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호적수의 대결, 쌍용 티볼리 vs. 기아 셀토스

모터트렌드 입력 2019.09.09 08:3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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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한 듯 크기는 물론 실내공간과 편의장비까지 비슷한 셀토스가 티볼리 앞에 섰다. 과연 티볼리는 소형 SUV 시장의 왕좌를 계속 지켜낼 수 있을까?

국내에 소형 SUV 시장을 연 건 쉐보레 트랙스다. 하지만 이 시장을 키운 건 쌍용 티볼리다. 국산 소형 SUV 시장은 티볼리 출시와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13년 판매대수가 9000대 안팎이었지만 2015년 티볼리 출시 이후 8만2000여 대로 크게 올랐다. 이 가운데 4만5021대가 티볼리였다. 2019년 5월까지 티볼리의 글로벌 누적 판매대수는 30만1765대다. 그런데 이 숫자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국내 판매대수가 21만8468대, 수출대수가 8만3297대라는 점이다. 국내와 해외의 판매대수가 큰 차이를 보이는 건 국내에서 티볼리에 대적할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실제로 티볼리는 출시 이듬해인 2016년엔  5만6935대로 판매량이 치솟았다가 현대 코나가 출시된 2017년에 5만5280대로 소폭이지만 줄었고, 2018년에는 4만3897대로 떨어졌다. 반면 2017년 2만3522대로 출발한 코나의 판매대수는 2018년 5만468대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판매대수만 보면 지난해 코나가 티볼리를 앞섰다(단, 코나는 전기차 모델을 더한 수치다. 전기차 모델을 빼면 3만9275대다).

티볼리는 올해 서둘러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였다. 페이스리프트지만 겉모습은 크게 손대지 않았다. 티볼리를 사는 고객의 상당 부분이 디자인 때문이란 걸 알아서다. 대신 상품성을 크게 개선했다. 코란도에도 적용된 디지털 계기반 블레이즈 콕핏과 스마트 미러링을 더했다. 안전장비도 풍성하게 준비했다. 비록 옵션이지만 20만원을 더하면 운전석 무릎 에어백을 챙길 수 있다. 휘발유 엔진도 1.5ℓ 터보 엔진으로 교체했다. 코나에게 더는 자리를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페이스리프트다. 그런데 이 시장에 또 다른 경쟁자가 등장했다. 기아 셀토스다. 작정한 듯 티볼리와 크기는 물론 실내공간과 편의장비, 안전장비까지 비슷한 셀토스가 티볼리 앞에 섰다. 과연 티볼리는 소형 SUV 시장의 왕좌를 계속 지켜낼 수 있을까?

주행품질과 핸들링

베리 뉴 티볼리는 여러 면에서 비로소 제대로 다듬어졌다는 느낌이다. 이전의 티볼리는 부드럽게 출발하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거칠고 투박했다. 엔진은 소리만 지를 뿐 힘을 주지 못하고 변속기는 허둥거렸다. 승차감이나 조종 성능은 마치 트럭을 탄 것처럼 흔들거리고 헐거웠다. 이에 비하면 페이스리프트된 베리 뉴 티볼리는 확실히 나아졌다는 것이 에디터 대부분의 의견이다.

쌍용 티볼리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이전 티볼리에 비해서다. 티볼리가 발전하긴 했지만 아직 시장의 기대에는 부족하다. 그중 하나는 여전히 높은 시트 포지션이다. 비록 대시보드와 운전대 높이가 높아져서 이전보다 위화감은 덜해졌지만 이진우 편집장의 표현대로 여전히 작은 트럭에 올라타는 기분은 어쩔 수 없다. 이진우 편집장과 고정식은 쌍용 티볼리를 한마디로 ‘굼뜨다’라고 정리했다. “터보 지체현상 때문에 엔진 반응도 굼뜨고, 변속기도 굼뜨기는 마찬가지예요.” 고정식의 말이다. “운전대를 돌려도 차체는 굼뜨게 코너를 돌기 시작해.” 이진우 편집장이 덧붙였다. “그나마 정숙성은 그만그만해 크게 거슬리지 않으니 칭찬할 만해.” 서인수는 고정식이 불만을 내보였던 원인을 짚어냈다. 더욱 안락하게 만들려다 보니 운전대가 너무 가벼워졌고 서스펜션도 이전보다 훨씬 물러졌다는 것이다. “파워트레인은 여전히 거칠고 한 박자 느리기까지 하니 전반적으로 굼뜰 수밖에 없어.” 안정환이 마지막으로 정리를 했다. “베리 뉴 티볼리는 경쟁자들의 평균점에 도달하지 못한 것 같아요.”

