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포드 레인저로 험로를 누비다

조회수 2019. 9. 23. 14: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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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레인저 랩터

해외 오프로드 행사는 코스 난도가 무척 높다. 널찍한 땅을 굵직굵직 파놓아, ‘여길 간다고?’라는 생각이 들만큼 어렵다. 그 어려운 길을 포드 레인저와 함께 했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미쉐린, 윤지수

미쉐린 패션 익스피리언스 2019 참가자들

포드 레인저를 만난 행사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미쉐린 패션 익스피리언스 2019.’ 지난 20년간 매년 열어온 미쉐린 타이어 성능 체험 행사다. 맞다. 사실 미쉐린 타이어 성능을 자랑하는 무대다. 그러나 내년 포드 레인저가 우리나라에 들어올 예정인 만큼, 레인저에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포드 레인저(왼쪽)와 레인저 랩터(오른쪽)

우리가 탈 레인저는 총 두 가지다. 일반 레인저와 오프로드 특화 모델인 레인저 랩터다. 두 차와 함께 비탈길과 경사로 등 여러 종류 험로는 물론, 흙길 드리프트 코스까지 다채로운 상황을 체험했다.

포드 레인저. 가장 아래 등급인 XL이다

레인저 ‘깡통’ 오프로드

타이어 브랜드 행사인 만큼, 레인저 시승차는 편의장비 거의 없는 ‘깡통’이다. 트림명 ‘XL’ 가장 하위 등급인 데다, 6단 변속기를 단 구형 모델. 타이어는 미쉐린 소속 브랜드 BF굿리치 ‘올-터레인 T/A KO2(이하 KO2)’를 신었다.


가장 아래 등급인 만큼 LED는 찾아보기 힘들다. BF굿리치 올-터레인 T/A KO2 타이어를 신었다

첫 마주한 느낌은 쉐보레 콜로라도와 비슷하다. 크다. 보닛은 가슴 높이까지 올라왔고, 천장(1,823㎜)은 웬만한 남자 키를 웃돈다. 길이만 무려 5,354㎜(210.8in)에 달하는 덩치니까. 콜로라도와 가장 다른 특징을 찾는다면, 조금 더 둥글둥글한 스타일을 꼽을 수 있겠다.

포드 레인저 XL 실내
기본 모델답게 장식은 거의 없다. 뒷자리는 등받이가 다소 서있으나 성인 남성이 앉기에 충분하다

트럭은 트럭이다. 운전석에 올라타면 높직한 시야로 네모난 보닛을 내려다본다. 실내도 트럭이다. 손으로 문대면 뽀드득 소리 나는 플라스틱이 난무하고, 편의장치도 거의 없다. 직물시트로 엿볼 수 있는 소재도 그렇다. 어차피 ‘깡통’ 레인저는 우리나라 들어올 일 없을 테니 상관없는 얘기지만.

포드 레인저는 4WD L(저속 기어)로 주행했다

드디어 본격적인 오프로드 출발. 페달을 밟자, 아주 느릿느릿 기어간다. 인스트럭터가 이미 4WD 저속 기어를 물려놓은 상태다. 저속 기어 때문인지, 아니면 6단에 불과한 변속기 까닭인지 변속 충격도 상당하다. 괜히 옆에 앉은 인스트럭터가 “사륜구동 저속 기어는 엄청 느리지만 강한 힘으로 나아간다”며 빤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급경사를 오르내리는 모습

첫 코스는 오르막 흙길이다. 약 20°, 그러니까 대략 44% 급경사다. 오전에 내린 소나기에 노면은 진창길로 바뀐 상황. 레인저는 무덤덤하게 경사를 넘었다. 저속기어 맞물린 사륜구동은 오르막을 평지처럼 올랐고, 순정 오프로드 타이어는 미끄러짐 한 번 없었다. 네모 굵직하게 튀어나온 무늬가 무른 흙길을 찍어 누르는 까닭이다. 특히 KO2는 개선을 거쳐 이전보다 진창에서 10% 더 강하게 노면을 붙든다고. 경사 더 심한 내리막에서도 미끄러질 기색은 없었다.

경사로에 진입 중인 모습. 정점은 훨씬 더 들어가야 한다

이어 차체 한쪽만 들리는 비스듬한 경사로에 진입했다. 대략 25° 경사다. 사로에 진입하자, 마치 넘어질 듯 차체가 기운다. 안전벨트가 몸을 압박할 정도다. 그런데 인스트럭터는 계속 더 가라고 부추긴다. 결국 사면 꼭대기를 찍고 내려왔다. 인스트럭터가 자신만만한데는 이유가 있었다. 레인저는 제원상 35° 경사를 옆으로 지날 수 있다.

타이어 옆구리가 갑옷처럼 싸여 있어 날카로운 돌길도 문제없다

마지막은 돌길이다. 날카롭게 부셔놓은 돌 위는 차가 상하기 십상이다. 다행이 레인저는 최저 바닥 높이가 226㎜에 달해 걱정 없고, 오프로드 타이어는 연약한 사이드월(타이어 옆구리)을 트레드 패턴이 갑옷처럼 감싸 끄떡없다. 덕분에 돌길 위를 맘 놓고 쿵쾅이며 통과할 수 있었다.

