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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시장에서 제대로 된 경쟁 펼칠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 G90

송지산 기자 입력 2022. 01. 1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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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브랜드’라는 평가는 스스로가 칭한다고 해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장에 프리미엄 브랜드인 이유를 알리고, 소비자들이 이를 인식하고 받아들여야만 프리미엄 브랜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수입차 브랜드 중에선 긴 역사를 지닌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여럿 있지만, 국내에선 제네시스가 유일하다. 처음부터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언하면서 등장했지만 ‘소비자의 인식’이라는 장벽을 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꾸준한 노력, 제품의 품질을 한 차원 끌어올리고 이에 걸맞은 다양한 서비스 제공, 그리고 이를 알리기 위한 지속적인 홍보 활동을 거듭한 끝에 이제는 국내 시장에서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이런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모델은 단연 G90이다. 현대자동차 에쿠스의 명맥을 이어가는 것을 고려하면 국내에 선보인 지 벌써 20년이 넘은, 결코 짧지 않은 역사를 지닌 모델이다. 그동안 EQ900과 G90으로 이름을 바꾸며 세대를 거듭해온 이 모델이 G90이라는 이름을 단 후 드디어 첫 풀체인지가 이뤄졌다. 지난해 말부터 사전 계약이 시작된 이 신형 G90의 미디어 시승이 시작되어 현장을 찾았다. 오늘 시승회의 시작은 출시행사에 앞선 시승이긴 하나, 평소와 달리 G90의 진면모라 할 수 있는 쇼퍼 드리븐, 즉 뒷좌석에 앉아 편의사양들을 먼저 체감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탑승 전 간단한 촬영과 함께 외관을 잠시 살펴봤다. 제네시스의 상징인 ‘두 줄’ 콘셉트는 신형 G90에서도 헤드라이트부터 방향지시등, 리어라이트로 이어지는 형태로 구현됐다. 전면 헤드라이트는 그동안 선보였던 자동차 헤드라이트 중 가장 얇은데, 내부엔 큐브형 LED가 배치되어 우수한 광량을 제공하는데, 차량 전반을 빙 두르던 2개의 직선이 헤드라이트에서 점선으로 단절되는 듯한 모습은 조금 아쉬운 부분. 라이트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다음엔 직선형 LED 헤드라이트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뒷좌석에 탑승하고 가장 먼저 느낀 건 드넓은 공간이다. 키 196cm인 기자가 앉았을 때 이렇게 편하게 탈 수 있을 정도의 넓은 공간을 가진 세단을 보기가 참 드문데, 대형 세단답게 널찍해 불편함이 없다. 아무것도 조절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무릎 앞으로 주먹이 하나 반 정도 들어갈 공간이 남고, 조수석 시트와 등받이를 조절하면 충분히 발을 뻗을 공간이 나오는 건 물론이고 조수석 등받이에 부착된 발판까지 펴주면 반쯤 누워 달릴 수도 있을 정도다. 많은 업무로 인해 이동 중에 휴식이 필요한 대기업 임원들이 이런 대형 세단을 선택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이러한 시트 조작은 뒷좌석 중앙 콘솔의 스크린에서 가능하다. 뒷좌석 시트와 헤드레스트의 조절은 물론이고 조수석의 이동과 조절, 시트에 장착된 각종 편의기능들을 손쉽게 제어할 수 있다. 물론 간단한 뒷좌석 등받이나 시트 높낮이 조절 정도라면 콘솔 측면의 스위치로도 가능하다. 콘솔에는 스마트폰 충전을 위한 무선충전 패드와 수납함도 있고, 좀 더 큰 물건은 등받이 쪽 수납함에 보관할 수 있다. 조수석 등받이에는 뒷좌석 탑승자를 위한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이 장착되어 공조장치나 조명 등 차량 기능 일부를 제어할 수 있고, 현재 위치와 이동 경로, 주변 정보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옆 사람과 다른 엔터테인먼트, 음악이나 영화 등을 방해받지 않고 즐기고 싶으면 블루투스 헤드폰을 연결해 방해받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컨비니언스 패키지에 포함된 에르고 모션 시트에는 전동식 조절, 마사지, 볼스터 기능이 적용되어 있다. 통상적으로 자동차에 탑재되는 마사지 기능이라고 하면 내부에 몇 개의 에어백을 팽창, 수축시켜 등이나 허리가 뭉치는 걸 막아주는 정도인데, G90의 마사지 기능은 정말 이름에 걸맞은 '마사지'다운 기능을 보여준다. 척추를 따라 여러 개의 지압봉(?)이 배치되어 피로를 풀어주는데, 상당히 시원해 탑승한 내내 기능을 사용했다. ‘없는 것보단 낫다’가 아닌, ‘있어서 좋다’는 정도의 수준까지 올라갔다.

