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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설이다, 페라리 F8 트리뷰토

탑기어 입력 2019. 12. 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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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2cc V8 트윈터보. 8000rpm에서 최고출력 720마력, 3250rpm에서 최대토크 78.5kg·m. 0→시속 100km 가속 2.9초, 0→시속 200km 가속 7.8초, 최고시속 340km…….’ 검지손가락을 빨간색 시동 버튼 위로 옮기는 동안, 수없이 많은 숫자들이 뇌리를 스쳐 지났다. 간담이 서늘했다. 지난 20년간 ‘올해의 엔진 상’을 수상한 모든 유닛 가운데 최고로 뽑힌 엔진이 등 뒤에서 깨어날 참이다.

지난 20년간 ‘올해의 엔진 상’을 수상한 모든 유닛 가운데 최고로 뽑힌 엔진이 등 뒤에서 깨어날 참이다. 부릉~! 488 피스타가 선물한 트윈터보 V8이 기지개를 켰다. 혈기, 객기, 패기…. 가슴 속에 끓어오르는 이 감정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선택은 단 하나뿐이었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짓이기는 일. 최신 미드십 V8 페라리가 굉음을 내며 피트를 벗어났다.

섬뜩하도록 짜릿했다. 눈물 나도록 행복했다. 페라리가 격정을 분출할수록 괜한 걱정이 들었다. ‘운전이 이렇게나 즐거운데, 대배기량 슈퍼카 시대가 그만 저물어 버리면 어쩌나….’ 어쩌면 페라리도 같은 염려를 했을지 모른다. 그들은 제조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한정생산 스페셜 에디션(488 피스타)에 들어간 기술 대부분을 일반 모델(F8 트리뷰토)에 담았다.

F40으로부터 물려받은 엔진 덮개 아래 488 피스타에서 빌려온 트윈터보 V8을 담았다. 헤리티지와 첨단기술이 한 자리에 포개졌다 

게다가 모델 이름으로 페라리 V8 역사에 대한 경의를 담았다. F8 트리뷰토는 페라리(F) 8기통 엔진(8)에 대한 헌사 (tributo)다. 불꽃처럼 타오르던 내연기관 슈퍼카 시대를 향한 작별 인사로 해석해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미 그들은 1000마력 하이브리드 양산 슈퍼카를 내놨다. 미래를 알 수 없는 시대다. 자동차 세계는 혼란기에 접어들었다.

배기가스 규제, 모빌리티 전동화, 자율주행기술의 대두…. 무엇 하나 기존 슈퍼카에 유리한 변화는 없다. 대배기량 슈퍼카 시대가 언제 저물어도 놀랄 일이 아니다. 페라리가 ‘V8 진화의 마지막 장’이라고 선포해도 좋을 만큼 빼어난 엔진을 양산형 스포츠카에 욱여넣은 이유다. 티타늄 커넥팅 로드와 내부 경량부품을 포함한 엔진의 모든 부분은 488 피스타와 같다.

1L에 185마력을 뿜어내는 3.9L V8 트윈터보 엔진이다. 최고출력은 488 GTB보다 50마력 높다. 최대토크는 1.02kg·m 높다. 배기음은 5dB 더 우차다. 엔진 무게는 18kg 줄었고, 차체 무게는 40kg 가볍다. 배기 매니폴드에 인코넬을 사용해서 9.7kg을 덜어내고, 커넥팅 로드에서 1.7kg, 플라이휠과 크랭크샤프트를 2.7kg 경량화했다.

용인 스피드웨이에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기를 찢을 듯 사나운 결기를 맹렬하게 뱉어냈다. 창자처럼 굽이치는 트랙 위를 쏜살같이 헤집고 달렸다. 피와 살이, 정신과 혼마저 전후좌우로 쏠렸다. 직선주로는 순식간에 꿀꺽 삼켜버렸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488 GTB보다 0.1초, 피스타보다 0.05초 빠르다.





엔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488 GTB와 유사하다. 알루미늄 모노코크를 사용했고 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달았다. 서스펜션 세팅, 스티어링휠, 스테빌리티 컨트롤과 같은 주요 시스템에도 작지만 분명한 변화를 줬다. 흡기구는 리어 스포일러 양 끝으로 자리를 옮겼다. 덕분에 냉각효율이 좋아졌다. 실린더 내 공기 온도는 488 GTB보다 7% 더 낮다. 그밖에 커넥팅 로드, 크랭크 샤프트, 플라이휠 무게를 줄여 회전 저항을 낮췄다. 덕분에 엔진 반응이 더욱 민첩하다.

S-덕트가 이전 모델보다 15% 강력한 프런트 다운포스를 생성한다

차체 곳곳 스페셜 모델, 헤리티지 모델, 경주차에서 따온 요소가 한가득이다. 488 피스타에게서 물려받은 건 엔진만이 아니다. 더욱 세심하게 다듬은 S-덕트가 프런트 다운포스를 15% 높인다. 차체 뒷부분 디자인에는 선대 V8 모델에 대한 존경의 뜻을 담았다. 가지런히 정렬한 쿼드 테일램프와 그 주변으로 날렵하게 오므린 라인은 308 GTB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다. 칼집 낸 엔진 덮개는 F40에 대한 오마주다.



흡기시스템과 공기역학 기술은 488 챌린지 경주차에서 빌려왔다. 주행 상황에 따라 각도를 조절하는 리어 디퓨저 액티브 플랩도 바람을 다스리는 데 일조한다. 720마력을 내는 매혹적인 괴물을 다루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엄청난 힘을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도록 만든 페라리 매직 덕분이다. 마법의 중심에는 페라리 가변토크관리 시스템이 있다. 엔진 회전수에 따라 토크를 선형적으로 뿜어낼 수 있도록 스스로 다독여서 자연흡기 엔진의 매력과 터보 엔진의 장점을 모두 손에 넣었다.

포그램프를 떼어낸 건 괘씸하지만, 춤추는 디퓨저를 달았으니 용서해주자 

6.1로 진화한 사이드슬립앵 컨트롤(SSC)은 누구나 예쁜 궤적을 그리면서 코너를 공략하도록 돕는다. 운전자 자신감을 북돋는 페라리 다이내믹 인헨서(FDE)는 레이스 모드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스티어링 감각은 블루 코르사 컬러만큼이나 선명하고, 브레이크 성능은 날 선 배기음만큼이나 단호했다. 트랙 주행 시간은 그리 오래 허락되지 않았다. 상관없었다. 다만 이 엔진, 이 놀라운 작품이 세상에 머무는 시간이 하루라도 더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피트에 돌아왔다. 좌우 패들시프트를 동시에 당겨 기어를 중립에 뒀다. 쉽사리 확신할 수 있었다. 레트로 디자인과 최첨단 기술을 집약해 완성한 F8 트리뷰토. 이 차는 좀비 같은 전기차로 들끓는 미래 자동차 세상에 페라리가 남긴 또 하나의 전설이다.



FOR  헤리티지와 비전을 집대성한 디자인. 빈틈없는 운동성능 

AGAINST “부분변경은 이제 그만!”을 외치고 싶지만, 전기차로 나올까봐 참았다


김성래 사진 이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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