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롱텀 ③] 1년간 타본 '각쿠스'..여전히 설레네

조회수 2019. 12. 7. 00: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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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런 큰 차가 무슨 소용이냐? 100% 후회한다.” 올해 초, 에쿠스 산다고 했을 때 이토록 주변 반대가 극심했다. 그러나 나는 그저 갖고 싶었기 때문에 1세대 에쿠스를 샀고, 어느덧 근 1년의 시간이 지났다. 과연 에쿠스는 후회할 선택이었을까?

글, 사진 윤지수 기자

<올드 롱텀 이전 포스트 다시 보기>

결론부터 얘기하면 후회는 없다. 아니, 지금도 에쿠스를 탈 때면 맘이 설렌다. 차키 들고 다가갈 때 보이는 길이 5,120㎜ 쭉 뻗은 자태가 좋고, 운전석에서 바라보는 광활한 보닛이 좋다. 풍요로운 6기통 회전 질감과 낭창한 서스펜션이 어우러진 세상 느긋한 승차감도 맘에 쏙 든다. 1년이나 탔는데도 주말만 봐서 그런지 매번 뿌듯하다.

에쿠스를 처음 가져왔던 지난 겨울에 찍은 사진

즉 ‘취향저격’이다. 사실 선택을 그렇게 했다. 하나의 차를 평생 소장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차를 골랐다. 이렇게 생각하자 조건이 명확해졌다. 오로지 내가 무얼 갖고 싶은지 내 진심에 집중할 수 있었고, 그렇게 고른 차가 에쿠스였다. 주변에서 ‘에쿠스 타는 나’를 어떻게 보는가는 관심 밖이었다. 흐르는 시간과 함께 나도 늙고 차도 늙으면서 주변 시선은 바뀔 테니까.

광주광역시까지 달려 장거리 실력을 파악하기도 했다

더욱이 에쿠스는 올드카의 불편함이 없어서 좋다. 사실 오래된 차를 소유한다고 하면, 차로서의 기능은 꽝이기 마련. 그러나 요즘 웬만한 차보다도 편하다. ‘썩어도 준치’라고 했던가. 이 차는 F 세그먼트 대형 세단이다. 자동차 전문 기자로서 수많은 최신 신차를 타지만, 요즘 신차라도 차급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긴 힘들다. 에쿠스는 1,965㎏ 무게와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어우러져 도로 위를 여유롭게 흐른다.

실내 소재는 더할나위없이 고급스럽다

그래서 동승자를 자꾸만 태우고 싶어진다. 옆이나 뒤에 탄 동승자 중 열에 아홉은 ‘와 진짜 편하다’라며 감탄해주니까. 특히 폭신한 뒷좌석에 부모님 모시고 이동할 때가 가장 뿌듯하다. 뒷좌석 승차감 설명은 직접 탄 적이 없어서 아버지 감상평으로 대신한다. “차가 묵직하고 든든하니 참 좋다.”

어쩌다 롱텀 시승기가 에쿠스 찬양기처럼 되어 가지만, 실제 느낌 점이 그런데 어쩌겠나. 에쿠스는 예상치 못했던 의외의 매력도 있었다. 바로 사운드다. 사실 기자는 자칭 ‘막귀’라고 할 만큼 스피커 소리에 민감하지 않다. 핸드폰 살 때 주는 이어폰만 써서, 평생 이어폰을 따로 사본 적이 없을 정도. 에쿠스 살 때도 오래된 차라 사운드 시스템은 기대도 안 했다.

천장과 문짝에 스피커가 달렸다. 스피커는 총 11개다

그런데 웬걸, 음악 CD 넣어서 듣는데, 마치 생음악 듣는 듯 생생하다. 특히 악기 소리 구현 실력이 무척 좋다. 색소폰과 피아노 소리가 말끔하게 흘러나온다. 덕분에 6매 CD 체인저를 정식 앨범으로 가득 채워놓고 듣는 취미가 생겼다. 자동차 때문에 무덤덤했던 막귀가 예민하게 바뀌어 버렸다. 참고로 1세대 에쿠스엔 11개 스피커(리무진은 12개)와 앰프를 갖춘 JBL 사운드 시스템이 달렸다.

