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어디서든 나답게, 스크램블러 두카티 데저트 슬레드

조회수 2019. 7. 2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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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카티 스크램블러 시리즈는 얼핏 보면 다 비슷해 보인다. 엔진과 차체를 비롯해 상당 부분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얼핏’ 보았을 때 이야기다. 이번에 시승한 데저트 슬레드는 프런트 휠 사이즈부터 다르다. 가고자 하는 길이 다른 것이다.

현재의 두카티 스크램블러 시리즈는 2세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초기 모델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수정하고 다듬었다. 정밀하지 못했던 케이블 클러치는 유압으로 변경되었고 방향지시등에도 LED를 사용했다. 다양한 정보를 나타내는 LCD 계기반에는 기어와 연료 잔량 등을 오밀조밀하게 표현한다. 핸들 스위치 박스는 각각의 버튼 모형을 다르게 하여 조작하기 편하다. 외관적으로도 많은 부분이 변경되었다. 탱크 디자인과 시트가 변경되었고 엔진의 외형 등이 바뀌었다. 귀엽게만 생각했던 두카티 스크램블러가 이전보다 똑똑하고 세련되게 변했다.

(좌) LCD 계기반에는 기어, 연료 잔량, 속도, 시간 등 각종 정보를 오밀조밀하게 나타낸다 / (우) 후미등과 방향지시등에 LED가 적용되어 있다
(좌) 클래식한 이미지의 연료탱크는 13.5리터다 / (우) 푹신한 시트는 편안하며 마찰력이 좋다


오프로드를 달리겠다는 구성

데저트 슬레드는 스크램블러 라인업 중 독자적인 부품이 가장 많은 모델이다. 프레임의 구조부터 다른 스크램블러와 달리 강성이 강화된 독자적인 프레임이 사용되며 다른 스크램블러들의 18인치 프런트 휠과 달리 19인치 프런트 휠이 장착된다. 포크 역시 전 용품이 사용되며 두툼한 굵기에 더 길어진 트래블로 오프로드 분위기가 아닌 실전 오프로드 바이크로 성향을 완전히 틀어버린다. 동시에 헤드라이트에 장착된 철제 커버와 엔진 하부를 지켜주는 철제 언더 가드가 눈에 띈다.


LED 주간주행등이 적용된 헤드라이트에 철제 커버가 장착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바이크를 볼 때 핸들과 타이어를 먼저 보는데, 핸들에 따라서 주행 포지션이 달라지고 타이어의 종류에 따라서 공도에서의 마찰력, 임도 주파 능력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넓고 높게 올라온 핸들은 바이크를 쉽게 기울일 수 있고 스탠딩 포지션에도 편하다. 타이어는 오프로드와 온로드에서 좋은 밸런스를 보여주는 피렐리 스콜피온 랠리 STR이 장착된다.

스포크 휠과 피렐리사의 스콜피온 랠리 STR이 기본으로 장착된다

도심을 뛰어노는 즐거움

바이크에 올랐을 때 아이콘에 비해서 시트고가 굉장히 높다. 포크의 트래블과 프런트 휠 사이즈가 다르기 때문이다. 데저트 슬레드의 시트고는 860mm로 아이콘보다 62mm 가량 높다. 핸들까지 잡으면 꽤 큰 사이즈의 바이크에 오른 것 같다. 상체가 서고 어깨가 벌어지는 자세가 취해지기 때문이다. 핸들을 좌우로 돌려보면 얇은 카누에 앉아 기다란 노를 젓는 느낌이다. 자세가 위풍당당해서 그런지 이유 모를 자신감이 생긴다.

기어를 넣고 출발해보면 이전 세대보다 클러치가 부드럽고 매끄럽게 조작되는 것이 기분 좋다. 스로틀을 열어 가속하면 자동으로 하체에 힘이 들어간다. 엔진이 생각보다 경쾌하고 분출되는 힘을 타이어가 그대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타이어의 트레드만 보고 공도 마찰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크게 빗나갔다. 첫 번째 기어에서 스로틀을 과감하게 여는 것만으로 윌리를 할 수 있다. 라이더가 무게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프런트가 떠올라도 엉덩이가 뒤로 밀리지 않으며 무섭지 않다.

