V60 CC가 약 140kg가량 무겁고, 차체가 높아진 만큼 둔한 움직임이 예상됐지만, 사륜구동 시스템이 탑재돼 여전히 주행 감각이 경쾌하다. 물론, 전고가 높아진 만큼 코너를 벗어날 때 살짝 롤링이 더 느껴진다.

시내보다 고속도로에서의 경쾌한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가속력이 좋아 추월 및 차선 변경시 교통 흐름을 가볍게 따라갈 수 있다.

주행 모드는 에코, 컴포트, 다이내믹, 오프로드가 마련됐다. 에코에서 다이내믹 모드로 갈수록 스티어링 휠이 무거워지며 가속 반응이 민감해진다. 일정 속도 이하에서만 활성화할 수 있는 오프로드 모드는 조향이 가벼워지며 스탑앤고 기능이 해제된다. 스탑앤고 기능은 가솔린 엔진이 정숙해 시동이 켜질 때도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주행 보조 시스템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과 파일럿 어시스트가 탑재됐다. 파일럿 어시스트 기능은 고속도로에서도, 시내에서도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한다. 밤ㆍ낮 상관없이 차선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차로 가운데를 유지하며 주행한다. 시내 정체 구간에서는 앞차와 간격을 맞춰 완전 정차까지 돕는다. 정차 후 몇 초 안에 앞차가 출발한다면 V60 CC가 알아서 다시 주행을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 앞차가 출발한다면 가속 페달을 살짝 밟거나 스티어링 휠의 파일럿 어시스트 재시작 버튼을 누르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체감상 다른 브랜드 차량보다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 스스로 조향하는 시간이 약 1.5배가량 더 길다.

계기판 및 HUD에 표시되는 속도는 내비게이션의 GPS 속도계와 정확히 일치한다. 더불어 전방 거리 경보, 운전자 경보 제어(졸음 방지), 차선 유지 보조, 도로 이탈 방지 및 보호, 도로 표시 정보, 시티 세이프티, 사각지대 경보, 측후방 경고, 후방 추돌 경고 등 다양한 안전 사양을 갖추고 있다.

이중 시티 세이프티에 포함된 전방추돌 방지 시스템은 예민하게 작동한다. 특히, 고속도로 출구를 앞두고 정체로 인해 저속으로 주행하는 중 앞차가 멈출 때 분명 충분히 차량을 세울 수 있는 범위에서도 앞차와 충돌이 임박한 것으로 인식하고는 경고음을 내거나 심지어는 급제동까지 작동해 불편함을 겪었다. 하지만 민감도를 낮추기에는 불안한 마음이 들어 운전을 더욱 조심하게 해야만 했다.

바로 그날 저녁, 생각이 바뀌는 일이 발생했다. 주차장에서 후진으로 빠져나오던 중 갑자기 시끄러운 경고음이 울리더니 ABS 작동 소리와 함께 차량이 급정거한 것이다.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상황을 확인하니 골목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배달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가고 있었다. 디지털 클러스터에는 후측방 충돌 방지 시스템이 작동했다는 설명이 나왔고, 확인 버튼을 누를 때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물론, V60 CC가 아닌 다른 차였어도 후측방 충돌 방지 기능이 탑재됐다면 사고를 피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앞서 여러 번 전방 충돌 방지 시스템이 예민하게 작동하는 것을 확인한 뒤여서 그런지 볼보의 안전 사양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

시승 기간 동안 총 264.2km를 주행했고, 8.5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주로 컴포트 모드로 주행했지만, 정체가 심한 강남대로, 내부순환로, 동부간선도로 등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탓에 공인연비(10.1km/L)보다는 낮은 연비를 기록했다.

V60 CC는 세단과 SUV의 매력을 모두 갖춘 ‘짬짜면’같은 차다. 게다가 유려한 디자인과 뛰어난 상품성, 우수한 안전성까지 갖췄다. ‘과유불급’은 적어도 안전에 있어 틀린 말이다. 주행 안전 시스템을 직접 경험하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그동안 내가 앞차와 너무 바짝 붙어서 정차했나?’란 반성까지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