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THE BIG SHOT, 람보르기니 우루스

조회수 2019. 11. 2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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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가 SUV를 만들었다. 새로운 장르의 시작이다.


17년 전 포르쉐는 카이엔을 선보이면서 욕이란 욕은 다 먹었었다. 스포츠카 브랜드에서 무슨 SUV냐? 많은 이들은 한 순간에 포르쉐를 돈에 환장한 브랜드로 만들어 버렸다. 고백하자면 나도 그 중 하나였다. 지금 카이엔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심지어 많은 이들의 드림카로 자리잡았다.

프리미엄 SUV 장르가 새로 생긴 것이다. 더 이상 SUV는 단순히 짐을 많이 때려 박는 차가 아니다. 이 흐름을 따라 마세라티도, 벤틀리도, 그리고 자동차 끝판왕 롤스로이스까지 SUV를 만들고 있다. 슈퍼카 브랜드만이 SUV를 건드리지 않고 있었지만 람보르기니가 신호탄을 쐈다. 슈퍼카 브랜드가 만드니 그냥 SUV가 아닐 것이다. 슈퍼 SUV 혹은 SUV계의 슈퍼카가 되시겠다.

람보르기니가 SUV를 만든 것이 처음은 아니다. SUV라 부르기에 애매하지만 여하튼 문짝 4개에 오프로드도 무섭지 않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험머와 비슷하게 생긴 LM002는 원래 군용으로 개발한 모델이지만 빛을 보진 못했다.

정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군용으로 납품하기에는 결격사유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여하튼 300대 남짓 생산되었기에 지금도 수많은 자동차 수집가들이 탐내는 모델이다. 1986년부터 1992년까지 생산했으니 그로부터 약 30년 후에 람보르기니가 우루스를 내놓은 것이다. 이번에는 작정을 하고 출시했다. 최근 고성능 SUV들이 널렸지만 람보르기니 배지에 절로 고개를 숙이게 될 것이다.

람보르기니가 만지면 이렇게 나온다. 폭스바겐 그룹의 MLB 플랫폼을 사용했다. 이것으로 벤틀리는 벤테이가를, 포르쉐는 카이엔, 아우디는 Q8, 그리고 폭스바겐은 투아렉을 만든다. 베이스가 같더라도 각 브랜드의 각기 다른 디자인 톤으로 다양한 모델을 뽑아냈다. 확실히 알 수 있다. 모두 준수한 SUV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단 하나를 타게 해준다면 대부분 우루스를 고르겠지. 피가 끓고 있다면.

드디어 만났다. 실제로 처음 본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멋있다. 아우라가 보인다. 이 아우라만 해도 카이엔 터보보다 돈을 더 지불할 가치가 있다. 참고로 우루스는 2억5000만원에서부터 시작한다. 정말 저렴하다!? 2억원대 SUV를 알아보고 있는 이들은 람보르기니라고 해서 겁먹을 필요가 없다. 당당히 매장으로 돌격 앞으로!



다시 우루스를 살펴보자. 우린 람보르기니의 디자인 언어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비현실적으로 생겼다고 말하면 모두들 동의할 것이다. 양산형과는 거리가 멀고 콘셉트카에 가깝다. 아니 이 정도면 콘셉트카다. 그렇기에 람보르기니 모델들이 도로 위에서 존재감이 클 수 밖에 없다. 혼자 튀니깐.

우루스 역시 람보르기니답게 생겼다. 지구 역사상 가장 거대한 황소다. 박스 타입 정통 SUV는 아니다. 패스트백 타입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A필러에서 해치 라인까지 이어지는 라인이 유려하다. 덩치는 위풍당당하고 모든 파츠에는 날이 바짝 서 있다.

군데군데 공기흡입구들을 과감하게 뚫고 람보르기니가 좋아하는 육각형으로 기교를 부렸다. 거기에 주간주행등을 품은 헤드램프를 날카롭게 깎아 매서운 눈매를 완성했다.

