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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비 속에서 확인한 안전철학, 볼보 S60

탑기어 입력 2019.09.22 17:31 수정 2019.09.22 17:4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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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S60 시승행사 날, 폭우가 쏟아졌다. 주행성 평가는 깨끗이 포기하고, 첨단안전기능 채점에 나섰다

대낮에 달이 떴다. 커다란 달 모양 조형물이 S60 시승행사장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큰돈 들여 제작했을 조형물인데 아무 이유 없이 매달았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볼보 신차와 달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도통 헤아릴 길이 없었다. 오래지 않아 궁금증이 풀렸다.

신형 S60은 2013년 볼보 콘셉트 쿠페를 기반으로 개발했다. 문 개수가 늘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콘셉트카의 유려한 비율과 디테일이 양산차에 고스란히 이어졌다. 콘셉트 쿠페는 1961년 P1800을 모티브로 제작했다. P1800은 아름다운 디자인뿐만 아니라 높은 품질과 내구성으로도 널리 알려진 모델이다. “실제로 510만km를 주행한 차가 남아있을 정도입니다.” 볼보자동차코리아 이만식 상무이사가 천장에 매달린 달을 가리켰다. “지구와 달 사이를 6번 왕복한 뒤, 달에 한 번 더 갈 수 있는 거리죠.” 그는 S60이 반세기 전 모델의 디자인 헤리티지뿐만 아니라 품질까지 이어받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내구성을 평가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귀가 꼭 맞아떨어지는 훌륭한 조립 품질 덕에 보기에 정갈하고 산뜻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었다. 깔끔한 선과 말끔한 면, 날렵한 에지와 풍부한 양감…. 어느 하나 과하지 않으면서 구석구석 세련된 맛이 일품이다. 생김새는 분명 최신 볼보 형제를 빼닮았는데, 그 어떤 모델보다 다부지고 강렬하다. 균형미도 흘러넘친다. S60의 앞뒤 오버행은 짧게, 대시투액슬(앞차축부터 앞유리까지 길이)은 길게, 뒤펜더는 두툼하게 다듬어 (앞바퀴굴림 모델이지만)역동적인 뒷바퀴굴림 자동차 비율을 완성했다.

P1800과 S60

막상 시승을 시작하니, 디자인이나 감상하던 여유가 완전히 사라졌다. 폭우 탓에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최고출력 254마력 가솔린 터보엔진의 박력이나 탄탄한 주행성을 가늠해볼 여지조차 없었다. 그러나 위기 속에 기회가, 악재 속에 빛나는 구석이 눈에 띄기 마련이다. 일단, 쾌적한 운전석 시야와 시인성 뛰어난 디스플레이 군단이 대단히 만족스럽다. HUD,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 9인치 터치스크린이 정신없는 빗길에서 필요한 정보를 쏙쏙 눈에 박아줬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작동 한계를 파악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볼보의 ADAS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악천후 속에서도 이토록 잘 작동할 줄은 몰랐다. 물방울 맺힌 사이드미러가 주는 불안감은 레이더를 사용한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BLIS)이 덜어줬다. 파일럿 어시스턴트는 폭우 속에서도 차선을 무난히 읽고 착실히 따라갔다. 운전자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볼보 특유의 주행성은 빗속에서 더욱 빛났다. 달리면 달릴수록 S60에 대한 끈끈한 신뢰가 쌓였다.

볼보는 어렵게 돌려 말하지 않는다. 디자인 언어도 기술 표현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간결하고 편안하게 일상에 녹아든다. 그들은 유로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하는 기술을 가지고도 디젤 모델을 포기하는 용단을 내렸다. 교통사고 중상·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스웨덴 정부 2020 비전제로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모든 행사 소품에 재생 가능 소재를 사용하는 세심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인체공학적 인테리어와 안전제일주의 정신은 말할 것도 없다. 볼보의  모든 활동은 삶과 인생에 대한 존중으로 가득하다. 볼보 S60을 타고 빗속을 달리는 동안 뿌리 깊은 볼보 철학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S60 디자이너 인터뷰

