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 K7 VS 혼다 어코드

조회수 2019. 8. 10. 09:00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HYBRID SEDAN BATTLE

토요타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하이브리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두 대의 자동차, 기아 K7과 혼다 어코드가 만났다. 이 전쟁에 승자가 있을까?

MATCH COMPLETE

기아 K7이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하며 프리미어라는 이름을 내세웠을 때 단번에 떠오른 라이벌은 토요타와 렉서스에 있었다. 아직 K7 하이브리드 모델에 위장막이 씌워져 있던 시절, 온 몸에 전선을 칭칭 감고 있던(측정을 위한 장비를 연결하는 것이다) 렉서스 ES가 같이 다녔던 광경을 본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토요타가 신형 아발론을 개발하고 있을 때 그 옆에는 기아 K7이 꼭 붙어 다녔다. 그만큼 서로에게 영향을 준 것만큼은 분명하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갑자기 혼다 어코드가 등장한 것에 당황하는 이들도 있으리라. 그러나 이 세상에는 ‘친구의 친구는 친구’라는 법칙이 있지 않은가! 그것을 반대로 뒤집어보면 ‘라이벌의 라이벌은 라이벌’이라는 법칙도 나온다.

토요타의 라이벌은 혼다! 캠리의 라이벌은 어코드! 의식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다 보니 어느 새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출발선에 서 있었다. 그렇다면 K7에서도 하이브리드가 출격할 차례이다.

자고로 하이브리드 관련 특허는 토요타가 독점하고 있는 것이 많다. 올해 4월, 그들이 갖고 있던 하이브리드 특허들을 경쟁 업체들에게 무상 제공하기로 선언했지만, 이미 이를 피해 자체적으로 기술을 가진 이들이 굳이 기술을 사용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게다가 혼다도, 기아자동차도 하이브리드 기술에 있어서는 경지에 올라와 있고 그 능력을 일전에 체감해보기도 했다. 그러니까 토요타가 끼여들 여지는 지금으로서는 없는 셈이다.

BIG GRILL, BIG INTERIOR

사람이 처음 만날 때 얼굴을 마주본다고 한다면, 자동차는 앞모습을 먼저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모여있는 두 대 모두 한 번 보면 쉽사리 잊기 힘든 강인한 인상을 갖고 있다.

그런 와중에 재미있는 것은 각 제조사의 정체성을 살리며 다른 디자인을 적용한 가운데 또 다른 공통점이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그릴과 헤드램프에서 말이다.

K7 특유의 음각 호랑이코 그릴은 원래도 작지 않았지만, 프리미어로 바뀌면서 더 커졌다. 크롬을 두르고 있는데다가 양 끝부분을 Z자 형상의 LED 주간주행등이 감싸고 있으니 원래 크기보다도 더 웅장해 보인다.

얇고 길게 다듬은 헤드램프는 4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LED를 심었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강인한 인상을 보여준다. 오히려 범퍼 하단의 에어 인테이크를 감싸는 크롬 라인이 평범해 보일 정도다.

어코드는 엄밀히 따지면 K7보다 조금 작지만, 그릴의 크기와 헤드램프의 형상으로 압도하려 든다. 마치 날개와도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 혼다 특유의 크롬 그릴은 상단의 절반 이상을 잠식한 것도 모자라 헤드램프 윗부분까지 손을 뻗쳤다.

그 아래 있는 헤드램프는 각 구역이 좀 더 촘촘하게 나누어져 있어 마치 곤충의 겹눈을 보는 것 같다. 그릴 아래 검은색으로 크게 뻗어 있는 에어 인테이크는 마치 ‘크게 입을 벌린 것 같은 생물체’를 연상시킨다.

전면의 모습만큼 전체적인 인상도 큰 차이가 있다. K7 프리미어는 중후함을 기반으로 약간의 스포티를 더하고 있는데 비해 어코드는 스포티를 넘어선 공격적인 형태를 기반으로 패밀리카에 맞는 고급스러움을 약간 더한 형태다.

그것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측면의 캐릭터 라인으로 어코드는 차체 하단을 파고 들어가는 형태로 공기역학적인 특성과 함께 디자인적으로 극적인 형태를 추구한다. 테일램프의 형상과 뒷모습에서도 그 차이는 극명하다.

실내로 들어오면 뜻밖의 일이 펼쳐진다. 공간 활용성 면에서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어코드에게 생각지도 못한 비밀병기가 있었다.