기아 셀토스는 티볼리에 비해 출발부터 산뜻하다. 일단 바퀴가 돌아가는 감촉이 매끄럽다. 그리고 이제는 익을 대로 익은 1.6ℓ 휘발유 터보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 파워트레인이 차를 매끈하게 밀어낸다. 실제로 이 차가 네바퀴굴림이라는 걸 구동계의 저항감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파워트레인은 매우 정교했다. 조종 감각도 아주 무난하다. 무게중심은 조금 높은 편이지만 티볼리에 비해 탄탄한 서스펜션과 조금 더 정교한 조향 장치 덕택에 시가지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대부분의 상황을 아주 손쉽게 해치울 수 있었다. 다만 속도가 올라갈수록, 코너가 급해질수록 허둥거리는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역시 높은 무게중심 때문이다. 하지만 아주 활기찬 파워트레인이 더 달리고 싶어 하는 것을 무난한 세팅의 섀시가 조금 귀찮아하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기아 셀토스

셀토스는 소형 SUV로서는 거의 한계까지 플랫폼을 늘리고 높여서 만든 차다. 그렇다면 당연히 조종 성능이나 주행 질감에서는 부작용이 있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일상 영역에서는 거의 흠잡기 어려울 정도로 현실적인 범주에서 매우 우수했다. 다만 ‘조금 더’를 원할 때는 미안해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안정환의 총평이 셀토스를 정확하게 요약한다. “셀토스가 감동적인 실력을 보여주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소형 SUV로서 수긍이 가는, 전반적으로 높은 완성도가 좋아요.”

주행성능과 테스트 결과

제동 감각에서는 아주 큰 차이가 날 것 같았다. 티볼리는 급제동에서 훨씬 거칠게 차체를 요동쳤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셀토스는 생각보다 차체의 흔들림이 적었다. 물론 두 모델 모두 앞바퀴에 더 많은 하중을 갖고 있고 키가 작지 않아서 무게중심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기는 하지만 감각상으로는 셀토스의 압승을 예상했다.

쌍용 티볼리

하지만 실제 시속 80km에서 제동거리는 셀토스(26.3m)와 티볼리(27.1m)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티볼리는 최대한 짧은 거리에서 제동하기 위해 노력하는 반면 셀토스는 안정적인 제동 감각을 위해 약간 보수적으로 ABS를 설정한 성격이 제동거리를 더 줄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기 때문에 실제 차이는 얼마 나지 않았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듯 두 모델이 갖는 성격적인 공통점이 근본적으로 큰 차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두 모델 모두 앞머리에 무게가 많이 쏠리는 느낌은 피할 수 없었지만 제동거리 자체는 상당히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실용적인 면에서는 칭찬받을 만한 제동 성능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기아 셀토스

베리 뉴 티볼리가 배기량당 가장 큰 토크를 발휘한다고 하지만 100cc가 큰 셀토스의 엔진이 절대 토크나 출력에서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또한 허둥대고 느슨한 티볼리의 자동변속기는 민첩하지는 않지만 단연 효율적인 셀토스의 듀얼 클러치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발진 가속 테스트에서 셀토스가 시속 20km에 먼저 도달했다는 것으로 시합은 이미 끝났다.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발진 가속 시 큰 토크를 한꺼번에 받아서 전달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기에 초기 가속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시승차처럼 네바퀴굴림일 경우에는 변속기의 부담이 훨씬 커진다. 그럼에도 셀토스가 처음부터 이겼다는 건 이미 시합이 끝났다는 뜻이다.



