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기한 테슬라 사이버트럭 숨은 천재성..이게 진짜 혁신이야

조회수 2019. 12.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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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강의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테슬라

테슬라는 S3XY 라인업을 완성하자 뜬금없이 전기 픽업트럭을 내놨다. 사이버트럭이란 이름으로 기존 라인업과는 다르게 전혀 S3XY 하지 않다. 섹시하다랄 수 있는 원천인 곡선과 볼륨이 없다. 차갑고 딱딱하다.

애초 테슬라 디자인은 미니멀리즘을 추종했다. 기존 자동차 브랜드가 만든 전기차는 이질감 때문에 필요없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없애지 못한다. 테슬라는 태생이 다르다. 자동차 업체보다는 IT가 시초다. 첫 모델 3부터 그릴을 과감히 없앴다. 그릴 뿐만이 아니다. 실내에선 송풍구를 비롯 기존 자동차에 달렸던 수 십개의 버튼을 모두 없애 버렸다.

사이버트럭은 미니멀리즘으로 한발 더 나아갔다. 싹둑 잘라버린 면에 라이트류가 최소한의 형태만 지닌 채 무미건조하게 붙었다. 장식은 타락이라며 자신을 깎고 또 깎았다. 결국 남은 건 반듯한 면 뿐이다.

미니멀리즘은 생산 자동화를 위한 포석

테슬라 CEO 일런 머스크는 자동차 생산의 완벽한 자동화를 꿈꿨다. 그는 과도한 자동화로 모델 3가 생산 차질을 빚자 "과도한 자동화는 실수였다. 정확하게 말해 나의 실수다. 인간을 과소평가했다"고 월스트리트 기자와의 트윗에서 밝혔다. 지금도 테슬라 조립 품질에 대해 일부 소비자들이 불만을 토로한다. 이는 기계가 인간을 완벽히 대체하기엔 아직 멀었다는 의미다.

기계를 통한 자동화는 인간의 기술에 비하면 아직 정교하지 못하다. 당연히 쉽게 조립할 수 있는 모양새라야 가능하다. 미니멀리즘 디자인은 생산 자동화를 위한 과감한 선택이다. 자동화를 하고자 하는 이유는 당연히 원가를 낮추기 위함이다. 아울러 균일한 품질도 부수적으로 동반된다.

사이버트럭은 싱글 모터를 달고  3만9,900 달러에서 시작한다. 소비심리학에선 9로 끝나는 가격을 더 저렴하게 느낀다고 했다. 모터 2개는 4만9,900 달러, 3개는 6만9,900 달러다. 모든 라인업 가격이 9,900 달러로 끝난다. 그만큼 싸다고 느끼게 하고픈 거다.

​사이버트럭은 지붕 전면이 태양광이다

싸게 팔 수 없다면 싸다고 느끼게 하라

가격에 상술을 쓰는 이유는 내연기관 픽업트럭에 비해 매력적이지 않아서다. 아직 전기차는 내연기관에 비해 가성비가 떨어진다. 그래서 일런 머스크는 원가 절감에 공을 들인다. 사이버트럭은 한걸음 더 나아가 소재에 차별화를 뒀다. 폴리머 유리와 30배 냉연 스테인리스 강판이 그것이다.

프레젠테이션 때 '방탄유리 임에도 깨졌다'가 더 화제가 됐다. 모양새 만으로도 조롱이 심한데 쇠공을 떨어트려도 깨지지 않는다고 시연한 유리는 단번에 깨져 버렸다. 이로인해 주가가 6.14%가 급락했다. '공개 행사서 망신'이라는 기사가 쏟아졌다. 일론 머스크는 트윗에서 "문짝을 먼저 친 해머질로 이미 유리는 깨져 있었다"'고 해명했다. 우리가 확인할 길은 없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Tesla Armor Glass는 폴리머 소재를 '레이어 했다'는 점이다. 3반9,900 달러짜리 픽업트럭에서 말이다. 폴리머라는 이름이 붙은 소재는 엄청난 강도를 자랑한다. 접착제에 많이 쓰인다.

엑소스켈톤(EXOSKELETON)으로 명명한 프레임과 패널도 스테인리스 스틸이다. 무려 30배로 냉연한 강판이다. 테슬라는 홈페이지에서 "이 재질보다 더 강한 재질이 있다면 그걸 쓰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스테인리스 스틸은 일반 철판보다 더 강하다. 부식도 없고 더 비싸다. 볼륨과 엣지가 없이 싹둑 잘린 패널은 스테인리스 스틸이라서다. 모양을 내기 위한 프레스 공정이 불가능하다.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녹이 슬지 않는 점도 일론 머스크에겐 이점이었을 것이다. 지독한 도장 품질 컴플레인에서 해방될 수 있으니 말이다.

모터 3개짜리 사이버트럭의 제로백(0-100km/h)은 단 2.9초다. 1억원 넘는 포르쉐 911 보다 빠르다. 6명이나 탈 수 있다. 엄청난 크기의 적재함도 붙어 있다. 여기에 방탄에 준하는 유리가 들어갔다. 철판은 스테인리스다. 그것도 30배 냉연했다. 그럼에도 가격은 6만9,900 달러다. 현재 환율로 계산해봐야 겨우 8300만원이다.

모양새는 이상하지만 실용성을 집대성한 디자인이다.

