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봐야 아는 현대차 베뉴의 세 가지 반전

조회수 2019. 7. 30. 11: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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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봤을 때 작다라는 느낌은 적었다.

난 작은 차를 좋아한다. 작은 차가 줄 수 있는 똑 떨어지는 느낌이 좋다. 과용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빼서 쓰는 쾌감이 있다. 알차고 실용적이다. 하지만 작은 차 좋아하는 사람은 그동안 울며 겨자만 먹었다. 고를 수 있는 모델이 한정적이었으니까. 경차 아니면 소형차. 모델도 이거 아니면 저거. 꼭 작은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불만이 차올랐을 거다. 첫차를 구매하려는 사람에게도 후보군이 협소했으니까. 이젠 선택지가 대폭 늘어났다. 소형 SUV 시장이 열린 까닭이다. 불과 몇 년 전 얘기였다.

어느새 소형 SUV가 하나의 시장을 형성했다. 첫차로 선택해달라고 유혹하는 모델이 즐비하다. 소비자 입장에선 유혹은 많을수록 좋다. 게다가 자동차 시장의 빅뱅이 된 SUV들이다. SUV의 효율성은 크기를 불문하고 동급을 압도한다. 이모저모 따져보면 웃돈 얹어줘도 쏠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소형 SUV 시장은 세를 불렸다. 그 시장에 베뉴가 합류한다. 작은 차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첫차를 고려하는 사람에게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가장 낮은 시작가격이 제일 먼저 눈에 띄게 할 테니까. 엔트리로서 베뉴는 소형 SUV 시장을 자극할까?

커다란 그릴과 깔끔하게 처리한 주간주행등이 베뉴의 전면 인상을 좌우한다.

많이 작을 거라 생각했다. 엔트리니까. 실제로 보니 웬걸, 작지 않다. 크고 작음의 기준이 뭘까? 언제나 크기는 상대적이다. 베뉴의 제원을 동급 모델과 비교해보면 작다. 하지만 그냥 보면 작지 않다. 여기서 베뉴의 첫 번째 반전이 시작된다. 이유가 있다. 기존 소형 SUV는 다소 둥글게 디자인한다. 요즘 자동차의 디자인 흐름이다. 지붕 뒤편을 낮춰 스포티하게 보이려고도 한다. 있어 보이려는 치장이다. 베뉴는 직선이 주를 이룬다. 어떻게 보면 박스카 느낌도 든다. SUV의 원래 형태가 그렇다는 듯이. 엔트리라는 위치가 무색하게 다부지다.

2단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트렁크

베뉴가 의외로 당당한 점은 간결한 면 덕분이다. 최근 현대차 중에서 가장 판판한 면을 내세운다. 물론 팰리세이드의 그릴이, 코나의 눈매가 연상되긴 한다. 하지만 한 핏줄로 보일 뿐이다. 베뉴는 면을 정리해 다른 형상을 빚었다. 치장하기보다 굴곡을 다듬었다. 덕분에 보다 단단하게 느껴지게 한다. 엔트리, 작은, 소형 같은 단어가 주는 이미지를 정공법으로 맞받아친 셈이다. 면과 면을 쌓아올린 차체는 베뉴를 엔트리의 선입견에서 벗어나게 한다.

전체적으로는 깔끔하게, 몇몇 요소는 화려하게.

면으로 빚은 차체는 실내와도 연결된다. 벽처럼 세운 차체는 공간 효율이 좋으니까. 베뉴의 실내는 의외로 좁지 않다. 성인 남성 둘이 앉아도 쾌적하다. 물론 소형 SUV라는 점에서. 그래도 좁지 않겠어? 하는 마음으로 앉았을 때 쾌적하면 심리적으로 보다 넓게 느껴지는 법이다. 제원만 보면 분명히 작은데 체감 느낌은 제원을 다시 보게 한다. 베뉴의 두 번째 반전이다. 좁을 거라 생각했는데 좁지 않은 점. 숫자보다 실제 몸으로 느끼는 게 더 중요하니까.

