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명불허전' 스포츠 세단, BMW 3시리즈(330i M 스포츠)

탑기어 입력 2019.10.10 07:00 댓글 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문 4짝, 값비싸고 날렵하면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 새 3시리즈가 그 의미를 아로새긴다

새 3시리즈는 5시리즈 축소판처럼 보이지 않는다. 개성 있다. 이전 3시리즈와도 뚜렷이 구분된다. 차체 부피감과 고급스러움 양면에서 3시리즈보다 크고 5시리즈보다 작은 중간급 세단 같기도 하다. 이전 모델보다 커진 차체에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입힌 덕분이다. 최근 동시다발로 시장에 나온 BMW 신차들의 특징과 궤를 같이하니 최신 BMW다운 생김새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3시리즈답냐고 하면 글쎄? 포르쉐의 상징이 911이라면 BMW에는 3시리즈가 있다고 할 정도로3시리즈는 BMW 브랜드의 정수를 보여주는 상징적 모델이다. 과거로부터 계승한 이미지는 ‘콤팩트 스포츠 세단의 최강자’이지만 신형 3시리즈에 콤팩트라는 말을 붙이려면 주저하게 된다.

차체는 길이가 무려 76mm나 늘었고 폭 16mm, 높이 6mm가 늘어 전체 크기는 4709×1827×1435mm다. 겉보기에는 10여년 전 5시리즈 크기에 못지않다. 물론 신세대 덩치는 구세대보다 커지는게 보통이다. 911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다루기 쉬운 작은 차체에서 비롯하는 스포츠 감각이나 오래 전 3시리즈 크기가 그리운 이들은 최신 3시리즈와 차기 1(혹은 2)시리즈 세단 사이에서 고민할 지 모른다. 그렇지만 BMW 소형차 플랫폼이 앞바퀴굴림으로 바뀌는 바람에 3시리즈는 가장 ‘작은’ 뒷바퀴굴림 BMW 세단 자리를 지킨다.

비장의 개인기: 낙타처럼 콧구멍을 여닫을 수 있다. 럭셔리 라인은 세로줄을 금테, 아니 크롬으로 장식한다. 범퍼 모양도 다르고. 

이전 3시리즈 부분변경(LCI) 모델의 외관 변화가 잔손질에 그친 덕분에 신차는 더욱 신선하게 다가온다. 외관이 완전히 새롭지만 키드니 그릴과 안쪽을 4개로 구분한 헤드램프, C필러와 측면 유리가 만나는 부분의 호프마이스터 킥(‘킹크’라고도 한다), L자 테일램프 등 전통 요소들을 계승한 덕분인지 눈에 익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넓어진 키드니 그릴은 테두리를 하나로 연결했고 전작에서 ‘옆트임’으로 화제를 모았던 헤드램프는 이제 그릴과 접점부터 넓게 시작해 외곽으로 뻗는다. 7시리즈나 X7과 비교하면 절제한 듯 보이는 키드니 그릴은 구멍을 막은 까만 색 안쪽 세로 장식들이 강풍에 흔들거린다. 필요할 때만 공기가 통과하는 액티브 에어스트림 장비다. 필요하지 않을 때는 구멍을 막아 공기가 차체를 타고 흐르도록 해 저항을 낮춘다. 새로운 기술은 아니지만 시각적으로 실제 콧구멍을 여닫는 듯 보여 흥미롭다. 덕분에 공기저항계수는 0.23으로 낮아졌다. 이전 F30은 가장 효율적인 320d 이피션트다이내믹스 모델이 0.26이었다.