본디 기아차가 한정된 크기 내에서 실내 공간은 제일 잘 뽑아내고 있는데다가 이번에 적용한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와 그에 어울리도록 다시 다듬은 대시보드 디자인 등 K7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요소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실내에서는 어코드의 패배가 확정되었다는 느낌도 있었다.

그러나 오랜 기간 북미 시장 전용 모델을 만들며 적립해 온 관록은 무시할 수 없었다. 비록 디자인만을 놓고 본다면 패배를 확정할 수도 있겠지만, 앉았을 때 느껴지는 공간감과 스티어링을 잡고 기어노브 또는 스위치를 조작하는 감각에서는 비등한 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고급스럽다는 면에서는 K7이 아주 약간 앞서지만 말이다. 그리고 비밀 병기인 트렁크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이 곳에서는 K7의 절대적인 패배 소식이 울렸다.

MORE POWERFUL & ECO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이유들 중에 가장 큰 것은 ‘연비’일 것이다. 그런데 과거라면 연비만 볼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하이퍼카도 하이브리드를 적용하는 시대에 연비를 위해 역동성을 포기할 이유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평범한 세단도 뛰어난 스포츠카가 되고자 하는 시대이다.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는 자동차들이 오래 살아남는 것을 넘어 더 폭넓게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 점에 있어서는 K7 프리미어가 어코드보다 약간 불리한 면이 있을 것이라고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스티어링을 잡고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주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고정관념은 산산이 부서졌다.

스포츠카처럼 과감하게 코너를 공략할 수는 없어도 와인딩 도로에서 스티어링을 돌리는 재미를 찾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고속 영역으로 이동할수록 거동이 안정적으로 변해간다.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하면서 드디어 K7에게도 패들시프트가 생겼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맞추고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높은 엔진 회전을 사용하면, 어느 새 잠자고 있던 주행에 대한 본능이 살아난다.

그렇게 주행해도 연비 걱정이 크게 들지 않는 이유는 과격한 흐름 속에서도 엔진 대신 전기모터가 수시로 개입해 연료 낭비를 줄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기록한 연비는 15km/ℓ 이상. K7 하이브리드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를 찾는 게 더 힘들다.

어코드는 K7과는 하이브리드 작동방식이 다르다. 주행 상황에 따라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는 나지만, 주로 주행을 담당하는 것은 전기모터이다. 그래서 출발 감각이 가볍고, 시내 그리고 간선도로에서는 출력 부족을 느낄 수 없다.

고속 영역에 돌입하면 비로소 엔진이 동력에 개입하는데, 이를 통해 전기모터의 약점인 고속 주행 능력을 보완한다. 일전에 어코드 2.0ℓ 터보차저 모델을 탑승하고 짜릿함을 느꼈었는데, 하이브리드에서도 거의 동일한 느낌을 받는다.

K7과 동일하게 패들시프트가 있는데, 변속을 위한 것이 아니라 회생제동 강도를 조절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고회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지만, 승차감과 함께 코너링 성능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혼다 특유의 서스펜션 반응은 와인딩 도로에서 자꾸만 코너를 공략하고 싶게 만든다.

무엇보다 뒷바퀴를 지면에 붙이는 능력은 K7보다 한 수 위로 쳐줘야 할 것 같다.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감 역시 인상적이다.

다시금 두 대와 마주해 본다. 처음에는 우열을 쉽게 가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탑승해 보면 볼수록, 비교 영역이 늘어날수록 그것을 가리기 어려워졌다.

자신의 취향이 확고하다면야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바람이 부는 대로 팔랑이는 귀를 가진 필자에게는 그조차 어렵다. 과연 누구에게 우승컵을 줘야 할까? 이대로 포기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우승자가 주겠다는 선물을 듣고 결정해야 하나?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KIA K7 PREMIER HYBRID

길이×너비×높이 4995×1870×1470mm

휠베이스 2855mm

엔진형식 I4+E, 가솔린

배기량 2359cc

최고출력 159ps

최대토크 21.0kg·m

변속기 6단 자동

구동방식 FWD

복합연비 16.2km/ℓ

가격 3765만원


HONDA ACCORD HYBRID

길이×너비×높이 4890×1860×1450mm

휠베이스 2830mm

엔진형식 I4+E, 가솔린

배기량 1993cc

최고출력 145ps

최대토크 17.8kg·m

변속기 E-CVT

구동방식 FWD

복합연비 18.9km/ℓ

가격 4470만원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