실내에 앉으면 효율적으로 공간을 빚고 채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베뉴의 공간 효율은 높은 전고와 각을 세운 앞 유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뒷자리도 높은 전고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머리 공간에 여유가 있으니 한결 쾌적하다. 물론 다소 정자세로 앉아야 한다. 뒷자리 등받이는 조종할 수 없다. 하지만 엔트리 소형 SUV라는 점을 떠올리면 욕심이 과했다고 넘어가게 된다. 공간이 쾌적해서 마음이 너그러워진 걸까.’

터치 감각이 깔끔한 8인치 디스플레이

조금만 달려보면 베뉴의 주행 성격이 드러난다. 무난하다. 무난하다는 표현이 꼭 단점일까? 급이 있는 자동차라면 흠이 될지 모른다. 베뉴는 엔트리 소형 SUV다. 답답하고 옹색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장점이 될 수 있다. 1.6 가솔린 엔진과 무단변속기 조합은 일상에서 답답하지 않은 성능을 낸다. 가속페달을 과감하게 밟으면 제법 차체를 밀어붙이기도 한다.

적당히 풀어놓은 서스펜션은 달리기 성능보다는 안락함을 우선한다. 높은 전고와 말랑한 하체가 너울너울 롤링을 만들지만 불쾌하진 않다. SUV를 타고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며 오히려 나긋나긋 안락한 공간을 연출한다. 허덕이지 않는 출력과 거동의 성격은 일상생활에서라면 불만 느낄 여지가 적다. 베뉴는 첫차를 고려하는 사람을 정조준한다. 그들에겐 짜릿한 출력과 단단한 하체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자동차라는 공간. 베뉴는 그 지점을 긁어준다.

설마 베뉴에 주행모드 변경 기능과 트랙션 컨트롤을 적용했을 줄이야

자동차라는 공간 면에서 베뉴는 공을 들였다. 공간은 자동차의 크기와 거동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순 없다. 각종 편의장치와 안전장치를 조합해야 비로소 완성된다. 가구와 집기가 채워져야 제대로 된 공간이 완성되듯이. 베뉴는 그 부분에서 엔트리란 단어를 지우려고 노력한다. 흔히 엔트리라면 이것저것 참고 빼야 한다고 생각하잖나. 베뉴는 참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하나하나 확인하면 기특하기까지 할 정도다.

일상 영역에서 주행할 때 출력이 크게 모자란 느낌은 들지 않는다.

딴 생각하다가 출발이 늦었다. 계기반에서 알려준다. 앞 차가 출발했으니 가라고. 게다가 시속 65km 넘어 차선을 이탈하면 경고해준다. 운전대를 슬쩍 돌려주기도 한다. 베뉴에 맡기고 운전대를 놓으면 제법 잘 따라간다. 차로이탈방지보조(LKA) 기능만 있는 건 아니다. 전방충돌방지보조(FCA), 운전자주의경고(DAW) 등 기본 안전장치를 탑재했다. 후측방충돌경고(BCW)와 후방교차충돌경고(RCCW)는 선택사양이다. 첫차를 고려하는 사람에겐 모두 기특한 기능들이다. 단,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기능이 없는 건 아쉽다. 사람 욕심이란 참.

FLUX 트림 전용 내장(블랙)

센터페시아에는 8인치 디스플레이가 중심을 잡는다. 크기는 아쉽지만, 반응성 깔끔하고 알차게 구성했다.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니 스마트폰 세대에겐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모바일 차량 제어 기능도 탑재해 소소한 자랑거리도 있다. 트랙션컨트롤 다이얼까지 만지작거리면 대우받는 기분까지 든다. 주행모드뿐 아니라 험로에 유용한 눈, 진흙, 모래 모드도 있다. 베뉴에서 이 기능까지 볼 줄이야. 베뉴의 세 번째 반전이다. 이런 기능까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있다는 점. 생각지도 않은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면 과장이려나.

말랑말랑하게 조율한 하체는 안락함을 확보했다.

시승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트렁크를 열었다. 협소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2열까지 접으면 둘이 타고 오토캠핑 장비 가득 채워 갈 만하다. 베뉴 하나로 다 되잖아, 하는 생각. 꼭 첫차를 고려하는 사람만 떠올릴 생각은 아니다.



글 김종훈(자동차 칼럼니스트) / 사진 penn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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