 레드존까지 치고 올라가기 전에 미리 느슨하게 변속하는 티볼리의 변속 감각과 아주 민첩하게 처음부터 가속하는 셀토스의 초기 가속력을 고려하면 최종 기록이 약 2초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는 게 조금 의외다. 사실 여기에서도 이유는 셀토스에 있다.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보호하기 위해 최대한 충격을 방지하는 부드러운 변속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조금 더 가속 성능을 이끌어낼 여지는 있겠지만 셀토스는 보편적으로 만족스럽고 안전한 선택을 했다는 것이 발진 가속 테스트에서도 드러났다.

글_나윤석

코란도와 꼭 닮은 베리 뉴 티볼리의 실내. 최고급 트림(V7)의 시승차는 디지털 계기반인 블레이즈 콕핏과 스마트 미러링 내비게이션 패키지를 챙겼다.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실행하면 그 화면이 계기반 가운데에 뜬다.

운전석과 실내 공간

지난달 고정식이 국산 소형 SUV의 서열을 정리했다며 파일을 하나 보냈다. 그의 정리에 따르면 베뉴가 가장 작고, 스포티지가 가장 크다. 티볼리와 셀토스는 그 중간에 있는데 티볼리가 셀토스보다 휠베이스는 3cm, 길이는 15cm 짧다(현대 베뉴<르노삼성 QM3<기아 스토닉<현대 코나<쌍용 티볼리<쉐보레 트랙스<기아 셀토스<쌍용 코란도<현대 투싼<기아 스포티지 순이다). 그런데 실내 공간이 거의 비슷하다. 셀토스는 늘어난 길이를 트렁크에 쏟아부었다. 두 차는 시트 포지션과 구성도 차이를 보인다.

셀토스의 실내 구성은 기아차 형제 SUV들과 거의 같다. 노블레스 트림의 시승차는 센터페시아 아래에 2단으로 나뉜 휴대전화 무선충전 패드를 갖췄다. 기아차 처음으로 보스 오디오를 챙긴 걸 강조하기 위해 스피커를 기하학적인 면으로 독특하게 디자인했다.

“티볼리는 시트 포지션이 운전대 높이에 비해 너무 높아. 그래서 트럭처럼 운전대가 누워 있어. 이전보다 시트가 껑충하지 않게 느껴졌던 건 대시보드의 윗선이 높아지면서 만든 착시현상인 거였어.”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티볼리 시트에 올라 운전대를 휙휙 돌리며 말했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쳤지만 트럭 느낌이 나는 건 여전해. 시트 포지션이 높아 운전 자세도 승용 같은 느낌이 옅고.” 이진우 편집장도 티볼리의 운전석을 못마땅해했다. 우린 모두 이전 모델보다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어색한 티볼리의 시트에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쌍용 티볼리

반면 셀토스의 운전석은 티볼리처럼 어색하지 않다. “눈으로 보면 확실히 소형차 수준을 넘은 느낌이야. 시트도 괜찮고, 시각적으로도 넓고 잘 정돈된 것 같아.” 나윤석 칼럼니스트의 말이다. “셀토스는 시트에 앉자마자 현대·기아차라는 걸 알 수 있어. 실내 구성이 굉장히 익숙해.” 이진우 편집장이 셀토스의 센터페시아를 살피며 말했다. “셀토스의 실내는 형님 격인 스포티지보다 나아요. 디스플레이(10.25인치)와 클러스터 LCD(7인치) 모두 셀토스가 더 커요.” 옆자리에 앉은 박호준이 외쳤다.

기아 셀토스

“티볼리는 코란도의 실내와 판박이예요. 커다란 디스플레이 주변을 반들반들한 검은색 플라스틱으로 휘감고, 기어노브에도 검은색 플라스틱을 붙였어요. 그런데 뭔가 과한 느낌이에요.” 안정환의 이 말에 김선관이 목소리를 높였다. “티볼리의 실내가 셀토스에 비해 정돈된 느낌이 덜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전 감동이었어요. 디지털 계기반이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바로 소리예요. 방향지시등 소리나 옆 차선에서 차가 접근할 때 나는 소리, 앞차가 출발할 때 들리는 소리가 다 달라서 눈으로 보지 않아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요. 이게 운전 피로도를 상당히 낮춰주더라고요.” 김선관은 티볼리의 소리에 마음을 뺏긴 눈치다. 나 역시 애플 카플레이의 티맵 지도를 디지털 계기반 가운데에 큼지막하게 띄워주는 티볼리의 스마트 미러링(60만원짜리 옵션이다)에 감동하긴 했다.

