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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 엔진의 단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김태영 입력 2019.08.20 13:21 수정 2019.08.20 13:2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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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 래그를 느낄 수 없는 터보 엔진이 등장했다는 건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최근 등장한 페라리 F8 트리뷰토의 엔진은 주목할 만하다. 최고출력 720마력(78.5kg·m)을 발휘하는 V8 3902cc 트윈 터보 엔진은 이전 488 피스타에도 사용된 F154 CD형 엔진을 개선한 것으로, 브랜드 역사상 사장 강력한 V8 엔진이라는 타이틀을 여전히 유지한다. 놀라운 것은 엔진 배기량 1L당 185마력을 발휘한다는 수치뿐만이 아니다. ‘터보 래그’를 느낄 수 없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는 점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같은 형식의 엔진(F154 CB형)으로 ‘터보 래그를 거의 느낄 수 없다(Virtually no lag)’고 주장한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사진=페라리

최근 등장한 자동차들은 이전보다 터보 래그(Turbo lag)가 크게 줄었다. 터보 래그란 무엇인가? 어떻게 줄이고 있을까? 자동차 엔진은 시대에 따라 매번 새로운 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 배출가스 환경 기준을 만족시키면서도 출력과 연비가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만 하는 것이다. 터보차저를 장착한 엔진이 이 부분에서 유리했다. 적은 양의 연료를 더 많은 공기와 연소 시켜 출력을 높이면서도 불완전 연소를 막아낸 것이다. 터보는 엔진 배기량을 줄이는 것을 가능하게 해줬기에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자동차를 만드는 데 크게 공헌했다.

사진=포르쉐

물론 터보가 완벽한 기술은 아니다. 여러 단점도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터보 래그다. 터보 엔진은 실린더에서 연소된 배기가스가 터보(배기 터빈)를 돌리는 힘으로 높은 출력을 얻는다. 배기 터빈의 반대쪽에 달린 흡기 터빈이 강하게 돌면서 엔진에 흡입 부분으로 공기를 밀어 넣는 구조다. 이런 이유로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다가 다시 밟았을 때 순간적으로 배기가스의 양이 줄어들면서 터빈을 돌리는 힘이 약해진다. 그리고 엔진으로 다시 공기를 압축(부스터)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된다. 순간적으로 차가 둔하게 느껴지는 상황이다. 터보 래그가 심하면 자동차 운전에 영향을 준다. 차를 정교하게 제어하기 어렵게 만든다. 동시에 에너지 효율성도 떨어진다. 이런 이유로 기술자들은 터보 엔진의 반응 속도를 높이는 기술을 수십 년간 꾸준히 만들어 왔다.

사진=BMW

대표적인 기술이 몇 가지 있다. 트윈 터보(Twin turbo)처럼 한 엔진에 2개의 터보를 달아서 터보 래그를 크게 줄인 형태도 있다. 6기통 이상 엔진에서 쓰이는 방식(실린더 3개당 터보 1개)으로, 현재는 작은 터빈과 큰 터빈으로 나눠 반응성과 최대출력 모두를 만족시키는 구조를 많이 사용한다. 터보 구조 자체를 반전시킨 기술도 있다. 가변형상 터보차저(VGT)가 대표적이다. 이 기술은 터빈의 크기를 줄이던 방식과 다르게 주행 상황에 따라 터빈 안쪽의 면적을 넓히거나 줄이면서 터보 래그에 대응하는 구조다. 엔진이 낮은 회전, 낮은 부스트 상태일 때 터빈 안쪽에 달린 날개가 접히며 터빈 면적을 줄인다. 반대로 높은 엔진 회전, 높은 부스트 상태에서 날개 각도를 열고 터빈 용적을 늘려 연료 효율성과 출력을 안정적으로 끌어낸다.

사진=아우디

터보 래그를 줄이기 위해 VGT 터보를 2개 사용하는 트윈 터보 엔진도 등장했다. 하지만 복잡한 구조에 자동차의 원가도 높이는 주원인이라 대중화되지 못했다. 이후 트윈 스크롤 터보(Twin Scroll Turbo)가 등장했다. 기술적 개념은 VGT와 비슷하지만 구조가 훨씬 단순하다. 배기가스와 터빈이 만나는 곳에 2개의 구멍을 만들어 한쪽은 작은 터빈, 또 한쪽은 큰 터빈을 돌린다. 저속에서는 큰 터빈으로 들어가는 구멍을 막고, 고속에서는 두 구멍을 모두 열어 터보가 안정적인 출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원리다. 이 기술이 시장에 도입된 후 3~4기통 엔진의 저중속 토크가 높아졌고 동시에 터보 래그도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사진=BMW

그 외에도 터보 래그를 줄이기 위해 많은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효율성과 출력, 반응성을 모두 끌어올리기 위한 트리플 터보(터보를 3개 달은 구조), 슈퍼차저와 터보차저를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형 터보도 주목받았다. 최근엔 터보 엔진의 하드웨어뿐 아니라 보조 장치와 컴퓨터 정밀제어로 터보 래그를 정밀하게 줄여가고 있다. 신형 포르쉐 911의 경우 연료를 컴퓨터 제어로 좀 더 정밀하게 개선하고, 동시에 한층 반응이 빠른 듀얼클러치 변속기로 출력의 손실을 막는다. 부스트 압력을 많이 사용하는 모델의 경우 터보 래그를 줄이기 위해 주행 중 가속 페달에서 발을 살짝 떼는 즉시 엔진의 연료만 차단하고, 스로틀을 그대로 열어 두어 터보차저의 부스트 압력을 유지하기도 한다. 아주 찰나의 순간에 대응하는 기술로 터보 엔진의 반응 성능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것이다.

사진=볼보

디젤 모델이나 첨단 변속기를 사용하기 어려운 자동차의 경우 터보에 보조 장치를 달아서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 볼보의 펄스 시리즈 기술의 경우 엔진에 에어 컴프레서와 탱크가 장착된다. 이 기술은 터보 래그가 발상하는 순간에 에어 컴프레서 탱크에 저장된 압축 공기를 배기 매니폴드로 쏟아내며 터빈을 순간적으로 돌려준다. 이로써 터보 래그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동시에 연료 효율성도 유지할 수 있다.

사진=페라리

다시 페라리 F8 트리뷰토로 돌아와서, 이 차엔 그동안 개발된 다양한 터보 제어 기술이 복합적으로 동원된다. 90도 뱅크각에 직분사 엔진은 흡기와 배기쪽에 가변 타이밍 기능을 갖췄다. 여기에 IHI사의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 두 개를 인코넬 합금으로 제작된 배기 매니폴드 바로 위에, 엔진 좌우로 장착한다. 구조적으로 엔진 실린더부터 배기 라인과 터보차저 사이에 길이가 짧아서 반응성을 이끌어내는 데 유리하다. 여기에 정밀한 연료 및 스로틀 제어, 오버부스트, 듀얼클러치 반응 등 모든 첨단 기술을 동원해 ‘운전자가 터보 래그를 전혀 느낄 수 없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혁신적 구조에도 실제로 터보 래그가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운전자가 느낄 수 없게 만들 수 있다면, 기술적으로 완성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이런 기술을 사용한 엔진이 더 많은 자동차에 쓰일 것이다. 언젠간 터보 래그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김태영 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온라인 자동차 섹션을 거쳐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자동차생활>, <모터 트렌드>에서 일했다. 현재는 남성지 <에스콰이어>에서 남자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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