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K5를 넘어서다. 기아 3세대 K5

조회수 2019. 12. 14. 18: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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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손댈 데가 없어.” 기아자동차 디자이너들은 고개를 내저었다. 1세대 K5 세대교체 시기가 다가왔음에도 스타일이 여전히 뛰어나서다. 결국 2세대는 1세대 스타일을 답습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세월 앞에 완벽한 디자인은 없었다. K5는 3세대에 이르러 마침내 K5를 넘어섰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윤지수, 기아자동차

3세대 K5
1세대 K5(왼쪽)와 2세대 K5(오른쪽)

가장 멋지다

2세대 K5 개발 비화는 과거 기아차 관계자에게 직접 들었던 얘기. 3세대는 그때의 고민에 대한 기아 디자인팀이 내놓은 해답이다. 잘생겼다. 과거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했던 기자가 감히 단언컨대 최근 등장한 현대-기아자동차를 통틀어 가장 멋지다.

그릴 위쪽이 더 튀어나온 역슬렌트 스타일(왼쪽), 보닛이 길쭉하게 늘어났다(오른쪽)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인상이다. 강인하다. 헤드램프는 수직으로 곧추섰고, 그릴은 위쪽을 역슬렌트 스타일로 쭉 내밀었다. 덕분에 그릴 위를 덮은 보닛도 후륜구동 세단이 떠오를 만큼 늘어났다. 얼굴에서 미국 머슬카 분위기가 감도는 이유다.

K5의 정면과 후면(왼쪽). 그리고 트렁크 위 검은색 플라스틱 장식(오른쪽)
신형 K5 크기는 4,905(길이)×1,860(너비)×1,445㎜(높이)다. 휠베이스가 2,850㎜로 늘어나 앞뒤오버행이 짧다

빤한 중형 세단에 이런 과감한 얼굴을 붙이면 ‘용두사미’가 되기 십상이다. 다행히 K5는 몸매도 굵직하다. 4,905㎜로 거듭난 덩치를 더 커 보이려고 옆구리를 침범했던 테일램프를 뒷면에 묶었다. 뒤쪽 오버행을 강조하는 포인트다. 트렁크 위에 검은색 플라스틱까지 덮어가며 확장한 지붕 윤곽도 마찬가지. 긴 차체와 시각적 착시가 어우러져 쭉쭉 뻗어 보인다.

캐릭터라인 위에 둥근 굴곡을 넣어 마치 잔근육처럼 빛이 두 번 맺힌다
입체적인 앞 범퍼(왼쪽), 튀어나온 테일램프(오른쪽)

스타일이 꽉 들어차 보이는 이유는 굴곡이 과감해서다. 이전 세대가 종이 위에 펜으로 그린 2D라면, 신차는 종이를 꼬집어 만든 3D다. 좌우가 솟은 범퍼가 그렇고, 튀어나온 테일램프, 2단으로 빛이 맺히는 캐릭터라인이 그렇다.

K5는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0.25인치 센터패시아 모니터가 달렸다
운전석 쪽으로 센터패시아가 급격히 꺾였다(왼쪽), 센터콘솔 사선 칸막이가 동반석을 분리한다(오른쪽)

실내도 마찬가지다. 모하비처럼 계단식으로 튀어나온 나무 무늬 장식을 얹었고, 센터패시아를 운전대 쪽으로 확실히 꺾어, 운전자 중심으로 꾸렸다. 센터콘솔에 사선으로 집어넣은 칸막이는 심리적으로 ‘조종석’과 ‘객석’을 분리한다.

K5는 쏘나타보다 질감이 좋다. 나무 무늬 장식은 면이 천장을 바라본다

소재는 쏘나타보다 낫다. 문짝 안쪽 곳곳에 손톱 닿으면 ‘드르륵’ 소리 나는 소재를 썼던 쏘나타와 달리, K5는 폭신한 마감을 한 번 더 거쳤다. 팔걸이 위로는 거친 마감 없이 모두 폭신하다. 물론 아래쪽 수납공간엔 ‘생 플라스틱’이 그대로 드러났지만.

2,850㎜ 휠베이스 덕을 톡톡히 본 뒷좌석. 무릎 공간이 아주 넓다
뒷좌석 전용 송풍구(왼쪽)와 스키쓰루(오른쪽). 뒷좌석 등받이는 접히지 않는다

기아 K5 또 다른 특징은 2,850㎜ 휠베이스다. 이전보다 무려 45㎜ 늘어난 수치며, 쏘나타보다 10㎜ 더 길다. 그 효과는 실내 공간에 오롯이 스몄다. 뒷좌석 등받이가 편안한 소파처럼 누웠음에도 무릎 공간이 넉넉히 남는다. 키 177㎝ 기자가 1열을 조절한 후 뒷좌석에 앉으면 주먹이 대략 세 개쯤 들어갔다. 단, 머리 공간은 좁다. 운전석도 천장과 머리 사이 주먹 하나가 채 들어가지 않고, 2열은 머리카락이 닿을락 말락 스친다.

낮은 운전석 높이. 가운데 센터콘솔 높이를 이전보다 높여 폭 파묻히는 느낌이 더 짙다
전자식 변속 다이얼(왼쪽), 패들시프트(오른쪽). 변속레버에서 수동 변속은 할 수 없다

균형을 이루다

운전석에 앉은 첫 느낌은 일단 낮다. 시트 높이를 낮추었다는 기아차 설명대로 엉덩이가 쑥 내려간다. 다른 차가 차 위에 올라탄 느낌이라면 이차는 파묻힌 느낌이다. 길쭉한 보닛이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시야도 낮다. 사각이 많지만 멀리 내다보기 좋은 스포츠카 닮은 운전 자세다.