높은 핸들은 바이크를 좌우로 기울이기 좋다. 모든 기어에서 토크가 도톰하고 일정하게 나와 부드럽다. 통통 튀며 올라가는 출력에 익숙해지면 어느 구간에서도 재미있게 다룰 수 있다. 무게 중심이 높고 핸들이 높아서 조금만 힘을 줘도 바이크가 금방 기운다. 선회 시에 타이어 트레드에서 올라오는 소음과 떨림이 있다. 하지만 마찰력은 꾸준히 유지되고 바이크의 한계를 뚝 떨어뜨린 느낌은 들지 않는다.

(좌) 가야바 리어 쇽은 프리로드와 리바운드를 조절할 수 있다 / (우) 46mm 조절식 서스펜션이 장착되어 있다

서스펜션 트래블은 전후 200mm로 일반적인 어드벤처 바이크에 맞먹지만 꽤나 단단한 세팅이고 출렁거림이 적다. 특히 스로틀과 브레이크를 잘 사용하면 출렁거림이 아닌 우아한 몸짓처럼 느껴진다. 감쇠력을 조절할 수 있어서 상황과 스타일에 맞게 설정할 수 있다. 열이 오른 바이크는 탄성이 있는 하나의 공이 된 것처럼 마음을 통통 튀게 만든다. 바람소리와 타이어 트레드에서 나오는 소리도 신나는 음악처럼 들린다. 신호에 걸려 서서 기다리면 매니폴드에 가까이 있는 오른쪽 종아리부터 허벅지, 엉덩이 아래쪽이 뜨거워지는데, 내가 흥분한 탓인지 바이크의 열기인지 헷갈릴 정도로 즐겁다.



흙 위에서도 자유롭다

공도에서 통통 튀는 출력으로 즐겁게 달려 본격적인 오프로드 코스에 진입했다. 왼쪽 스위치 박스의 버튼을 이용하여 주행모드를 오프로드 모드로 설정하고 ABS를 해제하였다. 사용 설명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버튼만 보고 조작했는데 금방 익힐 수 있었다. 타이어의 공기압을 조금 빼서 타이어의 그립력을 확보하고 서서히 움직이니 자세가 편한 덕에 다루기가 정말 쉽다. 카누처럼 얇게 느껴지던 차체는 발착지성이 높고 바이크를 홀딩하기 좋다. 핸들과 풋페그를 누르는 만큼만 바이크가 기울어지며 타이어의 한계도 꽤나 높다. 시트가 평평하고 연료탱크가 부드럽게 이어지기 때문에 시트 포지션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오프로드 주행에서는 자세를 바꾸기 편하다는 점은 큰 이점이다. 탱크에 가까이 앉으면 자연스레 팔꿈치가 올라가고 핸들 조향에 도움이 된다.



반대로 시트 뒤쪽에 앉으면 미끄러운 노면을 주파하기 좋다. 저 회전 토크에서는 타이어가 노면을 잘 밀어주다가 고회전으로 빠르게 상승시키거나 클러치 조작을 더하면 리어 슬라이드가 일어난다. 리어 서스펜션이 단단한 편이여서 스로틀 조작이 즉각적으로 전달된다. 조향각이 여유롭고 차체가 가벼워 리어 슬라이드가 이어져도 핸들을 카운터 쳐서 대처하기 쉽다. 압축과 신장을 따로 조절할 수 있는 프런트 포크는 한계가 높아 요철을 넘어가거나 윌리 후 착지 동작 혹은 급격한 제동에도 무리가 없다. 바이크의 가벼운 무게와 엔진 출력, 서스펜션 세팅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뛰어난 움직임도 가능하다. 또한 저 회전 구간을 사용하며 달리면 일반 듀얼퍼퍼스 모델처럼 부드럽게 달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오프로드를 주행하는 동안 별다른 불만사항이 떠오르지 않는다.