사이버트럭 디자인 중 무엇보다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지붕이다. 가공이 어렵다 해도 삼각형 지붕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유는 적재함 덮개 때문이다. 이 덮개는 지붕으로 삽입돼 열고 닫힌다. 심지어 자동이다. 형태보다는 기능을 우선시했다.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는 장식으로 넘어가는 중이다. 크롬 몰딩이 커지고 많아졌다. 피아노 블랙이라는 광택 플라스틱이 난무한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점점 커지고 입체적으로 변하며 개성을 자랑한다. 테슬라는 정반대다. 기능적이지 않은 장식은 존재 가치를 두지 않는다. 겉멋 만을 위한 장식은 비용 상승의 주범이다. 겉은 화려한데 비용이 저렴하다면 속은 썩었을 가능성이 크다.

폴리머 창문이나 스테인리스 스틸은 깨질 걱정, 문콕 걱정, 스크래치 걱정, 녹슬 걱정까지 소비자의 짐을 덜어준다. 특정 컬러를 원하는 게 아니라면 도장비도 아낄 수 있다. 사서 그냥 타기만 하면 된다. 이 얼마나 실용적인가?



사고 시 보행자와 탑승자 안전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실용성보다는 안전이 우선이다. 패널이 찌그러지지 않는다면, 사고 시 보행자도 탑승자도 걱정이다. 기존 자동차 철판보다 강한 스테인리스 스틸이라 보행자는 상해를 더 입을 것이다. 탑승자는 충격파를 그대로 전달 받는다. 만약 그렇다면 사이버트럭은 세상에 나오지 못할 것이다. 미국에는 유명한 IIHS(고속도로 안전보험 협회) 테스트가 있어서다.

위 프레임 사진을 보면 보닛과 범퍼 패널을 제외한 듯 보인다. 그 말은 다른 재질을 썼다는 거다. 보행자 충돌 상해를 줄이기 위함이다.

IIHS의 테스트 중 스몰 오버랩은 가장 가혹한 테스트로 꼽힌다. 테스트 영상을 보고 있으면 64km/h 속도에도 차가 처참하게 부서진다. 차는 충돌 시 찌그러지면서 충격을 흡수해야 탑승자가 안전하다는 게 기존 정설이다. 많은 자동차들이 줄줄이 낙제점을 받았다. 반면 볼보는 소위 '빗겨까기' 신공을 선보이며 최고 등급을 받았다. 프레임이 강하게 충격을 버텨내지 못하면 소용없는 기술이다. 즉, 자동차 충돌 안전 헤게모니가 바뀐 셈이다.

충격은 흡수하는 게 아니라 버티고 비켜가야 하는 것이다. 최근 자동차 안전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어드밴스드 에어백, 프리텐셔너 안전벨트, 그리고 레이더 센서와 연계된 긴급제동 기능은 사고가 나더라도 상해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신기술이다. 굳이 패널이 충격을 흡수해야만 할 이유가 없어졌다. 그런데 또 생각해 볼 문제가 얇디 얇은 패널이 무슨 충격을 얼마나 흡수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릇된 헤게모니 속에서 자동차의 철판은 한없이 얇아졌다. 손바닥으로 지그시 눌러도 쉽게 들어간다. 안전을 위한답시고 메이커들은 원가를 절감하고, 부품을 더 팔아먹지 않았을까?

우리는 몰라도 너무 몰랐다 -  나노 독성학

철판이야 찌그러지면 그만이다. 장식으로 사용한 플라스틱과 페인트 도장은 또 다른 공해의 원인이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미세 플라스틱 등 호흡기를 통해 축적되는 나노 입자에 대한 독성 연구가 한창이다. 이를 나노 독성학이라 한다. 인간이 매주 먹는 미세 플라스틱이 신용카드 한 장 분량이라 한다. 음식을 통해 먹기도 하겠지만, 작년 한해 120만 건의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되는 미세 오염물질도 포함될 것이다. 나노 물질에 병드는 것을 막고자 한다면 나노 물질의 원천을 아예 쓰지 말아야 한다.

테이크아웃용 플라스틱, 비닐 봉투, PET병 등의 사용을 규제하듯이 오로지 값싼 장식용으로만 쓰이는 자동차 외장용 플라스틱에 대한 대안도 찾아야 한다. 몇몇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생분해 자연성분 재질을 사용할 움직임을 보인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인테리어 뿐이다. 



사이버트럭을 단순 생김새로만 욕할 수 없다.

테슬라 사이버트럭은 대중적인 소비 시각으로 봤을 때 매력 없는 흉물로만 보일 것이다. 디자인을 하지 않은 디자인이란 댓글도 있다.

필자는 생각이 다르다. 사이버트럭은 허풍쟁이 일론 머스크가 환심을 사기 위해 내놓은 상품이 아니다. 그 예전 할리 얼(Harley J. Earl : 1940~50년대 미국 GM 디자인을 이끌었던 전설의 디자이너)이 그렸던 로켓 테일 핀의 상상력을 느낀다. 다분히 미국적인 이 상상력은 볼보를 비롯한 유럽 메이커까지 전파됐다. 문제는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부분 보다 꿈과 환상 만을 시각화했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사이버트럭은 다르다. 자동차 산업과 문화 전반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혁신이다. 그 혁신은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차는 부서지고 찌그러져야 안전한 것인가?

· 얇은 철판에 녹스는 걸 막으려고 도금하고 페인트칠하는 방식이 실용적인가?

· 차가 사람을 모셔야지 사람이 차를 모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 나를 만족시키는 장식은 결국 나를 병들게 한다는 걸 모르는가?

· 한 번쯤 생각은 해봤겠지만, 누가 실행에 옮길 수 있겠는가?

마지막 질문에 답을 해본다. 일론 머스크와 프란츠 폰 홀츠하우젠(테슬라 수석 디자이너) 밖에 없다. 테슬라 사이버트럭은 사이버틱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미국적 실용성이 돋보이는 대단한 디자인이 아닐 수 없다.

이준호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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