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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첫 고유모델, 포니의 발자취를 찾아

오토티비 입력 2019.09.12 08:3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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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의 숨결이 담긴 문화공간과 자동차 미술관
생전 두 조랑말(?) 앞에 선 고 정세영 현대자동차 사장 [사진 : HDC]
포니의 정신과 의미, 그리고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두 곳을 찾아가다.
단풍나무 열매로 형상화한 프로펠러 오브제

입추가 지나 가을바람이 느껴지는 계절이 왔다. 단풍나무 잎이 붉게 물들면 그 열매가 바람을 타고 주변을 날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른 나무 열매처럼 엄마 나무 옆에 떨어지는 법이 없다. 그 주변의 엄마 나무가 만든 그늘에 떨어지면 자라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에도 단풍나무 열매처럼 해외 기술의 그늘에서 벗어나 그 뿌리를 깊게 내린 대표적인 자동차가 있다. 바로 현대자동차의 포니다. 이 모델의 탄생에 깊게 관련된 사람들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두 곳을 찾아가 보았다.

포니의 동판부조와 실물크기의 목형

먼저 찾아간 곳은 포니정홀로 정세영 회장의 아들 정몽규(현 HDC 회장)가 그의 아버지의 업적을 기리고 알리고자 기획해 서울 삼성동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1층 로비에 설치한 공간이다. 현대자동차 사장으로 30여 년간 세계 여러 곳을 누비며 대한민국의 자동차 기술과 열정으로 탄생한 포니를 비롯해 여러 한국차들을 수출하고자 노력했던 고 정세영 회장의 발자취를 표현한 작품들이 이 홀의 벽면에 가득 새겨져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동판 부조(relief)로 만들어진 포니였다.

또한 실물 크기의 목형 포니가 포니정홀의 중앙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포니의 아름다운 모습을 나무로 표현하여 입체감 있게 볼 수 있는 것이 흥미로웠다. 지금은 디지털로 모형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래전에는 목형을 만들고 그 위에 클레이를 씌워 모델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 자동차 모델링 작업의 과정을 이미지화하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 듯했다.

생전 정세영 사장의 모습 [사진: HDC]

포니로 인해 대한민국은 16번째 고유 모델을 만든 나라가 되었고,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지휘 아래, 이 포니 프로젝트를 맡아 동분서주했던 현대자동차 정세영 사장은 그 업적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1986년 타임지로부터 ‘산업계의 숨은 영웅 6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별한 만남, 자동차 디자인 미술관

‘포니정홀’을 구성하고 있는 동판 부조와 포니 목형은 현대자동차에서 오랫동안 여러 모델들의 디자인과 개발을 맡았던 한 디자이너의 손을 통해 재현되었는데, 그 분이 설립한 자동차 디자인 전시 시설인 ‘포마 자동차 디자인 미술관’이 서울 근교에 있다 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포마 자동차 디자인 미술관의 입구

포마 자동차 디자인 미술관은 단순히 자동차를 전시해 놓은 곳이 아닌, 이곳 설립자의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모든 생각과 철학, 그리고 역사가 담긴 곳이라 할 수 있다. 이 미술관을 설립한 박종서 대표는 대한민국 최초의 고유 모델 포니는 물론, 엑셀, 스텔라, 쏘나타 등의 개발을 주도했고, 직접 우리 손으로 디자인까지 완료한 대한민국 고유 디자인 1호인 스쿠프와 현대자동차 최초의 본격적인 콘셉트카인 HCD-1을 개발한 인물이다.

포니 디자인의 부활 프로젝트

포마 자동차 디자인 미술관에서도 가장 중요한 테마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모델인 포니와 관련된 것이었다. 포니와 관련한 다양한 전시물들은 인터넷 등으로 가볍게 접하기 어려운 상징적이고 특징적인 것들이 많이 있는데, 대부분은 관련 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복원해 부활시킨 것들이었다.

포마 자동차 디자인 미술관에 전시된 부활된 포니

포니 디자인의 부활 과정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다고 한다. 어느 인쇄업체에 조르제토 쥬지아로가 직접 그린 포니 렌더링을 인쇄하기 위해 보냈는데, 그 렌더링에 들어있는 쥬지아로의 사인을 잘못된 선으로 오해해 지워버리고 인쇄물을 제작했다고 한다. 인쇄물을 본 박종서 대표 및 관계자들은 조르제토 쥬지아로의 사인이 없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사라진 쥬지아로의 사인

이렇게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역사를 대표하는 최초의 고유모델인 포니임에도 불구하고, 그 생산국인 우리나라에서의 부활 과정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현대차 최초의 콘셉트카 HCD-1

현대 HDC-1 콘셉트카(1991년) [사진: 현대자동차]

박종서 대표는 포니의 복원에 그치지 않고 그가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에서 제작한 HCD-1의 부활에도 공을 들였다. HCD-1은 티뷰론의 베이스가 되었으며, 현대자동차 디자인 부문의 위상을 높여주었던 콘셉트카였다. 또한 단순 전시용 목업이 아니라 파워트레인을 장착해 출력이 높지는 않았지만 운행까지 가능한 모델이었다고 한다.

미술관에 전시된 HCD-1 레플라카 절개 모델

HCD-1의 원형을 찾아 캘리포니아 디자인 연구소 등 여러 곳을 수소문하던 중, 박종서 대표의 제자 한 명이 우연히 이 콘셉트카를 발견했다고 한다. 이후 입수한 차량의 외형을 정밀하게 측정해 설계도면을 그려 레플리카를 제작했다고 하는데, 현재 포마 자동차 디자인 미술관에는 절개된 상태의 HCD-1 레플리카가 전시되고 있다.

선박에 달려 있던 알파 엔진

박종서 대표가 어렵게 손에 넣은 알파 엔진

HCD-1의 복원 후 박종서 대표에게 또 하나의 숙제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제대로 작동되는 1991년형 알파 엔진을 찾는 일이었다. 박종서 대표가 디자인한 스쿠프에 탑재된 엔진으로써 그만큼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 엔진 또한 우연히 작은 선박에 사용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선주가 원하는 값을 지불하고 구입했다고 한다.

스쿠프에 얹어 테스트 중인 개발 당시의 알파 엔진 [사진: 현대자동차]

이 엔진에는 박종서 대표 개인의 애정만 담겨있는 것이 아니다. 알파 엔진은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역사에서 그 중요도가 상당한 엔진인데, 1984년 개발에 착수해 총 1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엔진 시제품만 300여 대, 트랜스미션 시제품 200대 그리고 시험 차량 150대 등, 막대한 물량의 자원을 투입해 제작되었다고 한다. 알파 엔진을 통해 해외 기술에 의존하던 국내 자동차 산업이 완전한 독립선언을 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셈이다.

녹슬지 않는 영원한 디자인의 가치

이렇듯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의 부흥기와 중흥기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한 박종서 대표의 디자인 열정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국내 최초로 자동차 디자인을 테마로 하는 특별한 전시시설인 포마 자동차 디자인 미술관을 설립하게 되었다.

수십억원을 투입해 설립된 포마 자동차 디자인 미술관은 설립자 개인이 지나온 인생의 발자취라는 차원을 넘어, 우리나라 자동차 디자인의 발전 과정과 그 역사를 담은 거대한 호수가 아닐까 생각된다.

글, 사진 라라클래식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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