묵직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대칭형 센터페시아에 비행기에서 가져온 듯한 버튼들을 놓아 스포티한 분위기를 최고급 재료들로 고급스러움을 연출하고 있다. 바텀 플랫 타입 스티어링 휠은 크기와 굵기가 적당하고 최고급 가죽을 씌워놔 만지는 맛이 일품이다.

시트는 푹신푹신하진 않지만 장거리 이동에 유리할 것이다. 날개가 적당히 튀어 나와 코너에서 운전자를 꽤 잡아준다. 크루징과 스포츠 드라이빙 사이의 적정선을 잘 지켰다. 하이라이트는 헤드레스트에 람보르기니 로고 스티치다. 최고의 인스타그램용 셀피존이다.

많은 부품을 폭스바겐 그룹 내에서 가져오긴 했지만 반감이 생기지 않게 잘 조합했다. 실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컵홀더다. 이 람보르기니에서 갈증 걱정은 안녕이다.



뒷자리는 어떨까? 아름다운 루프 라인 때문에 헤드룸이 부족할 것 같아 보인다. 180cm 성인 남자가 엉덩이를 등받이 쪽으로 바짝 당겨 앉으면 머리카락이 살짝 천장을 스친다. 허나 우리가 평소처럼 앉는 자세를 취하면 닿지 않는다. 헤드룸으로 인한 갑갑함은 없다.

거기에 등받이 각도도 적당히 누워있어 착석감이 꽤나 우수하다. 심지어 레그룸은 넉넉하다. 큼지막한 모니터까지 갖췄다. 다시 한번 더 말하지만 이차는 람보르기니다. 4명이서 편하게, 멀리, 그리고 빠르게 갈 수 있는 람보르기니. 트렁크는 이 체급의 SUV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다.

편의장비도 빵빵하게 채워져 있다. 주행 보조 시스템인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헤드램프를 로우 빔 모드와 하이 빔 모드 사이에서 자동으로 전환하는 하이 빔 어시스턴트, 충돌을 방지하거나 완화하는 사전 인지 시스템을 포함한다.

난 옵션에 관심이 없는지라 촬영하는 동안 딱히 사용한 기능은 없다. 애플 카플레이 되고 오디오 시스템만 좋으면 불만이 없다. 우루스에는 뱅앤울룹슨 오디오 시스템이 달렸다. 중저음에서부터 고음 영역까지 깔끔하게 처리한다.

방음이 잘되어 있어 베이스가 강하게 치더라도 깔끔한 타격감을 선사한다. 때문에 힙합과 록이 잘 어울리고 팝과 클래식도 잘 소화한다. 시동 켰을 때 센터페시아 위로 등장하는 세레모니도 근사하다.

후드 아래에 괴물 파워 유닛이 숨어있다. V8 4.0ℓ 엔진에 터빈 두 발을 달았다. 최고출력 650마력, 최대토크 86.7kgm의 힘을 ZF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로 전달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6초, 시속 200km까지는 12.8초다. 최고시속은 305km다. 2t이 넘는 SUV가 3초대에 시속 100km를 주파하고 시속 300km 이상 달리는 세상이 왔다.



드라이빙 모드는 총 6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원래 람보르기니에 존재하는 온로드 모드인 스트라다(STRADA)와 스포츠(SPORT), 코르사(CORSA) 모드, 여기에 우루스만을 위해 새롭게 개발된 세가지 오프로드 주행 모드 테라(TERRA), 사비아(SABBIA), 네브(NEVE)가 추가 되었다.

스트라다는 노멀 모드, 스포츠는 말 그대로 스포츠 모드다. 코르사는 미친 듯이 달리고 싶을 때 선택하는 모드다. 테라 모드는 우리가 생각하는 비포장 도로에서 유용하고 사비아는 사막이나 자갈 많은 언덕에서, 마지막으로 네브는 눈 올 때 사용하면 된다.

