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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도끼에 발등 제대로 찍힌 어느 테슬라 마니아의 사연

이완 입력 2019.08.18 09:30 수정 2019.08.18 09:3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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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 3, 독일에서 대량 주문 취소되기까지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테슬라가 모델 S와 모델 X에 이어 대중적인 모델 3를 내놓았다. 생산 문제로 긴 시간 고객들이 기다려야 했고, 그러는 사이 ‘과연 모델 3가 성공할 수 있겠는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출시되자 미국 내 반응은 뜨거웠다. 그리고 이런 긍정적 분위기 속에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런데 최근 독일에서 테슬라와 관련해 씁쓸한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모델 3 / 사진=테슬라

지난 금요일(16일) 독일 일간지 빌트는 ‘모델 3’가 품질 문제로 계약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빌트뿐만 아니라 매니저매거진과 같은 경제지 역시 같은 소식을 전했다. 독일에서 2017년부터 전기차 렌터카 사업을 하고 있는 ‘넥스트무브(NEXTMOVE)’ 대표 슈테판 묄러는 SNS에 영상을 올려 테슬라 ‘모델 3’ 85대의 주문이 취소됐다며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현재 약 350대의 전기차를 가지고 있는 이 회사는 독일 10개 도시에서 전기차 대여 및 판매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테슬라를 전면에 내세워 사업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모델 S와 모델 X 등, 테슬라 고가 모델만 40여 대 이상을 소유하고 있고 한다. 그리고 올 2월 100대의 모델 3를 추가로 주문했다. 얼마 후 15대가 먼저 인도됐다.

그런데 슈테판 묄러에 따르면 이 15대 중 4대 정도를 제외한 차에서 결함이 발견됐다. 일부는 주행 안전성과 관련 있는 문제였다고 했다. 타이어 결함, 비상 기능 결함, 내비게이션 결함, 그리고 곳곳에 도장 문제, 단차 문제가 있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미 모델 3를 장기 대여하겠다는 대기 고객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고객들에게 문제가 있는 차를 건넬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테슬라 독일 법인에 차가 이상이 없는지 확인을 한 후에 대금을 지불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테슬라 측은 메일을 보내 24시간 안에 결제하지 않으면 나머지 85대에 대한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결정을 내리기엔 너무 시간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차에 대한 신뢰가 가지 않은 상태에서 500만 유로(한화 약 65억 원) 수준의 거액을 지불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계약은 취소됐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하는 수 없이 넥스트무브 측은 테슬라 홈페이지를 통해 급한 대로 4대의 모델 3를 주문했다. 그런데 신차인 줄 알았던 게 이미 등록이 된 차라는 게 드러났다. 이미 등록이 된 차라면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 무엇보다 테슬라에 대한 그간의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독일 경제지 매니저매거진 측에서 테슬라에 이와 관련해 물었다. 그러자 테슬라는 시스템 오류로 인한 것으로 지금은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을 전했다.

넥스트무브 홈페이지 캡처 화면 / 출처=nextmove.de

슈테판 묄러는 테슬라에 대단한 애정을 품고 있었다. 특히 모델 3의 경우 2019년 최고의 자동차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독일 법인의 태도, 그리고 품질 문제 등에 상처받고 분노했다. 이전부터 조립 불량이나 단차 문제 등을 알고 있었고, 웬만한 것은 그냥 넘겼다고 했던 그였지만 이번엔 그럴 수 없었다고 했다.

슈테판 묄러는 테슬라의 고객 대응에 문제점과 함께 애프터서비스 역시 많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작은 수리 하나 해결하는데 어떤 경우 5개월이나 걸렸고, 자신의 고객이 브레이크등 고장으로 테슬라 측에 4차례나 연락을 취했지만 회신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테슬라가 가져온 전기차 시장의 순기능을 칭찬했지만 이런 품질과 고객 서비스를 보이는 이상 더는 테슬라를 고객에게 추천할 수 없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테슬라 측 입장이 나온다면 자세히 들어봐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내용으로만 보면 독일 법인의 고객 응대, 영업 방식에 확실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계속 지적되어온 품질 문제가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는 것 같아 그 점 또한 우려된다. 이미 모델 3의 경우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은 컨슈머리포트로부터 품질 문제로 더는 추천할 수 없는 자동차로 평가되기도 했다.

모델 3 실내 / 사진=테슬라

예전에도 한 이야기이지만 단차나 조립 불량 등, 품질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시스템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이 테슬라의 경우 미흡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좋은 주행성과 높은 충돌안전성, 그리고 긴 주행 가능 거리 등, 여러 장점을 가지고 전기차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지만 품질 부분이 해결 안 된다면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

그런데 여기에 영업과 A/S 등에서도 잡음이 나온다면 테슬라의 어려움은 생각보다 더 커질 수 있다. 무엇보다 모델 3는 이전의 1억이 넘는 고가 모델들과 다르다. 대중적 자동차이고, 따라서 훨씬 많은 고객과 만나게 된다. 만약 계속해서 품질 논란을 겪는다면 이전보다 더 많은 고객의 불만을 접수해야만 하고, 브랜드 이미지는 더 빠르게 추락하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의 건강한 경쟁자로 성장하길 바란다. 기존의 자동차 공룡들에게 충격을 안기고 자극을 준 것처럼 앞으로도 좋은 전기차를 꾸준히 내놓으며 거인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유의미한 브랜드로 장수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품질 논란부터 해결되어야 한다.

많이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그런 체계를 함께 갖출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밀려날지 모른다. 모델 3는 한국에서도 기대를 받고 있다. 많은 고객이 이 차를 타고 다양한 의견을 내놓을 것이다. 과연 그때 어떤 얘기들이 나올지 궁금하다. 테슬라는 독일의 경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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