‘330’을 보고 3.0L 직렬 6기통을 떠올리면 옛날사람이다

시승차는 M 스포츠 패키지 모델이라 헤드램프 아래쪽을 파고든 범퍼 라인이 세로로 뻗어 중앙 송풍구로 연결된다. 내 취향에는 그 부분 면을 매끈하게 정리한 기본 모델, 럭셔리 트림이 더 좋다. 지난 얘기지만 2019 서울모터쇼 BMW 전시관에 나란히 선 330i와 320d는 둘 다 M 스포츠 패키지라 흥미로웠다. BMW가 앞세우고자 하는 3시리즈 이미지로 볼 수 있다. 실제 판매 주력이지만, 5시리즈처럼 M 스포츠 패키지를 우선 판매하지는 않는다. 처음부터 럭셔리 모델을 함께 내놓았다. 320d는 기본형, 럭셔리, M 스포츠 패키지가 있고 330i는 럭셔리, M 스포츠 패키지 두 가지다. 320d와 330i 모두 네바퀴굴림 x드라이브를 선택할 수 있다.

19인치 휠 끼운 보람이 느껴지는 옆모습

가격은 320d 기본 모델 5320만원, 럭셔리와 M 스포츠 패키지 5620만원. 330i는 럭셔리 6020만원, M 스포츠 패키지 6220만원이다. x드라이브는 거의 300만원씩 더 든다. 이외에 모델에 관계없이 추가할 수 있는 이노베이션·프리미엄·인디비주얼 패키지가 있다. 시승차 330i는 M 스포츠 패키지에 이노베이션과 프리미엄 패키지를 더했다. 나중에 타본 320d M 스포츠 패키지는 프리미엄 패키지만 추가해 가죽 마감을 흉내 낸 대시보드와 하만카돈 서라운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번거로운 개별 주문을 하지 않더라도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 셈. 앞으로 새로운 패키지를 기대해도 좋다. 

이제 320d여도 배기구를 좌우 두 갈래로 뽑는다. 배기파이프 팁도 큼지막하다. L자 형상이 입체적이고 뒤로 더 튀어나온 신차 테일램프와 비교하면 구형 3시리즈의 평편한 테일램프는 시쳇말 그대로 오징어처럼 느껴진다. 호프마이스터 킥은 C필러를 더 깊이 파고든다. 3시리즈 기본 알로이 휠은 16인치부터지만 국내 모델은 320d 기본형만 17인치이고 나머지는 18인치 이상이다. 특히 330i M 스포츠 패키지 국내 모델은 원래 18인치 대신 19인치(앞 225/45, 뒤 255/35 타이어)를 끼운다. 가느다란 휠 스포크 사이로 파란색 M 스포츠 브레이크 캘리퍼를 뽐낸다.

호프마이스터 킹크. M 스포츠 팩은 유광 검정 창문 테두리로 스포티함을 더한다

차에 다가가면 지면에 문양을 표시하는 라이트 카펫을 비롯해 등화장치가 켜지고 사이드미러가 펼쳐지고 도어 잠금이 해제된다. 뒷걸음질 치면 다시 잠기고. 컴포트 액세스의 기능 확장이다. 운전석에 오르면 BMW에 으레 기대하게 되는 운전자 중심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진다. 센터페시아가 운전자를 향하고 센터콘솔이 높지만 좁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글로브박스에서 센터콘솔로 이어지던 비대칭 벽과 수동 주차브레이크 손잡이를 위해 움푹 팠던 공간이 사라지면서, 센터콘솔이 넓고 평편해지고 대시보드 또한 가로로 넓어진 인상을 풍긴다. 12.3인치 디지털 화면인 계기판과 곡면으로 연결한 듯한 10.25인치 중앙 화면, 좌우로 큼지막한 송풍구 또한 그런 인상에 일조한다. 세부요소 디자인과 마감 소재를 다루는 솜씨를 보면 5시리즈가 벌써 구형처럼 느껴진다. 8시리즈와 Z4 등 3시리즈와 비슷한 시기에 나온 차들이 BMW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만들었으니 그럴 수밖에.

실내 수치를 따져보면 구형보다 어깨 여유가 넓어졌고 머리공간도 늘었다. 41mm나 늘어난 휠베이스(2851mm)를 바탕으로 한 쾌적한 뒷좌석 공간도 강점이다. 앞뒤 좌석 공간과 고급스러운 실내 구성을 보면 이제 막 부분변경을 마친 경쟁자들의 깊은 한숨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뒷좌석은 공간 온도를 별도 설정할 수 있고 시트 히팅 기능도 갖췄다. 등받이는 필요에 따라 분할해서 접을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480L.

