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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집중탐구①] 수익성·확장성 뛰어난 르노의 '팔방미인'

조회수 2019. 8. 22. 10: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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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기범 편집장(ceo@roadtest.kr)
사진 강동희 기자, 르노자동차

온라인 상거래로 수요 치솟는 LCV

그야말로 ‘판매돌풍’이다. 2019년 7월 말, 르노 마스터 버스 계약이 1,000건에 육박했다. 2015년 데뷔한 현대 쏠라티 누적 판매 3,000여 대를 출시 두 달 만에 3분의 1까지 따라잡은 셈이다. 마스터는 르노삼성 QM3처럼 전량 수입하는데, 현재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2019년 7월 한 달 동안 르노는 국내에서 총 233대의 마스터를 출고했다.

르노 마스터의 인기가 뜨겁다. 데뷔 반 년만에 계약대수가 2015년 데뷔한 현대 쏠라티의 누적 판매를 빠르게 뒤쫓고 있다.

이 가운데 버스는 100대, 밴은 133대였다. 마스터 버스의 경우 13인승이 60대, 15인승이 40대였다. 마스터 버스는 7월 300대가 들어왔고, 9월 이후 연말까지 1,230대를 추가로 가져올 예정이다. 특히 15인승은 수요가 빗발쳐 몇 달씩 기다려야 한다. 2019년 1~7월, 버스와 밴을 합친 르노 마스터 판매는 1,115대로 현대 쏠라티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마스터 밴은 휠베이스에 따라 S와 L로 나뉘는데, 스타렉스 밴과 현대, 기아의 1톤 트럭 수요를 겨냥한다.

마스터는 르노의 간판 ‘소형 상용차(Light Commercial Vehicle, 이후 LCV)’다. 밴과 버스, 트럭 등으로 나온다. 유럽과 호주, 뉴질랜드 등지에서 익숙한 장르로, 총 중량 3.5톤 미만의 상용차를 일컫는다. 유럽의 연간 LCV 판매는 2007년 처음 200만 대를 넘어섰다. 이후 10년 동안 3% 성장했다. 견인차 역할을 하는 나라는 스페인으로 10%에 육박했다.

2018년 유럽 LCV 판매는 250만여 대. 전년도보다 3.2% 늘었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 인도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Modor Intelligence)’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LCV 시장은 2024년까지 올해보다 5.67% 성장할 전망. LCV의 핵심 성장 동력은 전자상거래다. 온라인 구매가 활성화되면서 배송을 위한 물류 수요가 빠르고 치솟고 있어서다.

르노 마스터 15인승 버스. 13인승과 시트 배치가 다르고, 차체 길이와 휠베이스가 한층 더 넉넉하다.

LCV 시장 이끄는 세미 보닛 밴

유럽 LCV의 절대 다수는 르노 마스터 같은 형태의 밴이다. 현대차는 쏠라티 출시에 즈음해 만든 R&D(연구개발) 스토리 자료를 통해 이 장르를 ‘세미 보닛(Semi Bonnet)’으로 정의했다. 밴의 인기비결은 다용도성이다. 한 뼈대를 밑바탕 삼아 화물 밴, 트럭, 버스 등 갖가지 형태를 넘나든다. 용도별로 특화한 장비 만드는 전문 업체도 셀 수 없이 많다.

유럽에서 LCV 밴은 전문 운송업이나 소규모 택배업, 개인 중소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이 주로 이용한다. 자재나 설비를 직접 챙겨 이동하기 때문에 화물의 부피가 만만치 않다. 또한, 단거리나 시내 운행이 많고 주·정차도 잦다. 깐깐한 단속 때문에 화물 적재용량도 철저히 지킨다. 따라서 ①짐 공간이 넉넉하고 ②내구성이 뛰어나며 ③연비 좋은 차를 선호한다.

르노 마스터 버스 13인승의 짐 공간. 대형 트렁크 여러 개를 꿀떡 삼킬 만큼 넉넉하다.

현재 유럽에서 운행 중인 LCV 가운데 밴은 290만 대에 달한다. 평균 차령 10.9년으로 교체수요도 꾸준하다. 심장은 디젤 엔진이 96%로 압도적이다. 토크가 뛰어나 견인능력이 좋고, 효율이 빼어나 연비가 뛰어난 까닭이다. 가솔린 엔진은 2.3%에 불과하다. 이 시장에서 르노는 포드, PSA(푸조·시트로엥), 폭스바겐, 다임러, 피아트 등과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편, 국내 상용차 시장은 25만~26만 대 규모다. 현대 포터와 스타렉스(밴), 기아 봉고 등이 장악했다. 2018년 현대차는 포터 한 차종만 9만7,995대 팔았다. 올해 판매는 더욱 늘어날 전망. 상반기만 5만3,000대로, 현대차 라인업 중 5만 4,332대인 그랜저 다음으로 많다. 르노는 마스터로 1톤 트럭과 승합차, 미니버스까지 폭넓게 아우른 과녁을 겨눴다.