쌍용 티볼리

셀토스는 계기반 가운데 LCD 디스플레이가 있긴 하지만 디지털 계기반이 아예 없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셀토스를 이기기에는 티볼리의 편의장비와 안전장비가 조금씩 부족하다. 크루즈컨트롤은 있지만 어댑티브가 아니라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고(셀토스는 113만원짜리 드라이브 와이즈 옵션을 선택하면 내비게이션 속도 제한 안내에 따라 스스로 속도를 줄이기까지 하는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을 누릴 수 있다), 휴대전화 무선충전 패드도 갖추지 못했다(셀토스는 가장 윗급의 노블레스 트림에만 넣을 수 있는 하이컴포트 옵션에 휴대전화 무선충전 시스템이 포함된다). 셀토스 노블레스 트림에서는 기아 모델 처음으로 보스 오디오를 옵션으로 넣을 수도 있다. “셀토스는 반칙이야. 소형차 맞아?” 나윤석 칼럼니스트의 말처럼 셀토스에는 없는 게 없었다.

기아 셀토스

뒷자리 역시 셀토스의 완승이다. 레그룸은 티볼리가 조금 넓지만 엉덩이 쿠션이 짧아 허벅지가 불편하다. 티볼리 뒷자리의 가장 큰 단점은 에어컨과 히터 송풍구가 없다는 거다. “요즘처럼 더운 여름날 티볼리 뒷자리에 앉는 생각만 해도 눈앞이 깜깜해져요.” 김선관의 말에 냉면을 먹을 때도 땀을 줄줄 흘리는 고정식이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티볼리는 뒷자리에 USB 포트도 없다(셀토스는 송풍구는 물론 USB 포트 하나와 작은 수납공간도 있다). “뒷자리에서 티볼리가 나은 걸 찾았어요! 헤드룸이 셀토스보다 주먹 하나만큼 넓어요.” 하지만 이것만으로 티볼리가 셀토스를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다. “셀토스는 뒷자리 시트를 더 높이 배치하면서 뒷자리 승객의 시야와 개방감을 높였어. 소형 SUV가 뒷자리 승객을 위한 구조까지 신경 쓴 건 꽤 신선하지. 소형이지만 소형 이상의 쓰임과 활용도도 염두에 두었다는 뜻이잖아.” 이진우 편집장의 말처럼 셀토스는 앞자리는 물론 뒷자리와 트렁크까지 꼼꼼히 신경 쓴 티가 역력하다. 티볼리가 제대로 된 적수를 만났다.

글_서인수

연비

시승 장소로 출발하기 전, 한자리에 모인 에디터들이 오순도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기아 셀토스다. 셀토스의 제원을 살피던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가장 먼저 입을 뗐다. “맙소사, 티볼리보다 더 큰 셀토스가 공인 연비에서 우위를 보여.” 셀토스의 표시 연비(시내, 고속도로, 복합)는 10.1, 12.5, 11.1km고, 티볼리의 연비는 리터당 9.2, 11.8, 10.2km다. 옆에 있던 고정식이 나윤석 칼럼니스트의 말을 거들었다. “공인 연비에서 셀토스가 앞서니까 실제로도 셀토스가 나을 확률이 높을 것 같은데요.” 고정식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두 차 모두 가솔린 터보 모델에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들어갔다. 차이가 있다면 셀토스의 배기량은 1.6ℓ, 티볼리는 1.5ℓ다.

<모터트렌드> 사무실에서 시승 장소까지는 시내(10%), 자동차 전용도로(20%), 고속도로(70%)가 고루 섞여 있다. 셀토스가 이동하면서 기록한 평균 연비는 리터당 11.4km다. 그럼 티볼리는? 리터당 12.0km다. 시승차 수령 시각이 서로 다르다 보니 출발 시각과 인원이 조금 차이가 생겼다. 주행 조건을 엄격하게 맞춘 상황에서 나온 결과가 아니기에 연비 대결의 우위를 가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진 않았다. 그래도 대략을 가늠하기엔 부족함 없는 숫자다.