볼보자동차 디자인 센터장 티 존 메이어와 선임 디자이너 이정현에게 물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 2010년, 중국 지리자동차가 볼보자동차를 인수하자 여기저기서 의심 어린 눈빛이 쏟아졌다. 10년이 지난 지금, 볼보의 성공적인 재도약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일등 공신은 디자인 변화. 스케치부터 양산을 염두에 두고 빚은 콘셉트 모델이 나왔고, 기대한 모습 그대로 양산형이 나왔다. 글로벌 연간판매량은 2009년 33만4808대에서 2018년 64만2253대까지 늘었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 거둔 성과도 눈여겨볼 만하다. 2013년 1960대에 불과하던 판매량이 불과 5년만에 8524대로 늘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올해 1만대 판매를 목표로 한다. 물량수급만 원활하다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치다. XC60과 V60 크로스컨트리는 예상보다 높은 인기에 물량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다음 타자 S60도 기세가 심상치 않다. 9월 4일 기준 사전 계약만 2200대 이상 몰렸다. 세 모델의 공통점은 새로운 볼보의 물꼬를 튼 두 디자이너 손길이 닿았다는 점이다. 볼보 디자인 센터장 티존 메이어(이하 M) 와 선임 디자이너 이정현(이하 L)에게 S60과 볼보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S60을 디자인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M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조금 더 세련되게, 또 과장되지 않게 풀어내려 노력했다. 가장 자신 있는 라인을 하나씩 더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고객에게 볼보 특유의 고급감을 강조하고자 한 의도가 잘 전달되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 언어를 전체 라인업에 걸쳐 반영하고 싶었다. 팀에 속한 디자이너는 모두 하나의 디자인 언어를 구사한다. XC60·S60·V60을 나란히 보면 그 사실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S60과 S90은 많은 부분이 닮았다. 주로 어떤 부분에서 두 모델을 차별화했나?

M 디자인 작업 시 이상적인 타깃을 염두에 두고 진행한다. 우리는 S60의 타깃으로 비교적 젊은 오너를 상상했다. S90은 크고 중후하지만, S60은 날렵하고 민첩하다.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 깔끔한 선과 늘씬한 비율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비교적 작은 차인 만큼 몇몇 요소를 간소화하는 작업을 진행했지만, 럭셔리 감각은 양보하지 않았다. 

S60의 차체 비율은 마치 뒷바퀴굴림 세단 같다. 어떻게 앞바퀴굴림 모델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했나?

M SPA 플랫폼 덕을 많이 봤다. S90과 같은 플랫폼을 토대로 빚었지만, S60은 조금 더 면밀히 다듬었다. 도어와 보닛 힌지 위치까지 세심히 조절해서 늘씬한 비율을 완성하려고 애썼다. S90보다 바퀴 크기가 작다는 점도 오버행을 짧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디자인 작업에 있어서 완벽을 추구한다고 들었다. S60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디자이너로서 절대로 양보하지 않았던 부분이 있다면?

M 작업 중 논쟁이 없을 수는 없다. S60은 비율 조정이 가장 힘들었다. 가볍고 민첩하고 역동적인 겉모습을 만들기 위해서 엔지니어와 세 번의 긴 토론을 했다. 첫 주제는 벨트라인 높이 조절이었다. 벨트라인 높이를 S90보다 10~15mm 정도 낮춰서 시각적 무게중심을 끌어내렸다. S60 차체가 작아서 효과가 더욱 극적이었다. 두 번째는 뒷문 힌지 위치였다. 조금 더 아래에 붙이려고 엔지니어와 뒷좌석에 앉아 설전을 벌였다. 결국 힌지 위치를 낮춰서 보다 깔끔하고 확실한 옆면 굴곡을 완성했다. 결국 보닛 힌지 위치까지 조정해서 대시투액슬을 늘이고 이상적인 비율을 만들 수 있었다.

