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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로스터 N 다이어리-⑤] "신차 길들이기"

조회수 2019. 9. 1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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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때처럼 매 순간 조심스럽게

인생과 매 순간 함께 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선택입니다. 감성과 이성의 기로에서 고민을 거듭하게 되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현실을 기반으로 한 타협과 조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집니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감성보다 이성을 중시한 선택이 더욱 나은 결과로 이어지고는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데요. 이성적 선택의 현명함보다는 감성적 선택의 청량감, 쾌감이 훨씬 크게 와 닿습니다. 아마도 판도라가 상자를 열었던 심정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저에게 길들이기가 그랬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이 과정이 자동차와 서로 합을 맞추는 즐겁고 설레는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업무로 자주 접한 저로서는 그 과정이 하나의 업무로 여겨진 지 오랩니다. 수를 따져보니 업무로 수행한 길들이기 작업 건수가 50건은 될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그 과정에서 느끼는 고됨과 답답함을 너무도 잘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함께 하기로 마음먹은 ‘내 차’ 이고, 길들이기에 따른 컨디션 편차가 클 수 있음을 알기에 간신히 이성적 선택을 할 수 있었습니다.

출고 3일차 새벽, 길들이기를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누적 주행거리 5km로 공장 문을 나선 제 차는 출고 당일 400km를 넘겼습니다. 울산에서 서울까지 장거리를 달린 덕분이죠.

길들이는 방법은 각 메이커, 차종에 따라 조금씩 다르며, 이는 사용 설명서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평범한 차종과 스포츠 성향을 중시한 차종에 따른 차이를 두기도 하죠. 물론 현대차는 아직 그런 차이를 두진 않고 있습니다. 길들이기에 관한 각 메이커 입장은 표현의 차이만 있을 뿐 주요 내용은 같습니다. 바로 ‘급조작, 공회전을 지양할 것.’

제가 길들이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엔진 회전수를 3000rpm에 묶어두고 최대한 각 단을 적극 변속하며 고속으로 달리는 게 전부입니다. 그리고 길들이기 구간을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 짓고 500km마다 엔진 회전수를 1000rpm씩 올렸습니다. 1500km 돌파를 기점으로 길들이기를 종료하며, 본격적으로 팝콘 배기음을 향유하고자 했습니다.

간혹 길들이기를 ‘누적 주행거리를 채우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개인적으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누적 주행거리를 높이는 게 길들이기의 전부가 아닙니다. 이는 결과물을 고려하지 않은 채 조급하게 대학교 조별 과제를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학점으로 증명되지요.

그리고 제 경험상 시내 주행 대비 고속 항속 비중이 높은 차의 길들이기가 더 성공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같은 차라 하더라도 길들이기가 성공 여부를 구분 짓는 결정적인 요인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지와 출발이 반복되는 도심에서는 주행 속도와 활용할 수 있는 기어 단수가 고속 항속 조건 대비 한없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탁월한 코스 선정이 필요하며, 가급적 막히지 않는 코스를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상황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극심한 정체가 예상되는 곳은 과감히 거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이른 새벽 강원도 강릉과 속초, 원주를 순차적으로 다녀온 가장 큰 이유입니다. 서울 양양 고속도로 개통 이후 강원도의 접근성은 놀랄 만큼 개선됐고, 그에 따라 주행거리 대비 소요 시간이 현저하게 줄었습니다. 실제로 600km에 달하는 장거리를 주행했음에도 운전에 할애한 시간은 고작 6시간에 불과했어요. 길들이기를 핑계 삼아 바다를 보고, 맛집도 들르고 나름대로 일상 속 여유를 누릴 수 있어 좋았습니다.

머리 속에서 주행 코스를 선정했다면 그 다음에는 주유 및 충전 시설을 미리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르거든요. 벨로스터 N은 고급 휘발유 주유를 권장하며, 성능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는 길들이기 주행은 물론 장거리 주행에 앞서 꼭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요 행선지 내 고급 휘발유 취급점의 위치와 영업 시간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요즘 대세인 전기차에 비하면 상황은 많이 낫긴 합니다. 적어도 주유기가 고장 나는 일은 없으니까요.

앞서 설정한 길들이기 기준에 맞는 운전을 거듭했습니다. 물론 모든 과정이 완벽하진 않았어요. 길들이기를 마치기까지 5번가량 엔진 회전수를 더 썼거든요. 레브 매칭 기능이 문제였습니다. 이는 따로 액셀 페달을 안 밟아도 엔진 회전수를 보정해 원활한 변속을 돕는 기능으로, 별도 설정에 따라 엔진 회전수 보정 폭은 더 커집니다. 그렇다 보니 제 예상과 달리 엔진 회전수를 더 쓰는 일이 생겼던 거죠. 같은 상황이 더 반복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잘 참고 길들이기를 이어 나갔습니다.

길들이기 주행 종료 이후, 효과를 배가할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메인터넌스 작업 진행입니다. 엔진, 변속기 등 오일 교환만으로도 컨디션이 좋아진 것이 느껴집니다. 오일 교환 작업을 지켜본다면 초기 생산 과정에서 주입된 오일에서 적지 않은 쇳가루가 묻어나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교환 이후, 컨디션 변화가 극적으로 와 닿게 됩니다. 제 차는 6단 변속이 원활하지 않은 문제가 있었는데 길들이기 주행 및 오일 교환 작업을 마친 이후, 그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차량 출고 이후, 같은 차를 타는 분들과 종종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외기온이 높고 습한 날씨가 거듭됐던 여름철, 서킷 주행 시 엔진의 출력 저하나 N 모드 및 eLSD 작동 불가 등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제 차는 정말 감사하게도 길들이기와 메인터넌스를 비교적 잘 마무리한 덕분인지 같은 문제를 겪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네요.

공들인 만큼 차가 보답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은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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