“변속기만 셀토스가 유리한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지?” 의아해하는 나윤석 칼럼니스트의 말에 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던 고정식이 느리게 입을 열었다. “그러게요. 티볼리는 6단 자동변속기를 품었지만 셀토스는 듀얼클러치 방식의 자동변속기를 사용해요. 듀얼클러치는 두 개의 기어 세트가 번갈아 움직이기 때문에 변속이 빠르고, 클러치가 동력을 직접 전달해 손실을 줄일 수가 있죠. 기어도 더 많으니까 연비가 좋을 수밖에 없어요. 무게 역시 셀토스가 더 가볍고요.” 티볼리의 무게가 1470kg인 반면 셀토스는 1425kg이다.

“하지만 세팅 차이가 이런 결과를 만든 것 같아요.” 박호준이 기록지를 살피며 말했다. “셀토스는 엔진을 최대한 짜내며 회전수를 높게 가지고 가는 편이에요. 그런데 티볼리는 그렇지 않아요. 시속 100km 주행 때 회전수만 봐도 그래요. 셀토스는 2000rpm, 티볼리는 1800rpm을 기록했어요.” 박호준의 말에 나윤석 칼럼니스트도 고개를 끄덕였다. “주행 테스트에서도 이 같은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어. 두 차 모두 레드라인이 6500rpm으로 같은데 0→시속 100km 가속 성능 테스트에서 티볼리는 5000rpm 부근에서 변속하지만 셀토스는 레드라인에 근접해서야 기어 단수를 위로 올려.” 셀토스를 운전하면 가속할 때 스포티한 기분을 낼 순 있겠지만 왕성하게 돌아가는 만큼 연료 소비는 높다. 전체 영역을 봐도 티볼리가 셀토스보단 엔진 회전수를 적게 쓴다.



“객관적으로 보면 티볼리의 연비가 조금 아쉬워요.” 하와이안 셔츠로 한껏 멋을 낸 안정환의 말이다. “셀토스보다 엔진 배기량이 100cc 남짓 적고 출력도 14마력이나 낮잖아요. 스펙만 놓고 보면 티볼리가 좋은 조건인데 그 차이가 고작 리터당 0.6km밖에 안 돼요. 더 뽑아낼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심지어 타이어조차 티볼리가 유리하다. 티볼리는 금호 솔루스 TA31(215/50 R18), 셀토스는 같은 금호타이어지만 마제스티 9 솔루스 TA91(235/45 R18)를 신었다. 티볼리의 타이어 단면 폭은 215mm인 반면 셀토스는 245mm다. 접지면이 클수록 마찰력이 커지기 때문에 연료효율 면에서 당연히 불리하다. 하지만 복병이 있었다. 모두들 티볼리의 지붕 위에 얹힌 박스에 고개를 돌렸다. “저 루프박스만 없어도 연비가 리터당 1km는 좋아지지 않았을까?” 서인수의 말에 모두들 헛웃음을 지었다.

주행 환경을 정확히 맞추지 못했기에 우린 어느 차가 우위에 있다고 명확하게 결론을 낼 수 없었다. 그리고 시승 장소까지 운전한 고정식과 나의 너무 다른 운전 습관 때문에 더욱더 그랬다. 하지만 한 가지 재발견한 게 있다. 티볼리의 변속기다. 3년 전 시승했을 땐 시속 80km에 다다라야 톱기어인 6단을 물었는데 이젠 그보다 빠른 것처럼 느껴진다. 명확한 기어비로 확인하고 싶었지만 쌍용에서 티볼리의 기어비를 알려주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다. 물론 기아도 마찬가지다.

글_김선관

쌍용 티볼리

구매와 소유 비용

티볼리의 높은 판매량이 의아했던 적이 있다. 코나가 등장하기 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르노삼성 QM3, 기아 니로, 쉐보레 트랙스의 판매량을 모두 더해도 티볼리 판매량보다 적었다. 하지만 취향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디자인은 제외하더라도 주행성능, 연비, 승차감에서 티볼리가 썩 뛰어난 구석은 없었다(<모터트렌드> 2017년 2월호에 자세히 나와 있다). 굳이 티볼리의 인기 비결을 꼽자면 ‘급을 뛰어넘는 안전과 편의장비’ 정도다.