시동을 걸기 위해 무심코 스티어링휠 뒤로 가져간 손가락이 갈 곳을 잃고 헤맨다. 예술품 분위기가 감도는 새로운 시프트레버 옆에 시동버튼이 있다. 전동식으로 바뀐 주차브레이크, 오토홀드 스위치도 근처에 눈에 띈다. 버튼들을 하나의 평면 안에 튀지 않게 배치한 구성은 실내 특징이다. 중앙 송풍구 아래 공조장치 조작 버튼을 보라. 외부 조명 조작장치도 로터리에서 버튼식으로 평편하게 바꿨다. 주행모드 스위치는 이제 위아래로 순차 선택하는 방식이 아니다. 스포츠, 컴포트, 에코프로로 구분한 버튼 영역을 터치하듯 살짝 누르면 된다. 스포츠와 에코프로를 반복해서 누르면 미리 맞춰둔 개별설정으로 바뀐다.

럭셔리 라인 실내는 은은한 나무장식을 두른다

주행모드 변경에 따라 계기판 그래픽은 은근하게 바뀐다. 풀 디지털 그래픽 가상 계기판이라고 온갖 기교를 부려 정신 사납게 만들지 않았다. 중앙 길 안내 화면은 복잡한 지도 대신 간결한 약도를 보여준다. 계기판 구석에 M을 상징하는 3색 아이콘을 배치하는 센스도 챙겼다. 계기판 윤곽은 익숙한 원형에서 벗어났다. 헤드램프 안쪽 그래픽이나 송풍구 형상에서 보이는 육각형 이미지를 차용해 통일감을 노렸다. 속도계와 태코미터 숫자는 바늘이 가까워지면 크기가 커진다.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 태코미터는 7자에 조금 못미처 다음 기어로 갈아탄다. 아, 물론 330i 얘기다. 엔진회전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원형이던 스피커가 도어트림과 일체감 있는 디자인으로 어우러진다. 하만 카돈 상표는 프리미엄 패키지를 추가했다는 증거

스포츠 시트는 허벅지 받침 길이(수동)는 물론 동반석까지 전동으로 옆구리 받침을 조절할 수 있다. 다만 통풍시트 기능은 빠졌다. 신형 3시리즈를 통틀어 통풍 시트 기능이 없다. 스티어링휠은 림이 두툼하지만 조향까지 터무니없이 묵직하지는 않다. 자연스러운 힘과 속도로 돌리면 딱 거기 맞게 앞머리를 비튼다. 하체는 확실히 딴딴하다. 특히 19인치 휠과 타이어를 끼운 시승차는 M 스포츠라는 이름에 걸맞게 탄탄하고 견고하다. 새로 개발한 댐퍼 시스템의 도움인지 마땅한 품위도 유지한다. 물론 달리기보다는 승차감을 우선시하는 이들은 어깨에 들어간 힘을 20%쯤 뺀 럭셔리를 택하면 문제없다. 특히 330i 럭셔리는 앞좌석 옆창문까지 이중접합유리를 적용해 정숙성도 앞선다.

이것은 뱀인가 도로인가. '3'자를 찾아나선 빅픽처

M 스포츠를 선택한 이들은 상대적으로 역동적인 외관에 어울리는 몸놀림을 즐길 수 있다. 차체가 묵직하게 눌러앉기보다는 사뿐사뿐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는 감각이다. 부위에 따라 최대 50%까지 높아진 차체 강성과 넓어진 좌우 바퀴 중심 사이 거리(앞 43mm, 뒤 21mm), 낮아진 무게중심 등이 좋지 않은 노면의 굽잇길에서도 기분 좋은 코너링을 이끈다. 덩치가 커졌지만 몸무게는 최대 55kg 줄었고 무게배분은 여전히 50:50을 고집한다. 앞뒤 좌우 쏠림을 최소화해 수평을 유지한 채 착 붙어 달리는 안정감이 들고, 날카롭기보다는 매끄럽고 꾸준한 느낌을 전하는 가변 스포츠 스티어링이 접지력 변화를 사실적으로 전한다. 굳이 세게 달리지 않더라도 딱 원하는 만큼 완급을 조절하며 앞머리와 꽁무니를 휘두르는 핸들링의 맛이 살아있다.

