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개의 문, 두 개의 얼굴, 하나의 차 – 폭스바겐 아테온 시승기

조회수 2019. 7. 2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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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4도어 쿠페, 아테온을 만났다. 폭스바겐 아테온은 10여년 전, 4도어 쿠페의 중흥기에 폭스바겐이 내놓았던 ‘CC’의 뒤를 잇는 모델로, 지난 2018년 하반기부터 국내 시장에서도 판매가 시작되었다. 신세대 유럽형 파사트의 탄탄한 기골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폭스바겐 아테온을 직접 경험하며 그 매력을 하나하나 짚어 본다. 시승한 아테온은 엘레강스 프레스티지 모델이다. VAT 포함 차량 기본가격은 5,718만 8천원.



폭스바겐 아테온은 2018 제네바 모터쇼 등장 당시부터 그 외관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폭스바겐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충실하게 반영된 아테온의 외관 디자인은 유달리 도회적인 분위기가 짙게 묻어 난다. 아테온의 설계 기반이 되는 유럽형 폭스바겐 파사트 또한 상당히 단정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꾸밈새로 보다 고급스러워진 외관을 보여주고 있는데, 아테온은 여기에 강렬함을 더한 느낌이다. 낮게 깔려 있는 차체는 역동적 감각만으로는 여느 고급 스포츠세단 못지 않다.


 

아테온의 얼굴은 전체적으로 낮게 깔려 있다. 헤드램프를 비롯하여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의 공기흡입구까지 바닥에 매우 가깝게 붙어 있다. 헤드램프는 라디에이터 그릴 안에 묻어 놓은 듯한 형태로 배치되어 있으며, LED주간상시등은 아예 라디에이터 그릴과 하나가 되어 있는 모습이다. 70~80년대의 고급형 승용차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방식인데,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느낌이다. 헤드램프와 범퍼 공기흡입구 끄트머리는 휀더 바로 앞까지 뻗어 있어, 전륜구동 세단의 상대적으로 긴 오버행을 교묘하게 커버한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보닛의 위쪽에 절개선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닛의 절개선은 전륜휀더 위를 약간 덮고 있으며, 측면의 사이드 라인으로 이어진다. 상부는 물론, 휀더 일부까지 감싸고 있는 보닛 덕분에 보닛이 매우 길어 보이면서도 단단한 느낌을 준다.


 

아테온의 측면 디자인에서는 그야말로 4도어 쿠페의 정석에 가까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완만하게 깎아낸 패스트백형 루프와 C필러 끝까지 이어지는 쿼터글라스, 은연중에 볼륨감을 강조한 스타일링으로 쿠페의 역동적인 분위기가 살아 있다. 뒷모습은 화려하게 치장한 전면부와는 달리, 단출하게 마무리했다. 간결한 스타일의 테일램프부터 단정하게 정리된 매립형 테일파이프, 그리고 심플한 면 처리로 깔끔한 느낌을 준다.



실내는 파사트의 구성을 거의 그대로 공유하고 있다. 대시보드는 물론, 도어트림마저 파사트와 동일하다. 물론, 고급감을 어필하기 위해 중앙에 아날로그 시계를 넣고, 전용의 마감재를 적용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다소 노골적이다 싶은 부품 공유는 고급 브랜드의 차종과 경쟁해야 할 차종임을 생각하면 상당히 아쉽게 다가온다.


스티어링 휠은 D컷 스타일로, 현행 폭스바겐 모델들의 것과 대부분 동일한 질감과 기능을 갖췄다. 풀LCD화면으로 이루어진 계기반은 근래에 경험한 디스플레이형 계기반 중 가장 만족스러웠다. 현란한 시각효과나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단순명료한 디자인 덕분에 뛰어난 시인성을 가진 덕이다. 오디오는 다인오디오의 시스템을 사용하며, 전반적으로 우수한 음향품질을 제공한다.



아테온의 앞좌석은 세미버킷형에 가까운 디자인과 정교한 구조 설계 덕분에 준수한 착석감을 느낄 수 있다. 급기동 상황에서 운전자의 몸을 탄탄하게 지지해 주면서 장시간의 주행에도 피로감이 크기 않은 편이다. 운전석은 메모리 기능과 더불어 8방향의 전동조절 기능과 4방향 전동식 허리받침이 내장되어 있으며, 3단계의 열선과 통풍 기능이 적용된다.



뒷좌석은 4도어 쿠페형 차종 중 가장 만족스러운 구성을 보여준다. 세단인 파사트를 기반으로 한 덕분인지 상당한 수준의 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헤드룸은 이러한 형태의 차종들 중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다. 이 정도의 공간은 일부 중형급 세단들과 비교해도 크게 손색이 없을 정도다. 뒷좌석은 공간 확보를 위해 착좌부를 파 놓은 듯한 형상을 취하고 천장 또한 위쪽으로 크게 파 놓은 덕에 대부분의 성인 남성이 탑승해도 머리가 아슬아슬하게 천장에 닿지 않는다.



