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트랙서 만난 페라리 F8 트리뷰토..'현실감 없네'

조회수 2019. 11. 27. 17: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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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타고 트랙 달려보기.’ 드디어 버킷리스트 하나 지웠다. 그것도 페라리 8기통 역사상 가장 강력하다는 F8 트리뷰토와 함께.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윤지수, 페라리

AMG 스피드웨이 차고에서 준비 중인 F8 트리뷰토와 포르토피노

새벽부터 눈이 번쩍 뜨였다. AMG 스피드웨이에 둥지를 튼 페라리 트랙 행사를 혹시라도 놓칠까 봐 깊이 잠들 수 없던 까닭이다. 트랙에 도착했을 때는 아침 안개도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행사 준비로 분주한 상황이었다. 덕분에 차고에 출격 대기 중인 F8 트리뷰토를 구석구석 만져볼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살펴보기에 앞서, F8 트리뷰토(이하 트리뷰토) 간략 소개부터. 이전 488 GTB 뒤를 잇는 최신 페라리다. 선대처럼 엔진을 ‘미드 리어,’ 즉 운전석과 뒷바퀴 사이에 얹어 우월한 무게 중심을 뽐낸다. 백미는 그 엔진이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올해의 엔진상’을 수상한 F154 계열 명품 V8 엔진을 품고 있다.

F8 트리뷰토
488 GTB(왼쪽)와 458 이탈리아(오른쪽)

첫 마주한 트리뷰토는 사실 어딘가 눈에 익었다. 인상도 다르고 차체 굴곡도 바뀌었으나, 비율이 익숙하다. 맞다. 트리뷰토는 488 GTB를 바탕으로 빚은 신차다. 488 GTB가 2009년 등장한 458 이탈리아의 부분변경 모델이었으니, 어느덧 10년이나 비슷한 비율을 보아온 셈. 그래도 여전히 우월하다. 숨 막히도록 낮고(1,206㎜) 넓다(1,979㎜).

곳곳에 큼직한 구멍이 뚫렸다. 가짜는 없다

온갖 군데 송송 뚫린 구멍은 경주차 만들던 실력이 낳은 결과물. 488 GTB보다 더 치밀하게 바람을 계산했다. 범퍼로 들어간 바람은 보닛으로 솟으면서 앞바퀴를 짓누르고, 다시 매만진 뒤 날개는 공기 저항을 2% 줄이면서도 더 강한 ‘다운포스(바람으로 차체를 누르는 힘)’로 뒷바퀴를 누른다. 설정에 따라 14° 각도를 조절하는 차체 뒤쪽 디퓨저 액티브 플랩도 특징. 이런 노력들이 녹아들어 트리뷰토는 이전보다 10% 공기역학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탄탄한 버킷시트가 달린 F8 트리뷰토 실내(왼쪽), 영어가 가득한 계기판 때문에 더 긴장된다(오른쪽)

구경하다 보니 어느덧 트랙 달릴 시간이 다가왔다. 드디어 버킷리스트 하나 지우는 순간이다. 헬멧 쓰고 트리뷰토 안에 앉은 첫 기분? 온몸에 절로 힘이 들어간다. 거의 땅바닥에 바로 앉은 듯 낮은 시트는 좌우 볼스터(시트 양쪽 쿠션)가 엉덩이를 옭아매고, 대시보드는 센터패시아 모니터 하나 없이 간결하다. 조그마한 운전대 사이로는 노란 rpm 계기가 중앙에 딱 들어찼다. 이 차는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 GT가 아니다.

서서히 트랙에 진입. 과거 포뮬러 경주차 타봤던 기억이 스멀스멀 떠오른다.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진부한 표현을 안 꺼낼 수 없다. 작은 운전대는 유격 없이 민첩하고, 운전석을 중심으로 펼쳐진 네 바퀴는 노면에 따라 솔직하게 흔들린다. 민감한 가·감속 페달도 마찬가지다.

