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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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움의 연속, 푸조 508 SW

박지웅 입력 2019.11.28. 09:22 수정 2019.11.2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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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꼬리를 가졌지만, 실망시키지 않는다. 좋은 것을 한데 모아놓은 다재다능함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자, 그럼 여기 이 짐을 다 넣어보겠습니다.” 홍보담당자가 푸조 508 SW 트렁크에 짐을 하나둘씩 넣기 시작했다. 아이스박스, 테이블, 의자, 유모차 등 부담스러운 부피의 짐도 보인다. “이게 정말 다 들어갈까?” 이 많은 짐을 트렁크에 실을 수 있을 거라고는 다들 못 믿는 눈치다. 

그러나 2열 시트를 접어 1780L까지 늘어난 트렁크는 큰 짐 작은 짐 할 것 없이 모두 삼켰다. 거짓말 같았다. 버거운 기색도 없이 여유롭다. 기본 530L니, 2열을 접으면 1780L니 하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적재공간 수치에는 관심 없다. 애 딸린 가족이 캠핑을 떠나면 챙길 법한 엄청난 규모의 짐이 차곡차곡 실리는 모습이 모든 의문에 답이 됐다. 

솔직히 508 SW에게 이런 실용성이 있을 줄 몰랐다.  세단의 트렁크 공간을 최대한 늘렸다고는 하나 기본 용량이 세단보다 43L 넉넉해진 걸 확인했을 뿐 큰 기대하지 않았다. 두 눈으로 확인해보니 지금까지의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세단이 세련된 사나이라면 SW는 마음씨 좋은 멋쟁이랄까? 뛰어난 공간 활용성만 놓고 보더라도 레저생활이나 일상생활을 아우르는 데 손색없는 차다. 

게다가 세련됐다. 왜건은 애매한 비율 탓에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508 SW는 정반대다. 잘생긴 패스트백 세단 508의 디자인 DNA를 이어받아 뒤쪽을 30mm 늘려 놨을 뿐 높이(1420mm) 와 폭(1860mm), 휠베이스(2800mm)는 그대로 두었다. 오히려 길어진 차체(4780mm) 덕에 특유의 넓고 낮은 다이내믹한 비율이 한껏 도드라진다. 

기존 왜건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스타일리시한 디자인도 자랑거리다. 특히 전면부는 훤히 드러난 사자의 송곳니가 인상적이다. 이 주간주행등이 광선검처럼 빛을 내면 어서 달리자고 재촉하는 듯하다. 사자의 발톱 자국은 테일램프에도 잘 살려 넣었다. 시간차를 두고 점멸하는 시퀀스 방식 방향지시등은 잠금해제할 때도 멋들어지게 점멸하는 ‘웰컴 시퀀스’ 기능을 더해 한층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508 SW 실내를 보면 더 마음이 동한다. 세련된 프레임리스 도어를 열고 운전석에 몸을 실으면 명불허전 아이콕핏이 전하는 프렌치 감성에 두 눈이 바쁘게 움직인다. 어느 브랜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빼어난 인테리어다. 유독 시선을 끄는 건 위아래가 싹둑 잘린 스티어링휠이다. 최고 인테리어 상을 받은 3008 때부터 고성능 모델에 있을 법한 이 작은 스티어링휠이 마음에 들었다. 이리저리 돌리다 보면 어떤 푸조 모델을 운전해도 스포츠카를 모는 듯한 운전 재미를 준다.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2.0L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앞바퀴로 전달한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힘든 기색 없이 제법 날렵한 움직임을 보인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함께하려면 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우선시되는 게 연료효율이다. SW는 복합연비 기준 1L에 13.2km를 달린다. 특히 고속연비는 1L당 15.5km에 달하기 때문에 전국 어디로 떠나도 부담 없다. 

승차감은 좋은 편이지만, 요철을 못 느끼고 지나갈 정도로 하체가 무르지는 않다. 그렇다고 서스펜션이 적나라하게 충격을 전해오지도 않는다. ‘방금 봤어?’ 라며 잘난 승차감을 생색내는 정도랄까. 스포츠카와 세단 사이 어디쯤인 승차감이 유쾌한 주행감을 완성한다. 

운전자가 한없이 여유를 부려도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바삐 작동해서 안전하고 편안한 주행을 돕는다. 그중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는 자동차나 보행자와 충돌이 예상되는 경우 발동한다. 두 차례 경고 후에도 운전자가 반응이 없으면 스스로 제동해서 사고를 피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한다. 이 밖에도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차선이탈 방지, 사각지대 경고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10가지나 갖췄다. 

푸조 508 SW 한 대면 다른 차가 더 필요 없다. 데일리카로 충분한 안락함과 이따금 즐길 다이내믹한 주행 질감을 적절하게 버무렸다. SUV 못지않은 넓은 2열 공간과 적재함은 패밀리카로 쓰기에도 충분하다. 여기에 고급 세단에 버금가는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까지 넣었으니 올인원 패키지가 따로 없다. 발목을 잡는 건 가격이다. 앞서 언급한 이런저런 이점을 보면 5131만원 나가는 몸값도 다재다능한 508 SW를 소유하기 위해 마땅히 지불해야 할 대가로 보인다. 어중간한 독일 프리미엄을 살 바에는 프랑스 월척을 잡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박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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