덕분에 안정적이다. 높이가 낮아 노면 충격에 따른 흔들림이 적다. 다소 긴장이 스민 서스펜션은 중형 세단치고는 팽팽하다. 앞뒤 바퀴 거리가 2,850㎜에 달해 작은 차처럼 촐랑대지는 않지만, 자잘한 노면 충격을 거르는 여유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5,500rpm에서 최고출력 180마력, 1,500~4,500rpm에서 최대토크 27.0㎏·m 성능을 내는 1.6L 가솔린 터보 엔진. 쏘나타로 먼저 선보인 CVVD 기술이 들어갔다
쏘나타처럼 흡기 필터를 서랍 당기듯 꺼낼 수 있다(왼쪽), 헤드램프 윗면이 독특하다(오른쪽)

시승차는 1.6L 가솔린 터보 엔진에 18인치 휠을 맞물린 모델. 일상적인 도심 주행에서는 터보 엔진답게 27.0㎏·m 두툼한 최대토크가 1,500rpm에서부터 터져 나와 1,450㎏ 덩치를 가뿐히 이끈다. 가속 페달을 굳이 깊게 밟을 일은 많지 않다.

출력은 딱 알맞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보면, 속도계가 가뿐하게 치솟는다. 앞서 <로드테스트>가 같은 파워트레인 얹은 쏘나타 센슈어스에 계측 장비를 달고 측정한 시속 100㎞까지 가속 시간은 약 9초대였다. K5는 계측해 보지 않았지만, 체감 성능은 쏘나타와 큰 차이 없었다.

최고출력 180마력 숫자는 고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시속 100㎞를 넘어 그 이상으로 달려도 K5는 꾸준히 속도를 높인다. 엔진 소리도 말끔하다. 먼저 타봤던 2.0L 쏘나타가 거친 소리를 토해내는 반면, 1.6L 터보 엔진은 직렬 4기통 특유의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주행 모드 ‘스포츠’에서 스피커로 더하는 엔진 소리는 덤. 다만 개인적으로는 스피커 엔진 소리가 다소 어색해 주행모드 ‘컴포트’에서 급가속할 때 소리가 더 만족스러웠다. 참고로 급가속 시 변속은 약 5,900rpm에서 이뤄져, 속 시원한 고음은 없다.

고속주행 안정감 역시 무난하다. 시속 100~120㎞가 지루하게 느껴질 만큼 불안한 기색이 없다. 저속에서 팽팽했던 서스펜션도 고속에선 균형이 딱 알맞다. 큰 너울에서 스프링이 깊숙이 눌려 충격을 흡수하면서도, 댐퍼가 그 반동을 든든히 억제해 출렁이지 않는다. 후륜구동 세단처럼 바닥에 달라붙는 감각까지는 없지만, 전륜구동 세단치고는 무척 만족스럽다.

고속으로 달리는 K5는 차분하게 흔들렸지만, 중형 세단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바닥 소음은 윗급 세단만큼 숨기지 못했다. 시멘트 바닥 소음이나 아스팔트와 타이어 마찰음이 실내로 들어온다. 다행히 바람 소리는 적다. 사이드미러를 문짝 철판에 붙여(플래그 타입), 유리창과 떨어뜨리고, 1열 유리창에 2중 접합 차음 유리를 넣어 소음을 줄였다.

날씨에 따라 모양을 바꾸는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왼쪽),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능을 켰을 때 HUD 모습(오른쪽)

쏘나타를 넘보다

첨단 장비는 최근 등장한 쏘나타를 넘어 그랜저를 넘본다. 앞 차와 간격을 조절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중앙을 쫓는 ‘차로 유지 보조 기능’은 당연하다. K5는 한 발 더 나아가 내비게이션 정보에 따라 곡선로에서 알아서 속도를 줄이며, ‘고속도로 주행 보조’ 장치는 자동차 전용도로까지 범위를 늘렸다. 아울러 국내 최초 첨단 운전자 보조장치용 전방 카메라 화각을 100°로 늘리기도 했다.

하차 후 최종 목적지 안내, 공기 청정 시스템, 음성 인식 차량 제어 기능이 들어갔다(왼쪽부터 순서대로)

이 밖에 차에서 내린 뒤에도 목적지까지 스마트폰으로 안내하는 ‘하차 후 최종 목적지 안내’, 실내 공기 상태를 센서로 파악해 두 개의 필터로 공기를 정화하는 ‘공기 청정 시스템’, 목소리로 공조장치, 창문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음성 인식 차량 제어’ 등 최신 기술을 듬뿍 품었다.

총 86.3㎞를 달린 후 트립컴퓨터 누적 연비

총 86.3㎞를 달려 기록한 누적 연비는 L당 11.6㎞다. 공인 연비는 L당 13.2㎞이지만(1.6 터보 18인치 휠 기준), 다소 빠른 패턴으로 달렸더니 연비가 조금 낮게 나왔다. 주행 상황에 따라 연비 변화가 큰 가솔린 터보 엔진답다. 정속주행했다면 연비는 훨씬 높았을 테다. 참고로 시속 100㎞로 항속할 때 엔진분당회전수(rpm)는 변속기 8단에서 약 1,600 정도다.

기아 K5. 기아차가 여러 신기술을 더했으나, 그 밑바탕은 쏘나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한다. 핵심은 스타일이다. 한때 호평이 자자했던 과거 K5를 벗어던지고 새 스타일로 거듭났다. 과감한 변화는 쏘나타처럼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이지만, K5는 이미 국내외 언론에서 호평이 자자하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 했던가. 신형 K5는 과거 1세대 K5가 그랬듯 또 다시 쏘나타 판매량을 넘어설지도 모르겠다.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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