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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가 왔다, 쏘나타 센슈어스

조회수 2019. 11. 1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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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차는 준중형 세단, SUV는 디젤 엔진, 대형차는 3000cc 이상 등 자동차 업계에는 불문율과도 같은 공식이 있었다. ‘쏘나타는 2.0L’ 또한 다수가 가지고 있는 지배적인 관념이었다. 그런데 아반떼 심장에 터보 하나 올리더니 쏘나타의 것이라고 우기고 나섰다. 시장은 ‘웃기지 말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시대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고, 이제 1.6L 엔진 얹은 쏘나타 출시는 당연한 일이 되었다.



한술 더 떠 현대차는 2.0 모델보다 1.6 터보에 신경을 더 많이 쓴 모습이다. 센슈어스라는 이름까지 붙여 힘을 실어 강조했다. 이름만 거창하게 짓진 않았다. 디자인과 파워트레인, 주행성능 등 기본기를 다지고,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의 흔적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쏘나타 대표 모델은 센슈어스라고 말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 센슈어스 앞에서 노멀 2.0은 말 그대로 평범했다. 아니 초라하게 느껴졌다고 말하는 게 보다 정확하다.




그러고 보니 현대차는 센슈어스를 ‘르 필 루즈에서 선보인 디자인 철학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한 쿠페 스타일 스포츠 세단’이라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쏘나타는 센슈어스에 무게 실어 개발했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일단 생김새부터 2.0을 압도한다. 앞뒤 범퍼 바꿨을 뿐인데, 완전히 다른 인상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원석을 깎아 만든 형상의 ‘파라메트릭 쥬얼’ 패턴으로 꾸몄다.



그릴은 전체를 새까맣게 칠했는데, 커다랗게 벌린 입이 꼭 다스베이더의 마스크를 보는 듯하다(개인적으로 다스베이더 정말 멋있다고 생각한다). 헤드램프 아래는 날카로운 주름으로 멋을 내고, ‘ㄱ’자 모양으로 숨구멍을 크게 팠다. 범퍼 양 끝에는 지느러미를 더해 스포티한 인상을 강조했다. 한걸음 떨어져 전체를 살피고는 진짜 다스베이더에서 영감받아 디자인했나 생각이 들었다.





파격적인 인상의 앞모습과 달리 뒷모습은 변화가 크지 않다. 번호판 양옆 디자인을 조금 손봐 2.0과 차별을 뒀다. 겉으로 드러나는 머플러는 쏘나타 모델 가운데 센슈어스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요소다. 18인치 휠은 2.0과 사이 좋게 나눠 쓴다. 하지만 굳이 누가 더 어울리는지 꼽자면, 센슈어스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역시 현대차는 센슈어스를 우선순위로 두고 개발한 것이 틀림없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차별을 두지 않았다. 눈 감고 실내로 들어가면 센슈어스와 2.0을 구분하지 못할 테다. 올해 처음 쏘나타를 시승할 땐 디자인과 조립 품질 감상하기 바빴다. 하이브리드를 마주했을 땐 2.0과 다른 점 찾는 데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딱 하나 있다. 혼자 탈 때 냉난방 효율을 높이는 ‘드라이버 온리’ 버튼). 결국 센슈어스에 이르러서야 편의장비를 하나하나 살필 수 있었다.



정말이지 ‘이 차급에 이런 것도?’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뒷유리는 햇빛 가림막까지 갖췄는데, 심지어 버튼 하나만 누르면 전자동으로 여닫는다. 이제 와 말하지만 원격 스마트 주차보조는 빛 좋은 개살구라고 생각했다. 있어도 얼마나 쓰겠나 싶었다. 그런데 정말 편하다. 집을 나와 걸어가는 도중 시동 걸어 살짝 빼놓으면, 차와 차 사이 좁다란 틈을 비집고 들어가지 않아도 돼 좋았다. 그 과정이 다소 번잡하긴 하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조금만 연습하면 금방 적응이 끝난다.




사실 쏘나타 2.0을 운전하고 적잖이 실망했다. 문제는 출력이었다. 더딘 가속은 둘째 치고, 힘이 부족한 까닭에 가속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기어 단수를 낮추고 다시 높이기를 반복했다. 잦은 변속 충격에 피로가 누적되었다. 뒷자리에서 보내는 날 선 눈치도 피하기 힘들었다. 이와 같은 문제는 센슈어스에 와서 말끔히 사라졌다.



센슈어스의 직렬 4기통 1.6L 가솔린 터보 엔진의 최고출력은 180마력, 최대토크는 27kg·m다. 2.0보다 각각 20마력, 7kg·m 더 높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쏘나타가 명품까진 아니지만)’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가속을 시작하면 숨도 고르지 않고 시속 140km까지 속도를 높인다. 이후부턴 힘에 부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 교통 흐름을 이끌고, 따르는 데에는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8단 자동변속기의 반응도 놀랍다. 듀얼클러치에 버금가는 속도로 위아래를 오간다. 패들시프트를 사용해 수동으로 바꿔도 불만은 없다. 기존 현대차는 기어를 낮출 때 변속기 보호 때문인지 한 박자 늦게 반응했는데, 센슈어스는 곧장 운전자의 지휘에 따른다. 호쾌한 반응과 가속에 취해 높은 회전수로 한참을 다그쳤다. 재미는 좋지만, 연비는 절망적이다. 트립 컴퓨터는 1L에 6km 남짓을 가리킨다. 정신을 차리고 고속도로 주행 보조를 키고 쏘나타에게 운전을 맡겼다. 연비는 금세 13km/L를 넘어섰다.



현대차의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여느 수입차 부럽지 않다. 센슈어스는 정체 시 가다 서다 반복까지 스스로 한다(고속도로가 아닌 곳에선 완전히 멈췄을 때 스티어링휠 버튼을 누르거나 가속 페달을 밟아야 출발한다). 덕분에 꽉 막힌 출근길 차 안에서 마음 편히 아침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분명 같은 시간을 들여가는 길인데, 시간을 버는 기분이다. 옆 차로에서 끼어드는 차를 감지해 감속하고 다시 속도를 높이는 과정에도 위화감이 없다.



쏘타나는 센슈어스에 이르러 8세대로 완벽 진화했다. 센슈어스와 비교하면 2.0은 7.8세대 정도 되는 듯하다. 주행 성능은 나무랄 점을 찾기 어렵고, 안전·편의장비는 차급을 넘나든다. 웃돈 주고 수입차 타는 사람은 바보라는 기분까지 들게 만든다. 단 시승차로 탔던 모델과 똑같은 구성으로 맞추면 가격은 3642만원으로 껑충 뛰어오른다. 색깔까지 플레임레드로 하면 8만원이 추가된다. 갑자기 쏘나타가 왜 이렇게 좋은지 정리가 됐다. 그럼 그럼, 이렇게 받을 거면 이 정돈 해야지.


FOR 현대차에서 교과서 같은 자동차를 만날 줄이야

AGAINST 이 돈 주고 쏘나타는 절대 못 타시겠다면, 그랜저로 가시죠 고객님


이현성

사진 박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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