720마력 최고출력을 쏟아낼 때 감각을 글로 표현하기란 무척 어렵다. 그 느낌을 가감 없이 그대로 적자면, 마치 플라스틱 차체로 빚은 자동차를 모는 듯했다. 최고출력 720마력, 최대토크 78.5㎏·m 성능은 1,575㎏ 무게도 아랑곳없다. 제원상 시속 100㎞ 가속 시간은 단 2.9초다. 488 GTB보다 0.1초 빠르다.

카본-세라믹 브레이크는 트랙 위에서 지칠 줄 모른다

움직임도 그렇다. ‘플라스틱 자동차’같다. 쏜살같이 달리다가도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비현실적인 감각으로 가볍게 속도를 줄인다. 20인치 휠 안에 자리 잡은 거대한 카본-세라믹 디스크 브레이크와 너비 305㎜(뒷바퀴)에 달하는 피렐리 P제로 타이어의 조화다.

낮고(1,206㎜) 넓은(1,979㎜) F8 트리뷰토 뒤태

그러면서도 믿음직스럽다. 너비 1,979㎜ 널찍한 차체가 바닥에 바짝 달라붙어 코너를 돌아나간다. 무게중심이 특히 뛰어나다. 미드십 구조 스포츠카 장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무거운 엔진을 차체 가운데 품어 코너를 안정적으로 돌아나간다. 앞뒤에 실린 무게 비율은 41.5:58.5. 브레이크 콱 밟으며 운전대를 돌려도 뒷바퀴 무게가 급격히 빠지거나, 앞쪽에 과한 무게 실릴 일은 없다. 시종일관 안정적인 이유다.

길이 4.5㎞ AMG 스피드웨이가 이렇게 짧았던 적이 있었던가. 트리뷰토는 쏜살같이 트랙을 정복했다. 이제 페라리로 트랙을 누빌 호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 페라리 감각을 몸에 새기기 위해 속도를 높였다.

최고출력 720마력, 최대토크 78.5㎏․m 성능을 내는 3.9L V8 엔진(왼쪽). 이전보다 더 우렁찬 소리를 연주하는 배기구(오른쪽)

용인 트랙을 울림통 삼아 8기통 배기 소리가 메아리쳤다. 트윈터보 엔진 소리가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터보도 페라리는 달랐다. 웬만한 자연흡기 엔진도 못 넘볼 8,000rpm으로 회전하며 고음을 쏟아낸다. 더욱이 엔진부터 배기관까지 전반적으로 손봐 이전보다 더 우렁차기까지 하다.

과욕을 부려 코너를 공략해도 트리뷰토는 쉽사리 한계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 한계를 넘어 바퀴가 미끄러질 때도 전자장치 개입이 무척 매끄럽다.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전자장치 개입을 눈치채기 힘들 정도. 딱 필요한 만큼만 개입해, 속도가 확 줄지 않는다.

운전대 오른쪽 아래에 자리잡은 주행 모드 선택 장치(왼쪽), 엔진 스타트 버튼이 운전대에 달렸다(오른쪽)

아쉽게도 트리뷰토 자랑인 ‘페라리 다이내믹 인핸서(이하 FDE+)’는 경험할 수 없었다. 안전을 이유로 트랙 위에서 FDE+가 작동하는 ‘레이스’ 또는 ‘CT 오프’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없던 까닭이다. FDE+는 기존 전자 장치보다 더 적극적으로 네 바퀴 독립 제동 제어 및 제동 압력을 조절해 정밀한 주행을 돕는 장비다. 덕분에 트리뷰토는 이전보다 6% 빠르게 코너를 탈출한다.

페라리 F8 트리뷰토 트랙 주행은 체감상 순식간에 끝났다. 빨랐다. 그러나 과하지 않았다. 720마력 V8 엔진이 제 힘을 온전히 끌어내도 불안한 감각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전체적인 균형이 빼어났다. F8 트리뷰토는 ‘잘’ 달리는 수퍼카였다.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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