포드 레인저 랩터

길을 개척하다, 레인저 랩터

여기까지 맛보기였다. 진짜는 레인저 랩터가 달리는 코스다. 오프로드 특화 모델답게 바닥 높이를 283㎜까지 들어 올리고 직경 838㎜(33인치)에 달하는 ‘285/70R 17’ 규격 BF굿리치 KO2 오프로드 타이어를 달았다. 이에 따라 미쉐린은 랩터가 달릴 코스를 거의 길이 아닌 수준으로 준비했다.


우락부락한 펜더와 타이어 때문에 차가 더 커보인다

레인저 랩터는 마치 F-150이 떠오를 만큼 크다. 비록 레인저를 바탕으로 만들었으나, 바닥을 높이고 큰 타이어 붙여 놓으니 덩치감이 상당하다. 우락부락한 펜더 때문에 무려 2,180㎜로 늘어난 너비도 한몫 톡톡히 한다.

스웨이드 소재를 더한 시트
널찍한 뒷좌석과 멀티 소켓

높직한 운전석에 앉으면, 이제 좀 차답다. 가죽으로 감싼 운전대, 푸른색 바늘땀, 센터패시아 모니터, 그리고 마그네슘 소재 패들 시프트까지 기본 레인저보다 훨씬 고급스럽다. 더욱이 가죽 시트는 부드러운 스웨이드 소재까지 더했다.



시동을 걸자 묵직한 흔들림과 함께 엔진이 깨어난다. 앞서 만난 2.3L 에코부스트 엔진(270hp)보다 훨씬 회전 질감이 걸걸하다. 기름 값 저렴한 말레이시아이기에 6기통 또는 8기통 대배기량 엔진을 기대했지만, 보닛 아래엔 평범한 4기통 2.0L 디젤 엔진이 자리 잡았다. 그래도 트윈터보 과급기를 달아 최고출력 210마력(hp), 최대토크 51.0㎏·m 준수한 성능을 낸다.



오프로드 성능은 남다르다. ‘랩터 오프로드’라고 적힌 길로 들어서자 난도가 확 오른다. 인스트럭터 도움이 없었다면, 내려서 확인하지 않고는 못 지나갈 수준의 길이다. 그중 최고는 단연 범피 코스였다. 레인저 랩터는 너울이 듬뿍듬뿍 패인 길을 꿀렁꿀렁 아무렇지 않게 통과했다. 33인치 거대 바퀴 효과는 대단했다. 더욱이 일반 레인저와 달리 뒤 코일스프링 서스펜션을 달아, 더 유연하기도 하다.

레인저 랩터는 850㎜ 물길을 건널 수있다

약 450㎜ 깊이 물길은 식은 죽 먹기다. 운전석에서 볼 땐 거의 차를 물속에 담그는 기분이지만, 레인저 랩터는 세게 달려도, 또는 가장 깊은 곳에서 정지했다가 출발해도 아무렇지 않았다. 제원상 무려 850㎜ 물길을 건널 수 있으니까.



마무리는 ‘랠리 드라이빙’이다. 이름에 담긴 역동적인 분위기처럼, 랩터를 타고 흙길을 드리프트로 통과한다. 뒷바퀴굴림(2WD) 상태에서 전자장비를 모두 끈 랩터는 속 시원하게 뒤를 미끄러뜨렸다. 땅콩모양 트랙을 신나게 미끄러진 후, 마무리는 점프. 2.5t 덩치가 하늘로 치솟을 때 쾌감은 말해 무엇 할까. 마치 정적이 흐르듯 하늘로 떴다가, 바닥에 쾅하고 떨어지면 그 충격에 혼이 쏙 빠진다. 그나마 레인저 랩터의 스트로크(움직이는 거리) 긴 서스펜션과 편평비 높은 두툼한 타이어가 고마울 따름이다.

포드 레인저(왼쪽)와 레인저 랩터(오른쪽)

포드 레인저, 그리고 레인저 랩터. F-150 만드는 픽업트럭 명가 출신답다. 비록 포장 도로 실력은 체험할 수 없었으나, 험로를 안정적으로 달렸고, 특히 승차감이 좋았다. 쿵쾅쿵쾅 흔들리는 도로를 오랜 시간 누볐음에도 참가자들이 팔팔했던 이유다. 이차가 굵직한 뼈대 품은 보디 온 프레임 차체 위에 뒤 리지드 액슬, 그리고 리프스프링(일반 레인저만) 맞물린 구성이란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놀랍다. 탄탄한 내공은 험로에서도 빛을 발했다.

레인저 랩터에 들어간 BF굿리치 올-터레인 T/A KO2

한편, 두 레인저가 신은 타이어는 모두 BF굿리치 올-터레인 T/A KO2다. BF굿리치는 1870년 등장해 미국 최초로 공기압 타이어와 래디얼 타이어를 만드는 등 기술을 선도한 회사. 1990년 미쉐린이 인수했다. 오프로드 타이어가 주력이며, 올-터레인 T/A KO2는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AT(포장도로에 대응하는 오프로드 타이어)’ 타이어다.


<미쉐린 패션 익스피리언스 포뮬러 경주차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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