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우리가 타는 차의 진짜 브랜드는 다른 것일지도 모른다

나윤석 입력 2019.09.19 13:29 수정 2019.09.19 13:31 댓글 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확인한 독일 '티어 1'들의 대약진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사실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방문은 개인적인 출장 기간에 맞춰진 것이었습니다. 업무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모터쇼는 굵직굵직한 흐름을 보는 데에 집중해야 했습니다. 그것이 자동차 산업의 전환기인 요즘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에 오히려 더욱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흐름의 주인공은 독일의 이른바 ‘티어 1’들이었습니다. ‘티어 1’이란 자동차 제작사, 즉 OEM들에게 직접 부품이나 모듈을 공급하고 함께 개발에 참여하는 업체들로서 건설업으로 비유하자면 소위 원청 업체들인 셈입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대표적 자동차 티어 1은 현대 모비스가 있습니다.

독일의 티어 1들은 이름만 대면 거의 누구나 알 만한 회사들입니다. 대표적인 회사들로는 로버트 보쉬, 컨티넨털, ZF 등이 있습니다. 혹시 와이퍼나 타이어를 떠올리신 분들이 계시다면 그것은 아주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물론 세 회사는 각각 전문 분야가 있습니다만 쉽게 말해서 이 회사들이 없다면 제대로 굴러갈 자동차가 거의 없다고 해도 별로 과장이 아닙니다.

디젤 게이트는 201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기간 중에 터졌습니다. 그리고 2년 뒤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독일 자동차 브랜드들은 컨셉트카 몇 모델과 함께 향후 전동화 파워트레인의 커다란 밑그림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훨씬 구체적인 미래는 이미 독일의 티어 1들이 이미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전기 자전거부터 대형차까지의 촘촘한 전동 파워트레인 솔루션을 기성품 모듈로 선보인 것이었습니다.

모듈형 전동 파워트레인들에는 커다란 특징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당연히 손쉬운 탑재입니다. 자동차용 모듈의 경우는 기존 차량의 플랫폼을 거의 변형하지 않고도 탑재할 수 있도록 모터와 BMS, 인버터 등이 모듈화되어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배터리 팩만 연결하면 전동화 모델이 되는 것이지요. 게다가 OEM들의 요구에 따라 스펙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남겨두고 있는 맞춤형 기성품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각 모듈들 간의 부품 공유입니다. 예를 들어 전동 스쿠터의 주 구동 모터는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스타터 제너레이터를 사용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따라서 가격 경쟁력과 품질 관리에 유리합니다.

이번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티어 1들은 좀 더 치밀해졌습니다.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여 OEM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제품을 선보인 겁니다. 예를 들어 보쉬는 기존의 촘촘한 전동화 모듈들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과 동시에 매우 현실적인 솔루션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후륜 추가형 풀 하이브리드 모듈입니다. 이 모듈의 첫 번째 장점은 지금 판매중인 내연기관 모델의 파워트레인은 전혀 손대지 않고 뒷바퀴 쪽만 변경하여 풀 하이브리드 모델이 되는 겁니다. 게다가 4륜 구동이 됩니다. 두 번째 장점은 이 모듈이 48볼트 시스템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기존 풀 하이브리드의 고전압에 따른 절연 대책이나 정비에 특별한 장비나 면허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훨씬 현실적입니다.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기술이 발전하여 풀 하이브리드 영역까지 진출했다는 것이 보쉬의 기술력을 넌지시, 그러나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ZF는 변속기와 조향 장치의 세계적 강자입니다. 변속기의 경우 BMW가 사용하는 8단 자동 변속기가 ZF의 것이고 포르쉐가 사용하는 PDK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ZF의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모터쇼에서 이 변속기들에 하이브리드부터 PHEV까지의 전동화 모듈을 포함시킨 기성품 병렬 하이브리드 내장형 변속기를 출시했습니다. 즉 이미 ZF 변속기를 사용하던 브랜드들은 아주 손쉽게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새롭게 출시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컨티넨털도 보쉬에 못지않은 자동차 기술의 거인입니다. 컨티넨털은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지만 이보다 더 큰 그림을 제시했습니다. 자신들은 2020년까지 모든 생산 공정에 청정에너지만을 사용할 것이고, 2040년까지 모든 제품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CO2 뉴트럴 제품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이 압권입니다. 2050년까지 독일의 자동차 산업 전체가 청정 산업으로 탈바꿈하자고 제안한 겁니다. 이를 위하여 독일 정부의 규제 완화 및 인센티브 확대를 요청합니다.

이렇듯 보쉬와 ZF는 자동차 OEM들에게 미래를 위한 광범위한 하이테크 솔루션과 함께 매우 매력적이고 현실적인 솔루션들을 제공합니다. 이를 통하여 이미 모듈화에 익숙해진 OEM들을 결코 놓아줄 의향이 없음을 확실히 합니다. 그리고 컨티넨털은 이에 더하여 독일의 가장 경쟁력 있는 산업이자 지금 IT 산업에게 미래를 위협받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해야 지킬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와 함께 독일 전체 산업에서 가장 특허 출원이 많아서 미래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자동차 산업의 대표자가 된 듯 독일 정부에게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강화를 요구합니다.

독일의 티어 1들은 더 이상 숨은 강자가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공공연히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하여 선포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미래에는 보쉬나 컨티넨털의 브랜드로 판매되는 자동차를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그들은 강력했습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나윤석 칼럼니스트 :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트레이닝, 사업 기획 등 분야에 종사했으며 슈퍼카 브랜드 총괄 임원을 맡기도 했다. 소비자에게는 차를 보는 안목을, 자동차 업계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이 시각 추천뉴스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