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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시승] 하이브리드 진검승부, 현대차 그랜저 IG vs 토요타 캠리

김경수 입력 2017.12.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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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코리아가 8세대 캠리 하이브리드를 지난 10월 국내 선보였다. 토요타의 새로운 글로벌 아키텍처를 적용한 야심 찬 모델로 ‘전례 없는 변화’를 이뤄냈다고 한다. 이런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우린 현대차 그랜저 IG 하이브리드를 불러냈다.

토요타 캠리는 차급으론 사실 쏘나타와 겨루어야 하지만 토요타코리아는 줄곧 높은 트림의 모델을 수입해 판매가격을 올려 상위 모델인 그랜저를 겨냥해 왔다. 상대적으로 높은 마진율, 수입차 프리미엄에 기댄 브랜드 가치상승 등 여러 가지 부수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 토요타코리아를 비롯한 일본 브랜드의 전략이 이렇다. 현대-기아차의 고가모델들을 빗대면서 독일차보다는 하위 시장을 노리는 식이다.

8세대 토요타 캠리는 3,590만 원인 가솔린과 4,250만 원짜리 하이브리드 단 두 개의 트림만 나온다. 그랜저 IG 가격대인 3,105만 원부터 4,330만 원 영역에 걸쳐 있다는 점과 조금 더 높은 배기량(캠리 2,487cc / 그랜저 2,359cc)은 8세대 캠리의 경쟁 모델 전략을 그대로 읽을 수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전체 크기는 현대차 그랜저가 모든 면에서 조금씩 더 크다. 그랜저 IG가 전장과 전폭 그리고 전고가 4,930mm, 1,865mm, 1,470mm인 반면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는 4,880mm, 1,840mm, 1,445mm다. 다만 토요타 캠리의 인상이 워낙 강렬해 두 모델 간 크기 차이가 확연히 눈에 들어오는 편은 아니다.

디자인 측면에서 어디 한 곳 모난 데 없이 풍만한 볼륨감을 강조하며 보수적인 세련미를 택한 그랜저 IG보다 상대적으로 토요타 캠리는 3겹의 주간주행등과 여려 겹의 빗살 무늬를 강조한 범퍼 디자인 등 전체적으로 매우 공격적이고 진보적인 측면이 강하다.

반면 인테리어는 두 모델 모두 전반적으로 차분하며 정돈된 분위기를 연출해 세단으로서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드라이버 세단임을 고려해 인테리어는 운전자 중심으로 쏠려 있으며 우드그레인을 곳곳에 배치한 캠리와 비교해 그랜저 IG는 금속성 플라스틱 소재로 고급감을 자아내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

하이브리드 세단이라는 공통분모를 각기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관해서는 비슷하면서도 서로 조금씩 다른 점을 가지고 있다.

계기판 좌우측에 ‘충전-에코-파워’ 게이지 그리고 속도계를 배치한 점은 같지만 중앙 LCD 창에 캠리는 에코 존을 따로 두고 운전자의 주행습관에 대해 더욱 더 세밀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센터페시아 LCD 창에도 하이브리드 에너지 모니터 정보를 표현하고 있지만 캠리 하이브리드가 그래픽과 정보표현력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반면 그랜저는 버튼 배치와 시인성이 좋고 풍부한 편의사양 적용되어 탑승자 편의 측면에서 캠리를 압도한다.

시트 포지션은 엇비슷한 측면이 있지만, 캠리의 전방시야가 더 탁 트여있다. 이는 신형 캠리의 저중심 설계전략에 비결이 숨어있는데 운전석 시트를 기존대비 22mm 내리는 것과 동시에 보닛을 40mm 낮춰 전방 시야를 개선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벨트라인은 낮추면서 사이드미러 위치를 조정해 사각지대를 줄이는 동시에 측면 시야도 한층 더 넓게 확보했다.

공간측면에서는 두 모델의 차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1열과 2열의 무릎 공간과 어깨 공간 등을 점검해 봐도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으며 트렁크 공간조차 캠리가 427L로 그랜저 IG보다 단 1L 클 뿐이다. 다만 착좌감 측면에서 그랜저IG가 상대적으로 푹 묻히는 감은 들었다.