S60 디자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M 차체 옆면 곡선이 가장 마음에 든다. 야외에서 보면 이 부분에 지면과 하늘이 맞닿는 선이 생긴다. 빛이 반사되어 새로운 모습을 만들 때 황홀한 기분이 든다.

볼보 디자인은 스칸디나비아 자동차 디자인을 대표한다. 그 본질은 어떤 식으로 표현하고 있는가?

L 볼보자동차 디자인은 인간중심사고에서 시작한다. 다른 브랜드의 경우 인테리어에 전투기 콕핏 디자인을 옮겨오는 경우가 많은데, 볼보 모델에서는 그런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다. 안락한 거실 같은 편안함이 핵심 디자인 요소다. 사실 스웨덴식 디자인은 가장 한국적인 요소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한글은 직관적으로 이해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스웨덴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다. 볼보는 불필요한 선을 하나씩 빼가면서 디자인을 완성하는데, 더 이상 덜어낼 수 없을 때까지 덜어내 얻는 여백의 미를 추구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시도는 결국 쉽게 질리지 않는 스타일의 밑바탕이 된다.

볼보 디자인 센터장이 아니라, 한 사람의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자동차는?

M 어린 시절부터 포르쉐 911을 좋아했다. 911은 자동차 디자인 역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 자체로 클래식 아이콘이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디자인 아이콘 지위를 유지하리라 생각한다. 볼보 P1800과 P1800 ES 역시 매력적이다. 이들 차체 비율이 SPA 플랫폼 제작에 큰 도움이 됐다.


정말로 궁금했을 질문 넷

대기 줄이 얼마나 길까?

볼보 신차 출시행사에서 빠지지 않고 꼭 나오는 질문이 하나 있다. “이번 모델, 국내 공급 물량은 충분합니까?” XC60과 크로스컨트리(V60) 출시 이후 생긴 확인 절차다. 일부 고객은 볼보를 두고 슈퍼카도 아니면서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투덜댄다. 그저 가능한 생산량과 비교해 수요가 기대 이상으로 높아서 생긴 현상이다. 대기 줄이 긴 것은 해외도 마찬가지다. 볼보는 판매속도를 높이고자 11억달러(1조3080억원)를 투자해 미국 캐롤라이나에 연간 15만대 생산 가능한 찰스턴 공장을 지었다. S60은 미국 공장 컨베이어 벨트에서 나온 첫 번째 모델이다. 대기 번호표 받고 발 동동 구를 걱정을 덜 해도 될까? 기대가 크다.

볼보 자동차에게 S60이란?

미국 공장 가동 계획을 살펴보자. 유럽을 벗어나 머나먼 신대륙에 깃발을 꽂았다. 이로써 미국 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게 됐다. 독일산 경쟁차를 누르고 마켓리더로 발돋움하겠다는 볼보의 자신감과 포부를 엿볼 수 있다. S60은 명문대 입학한 형을 둔 고3 수험생 동생 같은 입장이다. 미국 공장에서 선보일 다음 선수는 3세대 XC90이다. 

합리적인 가격인가?

S60은 국내 시장에 T5 모멘텀과 인스크립션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한다. T5 모멘텀은 4760만원, 인스크립션은 5360만원이다. 경쟁모델과 비교해보면 가격 차이가 생각 외로 크다. BMW 330i 엔트리 트림(6060만원)과 비교하면 1300만원이나 싸다.  

한국 시장에서 먹힐까?

S60 출시 이전 1년 동안 한국에서 판매한 볼보 자동차는 총 9616대 (2018년 8월~2019년 8월 기준)다.  볼보 판매량 가운데 SUV가 차지하는 비율은 80%나 된다. 과연 세단도 잘 팔릴까? 사전 계약 대수를 보고 흠칫 놀랐다. 7월 1일부터 9월 4일 사이 2200대를 달성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볼보자동차코리아 판매대수 6095대에 더해보니 올해 판매목표  1만대 고지가 머지 않아 보인다.

김성래, 박강환 사진 이영석, 볼보자동차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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