각 모드를 다 써볼 시간이 없기에 코르사에 놓고 슬금슬금 우루스를 움직여 본다. 덩치가 크지만 일상주행에서 부담스럽지 않다. 작품 하나가 도로에 달리다 보니 깜빡이만 켜면 모든 차들이 잘 비켜줘 운전이 쉽다. 초보 운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이 녀석을 권한다.

전방, 측방 시야가 시원한 것도 한 몫 한다. 리어 글라스가 누워 있어 후방 시야가 좁을 것 같지만 보일 건 다 보인다. 잘 보이면 밟아야지.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밟아본다. 대포알처럼 튀어나간다. 노즈업 현상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세상의 모든 것들을 추월한다. 제원에 적힌 수치만큼 나가고 무게를 잊게 만든다. 아스팔트를 씹어먹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그립이 좋아 무자비로 스로틀을 열어도 안전하다. 난 안전했다.

배기 사운드는 잘 들리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방음이 워낙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창문을 살짝 열어본다. 도로 위에서 나 빼고 이 좋은 배기 사운드를 즐기고 있었다니. 배기 사운드는 중저음이지만 엔진회전수가 올라감에 따라 약간의 하이톤을 발사해 답답하지 않다.

터보 엔진으로서는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스로틀이 닫히면 백프레셔가 터지는데 조금 더 박력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하튼 좋은 음색과 적당한 음량을 가진 배기사운드다. ​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고속 영역에서도 힘은 남아돈다. 가감속을 무자비하게 반복해도 빠릿빠릿하게 전진한다. 급격한 차선 변경에도 거동이 무너지지 않는다. 초고속에 진입하더라도 고속안정감이 훌륭하다. 거대한 차체가 노면에 깔린다. 노면이 고르지 못해도 상관없다. 출력을 마음 놓고 쏟아 낼 수 있다.

우루스를 우라칸이나 아벤타도르처럼 몰 생각이 없다 해도 안정감이 넘치니 달릴 수밖에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초고속 크루징이 가능하다. 또한 잘 빚어놓은 차체 덕분에 풍절음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2중접합 유리까지 사용했으니 람보르기니가 얼마나 안락함에 신경 쓴지를 알 수 있다.

환상적으로 앞으로 나가는 것은 확인 했으니 도는 것이 궁금해 진다. 코너링 퍼포먼스는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려 놨을까? 토크 벡터링과 후륜조향 시스템이라는 값비싼 아이템을 품고 코너에 들이댄다. 스티어링 휠 명령에 프런트 액슬 반응이 빠르고 차고가 높지만 불안하지 않다.

언더스티어 성향을 띠지만 라인을 벗어나는 범위가 크지 않다. 액셀링 만으로 충분히 깔끔한 라인을 그릴 수 있다. 복합코너에서 섀시가 엉키지 않는다.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쪽으로 넘기는 리듬이 깔끔하다. 느낌적인 느낌으로는 파나메라 정도의 실력은 되는 것 같다. 웬만한 스포츠카와 산길에서 한판 붙더라도 이길 자신감이 있다.

잘 달리고 잘 돌고. 이제 잘 서야겠지. 브레이크 성능은 섀시와 파워트레인을 다루기에 충분하다. 23인치 휠안을 꽉 채우는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은 강한 제동이 연거푸 걸리더라도 지치는 법이 없다. 게다가 노즈다이브와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을 잘 억제했다. 코너 중에 브레이킹이 들어가더라도 차체가 안쪽으로 말리지도 않는다. 빠르게 달리는 거대한 황소를 채찍질하기에 정말 딱이다.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람보르기니 우루스

길이×너비×높이 5112×2016×1638mm
휠베이스 3003mm
엔진형식 V8 터보, 가솔린
배기량 3996cc
최고출력 650ps
최대토크 86.7kg·m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AWD
복합연비 7.9km/ℓ
가격 2억5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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