흙길을 밟고 싶은 초심자에게

데저트 슬레드가 몸에 익숙해질 때쯤 천천히 달려봤다. 이 바이크를 구매하여 즐길 라이더 중에는 오프로드의 초심자가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스펜션의 감쇠력을 조절하여 차체 움직임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초기 하중도 가볍게 설정하니 리어가 더 주저앉아 발착지성이 좋아졌다.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는 로우 시트까지 더한다면 변화 폭이 꽤 클 것 같다. 자세는 상체를 세우고 최대한 앞쪽에 앉았다. 스로틀 실수로 바이크에 끌려가는 일을 방지하고 핸들 조향을 쉽게 하기 위함이다. 스탠딩은 초보자에게 부담스러운 자세일 수 있다고 판단되어 하지 않았으며 ABS를 켜서 제동거리가 늘어나더라도 안정적으로 제동할 수 있도록 했다.



클러치 레버를 놓고 스로틀에 힘을 주면 부드럽게 출발한다. 803cc L 트윈 데스모드로믹 엔진은 저속부터 통통 거리는 필링으로 흙을 밀어낸다. 넓은 핸들은 느긋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초보자일수록 더 유리하다. 좌우로 핸들을 돌려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차제 안정감이 고맙다. 다만 트랙션 컨트롤이 없다는 점은 스로틀을 부드럽게 쓰지 못하는 초보자에게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기어 변속을 미리 하여 저 회전 구간을 사용했을 때는 출력이 부담스럽지 않다. 초기의 스크램블러들에 비하면 아주 젠틀한 감각이다. 제동 시에 전후 ABS가 빠르게 개입하여 자세가 흐트러지는 것을 방지하고 코너링 ABS까지 적용되어 있기 때문에 바이크가 조금 기울어 있어도 부담이 적다. 초보자에게 몇 가지 주의사항을 숙지시킨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고 실력을 키워줄 수 있는 바이크라고 생각된다.

듀얼스포츠 DESERT SLED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넘나들 수 있는 어드벤처 바이크를 듀얼퍼퍼스라고 부른다. 큰 연료탱크와 넉넉한 수납공간이 특징이기 때문에 멀리 여행을 가거나 노면을 가리지 않고 달릴 수 있다. 공도에서의 재미를 즐길 뿐 아니라 흙길을 달리며 산 내음과 고요함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무거운 차체 무게와 넘어졌을 때의 수리 비용이 만만치 않은 점에서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데저트 슬레드는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넘나들지만 듀얼퍼퍼스라는 장르보다 듀얼스포츠라는 표현이 알맞다. 멀리 여행을 떠나는 즐거움보다 가까운 곳을 가더라도 순간순간이 즐거울 수 있는 바이크다. 험난한 오프로드를 주파하는 것이 아닌 평탄한 흙길을 달리는 것만으로도 성취감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바이크가 넘어졌을 때 수리 비용도 저렴하다. 절대적인 차량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무게가 가볍고 차체 크기가 작기 때문이다. 오프로드를 달리려면 덩치가 큰 어드벤처 바이크에 장비로 꽉꽉 채운 사이드 케이스와 탑 케이스를 장착해야 한다는 편견은 버리자. 공도든 흙길이든 나만의 자유로움과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데저트 슬레드는 좋은 선택지다. 어쩌면 어드벤처 그 이상의 재미를 누릴 수 있다. 기술적인 모션인 리어 슬라이드, 윌리, 점프 등 다양한 동작을 하기에도 듀얼퍼퍼스보다 한결 유리하기 때문이다. 흙길에서의 데저트 슬레드는 이름의 값어치를 한다.



DUCATI DESERT SLED

엔진형식 공랭 L트윈 2기통 데스모드로믹 2밸브   보어×스트로크 88 × 66(mm)  배기량 803cc  압축비 11 : 1  최고출력 73hp / 8,250rpm  최대토크 67Nm / 5,7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 용량 13.5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6mm조절식 도립 (R)프리로드 리바운드 조절식 싱글쇽 스윙암   타이어 사이즈 (F)120/70 ZR19 (R)170/60 ZR17  브레이크 (F)330mm더블디스크 (R)245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200mm×940mm×1,213mm  휠베이스 1,505mm  시트 높이 860mm(로우시트 840mm)  건조중량 193kg    판매가격 1,680만 원 (스페셜 컬러 1,700만 원)

글  윤연수 기자(월간 모터바이크)  사진  양현용/이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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