르노가 1959년 선보인 에스타페트. 르노 패널 밴의 실질적 원조로, 마스터의 뿌리다.

40년 가까운 역사 자랑하는 마스터

마스터는 르노 LCV의 맏형이다. 동생으로 트래픽을 거느렸다. 지난해 르노는 프랑스 동부 바티이(Batilly) 공장에서 마스터 9만6,346대와 순수 전기차 마스터 Z.E. 307대를 만들었다. 트래픽은 프랑스 북부 상두빌(Sandouville) 공장에서 9만4,003대 찍어냈다. 닛산 엠블럼과 그릴을 단 NV300(트래픽)과 NV400(마스터) 또한 프랑스에서 르노가 만든다.

르노 마스터는 1980년 처음 데뷔했다. 그런데 뿌리는 한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르노는 “1900년 세계 최초로 상용차를 만들어냈다”고 강조한다. 실질적인 르노 패널 밴의 원조로는 1959년 내놓은 ‘에스타페트(Estafette)’를 꼽는다. ‘속달 파발꾼’이란 뜻으로, 르노 역사상 최초의 앞바퀴 굴림 자동차이기도 하다. 덕분에 넉넉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에스타페트는 르노 역사상 최초의 앞바퀴 굴림 자동차이기도 하다.

지난 4월, 에스타페트는 경기 고양에서 개최한 서울국제모터쇼에도 등장해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출시 초기, 에스타페트는 600㎏의 차체에 845㏄ 엔진을 얹었다. 마지막 버전에선 배기량을 1,289㏄까지 키웠다. 르노는 1980년까지 에스타페트를 53만3,000대 이상 만든 뒤 프랑스 생산을 마쳤다. 이후 마스터의 동생, 트래픽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주행거리가 많고 교체주기가 긴 상용차답게 마스터는 한 세대로 10년 이상을 너끈히 소화해왔다. 1세대 마스터는 무려 12년 동안 명맥을 유지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한 마스터는 2010년 데뷔한 3세대다. 현재 4세대 신형을 공개한 상태지만, 유럽에서조차 내년에나 판매에 들어갈 예정. 따라서 당분간은 3세대가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할 예정이다.

최대 350가지 형태로 나뉜 ‘팔방미인’

르노는 실용성을 앞세워 3세대 마스터를 기획하고 디자인했다. 앞모습은 상용차 특유의 강인한 성향을 강조하기 위해 대담하게 빚었다. 커다란 눈매를 세로로 심고, 큼지막한 그릴을 씌웠다. 앞 범퍼 좌우 끝단엔 발판을 파 넣었다. 그 결과 앞 유리 접근과 정비가 한층 쉬워졌다. 사방의 유리는 공간 확보 및 원가 절감을 위해 굴곡 없이 평평하게 다졌다.

앞뒤 범퍼와 사이드 몰딩은 페인트를 칠하지 않은 무광 검정 플라스틱으로 씌워 자잘한 상처에 가슴 졸일 필요가 없다. 엔진은 직렬 4기통 2.3L 디젤 터보 한 가지다. 여기에 수동 6단 변속기를 맞물려 앞바퀴를 굴린다. 국내 출시 모델의 경우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마스터 밴이 각각 145마력, 36.7㎏·m, 마스터 버스가 165마력, 38.7㎏·m를 낸다.

르노 마스터는 앞바퀴와 뒷바퀴, 네 바퀴 굴림방식을 모두 갖췄다. 참고로, 국내엔 앞바퀴 굴림만 들어온 상태다.

한편, 국내엔 앞바퀴 굴림만 들여왔지만 해외에서는 뒷바퀴 굴림과 네 바퀴 굴림도 고를 수 있다. 심지어 적재용량이 큰 모델은 뒷바퀴도 1톤 트럭처럼 좌우 각각 두 개를 겹쳐서 끼웠다. 확장성은 무궁무진하다. 싱글캡과 더블캡, 최대 17인승 시트 배치, 적재함 길이, 캠핑카 등 목적에 맞는 개조 버전까지 감안하면, 마스터는 최대 350가지 이상으로 나뉜다.

르노 마스터는 개조업체와 구성에 따라 350가지 이상의 버전으로 나뉠 만큼 확장성이 뛰어나다.

나아가 닛산, 오펠과 복스홀로도 라이선스 비용을 받고 공급했다. 그래서 마스터는 르노 그룹 내에서 가장 수익성 좋은 차종으로 손꼽힌다. 한편, 세미 보닛은 국내에선 아직 낯선 장르. 현대가 2014년 쏠라티로 처음 시장을 열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 수요가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경쟁력 있는 가격 앞세운 마스터가 등장하면서 단박에 틈새를 파고 들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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