운전대는 수동으로 위아래로만 움직인다. 전동식 텔레스코픽 기능은 더 높은 사양에 들어간다

그래도 요즘 차보다 불편하지 않을까? 당연히 불편한 점은 있다. 블루투스와 USB는커녕 AUX 단자조차 없어서 음악은 무조건 CD로만 들어야 한다. 또 운전석 높이가 요즘 차와 비교하면 다소 높으며, JS330 럭셔리 등급엔 운전대를 앞뒤로 조정하는 텔레스코픽 기능이 빠져서 운전 자세 조정이 불편하다. 이는 추후 텔레스코픽 부품을 따로 구매해 개조할 생각이다.

3.3L 가솔린 엔진 최고출력은 247마력, 최대토크는 31.5㎏․m다
뒷좌석 열선 기능과 전동 슬라이딩 기능이 들었다

이 밖에 딱히 불만은 없다. V6 3.3L MPI 엔진이 끌어내는 247마력 최고출력은 아직도 차고 넘치며, 고회전으로 치달으며 내는 자연흡기 6기통 엔진 소리는 고성능 차를 향한 기자의 욕망을 잠재운다. 편의장치 역시 요즘 차 못지않게 풍부하다. 여기에 첨단 운전자 보조 장치까지 바라면 너무 과욕이 아닐까.

엔진 오일은 직접 교체했다

1년간 고장은 거의 없었다. 처음 가져왔을 때 브레이크 입력을 전자적으로 파악하는 ‘브레이크 스위치’만 한 번 망가져 교체했을 뿐이다. 1년, 약 8,000㎞가량을 달린 동안 정비 내역은 차륜 정렬(휠 얼라인먼트), 냉각수 교체, 변속기 오일 교체, 엔진오일 교체, 불스원 광각 사이드미러 교체 정도다. 누적 주행거리 7만2,000㎞ 밖에 안 달린 차를 가져온 만큼 차 상태는 거의 신차 때를 유지하고 있다.

특이한 점이 있긴 있었다. 에쿠스는 숫자에 민감하다. 에쿠스 타이어 권장 공기압은 앞 30psi, 뒤 28psi다. 이에 맞춰서 넣으면 승차감이 아주 편하지만, 고속 연비가 훅 떨어지고 고속 안정성도 조금 나쁘다. 그래서 공기압을 앞 33psi, 뒤 33psi로 맞췄더니 연비는 성큼 올랐는데, 이번엔 승차감이 다소 예민하다. 지금은 앞 32psi, 뒤 30psi로 적당히 조율해서 타는 중이다.

엔진오일도 그렇다. 처음 샀을 때 5W20 점도 현대 모비스 순정유를 넣었다가, 중간에 0W30 킥스 파오 1 엔진오일로 교체했다. 순정 점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더 찐득한 오일로 바꾸어 엔진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당연히 효율은 떨어졌다. L당 7㎞ 후반대였던 평균 연비가 요즘은 L당 7㎞ 초중반에 불과하다. 요즘 정체 도로를 자주 달린 탓도 있지만 엔진오일 점도 차이를 연비로 확실히 체감하는 중이다.

주말마다 여가용으로 활용했다

1년간 유지비는 사실 생각보다 가볍다. 주유비는 주말만 탔기 때문에 월 17만 원 수준에 그쳤다. 연간 자동차세도 3,342cc 대배기량이지만, 차령이 10년이 지났기에 최신 2.0L 중형 세단보다 적은 약 43만 원만 낼 뿐이다. 자동차 보험료는 이상하게도 다소 비싸다. 만 30세 이상 기자가 계산해보면 대략 90만 원(자기차량손해 포함)이 조금 덜 나온다.

현대 에쿠스와 함께한 지난 1년은 ‘매우 만족’이라고 평하고 싶다.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뿌듯하고 행복했으니 무엇이 더 필요할까. 이 차를 산 뒤로 ‘다음 차’라는 개념이 사라졌다. 그저 처음 생각대로 에쿠스가 앞으로의 인생을 함께 헤쳐 갈 든든한 동반자로 오래 남아주길 바랄 뿐이다.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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