움직임이 살벌하게 날카롭진 않다. M 스포츠 디퍼렌셜은 M340i에게 양보했다

토크가 풍부한 터보 엔진이 그 맛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1550rpm 낮은 회전영역부터 최대토크를 내뿜는 엔진은 이전 규격과 같은 2.0L 4기통 터보지만, 최고출력 6마력과 최대토크 5.1kg∙m를 더한 258마력과 40.8kg∙m 성능을 발휘한다. 터보차저와 밸브 시스템, 직분사장치를 최적화한 덕분이다. 크랭크샤프트 무게를 가볍게 하고 마찰저항을 줄이고 열관리를 최적화하는 개선도 거쳤다. 높아진 성능 수치가 와 닿지는 않지만, 실용영역 전반에서 여유로운 힘은 물론 여차하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한계까지 솟구치는 경쾌한 회전이 마음에 든다. 기어비를 바꾸고 효율을 높인 8단 자동변속기는 엔진에 짝짝 붙어 지연이나 손실 없이 제 성능을 발휘하도록 돕는다.

길쭉했던 이전 모양새와 달리 손아귀에 쏙 들어오는 동그스름하고 잘록한 시프트레버를 툭툭 옮기다 보면 수동변속기 기어봉이 떠오르기도. 공회전시 외부에 들리는 매끄럽지 않은 소음과 스포츠 모드 때 실내에 울리는 효과음을 제외하면 330i 4기통 터보는 6기통 엔진이 아쉽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E46과 E90 시절 지녔던 카리스마를 더는 기대할 수 없는 시대가 왔지만, 수치만으로 감히 평가절하할 수 없는 저력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최신 330i는 다시 한번 보여준다.

국내 판매 주력이자 합리적인 성능이 돋보이는 320d도 만만치 않다. 멀티 스테이지 터보차징과 더 높은 분사압력으로 효율을 높인 신형 디젤 엔진은 회전감이 말쑥하고 차체를 따라 흐르는 진동과 소음도 살짝 놀랄 만큼 작다. 330i와 비교하면 최고출력이 190마력으로 낮지만 최대토크는 40.8kg∙m로 같다. 최대토크 발생 영역은 1750~2500rpm으로 330i의 1550~4400rpm보다는 좁은데 실용영역에서는 충분하다.

냉정히 말하면 순간적인 가감속이나 힘의 여유, 회전질감 등에서 330i와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330i보다 20kg 무거운 320d를 이끌어 굽잇길을 달리면 축 처질 줄 알았던 입꼬리가 은근슬쩍 올라간다. 아닌 듯하지만 M 스포츠 패키지와 나름 잘 어울린다. 휠 모양이 아쉽지만 18인치라 승차감에서 일정 부분 더 너그러운 장점이 있다. 다양한 요구를 두루 만족시키는 매력적인 모델인 데다 패키지 선택을 통해 원하는 장비를 넣을 수 있도록 한 정책 덕분에 가치가 더욱 돋보인다.

신형 3시리즈는 경악할만한 변화를 내세우지는 않는다. 전작의 장점들을 잘 이어받되 시장에서 요구하는 새로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것저것 모두 좇다 보면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이 나오기 십상인데 본질을 소홀히 하지 않고 스포츠 세단으로서 실력을 잘 갈고닦았다. 이제 겨우 제품 사이클을 시작했을 뿐이라 11월 국내에 선보일 M340i, 내년에 나올 320i와 330e등 아직 즐길 레퍼토리가 많이 남아있다. 즐거운 기대감에 들뜨지 않을 수 없다.

뉘르부르크링에서 단련한 몸인데 이쯤이야

민병권  사진 이영석, 박정수

관련 태그

이 시각 추천뉴스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