티볼리 앞시트 등받이 뒤에는 모양을 바꿀 수 있는 고무줄이 있다.

하지만 2년 6개월이 지난 지금은 다르다. 셀토스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비교시승 결과 거의 모든 부분에서 셀토스가 티볼리보다 나은 성적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구매와 소유 비용은 어떨까? 일단 구매 가격은 티볼리가 더 저렴하다. 기본 가격과 최고 가격, 가솔린 모델과 디젤 모델 모두 그렇다. <모터트렌드> 에디터 중 옵션 선택에 가장 민감한 서인수가 선택한 구성으로 비교해도 티볼리가 160만원 정도 싸다. “티볼리는 무릎 에어백이 옵션이야. 안 넣자니 꺼림칙하고 넣자니 뭔가 억울해. 아예 선택할 수 없는 셀토스보단 낫지만 말이야.” 서인수의 말이다. 티볼리는 트림에 관계없이 모든 구매자에게 70만원의 현금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셀토스는 신차란 이유로 프로모션이 전혀 없다(8월 10일 기준). 참고로 셀토스는 8000여 대의 사전예약 대수를 기록했는데 물량 공급에는 차질이 없다는 게 기아차 딜러의 주장이다. 길면 3주, 짧으면 열흘 안에 출고가 가능하다. 티볼리는 더 빠르다. 일주일도 걸리지 않는다.

기아 셀토스

소유 비용은 셀토스가 앞선다. 그런데 그 폭이 꽤 크다. 시작은 보험료다. 티볼리가 셀토스보다 20만원 남짓 비싸다. 흔히 ‘자차’라고 부르는 자기차량손해 항목에서 10만원 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건 두 가지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티볼리가 유독 사고가 잦아 보험 수가가 올라갔거나 쌍용차의 부품과 수리 비용이 기아보다 비싸다는 것이다. 또한 시승차를 기준으로 연간 예상 기름값을 비교했을 때(한국에너지공단 기준. 1만5000km 주행 시) 셀토스가 약 210만원, 티볼리가 약 230만원으로 20만원의 차이가 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선수금 30%에 36개월 할부를 기준으로 했을 때 셀토스는 2.9%, 티볼리는 3.9%의 이율이 적용된다. 고작 1% 차이지만 3년이 쌓이면 이자로 지불하는 금액만 30만원 이상 벌어진다. 종합해보면 보험료, 기름값, 할부이자를 더했을 때 매년 셀토스가 티볼리보다 50만원 정도 돈이 덜 든다. 차를 3년 이상 소유할 계획이라면 구매 가격에서 벌어졌던 차이를 유지비로 전부 만회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아 셀토스의 2열 송풍구

“티볼리는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을 마련해놨어요. 데칼 종류만 13가지나 돼요. 시승차에 얹힌 일체형 루프박스도 쌍용이 제공하는 커스터마이징 중 하나고요.” 안정환이 말했다. 하지만 김선관은 “그럼 뭐해. 정작 마음에 드는 커스터마이징이 하나도 없는데”라고 일침을 놓았다. 아무도 반박할 수 없었다. ‘헤드 투 헤드’에서 줄자(라고 쓰고 실측이라 읽는다)를 맡고 있는 김균섭은 “SUV는 실용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셀토스의 트렁크는 실용성이 뛰어나요. 지면에서 트렁크 입구까지 높이가 티볼리보다 50mm나 낮을 뿐 아니라 적재용량도 더 넓거든요”라고 말했다.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셀토스는 소형 SUV 중 덩치가 가장 커. 급을 뛰어넘는 수준이지. 트렁크는 물론 뒤 시트 공간도 널널한 편이고. 가히 ‘소형 SUV의 블랙홀’이라 할 만해”라며 깔끔한 결론을 내렸다.

셀토스는 기아차 처음으로 보스 오디오를 챙겼다. 

