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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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수염 휘날리며

박지웅 입력 2022. 01. 03.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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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JCW


바뀐 그릴 때문에 자꾸 신경 쓰인다. 미니 JCW는 그저 귀여운 해치백이 아니다. 국내 도로를 누비는 미니 중 가장 강력하고 빠른 핫해치다(성능이 더 뛰어난 GP 버전은 아쉽게도 국내 출시 미정이다). 대담하고 공격적인 스타일링은 그 어떤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딱 하나, 그릴이 아쉽다. 경영진의 승인을 거친 최종 디자인이라는 사실이 좀처럼 믿어지지 않는다. 짜장 소스 잔뜩 묻힌 입술처럼 하필 검은색 테두리로 그릴 주위를 빙 둘러 감싼 모습이 영 보기 싫다. 아예 작정하고 귀엽게 만들고자 한 의도라면 차라리 웃고 넘기겠지만, 그게 아니라서 아쉬움이 더 크다.

다행히 차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고는 기분이 좋아졌다. 마음에 드는 부분이 여럿 보인다. 우선 멋스러운 레드 캘리퍼가 시선을 강탈한다. 커다란 캘리퍼 때문인지 약간 부풀어 오른 듯한 JCW 전용 18인치 알로이 휠은 볼 때마다 흐뭇하다. 살랑살랑거리는 꼬리가 있을 것 같은 자리엔 제법 앙칼져 보이는 배기파이프가 존재감을 뽐낸다. 어찌 보면 큼지막한 루프 스포일러보다 인상이 강렬하다.

엔진룸을 열면 4기통 2.0L 엔진과 터보차저, 라디에이터, 그 밖의 많은 부품이 구조적 한계에 부딪혀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대신 넉넉한 실내공간을 지켰다. 운전석에는 다양한 감각이 공존한다. 우선 불편하지 않다. 

차체는 그리 크지 않아서 탈 때 머리를 조금 숙여야 하지만, 일단 들어가면 다리가 긴 사람도 자연스러운 운전 자세를 잡을 수 있다. 스티어링휠 뒤로 패들시프트가 만져진다. 플라스틱 소재는 너무 했다. 작은 알루미늄 조각 단가가 브랜드 간판스타인 JCW에도 허락 못 할 정도로 비싼지 의문이다.

미니 JCW는 핫해치지 트랙카가 아니다. 핫해치의 장점 중 실용성을 빼놓을 수 없다. 당연히 불편한 버킷시트가 아니고, 편의 기능을 소홀히 넣지 않았다. 히팅 기능(통풍 기능은 없다) 들어간 두툼한 알칸타라 스포츠 시트는 지지력이 상당히 뛰어나다. i드라이브 시스템과 독립 제어 공조기, 운전자보조 시스템 등 일반 미니 모델이 지닌 모든 요소를 빠짐 없이 누린다.

엔진을 깨우는 방법은 람보르기니 다음으로 멋지다. 모든 미니가 그렇듯이 시프트레버 바로 앞에 배치한 빨간색 토글스위치를 까딱거리면 된다. 건들면 적색 경보음이 울리면서 지붕을 뚫고 비상 탈출한다거나 로봇으로 변신하는 등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질 듯한 스위치처럼 생겼다.

아쉽게도 팝콘 튀기는 금속 마찰음은 예전만 못하다. 불필요하게 엔진회전수를 올렸다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기만 해도 ‘뽕뽕뽕’ 하며 귀여운 물방귀 소리를 내던 그때가 그립다. JCW는 모든 동력을 앞바퀴에 쏟아붓는다. 강력한 힘을 한 번에 쏟아내면 앞바퀴에 슬립이 일어나고 흙먼지를 잔뜩 뿌리고 달려 나갈 듯한데, 생각보다 토크 스티어가 심하지 않다(앞으로 출력이 더 높아지면 ‘ALL 4’ 배지를 단 3도어 해치백을 보게 될지도…).

32.6kg·m 최대토크는 1450rpm부터 나오지만, 터보 부스트를 제대로 느끼려면 엔진회전수를 3000rpm 이상 높여야 한다. 그래야 JCW도 더 활기를 띤다. 코너에선 더 인상적이다. 앞바퀴굴림 방식의 본질적인 한계를 드러내리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움직임은 직선주로를 달릴 때와 거의 비슷하다. 실내에서 롤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언더스티어는 모른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코너를 시원하게 돌아나간다. 최상급 그립 타이어가 아닌데도 노면을 움켜쥐는 힘이 대단하다.

벨로스터 N의 추격이 상당히 위협적이고, 하반기엔 핫해치 터줏대감 골프 GTI의 국내 상륙이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상관없다. 미니 JCW가 그저 디자인이 귀여운 해치백이라고 한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이 차는 운전 재미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정 운전자를 웃음 짓게 하는 핫해치다.

글 박지웅 사진 김성욱


자동차 전문 매체 <탑기어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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