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오토엔뉴스

베일에 싸인 자동차 정보, 스포 당하는 즐거움에 대하여

임유신 입력 2019.12.10. 10:14 수정 2019.12.10. 10: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자동차 출시 전 신비주의 고수해야 할까?
신차 발표일까지 정보를 틀어막느냐, 미리 공개하느냐는 결정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자동차 회사는 개발 단계에서 정보 유출이 되지 않도록 각별하게 신경 쓴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스포일러는 에티켓 문제다. 요즘에는 대화할 때나 남들이 볼 수 있는 글을 적을 때, 미리 내용을 알려줄지도 모르기 때문에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영화나 소설, 애니메이션 등의 줄거리를 미리 알려주는 행위를 말하는 스포일러는 타인의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다. 줄거리나 극적인 요소를 미리 알아 버리면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는 재미가 떨어진다.

요즘은 온라인이나 SNS로 소문이 빨리 퍼지는 시대라 스포일러를 피하기 쉽지 않다. ‘스포 당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스포일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말머리에 ‘스포’라는 단어를 적어서 내용을 알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열어보지 않도록 배려하는 게 에티켓으로 자리 잡았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갈 때, 대기하는 사람이 들을 수 있어서 내용에 관해 크게 떠들지 않는 게 에티켓이다.

티저 이미지는 발표 전 맛보기로 정보를 공개하는 수단이다

모르는 것에 대한 정보 제공은 스포일러 외에 신제품 발표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발표 당일까지 보안을 유지하느냐, 발표 전에 공개하느냐는 결정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정보를 제한하면 관심을 끌어 올릴 수 있지만 기다리는 사람은 갑갑하다. 미리 공개하면 신선한 맛이 떨어지지만,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에게 결정을 빨리 내리도록 도움을 준다. 제품 공개는 단순히 정보 제공 시기가 언제냐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시장에서 경쟁 관계나 매출, 주가, 고객 반응 등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제품을 내놓는 회사는 신제품에 관한 정보 제공 시기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예전에 애플 제품은 기다리는 재미가 있었다. 워낙 보안이 철저해서 발표 전까지는 제품에 대해 알 수 있는 내용이 없었다. 궁금해서 갑갑하기는 해도, 발표일에 궁금증을 해소하는 쾌감이 컸다. 요즘 애플 제품은 미리 돌아다니는 정보가 신제품 내용과 거의 맞아떨어져서 기다리는 재미가 줄었다.

국산차도 공식 발표 전에 사전 공개 행사를 열어 정보를 공개하기도 한다

자동차도 신제품 공개에 민감한 분야다. 개발 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미리 정보가 새어 나가면 경쟁사에 정보가 넘어가는 등 이래저래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다. 가격이 비싸고 한 번 사면 오래 타기 때문에, 자동차를 사려고 하는 사람은 차가 나오기 전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알고 싶어 한다. 자동차 회사는 보안에 최선을 다하고, 사려는 사람이나 마니아는 많은 정보를 원하니 정보의 불균형이 이어진다. 그래서 위장막을 달고 돌아다니는 차 사진이나 예상도, 유출 사진에 관심이 쏠린다.

신차 정보는 트렌드가 달라졌다. 위장막이나 예상도는 예나 지금이나 많이 돌아다니는데, 요즘에는 실제 차 정보가 늘었다. 자동차는 발표일 전까지 완전한 보안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공장을 벗어나 무엇인가 하는 과정에서 실제 차 정보가 새어 나간다. 휴대폰으로 사진 찍어서 이곳저곳 올릴 수 있는 시대라, 아무리 조심해도 유출을 피하기 쉽지 않다. 심지어는 공장 등 보안 유지를 하는 곳에서 찍은 사진이 돌아다니기도 한다.

8세대 골프는 판매 몇 달 전에 모든 정보를 공개했다

자동차 회사마다 공개시기를 다루는 전략도 다르다. 개발 단계에서는 보안에 신경 쓰지만, 개발이 끝난 후 판매 전에 미리 공개하는 회사도 있다. 몇 개월 전에 디자인은 물론 가격이나 제원 등 구매 정보까지 싹 다 공개한다. 제품에 자신 있거나 충성도 높은 구매층을 확보한 회사가 주로 이런 방식을 택한다.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하는 모델이라면, 나라마다 보안을 유지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일찌감치 공개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국산차와 수입차는 신차 공개 의미가 다르다. 국산차는 주로 국내에서 최초 공개가 이뤄지지만, 수입차는 자국에서 이미 공개했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 공개는 의미가 크지 않다. 국내 출시 전에 테스트 목적으로 위장막도 없이 도로에 돌아다니는 수입차를 종종 볼 수 있다. 국산차도 수입해 파는 모델은 이미 정보가 다 공개된 상태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국산차는 국내 출시 전 정보를 다 알 수 있다

이제는 신차 정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사전 계약을 받기 위해 계약에 필요한 정보를 미리 공개하거나, 아예 대놓고 사전 홍보 목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차를 위장막 없이 도로에 내보내기도 한다. 공식 신차 발표 전에 사전 공개 행사를 열어서 정보를 미리 알려주거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티저 이미지 등을 몇 차례에 걸쳐 공개한다. 꼭꼭 숨기기보다는 유용한 방향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예전에는 신차 발표 전까지 자동차 회사가 목숨 걸고 정보 유출을 막았는데, 지금은 신차 정보를 다루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 신차 발표 전까지 신비로움을 유지해 보는 즐거움을 더하느냐, 미리 정보를 제공해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느냐, 전략적으로 활용해 홍보와 마케팅에 유용하게 써먹느냐는 자동차 회사의 판단에 달렸다. 미리 정보를 얻기 원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신비주의만 고수한다고 이득이 되지는 않는다. 상황에 맞게 전략을 잘 짜야 한다. 팔릴 차는 미리 공개하든 사전에 정보가 유출되든 잘 팔린다. 공개 시기보다는 정보 확인이 중요하다. 발표 당일 궁금증이 풀리는 쾌감보다 스포 당하는 즐거움이 더 크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evo> 등을 거쳤다. 얼마 전까지 글로벌 NO.1 자동차 전문지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 편집장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