문득 석 달 전 헤드 투 헤드의 주인공이었던 스포티지와 코란도가 떠올랐다. 대결은 낮은 가격과 출중한 연비를 앞세운 스포티지의 압승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스포티지를 이기기엔 도전자인 코란도의 매력이 부족했다. 이번엔 입장이 바뀌었다. 소형 SUV의 터줏대감인 티볼리에 셀토스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구매와 소유 비용만큼은 또다시 기아의 승리다. 비용 차이는 미미한데 쓸모는 셀토스가 더 높기 때문이다.

글_박호준



최종결론

티볼리가 헤드 투 헤드에 불려온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우린 2017년 2월호에서 티볼리와 트랙스를 맞붙였다. 그때 결과는 트랙스의 압승이었다. 에디터 중 누구도 티볼리의 손을 들지 않았다. 심지어 난 티볼리가 많이 팔린 것에 의아해하며 구매 고객 중 80%는 분명 차를 타보지도 않고 샀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 후로 2년이 조금 더 지났다. 티볼리는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심장도, 실내도 새로워졌다. 상품성도 좋아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티볼리는 헤드 투 헤드의 벽을 넘지 못했다. 고정식과 김선관을 뺀 나머지가 모두 셀토스의 손을 들었다.



티볼리와 셀토스는 크기부터 파워트레인, 편의장비 등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 하지만 셀토스가 모든 부분에서 한 끗 차이로 티볼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였다. 크기가 조금 크고, 뒤 시트도 조금 넉넉하며, 파워트레인이 좀 더 활기차다. 이런 한 끗 차이가 모여 티볼리와 셀토스의 운명을 갈랐다. 그래도 두 표를 얻었으니 티볼리에겐 고무적인 일일까?

글_서인수



기아 셀토스

● 이진우 - 쌍용은 4년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티볼리의 실내를 치장하고 편의장비를 가득 싣고 엔진까지 바꾸면서 애를 썼지만 자동차의 기본적인 가치까지는 올리지 못했다. 셀토스가 더 잘 달리고 더 편하고 더 안정감을 지녔다. 그러면서 티볼리만큼 편의장비도 풍성하다.  

● 나윤석 - 코란도를 지워가면서까지 환골탈태한 티볼리도 애를 썼다. 하지만 티볼리의 주행 감성은 이제 겨우 ‘제대로 됐다’는 수준이다. 이에 비해 셀토스는 더 크고 더 화려하고 더 매끈하고 더 잘 나간다. 같은 급으로 보이지 않는다. 셀토스는 주변의 모든 차를 빨아들일 블랙홀이다. 완승! 

● 서인수 -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했지만 결과는 역시나다. 티볼리 국내 누적 판매대수가 20만대를 넘은 건 그간 제대로 된 경쟁자를 만나지 못해서다. 셀토스는 티볼리를 위협할 가장 강력한 경쟁자다.

● 안정환 - 기아차는 쌍용차보다 돈이 많다. 돈이 많으면 신차 개발에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그렇게 기아는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어디에 내놔도 처지지 않을 셀토스를 선보였다. 쌍용차가 아무리 정통 SUV 브랜드를 강조해봤자 돈 많은 기아를 꺾기엔 역부족이다. 기아 셀토스 완승!

● 박호준 - 티볼리도 나쁘지 않았지만 셀토스가 너무 강력하다. 작정하고 공들여 만든 티가 난다. 스포티지의 명성을 이을 제대로 된 소형 SUV가 나왔다.


쌍용 베리 뉴 티볼리

● 고정식 - 인도와 중국, 중동 시장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 셀토스의 겉모습이 끝내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티볼리라고 딱히 특별한 건 아니지만 익숙함에서 오는 묘한 끌림이 있다. 아울러 주행 성능은 물론 감성적인 부분에서도 아쉬운 면은 있지만 소형 SUV 특유의 발랄함과 경쾌함은 티볼리 쪽이 더 낫다.

● 김선관 - 솔직히 차는 셀토스가 더 좋다. 하지만 소형 SUV 대결이란 걸 감안하면 티볼리가 더 좋은 차일 수 있다. 준중형 SUV에 가까운 크기를 보면 셀토스가 왜 소형 SUV인지 여전히 납득이 안 가며, 내가 원하는 구성으로 셀토스를 타려면 소형 SUV의 마지노선 가격인 3000만원을 무너뜨린다.



CREDIT

EDITOR : 서인수    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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