트렁크는 세단의 트렁크리드를 사용했던 CC와는 달리, 해치도어를 채용하게 되면서 사용 편의성이 크게 높아졌다. 개구부가 커서 짐을 싣고 내리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트렁크 공간은 바닥이 깊고 길이도 긴 편에 속하며, 넉넉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시승한 아테온은 폭스바겐AG의 2.0리터 TDI 디젤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최고출력은 190마력/3,500~4,000rpm, 최대토크는 40.8kg.m/1,900~3,300rpm이다. 변속기는 7단 DSG를 사용한다. 구동방식은 전륜구동이다.



폭스바겐 아테온은 정숙성 면에서 다소 간의 아쉬움이 있다. 대중차 등급의 유럽 출신 디젤 세단의 기준에서는 대체로 무난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지만 고급 차종의 정숙함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다소의 아쉬움이 남는다. 고급 차종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방음 대책 자체는 나름대로 준수한 편이다. 특히 외부 소음과 바닥 소음이 상당히 적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전형적인 4기통 디젤엔진의 거친 소음과 진동이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정도로 흘러 들어온다. 외부 방음 대책이 충실함에도 소음과 진동이 꽤나 부각되는 이유다.



승차감은 과거 CC가 보유하고 있었던 탄탄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융통성은 더욱 넓어졌다. 쿠페라기보다는 고급 세단에 더 가까운 질감의 승차감을 제공한다. 적당한 수준의 댐핑 스트로크를 확보하면서도 하체가 튼실하게 다져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우선시하는 설정이 두드러진다.



가속력은 준수하다. 7.7초의 0-100km/h 가속 시간을 가진 아테온은 전반적으로 경쾌한 느낌의 가속을 즐길 수 있다. 디젤엔진으로서는 스로틀 응답성도 우수한 편이고 변속기 또한 나름대로 빠릿빠릿한 느낌을 준다. 초반부에서 최대토크가 터져 나오는 특성 상, 본격적인 고속주행에서 힘이 쉽게 빠지는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즐겁게 달리는 데 있어 크게 부족한 점 없는 동력 성능이다.하지만 가속력보다도 인상 깊게 남은 부분이 있다면 바로 고속주행에서의 직진안정성이다. 이는 아테온의 우수한 공기역학적 특성과 더불어 탄탄한 차체구조와 정교하게 조율된 하체 설계가 빛을 발하는 부분이라고 본다.



코너링에서도 상당한 실력을 보여준다. 낮게 깔린 차체와 탄탄한 질감의 차체구조, 그리고 든든한 하체 덕분에 종종 중형세단의 체급을 잊을 만큼 영민한 몸놀림을 보여준다. 스티어링 시스템은 직결감이 우수하고 피드백도 나쁘지 않은 편이어서 차를 보다 자신감 있게 다룰 수 있다. 탄탄한 하체는 노면의 잡다한 요철들을 잘 걸러내며, 급격하게 꺾여 들어가는 코너에서도 쉽게 롤을 허용하지 않아 안정적인 느낌을 들게 한다.


아테온은 체급에 비해 와인딩 코스나 회전에 가까운 램프구간 등에서 상당히 생기 있게 느껴진다. 중형세단 기반의 4도어 쿠페임에도 주행 상황에서는 컴팩트하고 잘 다져진 스포츠 세단에 오른 기분이다. 물론 제대로 된 스포츠카에는 비할 수 없겠지만 중형급 4도어 쿠페로서 상당히 만족스러운 조종 성능이다.



이렇게 쿠페의 기분을 한껏 누리다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면, 영락 없는 세단으로 받아들여진다. 아테온은 차체도, 시트포지션도 파사트보다 낮게 설계되어 있지만, 파사트를 꼭 닮은 실내와 4도어 쿠페로서는 상당한 수준의 개방감 덕분에 쿠페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갑갑한 느낌이 전혀 없다. 전체적으로 스포티하게 다듬어진 세단에 오른 느낌에 더 가깝다. 아테온은 상황에 따라 어떤 때에는 세단으로, 또 어떤 때에는 쿠페의 모습으로 그 얼굴을 바꾸는 차다.


아테온의 공인 연비는 도심 13.6km/l, 고속도로 17.2km/l, 복합 15.0km/l(2등급)다. 시승 중 트립컴퓨터에 기록된 구간별 평균 연비는 공인 연비와 차이가 있다. 도심에서는 평균 12.5km/l, 고속도로에서는 23.0km/l에 달하는 연비를 기록했다. 장거리 연비에 강한 디젤엔진과 구동손실률이 적은 더블클러치 및 전륜구동의 조합이 일궈낸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폭스바겐 아테온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네 개의 문과 두 개의 얼굴을 가진 하나의 차”라고 할 수 있다 겉모습에서는 쿠페에 가까운 스타일리시한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편의성 면에서는 세단과 진배 없다. 그런데 기민한 움직임은 또 쿠페의 그것을 닮아 있고, 평상시에는 순수한 세단에 가까운 모습으로 일관한다. 반면 이러한 모습들은 선대에 해당하는 CC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던 요소들이었다. 다만, 아테온은 그러한 요소들이 더욱 일체감 있게 녹아 들어 있고, 더욱 현대적인 감각으로 완성되었다는 점이 중대한 차이점이다. 매력적인 외모와 편리함, 역동성을 모두 가진 폭스바겐 아테온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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