여러 기능을 체험하다 보니 출시 행사가 진행되는 제네시스 수지에 도착했다. 행사장 내에는 벽면을 따라 강렬하게 가로지른 두 줄의 라이트가 모이는 곳에 G90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잠시 후 스크린이 올라가며 2대의 신형 G90이 등장했다. 하나는 G90 기본형이고, 또 하나는 G90 롱휠베이스 모델로 제네시스 최초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탑재됐다. 뒷좌석 문이 열리고 등장한 제네시스 장재훈 사장은 “글로벌 연평균 2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한국을 비롯해 북미, 중국 등 세계 주요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며 “더 많은 지역의 고객에게 제네시스 플래그십 경험을 전달하고 글로벌 고급차 시장의 새로운 기준과 방향성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오너 드리븐 시승에 앞서 제네시스 수지의 내부를 둘러보았다. 2층과 3층에서는 신형 G90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2층에는 차량 전반의 디자인부터 외관 색상, 실내 소재 등 개발과정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물들이 배치되어 있고 담당 큐레이터를 배치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전면부의 깔끔한 디자인을 보여주는 클램쉘 후드나 LED 헤드라이트는 G90의 디자인 완성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3층에서는 제네시스의 다양한 신기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놨지만 안타깝게도 시간이 부족해 곧바로 4층으로 올라갔다. 이곳에서는 제네시스 구매고객들을 위한 멤버십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기존 생화나 커피와 같은 구독 서비스와 함께 새롭게 와인 구독 서비스가 추가됐는데, 시중에 판매 중인 제품이 아닌, 제네시스 고객들만을 위해 전문가가 엄선, 수입한 와인들을 월마다 받아볼 수 있다고. 제품에서의 프리미엄뿐만 아니라 부가적인 서비스에서도 프리미엄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세심함이 인상적이다. 이 외에도 전담 정비 프로그램, 호텔 연간 멤버십, 쇼퍼 아카데미 프로그램 등도 제공되고, 롱휠베이스 모델의 경우 전용 라운지를 별도로 운영하고 미쉐린 가이드와의 협업으로 고객 초청 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관람을 마치고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차에 올랐다. 아까와 달리 뒷좌석이 아닌 앞좌석 운전석에 탔다. 100km 남짓의 구간이지만 새벽에 내린 눈과 큰 덩치가 조금은 부담스럽긴 하다. 그래도 다양한 안전기능들이 잘 지켜줄 거라 믿으며 도로로 나섰다. 실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새로운 스타일의 스크린 구성이다.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에 TFT 풀 컬러 스크린이 적용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을 하나로 잇는 최근의 추세와 달리, 트림으로 구분해놓은 점이 이채롭다. 물론 계기판과 HUD를 통해 차량이나 주행에 대한 정보를 모두 받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오너 드리븐보다는 쇼퍼 드리븐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내 곳곳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플래그십다운 소재들로 채워졌다. 시트를 비롯한 실내 대부분을 가죽으로 덮었고, 대시보드에는 친환경 목재와 재활용 신문을 층층이 겹친 뉴스페이퍼 크라운 우드를 적용했는데, 기존 우드 트림과는 다른 색다른 느낌을 주는 소재다.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버튼이나 레버 등 조작부를 비롯해 실내 곳곳을 금속으로 마무리해 고급스러움을 배가시켰다. 변속계는 다이얼 방식인데, GV60에서 보여줬던 크리스탈 스피어가 적용되지 않은 점은 의외였다.