탄탄함의 캠리 vs 부드러움의 그랜저 IG

둘은 생김새만큼이나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갖추고 있다. 우선 그랜저IG는 159마력, 최대토크 21.0kgf.m를 내는 세타2 2.4 MPI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을 갖추고 6단 자동변속기를 더했다. 배터리 용량은 1.43kWh에서 1.76kWh로 최고출력 38kW, 최대토크 205Nm의 모터를 붙였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178마력을 내는 직렬 4기통 다이나믹 포스 엔진(D-4S)와 CVT를 조합했다. 8세대로 거듭나면서 엔진 스트로크를 늘리고 밸브 사이의 앵글을 확대하는 한편 흡기포트를 일자형으로 새롭게 만들었다. 배터리 용량은 1.59kWh, 전기모터의 출력은 88kW, 최대토크는 202Nm를 낸다. 이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데, MG1과 MG2로 충전과 구동을 분리하는 캠리의 전기모터 활용방식은 1개의 전기모터로 충전-구동을 모두 감당하는 그랜저 IG의 병렬 방식과 다르다. 전기모터로만 가는 발진과 등판 성능에서 캠리 하이브리드가 그랜저 IG를 앞설 수 있는 근간이 된다.

추구하는 목표는 같음에도 그 뿌리가 전혀 다르기에 주행감성에서도 차이가 난다.

우선 캠리 하이브리드는 가속과 추월상황 그리고 저속 주행의 정숙성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대단히 인상적인 주행감성을 보여줬다. 등판능력, 회전성 그리고 브레이킹과 엑셀링의 즉각적인 응답성은 7세대 캠리보다 월등히 우월했다. 특히 섀시의 탄탄함이 대단히 인상적이다. 거칠게 몰아붙여도 거뜬하게 버텨낸다. 롤과 피칭 등 운전자 피로를 부추기는 요소를 적절히 잡아냈다. 동시에 전기모터가 뒷받침하는 가속성능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다. 스티어링휠 답력도 탄탄해 독일차 같은 감각도 잠시간 느껴졌다. 토요타가 8세대 캠리에 ‘와일드 하이브리드’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선언한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그랜저 IG 하이브리드는 대단히 부드럽고 매끈한 주행감각이 돋보였다. 스티어링 휠 답력은 조금 가볍다는 생각이 들 만큼 쉽사리 움직였고, 가속과 감속에서도 이런 부드러운 주행감각 포인트는 유지됐다. 특히 캠리 하이브리드에 비해 전기모터와 엔진 소음이 실내로 들이치는 면이 철저히 감춰져 있었고, 파노라마 썬루프와 전동식 썬쉐이드 등 편의 장비를 활용한 거주성이 인상적인 차 였다.

두 차종의 연비는 1박 2일간의 자유로 일대의 왕복 시승과 서울 도심 주행을 통해 확인해 봤다. 우선 자유로 왕복 200km를 진행해 보니 캠리 하이브리드는 21km/L 이상을 쉽게 기록할 수 있었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서울 도심 주행에서도 안정적으로 18km/L를 기록했다. 반면 그랜저 IG 하이브리드는 상대적으로 연비가 다소 낮았다. 자유로 왕복 주행에선 19km/,L 서울도심 주행에서는 16.8km/L가 나왔다. 최고속은 두 차종 모두 194km/h에서 제한되어 있었다.

두 차종 모두 세련미를 갖춘 패밀리 세단으로서 상당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 다만 고속주행상황에선 캠리 하이브리드가 더 탄탄한 감각을 발휘하는 반면 주행풍은 더 컸다. 그랜저 IG 하이브리드는 중저속에서 거친 노면의 충격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점이 아쉬웠다. 전반적으로 핸들링의 선명함은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가 조금 더 앞선 감각을 발휘했다. 특히 상당히 정교하게 설계된 섀시의 편안함 위에 날렵한 핸들링까지 얹은 모습이다.

글로벌 시장전략 하에 만들어진 캠리 하이브리드와 시장 세분화 전략에 따라 국내 전용 모델로 만들어진 그랜저 IG 하이브리드를 두고 전략이 옳으냐 그르냐 따지기는 어렵다. 게다가 국내 판매량을 살펴보면 규모는 다를지라도 의미 있는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10월 국내에도 진출한 토요타 캠리는 사전계약 1달여 만에 누적 계약 대수 2천 대를 돌파하며 4개월 치 판매량을 넘어섰다. 그랜저 IG는 올 11월까지 12만 3천 대라는 경이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며 현대차 전체 판매를 견인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3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하이브리드는 1만 6,190대를 차지하고 있다.

토요타 하이브리드의 관록과 그랜저가 쌓아온 고급차로서의 이미지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는 이번 비교 시승에서 탄탄한 섀시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효율을 빌미로 토요타 캠리의 손을 들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패밀리카’라는 기준으로 볼 때 편의성과 당당함에 있어서 그랜저 IG 하이브리드의 매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김경수 기자 kks@encarmagazi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