G90 기본형 모델의 크기는 전장 5,275mm, 전폭 1,930mm, 전고 1,490mm에 휠베이스 3,180mm다. 이 정도로 차체가 크니 분명 차선 변경이나 커브 구간에서는 둔한 움직임을 보여주리라 예상됐다. 자동차에서 승차감과 민첩성은 양극단에 위치한 특징들인 만큼 승차감 중시의 G90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지사. 하지만 차선 변경에서부터 고속도로 진입로의 급커브까지, 차급에 혼동이 올만큼 움직임이 상당히 신속하다. 비결은 바로 능동형 후륜 조향(Rear Wheel Steering) 기능에 있다. 저속에서는 앞바퀴와 반대로, 고속에선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조향하기 때문에 저속에선 회전 반경을 좁히고, 고속에서는 안정적인 방향 전환을 돕는다. 최근 이런 플래그십 모델이나 고사양 스포츠카 등에 적용되고 있는 만큼 신형 G90에 탑재되는 것도 어색한 일은 아니다.

G90 롱휠베이스 모델에 탑재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파워트레인은 3.5 가솔린 터보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54kg‧m의 성능을 낸다. 5.0 자연흡기 타우 엔진이 사라진 점에 대해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친환경 추세에서 다운사이징은 필수적인 과정인지라 브랜드에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성능면에 있어서 부족함은 없다. 성능이야 다다익선일 수 있지만, 쇼퍼 드리븐의 성격이 강한 모델이고, 탑승자의 편안함과 실내의 정숙성이 우선되어야 하기에 이 정도로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롱휠베이스 모델에는 3.5 가솔린 터보엔진에 48V 슈퍼차저가 더해진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됐다고 하는데, 아직 인증이 마무리되지 않아 이날 시승에선 경험해볼 수 없어 아쉬웠다.

주행보조 기능은 예고됐던 것처럼 2.5단계 정도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되어, 가장 최신인 고속도로 주행보조 2 기능 외에도 차선 변경/유지 보조, 차량 전/후/후측방 및 대향차, 후방 교차 충돌에 대한 경고 기능 등 현대차그룹에서 그동안 선보였던 모든 주행 보조 및 안전 기능들이 모두 탑재돼있다고 보면 된다. 특정 조건하에서는 운전자 개입 없이도 주행이 이뤄지는 3단계 자율주행이 탑재된 모델은 연내 출시 예정이나, 먼저 출시된 모델들에 적용을 해 줄지는 미지수. 쇼퍼 드리븐 차량에 자율주행 기능이 굳이 필요하겠냐고 생각하겠지만, 플래그십 모델이라면 사용 여부를 떠나 탑재되는 것이 명성에 걸맞은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서스펜션에는 여러 개의 챔버가 더해진 에어 서스펜션이 탑재되어 최상의 주행감을 제공한다. 주행 모드나 도로 환경, 속도 등 여러 정보를 종합해 최적화된 감쇠력으로 탑승자가 불편하지 않게 해준다는 것. 여기에 에르고 모션 시트도 승차감을 높여주는데 한몫한다. 여기에 무드 큐레이터 기능은 무드 램프, 사운드 시스템, 실내 향기, 시트 마사지, 전동식 커튼을 한 번에 제어해 탑승자의 편안함을 최대한으로 높이는 기능도 있다. 탑승자를 위한 최대한의 안전과 편의를 집약시킨 모델이 바로 신형 G90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신형 제네시스 G90은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서도 쟁쟁한 브랜드들과 맞붙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경쟁자들의 긴 역사와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지도에 맞서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 너무 성급하지 않게, 꾸준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사람들의 인지도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니 말이다. 그래도 그 짧지 않은 시간을 거쳐 언젠가는 전 세계에서 우뚝 서는 제네시스가, G90이 되길 바란다. 이번 신형 G90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모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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